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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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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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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4,708

작성
23.05.1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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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글자
11쪽

선거로 소용돌이 치는 민심

DUMMY

“가장 큰 정보는 가끔 무심코 주고받는 대화 속에 있다.”

- 엔디 그로브 -


지철로부터 전화가 왔다. 거래처 담당자였는데 이제는 친구가 되었다.


“잘 다녀온 거야? 한동안 시간 좀 있지?”

“잘 다녀왔어. 무슨 일 있어?”


김지혁이 워낙 해외를 많이 나가다 보니 지철이 바로 본론을 이야기했다.


“시장조사 좀 해줘야겠는데. 환경시설 관련인데 네가 다방면에 습득력이 빠르니까.”

“저번에 네 덕분에 일 잘 풀렸어. 당연히 해줘야지. 언제까지?”


겸연쩍은 듯이 지철이 웃으면서 말한다.


“다음 주까지 하면 되는데.”

“가능해.”

“저번처럼 일반적이지 않게 역순으로 해줘.”

“디데이 잡아서?”

“그게 훨씬 일에는 도움이 되더라. 쓸데없는 형식 필요 없다.”

“오케이! 그렇게 할게.”


지철은 안심한 듯 지혁에게 묻는다.


“한번 후쿠오카 같이 갈 때가 되지 않았어?”

“무슨 일이 있어? 너랑 가면 나는 무조건 콜이지.”

“쉴 겸 일할 겸 가보자는 거지.”


지철이 큰 소리로 너스레를 떤다.


“좋아. 일정 나오면 미리 알려줘. 나 빼고 가면 안 된다!”


전화 후 김지혁은 짐을 풀기가 무섭게 집을 나섰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가는 길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찜질방으로 향한다.


10회 이용권을 사고 구두를 맡긴 후에 옷장 열쇠를 받아서 바로 탕으로 들어간다.

한증막이 3단계다. 한증막이 가장 빠르게 땀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서리에서 앉아 벽을 바라보는, 누가 봐도 이상한 자세다.


음식이 달다고 투덜대던 쿠알라룸푸르를 떠난 지 불과 하루도 채 안 되었는데 식혜를 받아 들고 한 번에 모두 마신다. 오랜만에 단잠을 잔다.

한 시간쯤 지나서 전화가 걸려 왔다.


“다녀온 일은 잘됐고?”

“예. 잘됐는데, 아직 할 것이 많네요.”

“밤낮이 바뀌어서 힘들겠네?”

“이젠 그러려니 하네요.”


김지혁은 붕 떠 있는 머리칼을 만지작댄다. 단잠을 방해받아 짜증이 날 만도 했지만 반가운 사람이라 웃어넘긴다.


“2시쯤에 커피 한잔할 시간 있어?”

“그렇지 않아도 주말에 찾아가려고 했는데. 저야 좋죠!”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사현시 정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한숙이다.

우연히 알게 되어 5년 넘게 인연을 맺고 있다.


최한숙은 동네에서 생활 정치에 관심도 많고 봉사도 많이 한다. 민진당의 고문으로 지역위원회에서 활동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다는 50대 아줌마답다.

김지혁은 최한숙의 카페까지 직접 찾아갔다.


“지혁아. 전화만 하고 커피 한잔도 쉽지 않네.”

“제가 장돌뱅이라 그렇죠. 뭐. 별일은 없으시죠?”

“요즘 스트레스받아서 술만 먹는다~!”

“너무 사람들이랑 많이 어울려서 그래요. 내가 뭐랬어. 하하.”

“요즘에 보궐선거 때문에 자꾸 불러 대서.”


최한숙이 사현시 보궐선거에 아무 일도 안 할 리가 없다.

말이 나온 김에 이때다 싶어서 김지혁은 바로 묻는다.


“도와달라는 얘기겠지 뭐. 누나는 지역 마당발이잖아요?”

“여론조사가 2배나 앞서고 우리 지역위원장도 원내고 게다가 여당이잖아.”

“그렇죠. 이기는 분위기 아니에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계속 선거에 동원되니까. 보궐이니 더 짜증 나지.”

“항상 있는 일인데 뭘 그래요. 하하. ”

“매번 도와달라고 하니까 그게 짜증이 나네.”


늘 듣는 얘기이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김지혁이 생각난 듯 최한숙에게 묻는다.


“선대본이 지역이랑 소통 안 한다고 불만이 제일 많죠?”

“어떻게 알았어? 누가 그렇게 얘기해?”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최한숙에게 확인하고 싶었던 김지혁은 생각한다.


‘선대본은 이미 이겼다고 생각하는구나. 얻을 게 많으니까 분간 없이 끼어들겠지.’


김지혁은 짧은 대화를 마치고 최한숙과 헤어졌다. 지금의 사현 시장 선거의 상황을 대략 파악하기 충분했다,

지난 3년간 인정구는 한보당에서 내리 3선을 배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진당에서 의원을 당선시켜 여당의 지역구가 되었고 이제 사현 시장마저 민진당 정치인이 당선되기 직전이다.


지금의 상태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진당 지지자들에게는 불만이 있을 수가 없다. 속을 들여다보면 불만이 아니라 그것은 욕망일 것이다.


‘커피 잔이 뜨거울 때 조심해야 한다.’


얽히고 얽힌 욕망을 조율하고 수위를 맞추어가며 후보 자신의 욕망도 채워나가는 것이 정치가 아닐까?


정치란 욕망의 구슬 꿰기다.


비빌 곳이 없으면 말이 없기 마련인데 비빌 곳이 자꾸 늘어나면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당연한 귀착이고 당연한 현상이다.


굳이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소리를 내도 당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소리를 내는 것이다. 물이 끓을 때 냄비 뚜껑을 두들겨 밀어내듯이 물을 끓게 한 장본인들은 정치인들이니까.


유권자들이 시끄러워지고 정치에 관심이 늘어나면 정치인들이 드러난다.

냄비 뚜껑을 들썩이게 한 장본인들이 유권자를 들끓게 만들어 놓고 요란하다고 불평하면 웃기지 않나. 불을 줄이고 라면 봉지를 뜯어야 하는 것은 정치인의 몫이다. 물론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겠지만.


김지혁은 이 욕망의 소용돌이에 휘둘리지 않았던 순간을 떠올린다.

아직 시간은 이른 저녁. 밤낮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서 졸리지만 견디고 있다.


해외에선 온 메일을 체크하고 회신하고 잡스러운 일들에 대해 처리하며 졸음을 쫓는다. 김지혁의 머릿속이 복잡할 때 고등학교 동창 상혁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야 왔으면 전화해야지~. 너 아직 안 자지?”

“너 때문에 자겠냐?”

“지금 자면 너 새벽에 깨니까.”

“어지간히 친구 생각한다. 하하.”


워낙 막역한 동창이라 늦은 시간에 온 전화도 반갑다.


“내가 그쪽으로 갈게. 간단하게 한잔하고 자.”

“진짜 이 웬수. 알았어. 도착하면 전화해.”

“저번에 그 전철역 골목 양꼬치 식당 괜찮지?”

“오케이.”


김지혁은 주섬주섬 짐들을 뒤지면서 면세점 봉투 하나를 집어 들고 집 앞 편의점으로 간다. 약간 졸리지만 누워 있다가 잠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집을 나섰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어디 다녀오셨어요?”


한동안 편의점에 못 왔어도 점원은 김지혁을 기억하는 듯했다. 이 정도 사람이 캠프에 있었다면 좋으련만. 점원은 항상 싹싹하고 성실하다. 고객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다.


“네. 좀 길게 해외 출장 다녀왔네요.”

“얼굴 많이 타셨는데요? 놀러 갔다 온 거 아니에요? 하하”

“제가 뭐 사는 게 노는 거죠. 하하.”


늘 사던 담배 한 갑. 멍때리는 때면 마시는 음료수를 사서 나무 테이블에 앉는다.

많이 밀려있는 메시지들 답변을 무시하고 핸드폰을 보면서 모처럼의 쌀쌀한 한국 겨울 공기를 한껏 느낀다.


더운 나라에 있다가 오면 처음 며칠 정도는 겨울 날씨에 대해서 감각이 별로 없다. 혹한에도 그렇게 춥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지혁아. 거의 다 왔다. 나 주차하고 가서 주문해 놓을 테니까. 걸어 나와.”

“그래. 금방 갈게”


걸어가는 행인들의 대화가 귀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이번 사현 시장 보궐선거는 하나 마나 한 거 아닐까? 너무 앞서잖아.”

“세상에 모르는 게 선거더라. 앞선다고 너무 잘난 체하는 게 보여서. 혹시 모르지.”

“나는 이번에는 크게 관심이 없네. 그놈이 그놈 아냐?”


김지혁은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이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녀보지만, 정치 얘기가 식사 자리에 화두가 되는 경우도 드물기도 하니까.


결국은 이런 관심이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삶을 지배하고 삶이 정치를 지배한다.’


한국인들은 우리나라 정치가 엉망이라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본다면 다른 것은 몰라도 선거법만큼은 정말 대단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단지 그것을 지키고 운영하는 부분에서의 부족한 점이 있을 뿐이지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다. 바뀌어야 할 일부분이나 시대가 바뀌면 바뀔 것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양꼬치 집에 도착하자 상혁이 이미 고기를 굽고 있다. 김지혁의 마음을 잘 아는 상혁이 서두른다.


“왔어? 고기 올려놨다. 모둠 3인분. 넌 매운 거 땡기지?”

“소맥 한잔씩 먹어야지. 여기 카스처럼 주세요!”

“오. 역시 간단하게 카스처럼이라고 하는구나. 하하. 짜식.”

“이거 네 와이프랑 조카 선물 챙겨왔다.”

“오. 역시 사람 잘 챙긴단 말이야.”

“네 와이프는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방탄 타령이냐. 하하.”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상혁이 너스레를 떨며 말한다.


“이거 또 챙기려고, 인천공항서 들고 다녔나 보네.”

“너는 안 무서운데 네 와이프가 무섭지. 하하.”

“와이프가 너 만나러 간다면 아무 말도 안 해. 하하.”

“그러라고 주는 거야. 너는 별일 없지?”


상혁은 중학교 동창으로 둘이 가끔 따로 만나는 친한 사이이다. 그래서 짬이 날 때 수시로 동네에서 만난다. 집은 이제 다른 곳이지만 회사 거래처가 이 동네 근처에 있다.


“네가 이렇게 해외를 자주 나가는 일을 할 줄은 몰랐다.”

“나도 이렇게 살 줄은 몰랐지.”

“그렇게 해외 일 하고 싶어 하더니. 어떻게든 해내는 게 신기해.”

“살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지.”


부럽기도 하지만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상혁이 쳐다본다.


“그래도 나가면 얼마나 고생이겠냐. 고생 많았다.”

“알아주는 거는 너밖에 없네.”

“이렇게 둘이서 보면 또 이게 즐겁잖아.”

“동창회보다 이렇게 동네에서 둘이 보니까 더 좋다.”


김지혁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 이렇게 둘이서 보는 게 더 좋다. 평소에도 워낙 사람들에 치이면서 사는 인생이다 보니까.


“참. 너 이번에 사현 시장 선거 또 돕는 거 아냐?”

“그렇지 않아도. 어제 전화는 받기는 받았는데.”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하하.”

“그런데, 내가 뭐 상황이 되야 돕는 거지. 일도 많고 그래서 말이야.”

“네 일을 우선으로 해야지.”

“일단 내일 한번 선거캠프는 가보기로 했어.”


상혁은 씩씩거리면서 소맥을 연거푸 들이켰다.


“너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에 도움을 주기만 했잖아.”

“그런 일이 많았지.”

“‘저런 사람은 당선 안 되는데 말이야.’ 하면서 도운 적도 있잖아. 이번에는 멀리까지 가서 돕고 그러지 말아. 너한테 손해가 너무 커.”

“그렇게 할게. 친구밖에 없네.”


필요할 때만 다급하게 불러대는 곳이 선거 캠프다.

후보들은 돕고 나서 이기든 지든 언제 봤냐는 듯이 행동하기도 한다. 그것을 잘 아는 상혁이 지혁을 걱정하며 말한다.


김지혁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상혁에게 소맥을 말아준다. 김지혁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는 진정한 친구다. 아주 일반적인 국민의 정치적 심리를 마치 친구 상혁이 대변하는 듯하다.


김지혁은 내친김에 상혁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일반적인 여론의 향방을 살펴볼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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