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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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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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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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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7,744

작성
19.01.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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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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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41. 내로남불의 시대 -1-

DUMMY

105

**내로남불의 시대**

경기 북부는 동부와 똑같이 세 세력으로 나누어져 있다.

의정부 동쪽 일부와 남양주시 윗부분을 차지한 한동숙의 세력 ‘궁’과 의정부 북쪽 일부와 포천 동두천을 아우르는 이찬동의 ‘카추사’, 마지막으로 의정부 서쪽 일부와 파주까지 뻗은 김국사의 ‘어깨동무’가 있다.

동부와 다른 점은 원한 관계가 아닌 같은 군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서 서로 얼굴을 알고 있는 친한 이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은 중심지를 의정부에 두고 그곳에서 서로 경계에 모여 회의를 해서 중심 문제를 의논했다.

이를 아는 박살은 우선 자신들이 김포지역 한강 북쪽과 파주 외곽이나 성남 강원을 거쳐 금강산까지 가는 길 중 그들이 내어주는 곳으로 가겠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의정부로 움직인다.

백기와 ‘지옥’이라는 글이 적힌 두 개의 깃발을 들고 박살이 앞장서서 움직였고, 그의 뒤에는 사람들이 그의 바로 뒤가 아니라 건물잔해 주변을 껴서 뒤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북한산자락에서 지켜보던 한 무리 중 유일하게 머리를 제외하고 방어구로 전신을 감싼 이가 굳은 얼굴로 중얼거린다.

“진형이 너무 좋아. 괜히 서울을 먹은 게 아니었어.”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앳된 얼굴의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냥 중구난방으로 걸어오는 거 같은데요.”

그의 말에 육십 대 남성은 얼굴을 찌푸렸다.

“쯧쯧. 잘 봐라 박살을 제외하고 누구 하나 온전히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냐.”

“저쪽 먼 쪽 사람들은 잘 보이는데요.”

“멍청한 녀석.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을 봐야 할 거 아냐.”

“건물 때문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아요.”

“그럼 잘 생각해봐. 여기서야 보이지만, 막상 가서 공격한다면 저들이 점유한 건물들을 뚫고 들어갈 수 있겠냐. 보이지도 않는데 섣불리 들어가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건물들을 무너뜨리자니, 힘 낭비잖아.”

“아... 그렇구나.”

“역시 국사님은 다르십니다.”

“확실히 군 장교 출신이라서 그런 것도 볼 줄 아시네요. 역시 따르길 잘했다니까.”

대다수는 순박한 농민 또는 어린 남자들로 구성된 사람들이 그를 찬양하자. 김국사의 주름 가득한 얼굴에 또 하나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죄다 미필이니...”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있는 사내들이 모두 어린애들로 보일 정도로 우람한 체격의 그가 바닥에 있던 한눈에 보아도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기관총 세 개를 들어 어깨에 짊어졌다.

“정찰을 마쳤으니, 통신기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네? 하지만 저들을 감시해야-”

“감시? 훗. 저들 중 다섯이 우리가 있는 곳을 정확히 봤다. 그런데도 이렇게 의정부로 간다는 건...”

말을 흐린 그가 몸을 돌렸다.

“보고를 마치고 우리도 의정부로 이동한다.”

“그러면 여기 경계는요.”

“안 해도 돼.”

“하지만.”

“이성동, 내가 대장인 거 잊었나.”

김국사의 으름장에 젊은 사내가 목을 움츠렸다.

“죄송합니다.”

“가자.”

“네...”

그의 모습을 보고 김국사는 다시 한 번 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앞장서서 뛰어갔고, 그 뒤를 이성동을 비롯한 사람들이 허겁지겁 뒤따랐다.



길 위를 박살과 강이슬이 같이 걷고 있었는데,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 세 개의 건물을 보며 말했다.

“저기가 의정부역을 중심으로 세 군데로 갈라진 세력들이 수뇌들이 근무한다는 곳이에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군.”

“이제 슬슬 나올 때가. 아 나오네요.”

강이슬의 말대로 세 곳에서 동시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며 박살은 쓰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

“혹시 모르니까 준비해.”

“알고 있어요.”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조심하세요.”

강이슬의 배웅과 함께 박살은 혼자서 두 개의 깃발을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가는 사이, 세 개의 건물에서 나온 사람 중 세 사람이 박살이 있는 곳으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모두 이마에 주름 가득한 육십 대로 보이는 국방색 방어구를 착용한 남성들이었다.

그중 제일 체격이 큰 사람이 가운데에 있었는데, 박살보다 키와 체격이 컸고, 나머지 두 사람 중 왼쪽에 있는 자는 평범한 얼굴에 보통 체격, 오른쪽에 있는 자는 왜소한 체구에 왼쪽 눈가에는 눈과 수평 된 작은 흉터가 나 있었다.

박살이 그들과 이십 미터 간격에 들어서자, 가운데 있는 자가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다.

“그만 다가와도 될 것 같군.”

그의 말대로 멈춰선 박살이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지옥에서 온-”

“박살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 그래서 여기로 온 이유는 뭐지?”

얼굴이 굳어진 박살이 깃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지옥에서 이번에 북쪽으로 진출하자는 의회의 결정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줄곧 우리를 지지하고 마찰을 피해왔던 세 분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없고, 다른 곳으로 가자니 미리 말을 해야 할 것-”

“그러니까 허락이 아닌 통보를 하러 왔다는 거군. 그럴 거면 백기를 왜 들고 왔나. 그냥 바로 이곳을 쳐버릴 것이지.”

차갑고 단호한 그의 말투에 박살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가운데, 오히려 놀란 건 그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김국사. 자네 왜 이러나.”

“적도 아니고 우리에게 저렇게 말해주고 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거 아닌가.”

“흥. 그러다가 먹을 곳 없어지면, 어차피 우리 아니겠는가. 대한민주연합과 싸울 때 우리는 묵묵히 북방의 변이된 존재를 막아왔다. 그런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김포와 파주, 남양주를 노리겠다는 건, 굶주리기 싫으면 대놓고 우리보고 고개 숙이고 들어오라는 건 아닌가.”

정확히 박살이 가고자 한 위치까지 말하는 그의 모습에도 박살의 표정은 미동이 없었다.

대신 박살의 목소리는 약간 날카로워졌다.

“그러면 안 됩니까.”

그의 말에 세 사람은 물론이고 그들 뒤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고, 박살의 말은 계속됐다.

“농사지을 만한 곳으로 간 분들이 대다수기도 하지만, 서울에 있는 인구가 삼만이 넘지 않습니다. 그 말이 뭔 뜻이겠습니까.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뜻 아닙니까. 서로 싸우기보다 그냥 합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들어오시면 지도자 자리를 줄 수 없어도 제 밑에 군 간부 자리는 만들어서라도 보장하겠습니다.”

“그간 내 자네가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네, 그래서 자네 말을 믿고 변석을 모으지도 않았고, 서울에 들어갈 틈이 생겼음에도 참았지.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우리를 먹겠다고 하다니, 자네 참 뻔뻔한 사람이었구먼. 너무 뻔뻔해서 조조가 이 세상에 현신해도 명함도 못 내밀겠어.”

김국사가 비꼬는 말에도 박살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제 말을 들어서 사셨지 않습니까. 만약 변석을 방치하고 모았다면, 국사님 뒤에 있는 자 중 몇이나 살았을까요? 남양주시나 파주시처럼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안 그렇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쾅.

은빛에 휘감긴 박살이 몸을 날려 그들과 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 착지했고, 날아든 파편에 사람들이 기겁해 물러난 가운데, 유일하게 제자리에 서 있던 세 사람 중 김국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와 제 뒤에 있는 인원으로 저희 인구의 열 배가 넘은 사람들을 집어삼켰습니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요. 그냥 솔직하게 말하세요. 먹을 자신이 없어서 쳐들어오지 않았다고. 그리고 변이된 존재들이 꾸준히 내려오던데 뭘 막아줬다고 자랑하시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마지막 말에 김국사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그게 무슨 소리지. 우린 북쪽에서 내려오는 변이된 존재들을 막아왔네. 그것 때문에 수십이 넘는 이들이 죽었어! 다른 건 몰라도 그걸 가지고 우리를 욕보이는 건 참을 수 없네!”

김국사가 말과 함께 붉은 빛의 라이(li)를 전신에 휘감자, 그의 뒤에 있던 사람들의 몸에서도 빛이 흘러나왔고, 박살의 뒤편에 서 있던 강이슬을 비롯해 건물 이곳저곳에서도 강렬한 빛들이 새어 나왔다.

탓. 타탁.

두 사람의 기운이 서로 만나면서 스파크를 만들어내자, 옆에서 침묵하고 있던 두 사람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왜 그래! 싸우지 않기로 했잖은가.”

“맞아. 저번에 영지전으로 우리 두 지역이 힘들었지 않은가. 그래서 살짝 아래로 새어 가서 저렇게 말한 거겠지. 결단코 자네 지역을 비난한 게 아니야. 자자, 서로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고 웃으며 헤어지세나.”

두 사람의 말에 박살이 먼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쓸데없는 사람 목숨 거두기는 싫으니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쓸데없는?”

김국사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한 걸음 앞서려는 걸 두 사람이 말린다.

“쓸데없이를 잘못 말했겠지.”

“맞아. 먼저 물러난 사람이 도발했겠나.”

“크음...”

그들이 대화를 지켜보던 박살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이거 하나만은 약속드리겠습니다. 악인만큼은 무조건 제가 잡아넣겠습니다. 제 세상에 들어올 생각이 있다면 파주로 찾아오십시오.”

“이보게 우리말은 들어야-”

“파주로 가자.”

박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건물들 사이로 우렁찬 대답이 들려왔다.

“예!”

그리고 곧바로 몸을 날린 박살을 따라 여러 색깔의 빛들이 따라 움직였다.

박살들이 사라지자, 김국사를 말리던 두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저런 싹수없는 녀석이 있나.”

“나이도 어린 녀석이 세상 하나 운 좋게 먹었다고 유세라니, 말세 아닌가.”

“암. 그렇고말고. 저런 놈 밑으로 들어가 봤자. 무시만 당하다 팽 당할 걸세. 이참에 저쪽에서 온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어떻겠나.”

“그럴까...”

두 사람 대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국사는 말없이 몸을 돌렸다.

“이 사람아. 어딜 가는 건가.”

“맞아. 오늘 합류할지 말지 결정하기로 한 날 아닌가.”

“다시 생각해보고 싶네. 일주일 뒤에 봄세.”

“일주일? 김국사 이봐 그건 너무... 가버렸구먼.”

“허허. 국사도 늙었나보이 성질이 급해졌어.”

“그럼 우리끼리 먼저 상의를 하세나.”

“그래. 그럼 저곳으로...”

결국, 네 세력의 첫 만남은 어정쩡하게 끝이 난다.



통보 가깝게 말하고 가는 박살의 맘이 편치는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세 살 정도 어렸다면 몰라도, 그는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여러 끔찍한 일들을 겪으면서 알고 있기 때문에, 양보와 배려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그래서 이번에 상대가 대놓고 비난해 준 덕분에 통보만 하고 물러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경로를 공략할 명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형, 아까 김국사님 방향에서는 변이된 존재가 오지 않았잖아요.”

“알아.”

“아는데 어째서 그분에게 화를 내신 거예요. 옆에서 말리고 있는 두 사람이 슬쩍 길을 열었다는 게 뻔해 보였는데 그렇게 말하면-”

“내가 못나서 그렇구나...”

박살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며 앞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뒤에서 어둠이 빠르게 날아왔다.

-후방에서 김국사가 따라오고 있습니다. 단 세 명만 오고 있는데, 기세를 숨기지 않는 거로 보아 대화하고 싶은 거 같습니다.-

자신과 다툰 상대가 찾아온다는 소식에 얼굴이 굳어진 박살이 멈춰섰다.

“잠시 여기서 삼십 분간 휴식합니다.”

박살의 말에 사람들이 대답 대신 몇 명은 외곽으로 빠지고 나머지는 편하게 각자 원하는 자리로 찾아가 쉬었다.

그사이 박살이 지나온 곳에서 김국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말

후. 이것으로 무사히 연참대전을 마쳤습니다.


설 연휴 다들 건강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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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4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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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4 8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4 8 11쪽
»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5 8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4 8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3 9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3 9 13쪽
102 39. 네 떡? 내 떡? -1- 19.01.26 432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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