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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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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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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84
추천수 :
2,019
글자수 :
707,744

작성
19.03.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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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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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2-

DUMMY

125

“음?”

박살은 구석진 곳 벽에 기대어 한 남성을 바라보았다.

남성은 이번에 중국 지역이 통합되면서 의원이 된 자로,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이름은 유엽 나이는 서른하나다.

외모는 날렵한 턱선과 뚜렷한 눈매, 훤칠한 몸의 소유자로, 지금 그를 바라보는 여성 중 몇이 넋을 놓고 볼 정도로 잘생겼다.

비록 그의 기적이 숨 오래 참기라 바다에서만 특출났고 지상 싸움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 외모만큼 큰 활약은 없지만, 잘생긴 얼굴과 중국어와 한국어, 영어까지 3개 국어를 능숙하게 잘하고 법으로도 지식이 많아 베이징 사람을 대표하는 오십 명의 의원 중 하나로 선정될 수 있었다.

박살도 그의 외모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가 유심히 지켜보는 사이, 유엽의 맑게 울리는 목소리가 회의실에 퍼졌다.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고, 지닌 기적이 전투나 실생활에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모두가 의무적으로 수련해야 한다는 법을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의무 수련 시간에 변화한 세상에 대한 연구나, 필요한 시설을 짓는데 여유 인력을 써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질 거로 생각합니다.”

그가 의견을 마치자, 레베카가 버저를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이레귤러들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전투와 상관없더라도 보유 라이가 늘어날수록 그들의 공격을 버티기 수월하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의무 수련 시간은 앞으로도 존속해야 한다는 게 제 의견이에요.”

“레베카님 말도 맞습니다. 그러나 의무 수련 시간이 있다고, 그 시간에 제대로 수련하는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오히려 그 시간을 핑계로 딴짓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여기 중에도 수련 시간에 딴짓하는 의원분을 제가 보기도 했죠. 심지어 군부에 소속된 이들도 논다고 알고 있습니다. 모두 제 말이 틀립니까?”

그가 말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자, 대부분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띤 그가 레베카를 바라보았다.

“어때요? 이래도 수련 시간을 없애는 데 동의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하. 하지만, 박살님이 예전부터 이것만큼은 고정으로 해야 한다고-”

“아무리 그가 주신이라고는 하나, 그 자신도 그랬듯이, 이 세상의 주인은 그가 아니라 우리입니다. 그 혼자서 세상의 시초를 만들었지만, 이 세상을 크게 만들고 윤택하게 한 건 우리입니다. 우리가 결정하면 아무리 그라도 반대할 순 없습니다.”

그의 말에 새롭게 합류한 베이징과 중국 지역 의원들은 물론이고, 북한 지역 의원들까지 모두 감명받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당연하지.”

“소신 있는 발언 인상 깊군.”

“역시, 유비의 후손인가.”

“아... 너무 멋지다.”

이에 반해 오랫동안 박살의 활약을 봐왔던 기존 사람들의 얼굴은 굳어졌고, 몇몇은 반감 어린 눈으로 그럴 노려보았다.

그중 그를 사납게 노려보던 동부구치소 의원 이종수가 버저를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세상을 크게 만들고 윤택하게 한 건 베이징 사람들이 아니라 기존 한국 사람들이다.”

단호하게 내뱉은 그의 말에 유엽을 비롯한 중국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종-”

싸늘해진 회의실 분위기에 권장자가 말하기도 전에 이종수의 말은 계속됐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을 뭉치게 하고 폭정에 지친 북한과 베이징과 중국 사람들을 최소한의 피해로 구하고자 하신 분이 박살님이다. 다른 지도자들이 점령한 세상이 어떤지는 너희도 알지 않나. 모두 점령한 곳 주민을 노예로 쓰고, 최소한의 자원만 남겨 놓은 채 모든 자원을 자기가 사는 곳 중심에 모아 놓았다. 다시 말해, 우리의 영향력이 큰 게 아니라 주신인 박살님의 생각이 더 큰-”

“마치 제가 박살님을 욕했다고 오해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으시는 거 같습니다.”

“뭐. 뭐라!”

“저는 단지 더 효율적인 인원 배치를 위해서, 제일 비효율적인 법 하나를 없애자는 겁니다. 그리고 꾸준히 수련하는 거로 유명한 주신 혼자서 우리를 전부 막을 수 없다는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우리들이 합심하면 아무리 오성인 그라도-”

“그만!”

땅땅.

권장자가 큰 소리로 내지르며 나무 단상을 두 번 내리쳤다.

“엄연히 우리가 왕으로 모시는 분입니다. 이것을 동의하고 의원직까지 맡은 당신이 주신을 치자는 막말을 하다니요!”

“저는 한 사례를 들고자 했을 뿐입니다. 오해가 생길만한 발언을 한 점, 정중히 사과드리겠습니다.”

차분한 어조로 말하며 사람들에게 깊게 고개를 숙인 유엽의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난 몇 명이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박살은 깊게 숙인 그가 살짝 웃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다.

‘타고난 자다. 단지, 아직 젊어서 나처럼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게 문제지.’

이미 몇몇이 그의 표정을 확인하고 부들거리는 것까지 확인한 박살은 그들의 분노가 터지기 전에 앞으로 걸어 나가며 입을 열었다.

“다들 흥분한 거 같습니다.”

“주신을 뵙습니다.”

“주신을 뵙습니다.”

“주신을...”

손을 들어 그만하라는 손짓을 한 박살이, 권장자를 바라보았다. 

“항상 차분하신 권장자님 화를 내는 건 예전 첫 회의 때를 제외하고 처음 보는군요. 간만에 인간미를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가 미소 지으며 하는 말에, 권장자는 굳은 얼굴을 살짝 풀었다.

“최고의원답지 않은 행동이었습니다. 반성하겠습니다.”

“뭘요. 화나면 화내는 게 당연한 겁니다. 그나저나 오면서 들어보니 수련 시간에 대한 내용인 거 같은데 맞습니까?”

“네. 유엽의원이 수련 시간이 비효율적이다는 말과 함께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박살은 그의 말에 여전히 굳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유엽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어째서 비효율적이라는 겁니까? 이렇게.”

박살의 몸이 길게 늘어지더니 어느새 유엽의 눈앞에 도착했다.

“어!”

당황한 유엽이 동그래졌을 땐, 이미 박살의 왼손이 그의 오른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큭.”

박살이 어깨를 붙잡은 손을 아래로 내리자, 그대로 끌려 내려가 한쪽 무릎을 꿇은 유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렇게 간단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데요.”

“이건 박살님이 오성이라. 으억.”

다시 박살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고, 뒤틀린 꼭두각시처럼 엉성하게 일어난 유엽과 눈을 마주쳤다.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이건 강압적인 방법입니다. 이렇게 제 의견을 무시하신다면 베이징 시민들은 과거 군부 정권과 다를 바 없는 당신의 행동에 실망할 겁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말한 유엽에게 박살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요?”

“네?”

“그래서 그들이 뭘 어쩔 수 있습니까? 힘이 없으면 내가 노예가 되라면 되고, 개가 되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박살의 말에 중국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운을 발산했다.

“지금 발언은 매우 무례하군요!”

“평화적으로 그대들에게 항복을 한 우리들을 노예나 짐승 취급하는 겁니까!”

“한국에서 의인으로 유명한 박살이라더니 실망입니다!”

박살은 그들에게 고개를 돌렸을 땐 무표정한 얼굴이었는데, 그의 입에선 고저가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럼 덤벼. 나를 상대해서 이기면 그대들의 소원대로 수련 시간 폐지해줄 테니까.”

말을 마치고 유엽을 그들에게 던진 박살은 기운을 끌어올렸다.

은빛 아지랑이로 뒤덮인 박살이 내뿜는 라이의 파동이 그들과 주변을 덮쳤고, 강대한 파동에 모두가 괴로운 표정을 짓거나 방어막을 끌어올렸다.

저벅. 저벅.

일어난 중국 지역 의원들에게 걸어가는 박살이었고, 그의 강렬한 파장에 의원들이 펼친 방어막에 금이 하나둘 늘어났고, 그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탈색되어갔다.

“으으...”

“제. 제발...”

“버티기가...”

“이렇게나 강했나...”

그들 제일 앞에 쓰러져 있던 유엽은 피를 뿜었고, 그제야 박살은 기운을 풀었다.

“후...”

“살았다.”

“쿨럭. 쿨럭.”

그가 내뿜은 파장을 정면에서 받은 중국 지역 의원들은 전부 자리에 주저앉거나 쓰러졌고, 주변 의원들은 새하얀 안색을 한 채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들을 돌아보며 박살은 입을 열었다.

“수련 시간을 없애고 싶으면, 그럴만한 실력을 갖추면 될 일입니다. 고작 제가 내뿜는 파동에도 쓰러지는 자들이, 저도 감당하기 힘든 이레귤러 웨이브가 오면 어떻게 버티려고 그러는지 답답합니다. 설마, 저와 우리들이 당신들을 지켜줄 거라는 착각에 빠진 건 아니겠지요?”

박살의 물음에 몇몇이 움찔한 가운데, 그는 말을 계속했다.

“그렇다면 착각입니다. 그대들에게 자치권을 주고, 세상의 법에 관여할 수 있는 의원직까지 준 건, 그대들을 우리와 같은 지위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권리만 누리라는 게 아니라, 그대들도 자신들의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최대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의무도 수행하라는 의미였습니다. 그게 싫으면 짐승을 자처하세요. 아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예...”

사람들이 작게 내뱉은 대답을 들은 박살이 권장자를 바라보았다.

“이번 내용은 곧바로 중앙 광장 스크린을 통해 알리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대답은 들은 그가 자리에서 벗어나려다 멈추고는 유엽을 바라보았다.

“아, 이자는 이성 정도 수준이던데, 어째서 의원이 된 겁니까?”

박살의 물음에 기절한 유엽을 부축하고 있던 양일지라는 명찰을 단 사십 대 남성이 입을 열었다.

“그게... 워낙 급하게 의원을 뽑아서 말만 듣고, 제대로 능력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입만 살고 능력도 안 되는 데다가 현장에서 제대로 일해보지 않은 자를 세우니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이자의 자리는 그쪽에서 방어 병력을 이끄는 이종수에게 넘기세요. 그리고 나머지 의원 중 능력이 안 되면 자진해서 물러나고요. 아시겠습니까?”

“예...”

대답은 들은 박살이 이번에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련 시간 보장으로 더 높은 경지에 이르고 싶어 하는 자들의 능력이 향상됐고, 그들과 함께 저는 넓은 지역을 하나로 합쳤으며, 몰지각한 주신들과 이레귤러들에 의해 고통받은 이들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 하나의 세상으로 합치기 전까지 수련 시간 보장 관련법이 존속되길 바랍니다. 제 말뜻이 뭔지 아셨을 테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박살이 장내에서 벗어나자 모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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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52. 불협화음 -2- +1 19.03.16 348 6 10쪽
127 52. 불협화음 -1- 19.03.15 357 8 11쪽
»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2- +2 19.03.14 345 8 11쪽
125 50. 이제 이곳은 -2-,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1- 19.03.13 385 8 11쪽
124 50. 이제 이곳은 -1- 19.03.09 372 9 11쪽
123 49. 하나 -3- 19.03.08 365 8 12쪽
122 49. 하나 -2- 19.03.07 357 7 10쪽
121 49. 하나 -1- 19.03.06 382 7 12쪽
120 48. 뱀 사냥 -1- 19.03.05 430 7 10쪽
119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19.03.02 383 9 11쪽
118 46. 웨이브 -2- +1 19.03.01 377 9 11쪽
117 45. 주신전 -3-, 46. 웨이브 -1- 19.02.25 391 9 11쪽
116 45. 주신전 -2- 19.02.23 392 11 11쪽
115 44. 해후 -2-, 45. 주신전 -1- +2 19.02.21 396 10 12쪽
114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2 19.02.20 404 10 11쪽
113 43. 파죽지세 -3- 19.02.19 416 9 11쪽
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9 10 15쪽
111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1 19.02.16 458 8 11쪽
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4 7 16쪽
109 41. 내로남불의 시대 -4- +1 19.02.12 423 8 13쪽
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4 8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4 8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5 8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4 8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3 9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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