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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이 조각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01,077
추천수 :
2,019
글자수 :
707,744

작성
19.03.19 20:00
조회
590
추천
8
글자
7쪽

53. 긴 꿈이 끝나고..

DUMMY

129

**긴 꿈이 끝나고...**

박살이 새로운 힘을 받아들이려다가 순간 어긋나면서 그의 염이 육신에서 튕겨 나간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염 상태로 변한 그였는데, 염으로 변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어둠님...-

온 세상이 회색으로 보이는 곳에서 어둠이라는 단어가 들리자, 이 황당한 상황에 잠시 멍했던 박살의 염이 그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한 사람의 얼굴을 보게 된다.

‘장동준!’

자신이 재판정에서 머리를 찍어 죽인 그자가 어둠이라는 사실에 그의 염이 흐려졌는데, 마침 눈이 마주친 어둠이 눈이 동그래지는 순간, 그의 몸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 뒤로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던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다시 스쳐 지나가려고 했는데, 그를 붙잡은 건 몇몇 사람들의 말들 때문이었다.

“박살님이 있었다면 이러지 않았어.”

“흑흑. 그분 말을 따랐어야 했는데.”

정신이 번쩍 든 그는 다시 주변을 떠돌았고, 죽어 나가는 사람들과 소멸되는 염들을 보며 슬퍼했다.

관여할 수 없게 되어버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보던 중 그는 어느새 어둠의 뒤를 따라 다니고 있었다.

어둠은 그 누구보다 헌신적이었다.

쉬지 않고 사람과 염 사이를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그들을 위해 일했다. 단 한 번의 죄도 저지르지 않고 철저하게 남을 위해 사는 그의 모습에 박살은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어둠이 자신의 옛 지인들, 나상훈과 이병악, 등과 만났을 때 장동준이라 부르며 저주하는 걸 보고는 그라는 걸 알고 다시 허탈감에 휩싸였다.

이번엔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박살은 그를 계속 관찰했다.

예전 변태적인 성욕과 살인을 일삼던 그라는 걸 전혀 모를 정도로 너무 모범적이고 금욕적인 삶을 사는 어둠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고서야 박살은 그가 정말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강이슬을 설득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이끈 이후부터는 그를 좋게 바라보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당황하는 경우가 조금씩 늘어났다.

그게 어느 순간부터 호감으로 바뀌었고, 마음속 응어리가 사라져갔다.

세상이 자신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에 불안했던 마음마저도 사라지는 순간,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살...-

‘응?’

여성 목소리였는데,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의 염이 짙어졌다.

-박살내...-

‘뭐지?’

무언가 자신이 잊고 있었던 그리운 목소리라는 걸 떠올린 그가 집중하는 순간 그의 염이, 미소 지으며 앉아있던 박살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대갈통 박살내버리기 전에 안 일어나!-

걸걸한 여자 목소리와 함께 박살의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음...”

한 사람이 회색 소파 위에서 뒤척였다.


너 자신을 알라.


소파 뒷면에 유명한 철학자의 문구가 적힌 검은 바탕에 은빛 글자로 된 액자가 비스듬하게 걸려 있었는데, 은빛에 햇빛이 걸칠 때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고무장갑이 허공을 스치고 지나간다.


뻑.

“악!”

비명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부리부리한 눈썹을 한 이십 대 남성에게 그와 비슷하게 또래의 긴 머리 여성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소리쳤다.

“속상한 일 있으면 같이 먹던 가. 맨날 혼자서 동아리실에서 먹다 잠들면 어떡하라는 거야! 걱정했잖아!”

“이다인?”

“그래 다인이다! 네 여자 친구 이다인!”

뻑.

이다인이 휘두른 고무장갑에 머리를 다시 맞은 그가, 맞은 부위를 매만지며 입을 삐죽인다.

“말로 하면 돼지 그거로 왜 때려.”

“아까도 와서 불렀고, 나간 다음 다시 전화도 했는데 말도 없는데 내가 성질이 안 나!”

“그랬어? 미안. 내가 으으... 어제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

눈살을 찌푸리며 머리를 부여잡자. 이다인은 성난 표정을 누그러뜨리고는 탁자 위에 있는 컵을 내밀었다.

“자. 여기 꿀 물.”

“꿀 물 마시면 머리 더 아픈데...”

“대신 더 빨리 정신 차려서 나한테 덜 맞죠. 그러니 팔 떨어지기 전에 받아서 마셔요.”

“네...”

순한 강아지 마냥 꿀물이 담긴 컵을 받아 마시는 그를 보며 한 숨을 내쉰 이다인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학식 메뉴에 콩나물국 있으니까 식당에 가서 먹어. 그럼 속 좀 풀릴 거야.”

“다인이 너는?”

“알바 가야 해. 이따가 편의점에서 봐.”

“어.”

이다인이 나가고, 다시 혼자가 된 그는 꿀물을 다 마신다음 컵을 내려놓았다.

“으...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 거 같네.”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주변을 살펴보던 박살은 소파 앞 긴 탁자 옆에 가지런히 놓인 신문 윗면을 바라본다.


-장동준 재벌 일가의 충격적인 사생활! 조폭보다 더 무서운 재벌과 경찰의 유착관계에 대해서 파헤치다.-


“으... 장동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더니만...”

그의 시선은 자신 앞에 있는 노트북 화면으로 이동했다.


-세상이 조각났다.-

129

**긴 꿈이 끝나고...**

....


“아우... 내 대갈통이 조각나게 생겼네.”

다시 관자놀이를 주무르던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

“어쩐지 내가 꿈꿨던 세상대로 되더라... 에이 괜히 이딴 삼류 소설이나 읽어... 에휴... 술 마신 내 잘못이지, 글 싸지른 작가가 잘못은 아니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는 글 마지막 부분에 있는 한 줄을 읽고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끝이라고? 시간 때울 무료 글 하나 사라지네. 그래도...”

드르륵.

끝까지 아래로 내린 그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재미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작품 봤으면... 이라고 적는 건 낯간지러우니깐, 그냥 재미있다고만 하자.”

탁.

엔터를 누르고 기지개를 켠 그는 하품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빨리 밥 먹고 다인이 일이나 도와주러 가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비틀거리며 걸어가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쿵.

문이 닫히면서 생긴 충격에, 입구 옆 벽면에 붙어있던 포스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장춘몽 철학 주점으로 와!

가격 박살! 서비스 작살!

우리 모두 술안주 지옥에 빠져보자!


*끝*


작가의말

제 모자란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꾸벅.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 작성자
    Lv.64 동글둥
    작성일
    19.03.19 20:46
    No. 1
  • 작성자
    Lv.40 20*****
    작성일
    19.03.19 22:06
    No. 2
  • 작성자
    Lv.40 20*****
    작성일
    19.03.19 22:06
    No. 3
  • 작성자
    Lv.43 저그좋아
    작성일
    19.03.20 03:20
    No. 4

    원래는 20화 정도 더 연재할 예정이었습니다.
    예정대로였다면 주인공은 배신당해 죽고, 결국 지옥이란 이름 그대로 세상이 지옥처럼 모두가 고통받고 죽어가는 걸 보며 절규하는 것으로 끝이 났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연재하면서 점점 그런 결말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박살이라는 주인공과 그를 위해 고분군투하는 사람들을 고통받는 모습을 그릴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간 내면에 욕심이 자리잡고 있다지만, 그걸 억제하지 못하는 인간들만 있는 게 아니라 서로를 알게 모르게 배려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는 데 그런 결말을 쓴다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냥 철학과 학생이 현실의 부조리함을 꿈을 통해 한풀이 하는 내용으로 바꾸자고 마음 먹었고, 어찌보면 황당하고 허무할 수 있는 결말을 내게 되었습니다.

    과거 유명 드라마 '파리의 연인'과 비슷한 전개와 결말에 당황하셨거나 실망하신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게 없습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 정말 고맙습니다.
    노력해서 더 나은 글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자연수달
    작성일
    19.03.20 07:53
    No. 5

    긴 글 잘 읽었습니다.
    누구보다 더 많은 고뇌가 느껴지는 글이고 결국은 철학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네요.
    나름 위트있는 방점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에도 좋은 글로 만나뵙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저그좋아
    작성일
    19.04.14 17:13
    No. 6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동방존자
    작성일
    19.04.13 23:34
    No. 7

    정말 즐겁게 봤습니다.
    연재하실 때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 안타깝네요.
    조금은 아쉬운 결말이지만 저 또한 오래도록 글을 써온 사람으로서 십분 이해가 됩니다.
    암튼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혹 신작 연재하시게 되면 꼭 선호작쪽지 함 날려주시기 바랍니다.
    건깅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저그좋아
    작성일
    19.04.14 17:14
    No. 8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곰발바닥01
    작성일
    19.12.05 19:44
    No. 9

    갑작스럽게 끝나서 아쉽네요
    재밌는 연재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저그좋아
    작성일
    19.12.24 13:59
    No. 10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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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각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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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긴 꿈이 끝나고.. +10 19.03.19 591 8 7쪽
129 52. 불협화음 -3- 19.03.18 383 6 12쪽
128 52. 불협화음 -2- +1 19.03.16 348 6 10쪽
127 52. 불협화음 -1- 19.03.15 357 8 11쪽
126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2- +2 19.03.14 344 8 11쪽
125 50. 이제 이곳은 -2-,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1- 19.03.13 384 8 11쪽
124 50. 이제 이곳은 -1- 19.03.09 372 9 11쪽
123 49. 하나 -3- 19.03.08 364 8 12쪽
122 49. 하나 -2- 19.03.07 357 7 10쪽
121 49. 하나 -1- 19.03.06 382 7 12쪽
120 48. 뱀 사냥 -1- 19.03.05 430 7 10쪽
119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19.03.02 383 9 11쪽
118 46. 웨이브 -2- +1 19.03.01 377 9 11쪽
117 45. 주신전 -3-, 46. 웨이브 -1- 19.02.25 391 9 11쪽
116 45. 주신전 -2- 19.02.23 392 11 11쪽
115 44. 해후 -2-, 45. 주신전 -1- +2 19.02.21 396 10 12쪽
114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2 19.02.20 403 10 11쪽
113 43. 파죽지세 -3- 19.02.19 416 9 11쪽
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9 10 15쪽
111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1 19.02.16 458 8 11쪽
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4 7 16쪽
109 41. 내로남불의 시대 -4- +1 19.02.12 422 8 13쪽
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4 8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4 8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4 8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4 8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3 9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3 9 13쪽
102 39. 네 떡? 내 떡? -1- 19.01.26 431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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