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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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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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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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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8,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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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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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1)

DUMMY

아윤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지금 지구에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드넓은 서울 창공에 나타난 검은 소용돌이는 여전히 불길함을 암시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전혀 뒷전일 만큼 거대한 일이 있었다.

인간이라면 으레 짐작할 수 있는 재앙의 빈도와 크기는 한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홍수라거나, 가뭄, 지진이나 화산 등을 비롯한 수많은 재앙은 인류가 계산한 것들의 산물이나 다름없다.

그 예측이 빗나간다는 것은, 필히 인류뿐만 아니라 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멸종의 길로 이끈다고밖에 가정할 수 없었다.

지금 그 참혹한 광경이, 아윤의 눈에 비치고 있는 것이었다.


후우우우웅!


하늘에서 가늠하기 힘든 크기의 돌덩이들이 하나둘 지면으로 추락했다.

몇몇은 지구의 대기권에서 마찰열을 이기지 못해 그대로 산화했지만, 그것은 단지 지구에 닥친 재앙의 극히 일부였을 뿐이었다.

처음 지면에 추락했던 운석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운석이라고 칭하는 것은 보통 닿은 부분을 기점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지 않는가? 그러한 지식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지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명백히 상식에 어긋나는 현상이었다.

그것은 삽시간에 사람을 현장으로 모았고, 사람들은 아직 경계를 완전히 놓지는 않음과 동시에 촬영하거나 눈으로 담기 바빴다.


“여러분. 오늘은 제가 운석이 떨어진 서울 한복판에 나와 있습니다.”


그때, 재앙의 시조가 등장했으니.

건장한 남성의 체격에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외모와 옷가지. 그런 사람이 카메라를 든 자신의 친구와 함께 운석의 곁으로 다가갔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운석입니다. 운석.”


그의 이름은 김기헌. 평범하게 초중고를 나왔고, 평범한 성적으로 평범한 대학교에 진학하고, 평범하게 학교를 졸업했다. 아주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는 대학교 시절 영상 플랫폼에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평범했던 일련의 과정에 익숙해진 탓일까.

자신이 재밌다고 생각했던 영상은 조회수가 나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다른 영상의 조회수가 높은 것도 아니었다.

그의 평균 조회수는 350회.


“시발, 초등학생이 올려도 이것보단 잘 나오겠네.”


영상의 콘텐츠 촬영을 위해 공원에 나온 기헌은 촬영이 끝난 후 공원의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앉아 쉬고 있던 그에게도 천운이 찾아왔으니.


후우우우웅!


갑자기 어두워지고 소용돌이치는 하늘에서 한 물체가 고공낙하를 했으니.

그의 ‘평범한’ 감각이 채널의 떡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기헌은 그의 카메라맨이자 친구를 데리고 운석이 떨어진 그 지점을 향해 달려나갔다.

기헌은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크기의 운석을 보자마자 친구에게 촬영을 시작하라 지시했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기헌의 친구도 거리낄 것 없이 생방송을 틀었다.

난생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콘텐츠였지만 지금 물불, 찬물 더운물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처음 해보는 콘텐츠인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지금 몇 명이나 들어와 있어?”


기헌이 넌지시 친구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는 것인가. 생방송 시청자는 단 세 명에 그쳐 있었다.


“그래도 반응은 폭발적이야.”


세 명의 시청자는 제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빠르게 채팅을 치고 있었다. 놀라움과 감탄의 연속 사이.

기헌은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곤 계속해서 운석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시청자는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5명. 14명. 50명. 140명. 종국에는 그의 영상들 평균 조회수를 아득히 넘어선 삼천 명 이상의 시청자가 자신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기헌은 자신의 예상을 가뿐히 초월한 수치에 쾌락이 터져 나왔고, 결국 기헌은 시청자를 더 끌어 모으기 위해 운석을 향해 걸어갔다.

그 순간까지도 사람들은 두 파벌로 나뉘어 이 현상을 해석하려 들었다.

진짜라고 주장하는 파벌과 가짜, 즉 주작이라고 반론하는 파벌이 나뉘었다. 하지만 그 의미 없는 다툼은 방송이 시작한 지 30분만에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여러분! 제가 이 이상한 운석을 건드려 보겠습니다.”


금세 지척에 도달한 기헌이 운석에게로 손을 뻗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 행동이 꽤나 적잖은 상황을 초래할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무후무한 광경에 이성적 사리분별을 잃고 말았고, 그 중심에 있는 자는 하필이면 생존에 고픈 한 일반인이었다.


“제 손을 보세요! 제 손이 운석에 닿았습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웃는 모습에 정말 아무 일도 없을 것만 같았다. 온,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기헌의 모습에 이목이 쏠린 순간이었다.

기헌이 이만하면 됐다 싶은 것인지 손을 떼려고 했으나 운석은 기헌의 손을 쥐어 놓지 않았다. 되려 다시 꽉 잡아 버렸고, 그의 손과 운석이 작용하며 손이 운석의 내부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어어?”


그 현상은 손에서 끝나지 않았다. 손끝부터 팔, 다리 몸통에서 얼굴까지. 서서히 잠식당하는 기헌의 전신에 공포심이 깃들었다.


“사··· ···살려주세요!”


기헌이 목이 떠나가라 외쳤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아니, 차갑다 못해 얼음장 같았다.

오프라인에서 그의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온라인에서 그의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의 채팅은 ‘ㅋ’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기헌의 착각인 줄도 모른다. 하나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그는 생애 마지막으로 집단의 관심을 받아 보았다는 것이다.


“안 돼애애애애!”


그의 마지막 절규가 서울 한복판에 떨어지고 난 뒤에는 고요한 적막만이 감돌았다.

누구 하나 웃는 사람이 없었고, 누구 하나 우는 사람이 없었다.

그 고요한 적막을 깬 건. 적막을 시작했던 이였다.


스륵.


운석의 내부에서 고고한 팔 하나가 출몰했다.

그것은 평범하지 않았다. 여느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손톱이 길고 팔의 굵기는 가는, 그런 팔이었다.

그 팔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생명체의 시체와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운석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손뿐만이 아니었다. 서서히 다리와 함께 몸통, 마지막으로 얼굴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저 사람··· ···.”


군중이 저 괴물을 ‘사람’으로 칭하는 것은, 이 괴물이 방금까지 존재하던 한 사람과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리라.

굳이 외형뿐만이 아니더라도, 사람 자체가 풍기는 분위기와 그 감각이, 일반인도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렬했다.

김기헌, 아니, 한때 사람이었던 괴물이 잡음 섞인 괴이한 목소리를 끊어질 듯 툭툭 발했다.


“전부··· ···흡수해··· ···라.”


그러자 운석이 가장 앞에 있던 김기헌의 친구를 빨아들였고, 이어서 하나둘,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일련의 과정으로 흡수했다.

사람들은 그것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전봇대, 벤치, 가로등을 비롯해 잡을 수 있는 것들을 전부 잡아 보았지만 부질없는 것이었다.

운석이 다시 흡수했던 사람들을 뱉었다.


“우웨에에에엑!”


헛구역질을 하며 첫 번째로 나온 것은 역시 첫 번째로 흡수됐던 기헌의 친구이자 카메라맨이었다.


“크르르··· ···.”


지성이 있는 기헌과는 달리 기헌의 친구는 지능을 모조리 흡수당한 것인가 짐승과 맞먹는 지능으로 변했다.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운석이 사람들을 객출했다.

전봇대와 함께 끌려간 남자는 전봇대를 양손에 쥐었고, 벤치에 몸을 밀착했던 여자는 벤치와 물아일체가 되어 있었다.

참담한 광경이었다.


“··· ···전부··· ···파괴해라.”


기헌이었던 괴물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든 이들이 일제히 서울 시내를 혼잡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기헌의 친구는 카메라로 이 광경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사람의 이목은 전부 이곳으로 집중되어 어느새 그의 방송은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하고 있었다.


크와아아아아!


이제 더 이상 인간으로 간주할 수 없는 신 생명체는 눈에 닥치는 모든 것을 부수며 앞으로 진격했다. 인간, 고양이, 쥐 등 모든 생명체를 짓밟았고, 고층, 저층을 불문곡직하고 폭삭 주저앉도록 했다.

죽은 사람들은 시체로, 살아서 도망가던 사람들은 다시 운석의 괴이한 힘에 이끌려 괴물이 된 채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하하··· ···.”


나지막이 일소를 부리던 괴물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평범했던 김기헌이라는 인간은 이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관점에서 보아도 특별하고, 또 유별나다. 이제 그를 평범하다 할 수 있는 이는 이 지구상에 없다.

그런 마음을 가지며 괴물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내 세상이다··· ···.”


그런 그의 뒤로 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은 굉음이 울렸고, 그 폭발음의 위치에는 어떤 물체가 있었다.

괴물은 자신의 뒤에 있는 물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이게 뭐야?”


자신의 부모님을 집으로 귀가시킨 후 재빠르게 달려온 아윤이었다.


“이거 다 네 짓이냐?”


공중에서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아윤은 먼저 운석을 내리 부수며 착지했다.

이젠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운석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그런 것들을 뒷전으로 미룰 만큼의 강력한 존재가 나타났기에, 운석이 떨어지는 초절정의 광경은 아윤이 나타나기 위해 깔린 배경과 진배없었다.


절망적인 재앙의 상황에, 아윤이 들어맞자 정말 마법처럼 그 배경은 아름다워졌다.


작가의말

긴 휴재 끝에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긴 기다림을 인내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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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대멸종 (9) 24.08.02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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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대멸종 (7) 24.07.28 10 0 10쪽
135 대멸종 (6) 24.07.26 10 0 11쪽
134 대멸종 (5) 24.07.24 6 0 10쪽
133 대멸종 (4) 24.07.21 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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