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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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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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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늑대들이 가득한 토끼굴 속으로

DUMMY

“친절해라.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 플라톤 -


김지혁이 먼저 편하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어떨 때는 나도 내가 왜 돕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래도 아무나 돕는 게 아니잖아.”

“시간 나는 사람들은 할 수 있지.”

“사회생활 해보면 그렇잖아. 뭐라도 할 수 있을 때 부지런히 하는 게 좋아.”


상혁의 말이 끝나자 김지혁이 화제를 돌린다.


“예전처럼 바람 쐬러 캠핑이라도 같이 갈까?”

“아이고. 지금 겨울이라 장비가 많이 필요해.”

“그런가?”

“그러지 말고 애들이랑 날 잡아서 휴양림이나 같이 가자.”


자신이 딱 원하는 힐링 포인트를 상혁이 말해주고 있다. 김지혁이 좋아하며 말한다.


“그것도 좋겠네. 한번 추진해봐.”

“그럴까?”

“들어올 때 동창들 만나면 먹을 양주도 챙겨 왔다.”

“센스 있다니까. 하하.”


김지혁은 화제를 돌려 선거 얘기를 물어본다. 상혁은 상식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보편적이고 성실한 가장이니까.


“요즘 네가 보는 시장 선거 분위기는 어때?”

“민진당 쪽의 후보가 결정되고 나서는 평가가 좋았지.”

“그래?”

“요즘은 분위기가 묘한데 언론이 악영향을 주는 것 같단 말이야.”

“어떤 면에서?”

“유권자들이 여당에 대한 피로감이 있는데 그 틈새를 언론이 파고들고 있어.”


김지혁은 내심 놀란다.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는 친구조차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것에 놀라면서 말한다.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네.”

“그럴 수도 있다고 봐. 지금 분위기라면.”

“지금 한보당 후보를 보면 선거를 왜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기는 한데.”

“누가 봐도 그래 보이기는 하지.”

“너는 작은 틈이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구나.”


김지혁은 상혁의 말이 거칠어 보이지만 상당히 세심한 것에 놀랐다.

상혁이 말한다.


“나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바닥 민심이 전부 아니겠어?”

“원래 작은 틈이 무서운 거지.”

“벌어 먹고살기 바쁜 나 같은 사람들이 배워서 판단할 시간이 없잖아.”

“그게 우리 현실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감성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속이 답답한지 상혁은 잔을 소주잔으로 바꾸고 소주에 땡초를 넣어버린다.

땡초를 넣은 소주잔을 들이켜상혁이 이어서 말한다.


“내가 봐도 황당한 경우가 많아. 옆 사무실 사장은 뉴스 제목만 기억해.”

“그 제목 어그로가 문제다.”

“너도 알잖아. 기자들이 자극성 강하게 기사 제목 어그로 끄는 스타일.”

“아주 지겹지. 그런데 그것 또한 민심이지 뭐.”

“민심 조작은 아니고? 하하.”


상혁의 거침없는 말에 김지혁은 놀라며 말한다.


“맞다. 맞어. 민심이 제대로 생겨나도록 하는 것들도 정치인들의 역할인데.”

“엉터리 언론이야 그렇다 치고 정치인들도 책임이 있지.”

“맞아. 정치인들이 남 탓하는 순간이 더 못나 보이더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끝으로 상혁과 술자리를 끝냈다. 김지혁은 상혁과의 만남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중에 갑자기 든 생각이 있다.


앞서 있는 경우에 지키려다가 소심하게 움직여서 따라 잡히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근소한 차이로 뒤따라가는 경우가 더 지지세를 확장하기 쉬울 때가 많다.

이렇게 앞서 있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전하는 ‘불안함’의 메시지는 도대체 근원이 어딜까? 알다가도 모를 것이 선거라는 놈이다.


자정이 넘어서야 김지혁은 집에 도착해서 자리에 몸을 눕혔다.

‘달의 뒷면처럼, 말의 앞면과 뒷면은 전혀 다르다. 본질은 뒷면에 있다’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잠자리에 든다.


다음 날 김지혁은 이한철과의 약속대로 한상훈을 만나러 갔다.

오랜만에 서울의 지하철을 타니 생동감을 넘친다. 인파를 벗어나서 못 보던 풍경들을 접하니 나름 재미를 느낀다.


“한상훈 실장님이시죠?”

“예. 김지혁 씨? 오셨나요?”

“빌딩 앞에 거의 다 왔습니다. 몇 층이죠?”

“제가 밑으로 갈게요.”

“네. 알겠습니다.”


빌딩 옆에는 담배 피우 남자들로 가득하다. 저 사람들이 대부분 어떤 사람들인지 김지혁은 바로 짐작한다. 지금은 출근 시간이 지났으니까.


“한철이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나와 주시고. 하하.”

“저랑 5층 올라가셔서 커피 한잔 마시죠.”

“처음 뵈니까. 제가 사 올게요. 뭐 드시겠어요?”

“초면에 이거···. 아메리카노 따뜻한 걸로 부탁해요.”

“예. 커피 사서 5층으로 갈게요.”


김지혁은 근처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주문하고 이한철과 통화한다.


“형. 한 실장님 만났거든요. 커피 가지고 올라가요.”

“그래? 일찍 갔네. 피곤하지? 부탁한다. 이따 보자.”

“예. 이따가 톡 주세요.”

“저녁 뭐 먹을래? 먹고 싶은 거 얘기해 봐.”

“알잖아요. 안 귀찮은 걸로. 하하.”

“오케이. 정말 고맙다.”


김지혁은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미팅에 아주 이골이 난 사람이다. 약속을 잡고, 진행하고, 진행 후에는 피드백하고 이런 것에 익숙하다. 기계가 돌아가듯이 만남을 돌린다.


입구에 들어서자, 방명록을 작성하는 사람 앞에 한 실장이 서 있다. 김지혁이 인사를 건네자 좌측 끝의 회의실로 들어선다.

10여 명쯤 들어가는 회의실 끝에 백발의 노인 둘이 이야기하고 있다.


김지혁은 회의실까지 가는 동안 선거 캠프 모습을 훑어보고 놀란다.

사람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절반이 손님이라 하더라도 상시 근무 인원의 파티션 자리가 많은 인원을 짐작하게 한다. 여태 보아온 선거 캠프의 인원 중에 역대급임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리둥절해하는 지혁에게 한 실장이 먼저 말한다.


“사람이 많죠?”

“엄청나게 많네요. 정말”

“바쁘신 분이니까. 바로 얘기 드릴게요.”

“예. 실장님.”

“지금 제가 여러 가지 잡음을 듣고 있어요.”

“어떤 잡음이요? 한참 위 선배신데 편하게 말씀하세요.”


한상훈은 두 손으로 휘휘 저으면서 말한다.


“그러면 말 놓을게. 보다시피 사람이 많아.”

“정말 많네요.”

“그런데 일이 내려가면 알아서 올라 오지가 않아.”

“아. 그렇군요.”

“다들 바쁘다고만 해.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네.”


결국 일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현실을 한 실장은 실토한다.


“기대치가 어디까지냐의 문제도 있겠네요.”

“기대치?”

“캠프의 흔한 모습이죠.”

“그래? 방법이 있다는 얘기지?”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카페라떼 한 모금을 마시며 김지혁은 잠시 뜸을 들인다.


“캠프는 회사처럼, 회사는 캠프처럼 운영하면 됩니다.”

“좀 알기 쉽게 풀어서 얘기해줘.”


짧은 대화로 못 알아들으니 설명이 길어질 것을 직감한 김지혁이 말한다.


“회사는 조직과 업무체계가 명확히 만들어져 있잖아요.”

“그렇지.”

“반대로 캠프에는 그런 것이 약하죠.”

“캠프는 회사가 아니니까.”

“하지만 캠프는 극단적인 목표로 향하죠.”

“그렇지. 선거는 당선이 중요하니까.”


한 실장에게 김지혁은 선거 캠프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덧붙인다.


“맞습니다. 당선만을 위해 모든 것이 집중되는 구조죠.”

“맞지.”

“반대로 회사는 목표지향이 약한 경우가 많죠.”

“회사원이야 월급쟁이니까.”

“맞습니다. 월급 받고 일만 제대로 하면 오케이죠.”


그제야 한상훈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비유네.”

“본질은 간단한 법이죠.”

“그러면 캠프의 장점을 살리면서 회사 같은 조직으로 만들면 된다는 얘기네!”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한 실장은 뭔가 헷갈린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이해는 가지만 그런 조직을 만들 자신은 없어 보인다.


“이해는 가는데 이걸 어떻게 해? 자네는 경험이 있잖아. 어떻게 했어?”

“그 전에 파악해야 할 것이 있어요.”

“파악부터 먼저 해?”

“각 실에서 구성원들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구성원 파악이 조직 세팅의 시작이라는 기본도 모르는 상황실장을 보며 속으로 김지혁은 개탄한다. 한 실장이 말한다. 이 개탄은 서막에 불과한 것인가.


“조직을 세팅해야 하니까?”

“예. 맞습니다. 다양한 소개로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서 보통 일은 아니죠.”

“아. 만만치 않은데.”

“그래도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어떤 문제도 현안부터 파악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 상식을 지키지 않아서 모든 문제는 발생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여기는 최대규모로 보이는 선거 캠프이다.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 실장이 말한다.


“팀장들도 자리 못 잡는 경우도 많아.”

“인선에 문제가 있군요.”

“나부터도 다른 실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도 잘 안되거든.”


한 실장은 창피한지도 모르고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다. 참 모자란 사람이라고 김지혁은 생각한다. 한 실장은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인원이 너무 많아서 파악조차 힘드네.”

“그래도 하셔야 합니다.”


김지혁은 해야 할 일은 단호히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답답하지만 해야 할 말은 해야 하니까 마저 설명한다.


“팀장들은 경험자 위주로 하는데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어떤 케이스가 있을까?”

“실패 경험이 많거나 그 경험이 각색된 것이라면 더 위험하죠.”

“각색된 경험이라. 와 닿는데?”


이 각색된 경험을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캠프는 망가진다. 거짓말과 과장이 난무하는 곳이 선거 캠프다.

김지혁이 말한다.


“제일 좋은 것은 능력 위주 배치인데. 그러면 반발이 생기겠죠?”

“지혁 씨는 잘 알고 있구나. 반발. 그놈의 인맥.”

“이럴 때는 명분과 압박밖에는 없어요.”


사실 한 실장 본인도 인맥으로 들어온 것이 누가 봐도 명백해 보이는데 남 얘기하듯이 말한다. 김지혁은 구성원 파악조차 안 된 상황실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건 조직 자체가 엉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하는 설명을 실장이 다 알아들을 거라는 생각은 포기했다.

해결책이 급한 한 실장은 조급하게 계속 질문한다.


“후보와 상의해서 팀장부터 바꿔야겠네?”

“실장님. 그러면 안 됩니다.”

“아니 왜?”

“조직을 다 깨자는 얘기로 들릴 수 있습니다.”


기가 막힌다.

선거 캠프의 사람을 바꾸는 것은 후보를 바꾸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인데 문제를 너무 쉽게 풀려고 하고 있다.

김지혁이 말한다.


“캠프에서 조직은 실장님도 아시다시피 인맥 관계가 워낙 민감합니다.”

“그렇지. 어떻게 엮여 있는지를 모르지.”

“조직에 대한 대안을 다 만든 후에 후보는 선택만 하게 해야 합니다.”

“후보는 선택만 한다. 그거 좋네.”

“잘 아시면서 그러세요. 하하.”


초면이라 비위를 맞추면서 얘기하던 김지혁은 지쳐간다.

김지혁은 놓여 있던 노트 사이에 볼펜을 넣는다. 오늘은 노트에 적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다. 이해시키기도 벅찬 느낌이다.


“어차피 상황실에서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렇지.”


맞장구를 치는 어리석은 상황실장이다.


“기획실이나 다른 실무진들과 편하게 상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지혁은 사람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조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대로 이해는 했는지, 이해한 척을 하는 것인지. 한 실장이 또 조급하게 묻는다.


“시간도 없으니까 빠르게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사례를 만드는 겁니다.”

“사례를 만들어?”

“상황실이랑 SNS팀이랑 두 팀으로 쉬운 현안을 풀어 보세요.”


김지혁은 쉽게 가려다가 더 어려운 길을 만들고 있는 조직의 리더를 대면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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