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발송을 다르게 하라
“길이 가깝다고 해도 가지 않으면 도달하지 못하며, 일이 작다고 해도 행하지 않으면 성취되지 않는다.”
- 순자 -
골목의 선거 운동.
본선거 준비를 위한 발주들.
그리고 회계 처리 서류.
바람처럼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최소 선거 비용을 목표로 하기에 송선자 캠프의 행정 처리는 단순하고 명쾌했다. 심지어 동보문자 전송의 숫자도 줄였다.
동보 문자.
일명 DB.
선거판에서 DB라고 불리는 약칭.
데이터베이스의 약자다.
그러나 실상은 ‘전화번호 리스트.’
정치 자영업자라고 불리는 정치 걸뱅이의 자산이라고 불리는 이것들을 서로 이합집산하고 교류하면서 양을 불린다. 그리고 떠돈다.
그러나 이 문자들은 오히려 순도가 떨어져서 항상 의문이었다. 게다가 불법인 게 뻔하지만 먹고 사는 게 바쁜 유권자들은 그저 수신 거부를 하는 게 다였다.
절박한 선거.
인생을 건 도박.
후보들은 다른 후보들의 문자 발송을 자신도 받을 때도 있다.
‘나도 많이 보내야 하는데.’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경쟁적으로 문자 발송에 매몰된다. 대부분의 피드백은 욕설과 비난밖에 없지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한다.
후보들은 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동보 문자 형태로 이 전화번호를 사용한다. 그리고 주변의 자영업자들이 가져다 바친다. 그리고 심지어 후보 간에 공유하기도 한다.
김지혁과 송선자는 결단을 내렸다.
상당한 선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유효타가 적은 방식을 버리기로 했다.
당원 위주의 문자 발송을 하고 골목 도보 선거 운동으로 송선자 후보가 직접 유권자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에 일일이 문자를 발송하기로 했다.
그리고 실천에 옮겼다.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그러나 후보가 직접 해야만 하고 일일이 유권자를 기억하고 메시지를 입력해야 했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자료를 구축하기로 했다.
문자 내역을 한서연이 데이터로 정리하기로 했다.
하루 평균 50명에서 100명이 넘는 전화번호를 개인별로 직접 송선자는 얻었다.
송선자는 확실히 골목에서 빛이 났다.
이미 1,000개가 넘는 데이터가 누적되었다.
송선자가 묻는다.
“이래서는 끝날 때 3천 개도 안 될 텐데.”
“엄청난 숫자입니다.”
“그럴까요?”
역시 후보는 불안하다.
김지혁이 말한다.
“우리에겐 SNS가 있습니다.”
“그건 그렇죠.”
“총선급입니다. 누구보다 막강합니다.”
김지혁은 후보가 계속 불안해하자 여태 말하지 않았던 통계 수치를 설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간단하지만 현실적인 수치.
김지혁이 말한다.
“후보님. 이 지역 유권자가 대략 10만입니다.”
“그렇죠. 기정시 최대죠.”
“지선 투표율은 50% 근방일 것입니다.”
“여태 그랬죠.”
“5만 정도가 투표할 것입니다.”
송선자가 걱정스러운 듯 묻는다.
“얼마나 득표해야 할까요?”
“중선거구라서 당선자가 3명이죠?”
“예. 맞아요.”
“지난 선거 당선자 중 꼴지 득표율 아십니까?”
“예. 15%요.”
김지혁이 묻는다.
“후보님은 몇 %였죠?”
“11%로 낙선했어요···.”
“대략 5천 표 이상 득표하셨네요.”
“예. 4위···.”
김지혁이 담담하게 말한다.
“지금처럼 열심히 하시면 11%는 받습니다.”
“···.”
송선자의 표정은 낙담으로 가득하다.
현실을 마주하니 처참한 심정마저 든다.
이 표정을 보고 김지혁이 말한다.
“지난 선거와 다른 것은 뭡니까?”
“모르겠어요···.”
김지혁은 괜한 얘기로 송선자의 멘탈만 약하게 한 것이 아닌지 속으로는 후회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넘어야 할 산이다.
‘후보 잡아주는 일이 제일 힘드네.’
김지혁은 설명했다.
1. 전문 선거 팀이 합류했다.
2. 총선급의 SNS를 구축했다.
3. 홍만이 합류했다.
4. 동별 선거 운동원을 선발했다.
5. 본선거 30일 전부터 골목을 돌았다.
6. 핵심 정책을 선점했다.
7. 후보가 하루 4만 보를 걷는다.
평소 송선자가 운동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김지혁은 송선자에게 묻는다.
“지난 지선에서 하루 몇만 보 걸었습니까?”
“만 보에서 2만 보···.”
“왜 적었습니까?”
“당 호출에 끌려다니고···.”
“그리고요?”
“캠프에서 손님 맞느라···. 우왕좌왕했죠.”
김지혁이 말한다.
“이번에는 그와 정반대지 않습니까?”
“그렇죠. 비교도 안 되죠.”
지난 선거와는 확연히 다른 선거 운동 현장 차별점을 김지혁이 요약해서 설명한다.
1. 당의 행사를 배제하는 절벽 선거.
2. 유권자 접촉이 2배 이상 늘었다.
3. 공약 선포를 미리 했다.
4. 유권자 직접 대면을 늘렸다.
6. 선거 비용 최소 달성이 가능하다. (기정시 후보 대략 60명 중)
7. 공보물 1호 납품이 유력하다.
김지혁의 설명을 들은 송선자는 얼굴에 웃음일 띠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궁금한 것을 묻는다.
“홍만 기사님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김지혁은 이 질문을 예상했다.
간결하게 정의해 준다.
“제2의 후보입니다.”
“아···.”
김지혁은 통계 수치를 이제 다시 설명한다.
송선자의 불안감을 완전히 잠재우려 한다.
“당선 가능권은 15%니까. 8천 표는 얻어야 합니다.”
“그렇죠.”
“탈 없이 이대로 하면 최고 1만 표는 가능합니다.”
“정말요?”
“예. 저는 확신합니다.”
“호호호. 대표님 말씀이라면!”
송선자는 호들갑을 떤다.
김지혁은 후보를 가라앉힌다.
“지금대로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것 같아요···.”
“이건 후보님의 몫입니다.”
“그렇죠.”
“그러나 캠프가 몫을 제대로 할 겁니다.”
“그건 믿어요. 그 이상이죠.”
김지혁이 말한다.
“지난 지선 1위가 38%였습니다.”
“그렇죠.”
“그걸 30%로 만들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요?”
김지혁이 단호히 말한다.
“우리 목표는 20% 이상입니다.”
“정말이요?”
놀라는 송선자에게 김지혁이 말한다.
“지난 선거 여성 후보 최다 득표 아십니까?”
“기정시요?”
“예.”
“모르겠어요.”
“7천 표 정도입니다.”
“그거밖에 안 돼요?”
“예.”
송선자의 지역구는 기정시 최대 지역구다.
정경구의 선거구의 2/3.
정경구가 자기 말 안 듣고 아첨하지 않는.
소위 알아서 갖다 바치지 않는 송선자를 내리 두 번이나 ‘나’ 번을 공천받게 한 이유도 여기 있다.
김지혁이 말한다.
“여성 후보 중 1만 표 이상은 전무후무합니다.”
“그렇죠.”
“숫자는 역사를 증명합니다.”
“예?”
“압도적인 지지란 득표만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김지혁은 확신한다.
‘압도적 승리가 힘을 준다.’
김지혁이 말한다.
“만약 1만 2천 표를 득표한다면.”
“그러면요?”
“그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도요?”
“예.”
지역구의 구조로 보았을 때 절대 깨질 수 없는 수치다.
김지혁이 말한다.
“최소 목표가 20%.”
“최대는요?”
“30%입니다.”
“더 목표를 높이 잡지 않나요?”
역시 선거뽕은 언제나 작동한다.
김지혁이 현실을 말한다.
“최대일 뿐입니다. 자제해야 합니다.”
“왜요?”
“과욕은 화를 부릅니다.”
“그런가요?”
“당선이 최대 목표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김지혁이 말한다.
“제가 왜 이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이 숫자를 기록하면 전 전설 자체가 됩니다.”
“그럴 거예요. 벌써 소문이···.”
“후보님 만의 선거가 아닙니다. 제 선거이기도 합니다.”
김지혁은 송선자에게 속내를 드러냈다.
이미 팀들은 다 알고 있지만.
전설적인 숫자로 기록을 남겨 자신의 전략이 옳음을 증명하려는 선거 전략가로서의 욕망을 김지혁은 숨기지 않는다.
김지혁이 말한다.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겁니다.”
“예?”
“후보님이 25% 이상 득표하면.”
“그렇겠죠.”
예상치 못한 득표율로 당락의 전선이 크게 요동칠 것이다.
장마전선을 뭉개버리는 태풍이 되어야 한다.
김지혁은 이 득표율이 가지는 의미를 송선자에게 말한다.
“표의 숫자가 명분을 만듭니다.”
“명분이요?”
“후보님의 앞으로의 명분입니다.”
김지혁은 웃으면서 말한다.
“그냥 이기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
“이겨도 당당히 이겨야 편하게 일합니다.”
“아···. 당선 이후를 말씀하시는 거죠?”
“예.”
김지혁이 덧붙인다.
“혈세를 막겠다는 대의가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시민이니까요. 늘 생각이죠.”
“그 명분은 나중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요?”
김지혁이 말한다.
“압도적인 득표율이 미사일 1호라면 ‘선거 비용 최소’는 후보님이 하시고자 하는 혈세 막는 정책의 대의명분에 대한 추진체가 될 것입니다.”
“그렇죠.”
“게다가 해외 연수를 가지 않겠다는 이유에 논리를 제공합니다.”
“아···.”
후보를 통해 정치를 바꾸는 김지혁.
‘명분은 실천이라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우발적인 것이 아닌 선거로 정치인의 자질을 빌드업하는 선거 전략가의 발톱을 김지혁은 과감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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