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이 조각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00,885
추천수 :
1,889
글자수 :
707,744

작성
19.03.15 20:00
조회
354
추천
7
글자
11쪽

52. 불협화음 -1-

DUMMY

126

**불협화음**

회의에서 있었던 일이 베이징에 알려지자, 시민들의 의견은 유엽이 경우 없이 행동했다는 점에서 일치했지만, 주신 박살의 의견에 대해 반반으로 갈렸다.

주신의 권위를 모욕한 건 사실이지만, 자신들을 대표하는 사람들 전체에게 모욕감을 안겨 준 건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유엽을 말리지 않은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자는 이들이 서로 격론을 펼쳤다.

정작 그 일의 발단인 수련 시간 폐지에 대한 의견은 거의 없었는데, 이 소식을 들은 박살은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나중에 또 불거지겠군.”

-너무 경솔하게 행동하신 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만, 내 잘못 인정하지.”

-이종수님의 발언까지 그곳에 전달되면서 한국인들에 대한 반감도 올라간 상황이라 다음에 의원분들이 오시면 조금은 부드럽게 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법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 상관도 안 해. 그건 너도 알잖아.”

-알고 있지만. 유엽의 위험한 발언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제는 말과 행동을 좀 더 신중히 해야 합니다.-

“알았어. 조심하지.”

대답한 후 박살이 다시 업무를 시작했을 때, 집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감우호가 큰 소리로 말했다.

“대왕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지?”

“부산 앞바다에 많은 수의 배가 나타났습니다. 그들 전부 전범기를 매달고 있었습니다.”

“전범기라면... 일본?”

“예. 그리고 곧바로 함포 사격을 해서 부산 지역 절반을 부수더니 착륙 준비 중입니다.”

그 말에 박살의 얼굴이 굳어진다.

“피해는?”

“다행히 염들이 순찰하는 시간대라서 죽은 자는 없고, 그곳에서 물건들을 수거하던 이십 여명의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모두 안전하게 뒤로 뺀 거지?”

“예.”

“적의 규모는?”

“전함 뒤로 일반 고깃배, 뗏목까지 있어서, 최소 수십만에서 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넘어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박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부 방어시설이 설치되어있는 대구와 창원을 잇는 전선까지 빠지라고 하고, 어둠 너는 병력을 전부 대구 전선까지 옮기라고 해. 나는 김진철을 통해 먼저 내려갈 테니까, 모이는 대로 곧바로 내려보내고. 아! 북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일본이 침략했으니 여유 병력 좀 보내달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네.-

말을 마치고 박살을 비롯한 모든 존재들이 바깥으로 나갔고, 집무실은 무거운 침묵에 잠겨들었다.



박살은 총 다섯 척의 함에서 뿜는 함포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다시 뒤로 물러났다. 요리저리 지그재그로 움직여서 날아오는 붉은 빛 덩이들을 피한 박살은 주변이 터지고 푹 파이는 가운데를 헤치고 나와 진영이 있는 금정산성 부근 산등성이로 복귀한다.

“고생하셨어요.”

“고마워.”

이다인이 건넨 손수건을 받아들고 미소 지은 박살이, 자신의 옆으로 내려온 어둠에게 고개를 돌린다.

“어때?”

-보물로 파악된 함성만 총 백여척이 넘습니다. 그중 오 킬로 넘는 지역까지 함포를 날릴 수 있다고 의심되는 게 총 열 척이고, 나머지는 지근거리만 날리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잠수함까지 생각하면 수상전은 무리겠지?”

-예. 중국과 북한 세력이 보유한 항해와 관련된 보물만 내줘도 어찌해보겠는데, 그들이 이종수님의 발언을 빌미로 공적을 세운 한국인들끼리 해결해보라는 답변만 계속 보내고 있어서...-

“음...”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이종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상체를 깊게 숙였고, 그를 손으로 다시 세운 박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여차하면 일본의 요구대로 부산 지역만 살 수 있도록 하면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역사상 그놈들은 한 입 가지고 두말하는 녀석들이지 않습니까. 절대로 그들에게 우리 영토를 넘겨주어서는 안 됩니다.”

“맞습니다.”

“끝까지 싸웁시다.”

“과거를 되풀이하지 맙시다!”

이종수를 비롯해 사람들이 성난 얼굴로 외치는 가운데, 차분한 얼굴로 어둠과 박살들이 수집한 정보표를 바라보던 감우호가 입을 열었다.

“저는 내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도 안 되는-”

“잠깐. 감우호님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봅시다.”

진정시킨 박살이 감우호를 바라보자, 감사의 눈인사를 한 그가 한쪽에 세워진 보드판으로 걸어가 그곳에 붙은 지도를 검지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는 지금 대구와 창원, 대전, 광주, 서울, 속초 등 큰 도시를 중심으로 분산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의 경우엔 오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수만 척의 배를 타고 넘어와 부산에 상륙하고 있습니다. 수십 만 명씩 나누어진 전력으로는 함포 지원까지 받는 부산을 다시 수복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한 곳에 총 전력을 모아야 합니다.”

“애초에 막는 건 힘드니 우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자?”

박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감우호는 강이슬을 바라보았다.

“대신, 그들이 부산에만 머무르겠다는 선언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적으로 한다는 조건을 걸어야 합니다.”

“이유는?”

“그래야. 나중에 그들이 약속을 어기고 북상했을 때...”

감우호의 눈동자에 푸른색 빛이 감돌았고, 몇몇이 그 눈빛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몰살시킬 명분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걸 핑계로 우리에게 반항한 이들에게 경종을 올리는 것도 있고요.”

“애초에 육지에선 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게 아닌가.”

임호수의 말에 감우호는 미소를 지었다.

“우린 절대 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쳐들어오면 우리는 공중을 공략해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공중이요?”

강이슬의 물음에 감우호는 검지를 입에 대고는 말했다.

“그건 비밀.”

“우웩.”

조상호가 토하는 모습을 흉내 내자, 사람들의 굳은 얼굴이 살짝 풀린 가운데, 박살이 감우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세한 작전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고,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뭐지?”

“우선 대구와 창원 지역 사람들과 물자를 전부 대전으로 옮겨야 합니다. 그리고...”

감우호가 해야 할 일을 설명을 시작했고, 이내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대전까지 후퇴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 의원까지 보내지 않는 중국과 북한지역 사람들의 행동에 한국 사람들은 심한 배신감을 토로하며 분개했다.

그사이 일본은 사람과 물자를 전부 부산에 옮겼는데, 모두 내리고 하루 뒤 그들이 박살들이 있는 대전으로 사신을 보냈다.

박살들은 대전 외곽을 낀 고속도로에서 사신을 맞이했다.

백기를 들고 찾아온 이는 여자들만 구성된 이들이었는데, 이토 유아라는 삼십대 여성이 대표였다.

모델 출신이지만 이토 히루부미의 후손이자, 동경대를 나올 정도로 머리가 뛰어나다는 강이슬의 작성한 인명부를 바라보는 박살의 귀로 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녕하세요. 이토 유아라고 해요.”

유창한 한국말에 박살은 인명부에서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체크무늬 난방에 청바지라는 어찌보면 사절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의 그녀를 바라보며 박살이 입을 열었다.

“박살입니다.”

“아! 지옥 주신이시군요.”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주신 사토 히로토님이 보내서 온-”

“용건이 뭡니까?”

웃는 얼굴에 살짝 금이 간 유아가 낮아진 톤으로 말했다.

“성격이 급하신 분이시군요.”

“용건은?”

“음... 저희 사토 히로토님은 박살님의 아량에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달라셨어요. 덕분에 이레귤러에 고통받은 자신과 사람들이 구원받았았다면서, 당신을 영웅이라고 하셨습니다.”

“알았으니 용건을 말하세요.”

“후... 그래서 사토 히로토님은 이왕 베푼 은혜를 더 크게 베풀어서 우리들이 살 지역을 좀 더-”

“불가.”

곧바로 거절의 내용이 나오자, 이토 유아의 표정이 살짝 멍해진 가운데, 박살이 말을 이었다.

“부산을 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들이 할 일은 다했다고 본다. 그것도 그대들이 이레귤러를 물리치면 물러나겠다는 조건을 걸어서 허용한 일이다. 우리는 절대로 그대들을 한반도에 머물게 할 생각이 없다.”

“그러지 마시고-”

“불. 가.”

박살이 강하게 한자씩 내뱉자, 이토 유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백만 명이 먹을 식량을 생산할 땅은 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굶어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다고요.”

“그러면 중국 남쪽 지역으로 떠나라. 그곳은 지금 우리가 점령한 베이징 부근과 다르게 싸움으로 연일 힘들어하고 있다.”

“점령석으로 하나씩 넓혀야 하는데, 이 시련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거 아시잖아요. 만약 바다에서 고립되면 우리는 완전히 몰살이라는 걸 아시는 분이 어찌 그런 잔혹한-”

“부산에 들어오기 전에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곳에다 함포부터 쏘아댄 그들이 잔혹하다는 말을 입에 올리다니 기분이 나쁘군.”

“그건... 혹시 곧바로 공격해오면-”

“핑계는 그만 대고, 돌아가라. 우리는 내어줄 땅이 없다.”

“그렇다면, 길을 내어주세요.”

“길?”

“중앙아시아 지역은 이미 이레귤러로 가득하다는 사실 아시죠? 우리들이 그곳까지 갈 길을 열어주신다면-”

“그러면 점령석으로 우리 영토 절반을 가르겠다는 뜻인데 억지 부리지 말고 돌아가라.”

“박살님 그러지 마시고 주변 영토를-”

“이종수님.”

“네.”

“손님 배웅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대답 후 이종수가 기운을 끌어올리며 걸어 나오자, 이토 유아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

“박살님은 분명 오늘 일을 후회하실 거예요.”

“애초에 항복하면 될 일을 키운 그대들이 후회할 거다.”

그의 말에 입술을 깨문 그녀가 몸을 홱 돌리더니, 사절들을 데리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박살은 대전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대전 안으로 들어왔을 때 입을 열었다.

“경계 수준을 한 단계 올린다. 정찰 나간 인원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대전에 모여서 그들이 움직이는 순간, 작전대로 움직인다.”

“예.”

“네.”

“감우호님.”

“네.”

“강도학님과 실험한다는 건 어찌 됐습니까?”

“성공했습니다.”

감우호의 말에 박살의 얼굴이 환해진다.

“그래요. 그럼 그 작전대로 하는 겁니까?”

“예. 단숨에 들이쳐 끝낼 수 잇을 겁니다.”

감우호의 자신만만한 말에 모두의 얼굴이 환해졌다.



사신이 떠난 다음 날부터 일본은 빠르게 전진했다.

대구와 창원을 점령한 그들은 곧바로 모든 전력이 밀집된 대전이 아닌 속초와 광주를 향해 병력을 두 방향으로 나누어 진격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상이 조각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되었습니다. 19.03.24 394 0 -
130 53. 긴 꿈이 끝나고.. +10 19.03.19 587 7 7쪽
129 52. 불협화음 -3- 19.03.18 380 5 12쪽
128 52. 불협화음 -2- +1 19.03.16 346 5 10쪽
» 52. 불협화음 -1- 19.03.15 355 7 11쪽
126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2- +2 19.03.14 342 7 11쪽
125 50. 이제 이곳은 -2-,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1- 19.03.13 382 7 11쪽
124 50. 이제 이곳은 -1- 19.03.09 369 8 11쪽
123 49. 하나 -3- 19.03.08 362 7 12쪽
122 49. 하나 -2- 19.03.07 355 6 10쪽
121 49. 하나 -1- 19.03.06 380 6 12쪽
120 48. 뱀 사냥 -1- 19.03.05 427 6 10쪽
119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19.03.02 380 8 11쪽
118 46. 웨이브 -2- +1 19.03.01 374 8 11쪽
117 45. 주신전 -3-, 46. 웨이브 -1- 19.02.25 388 8 11쪽
116 45. 주신전 -2- 19.02.23 390 10 11쪽
115 44. 해후 -2-, 45. 주신전 -1- +2 19.02.21 393 9 12쪽
114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2 19.02.20 400 9 11쪽
113 43. 파죽지세 -3- 19.02.19 413 8 11쪽
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7 9 15쪽
111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1 19.02.16 454 7 11쪽
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0 6 16쪽
109 41. 내로남불의 시대 -4- +1 19.02.12 420 7 13쪽
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2 7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1 7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2 7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0 7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1 8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0 8 13쪽
102 39. 네 떡? 내 떡? -1- 19.01.26 428 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