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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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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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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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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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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1. 내로남불의 시대 -2-

DUMMY

106

박살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단 세 명만 오다니...’

한눈에 보아도 앳된 얼굴의 두 사람을 대동하고 나타난 김국사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있었는데, 그가 자신의 오십 걸음까지 가까워졌을 때 박살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멈춰선 김국사가 전과 다르게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왔다.”

“그게 뭡니까?”

“정말로 변이된 존재들이 그대들 지역으로 갔나?”

그의 물음에 박살은 눈살을 찌푸렸다.

“고작 그 얘기를 들으려고 적일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어린 사람들을 데리고 온 겁니까?”

“내겐 중요한 일이야.”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김국사의 모습에 박살 옆에 있던 강이슬이 입을 열었다.

“김국사님이 지도하는 곳에선 안 왔어요. 하지만 다른 두 곳에선 제법 많은 수의 변이된 존재들이 내려와서 우리도 거의 매일같이 전투했습니다.”

“정말인가.”

“예.”

“그 수는?”

“하루에 최소한 지역 하나당 열 정도는 내려왔습니다.”

강이슬의 대답에 세 사람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렇게 된 지 얼마나 됐지?”

“대한민주연합에서 있던 사람 말로는 처음에는 없다가 저희와 통합되기 이 주 전부터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음...”

강이슬의 대답에 김국사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옆에 있던 두 청년이 그에게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큰 피해를 당한 것처럼 말하더니! 두 지역이 우리를 속이고 있었습니다.”

“당장 가서 따져서 그동안 그곳으로 보낸 식량과 물자를 모두 되돌려받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영지전이라도 신청해야-.”

“입 다물어! 아직 저쪽 말이 사실인지도 확인 안 되었다. 그런데 무턱대고-”

“증거는 있습니다.”

그의 말을 자르고 들어온 굵직한 목소리에 김국사의 눈동자가 박살을 향했다.

“그곳 주변에 성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우리가 싸운 장면도 있을 겁니다. 강나찰.”

박살의 부름에 강이슬이 등 뒤에 메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가져온 다음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호 형.”

“어. 알았다.”

멍한 표정으로 있던 조상호가 황급히 등에 메고 있던 기다란 군용가방을 내려놓았다. 그 안에서 삼각대를 꺼내 펴는 사이, 조상호 뒤에 있던 자들도 메고 있던 군용가방을 내려놓고 분리된 상태의 박격포를 꺼낸다.

철컥.

조립해서 완성된 포에 김국사와 두 사내가 경계자세를 취하자, 강이슬이 작은 미소와 함께 그들에게 말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공격용이 아닙니다. 상호 형.”

“잠시만 기다리시라. 됐다.”

그의 말에 조상호가 조립한 박격포 총구를 하늘로 한 후,

“모두 귀 막아.”

미리 경고한 후, 모두가 귀에 손을 가져다 대는 걸 확인하다가 그의 눈이 아직 멀뚱히 서 있는 김국사와 두 사람에게 고정된다.

“안 막으면 후회하실 겁니다.”

헤드셋을 끼며 하는 조상호의 말에 세 사람이 귀를 막자,

“난 이때가 제일 좋더라.”

조상호가 미소와 함께 오른 검지를 움직인다.

쾅.

포를 발사한 소리가 주변을 흔들었고, 포구에서 회색빛이 하늘 위로 쏘아졌다.

펑.

하늘에서 붉은색과 파란색이 뒤섞인 폭죽이 터지자,

“형이 만든 건 역시 멋져.”

중얼거린 다음 조상호의 고개가 강이슬에게 향했다.

“통신은?”

그의 물음에 노트북을 조작하고 있던 강이슬이 오른 엄지를 세웠다.

“최고.”

“좋아. 그럼 해체한다.”

조상호와 두 사람이 기관총을 분리하는 사이, 강이슬은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화면을 김국사가 볼 수 있도록 돌렸다.

“여기 보시면 나와 있어요.”

화면에는 변이된 존재와 사람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여기서 이걸 누르면 다른 날들이 보이죠.”

강이슬이 조작하자, 방어구는 비슷하지만, 다른 위치에 생김새가 다른 변이된 존재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들이 보였다.

“저희는 공과를 철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항상 이렇게 싸우는 모습을 찍게 하고 있습니다. 그걸 기준으로 성장석 분배 우선권이나 보물, 공석의 수준까지 달라지죠.”

강이슬의 말이 이어질수록 김국사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조작은-”

“김국사님이 이렇게 찾아올 줄 알고 동영상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게 말이 될까요? 아님 저희가 진짜라는 사실이 말이 될까요?”

굳은 표정의 강이슬이 한 단어씩 또박또박 발음하며 내뱉었고, 김국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전우라고 믿었건만...”

“국사님...”

그의 옆에 있던 두 사람도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배신당했다는 걸 알았을 때의 심정이 어떤지 박살은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손짓으로 주변 이들을 물린 그는 근처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았다.

십 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김국사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 곧장 박살이 앉아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박살과 눈이 마주친다.

“조건이 있다.”

“뭡니까.”

“나처럼 믿지-”

“불가합니다. 사람을 믿지 않고 사람이 어떻게 삽니까.”

“음... 맞는 말이군. 그렇다면 뻔뻔하기라도 해라.”

“그건 무슨 말입니까.”

“열심히 일했는데 남이 모른다 싶으면 생색내서 이득은 챙길 줄 알라는 말이다. 옆에서 보는 사람 답답하지 않게.”

“그건... 노력해보겠습니다.”

박살의 말에 김국사는 중얼거렸다.

“말년까지 고생 좀 하겠구나... 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지.”


-김국사가 당신에게 항복...


박살의 눈앞에 은빛 글자가 생겼고,

“수락한다.”

그의 세상이 더 넓어졌다.



김국사는 체격만큼이나 목소리도 크고 성격이 불같은 면이 있어서, 그와 비슷한 화교나 조선족 출신의 권장자와 그가 사는 신대방 쪽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파주에서 점령을 시작한 이후로 같이 전투한 이후로는 젊은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는데, 그 이유는 단순한 도형이나, 화살 총알 등 공격 기적에서 흔하게 나오는 형태가 아닌, 특이한 형태의 기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합체!”

외침과 동시에 김국사 뒤에 있던 이성동과 박신후라는 두 사내가 들고 있던 기관총 두 정이 갈황색으로 빛나더니 날아와 그의 양어깨에 안착했다.

“오오.”

“역시 멋지십니다.”

젊은 사람, 특히 남자들이 다가와 선망의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자, 김국사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자네들도 내가 하는 수련만 하면 이렇게 된다고. 그러니 해보는 게 어때?”

그의 권유에 다가온 사람들이 흠칫하더니, 슬그머니 뒷걸음질 쳤다.

“저는 그냥 콩알 탄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저는 대장님처럼 무거운 거 어깨에 올리면 아파서요.”

“죄송합니다... 노력이 부족한 저라...”

그들의 말에 김국사의 표정이 굳어지자, 화낼 타이밍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 맞다. 경계조였지.”

“난 텐트 설치해야 해.”

“조리 도구 챙긴다는 거 깜박했다.”

사람들이 사라지자, 그들을 바라보며 김국사는 중얼거렸다.

“요즘 젊은이들이 의지가 너무 약해.”

그에게 박살이 다가오며 말했다.

“의자가 약한 게 아니라. 땅속에 세 시간씩 박혀 있어야 한다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그런다고 갈색의 힘을 자신의 힘과 합치지 못하면 쓰지도 못하고, 거기에 황금빛 기운은 정말 느끼기도 힘든 종류니까 더 꺼리죠. 그리고 그렇게 노력해도 강하다는 보장도-”

“크흠. 아직 부족해서 그런 거지, 분명 시간만 좀 더 주어진다면 내 주먹보다도 더 강하고 굵직하며 아름다운 레이저 빔을 쏘게 될 것이야. 그때 후회하지 말고...”

어린애처럼 자신에게 들러붙어 그의 기적이 성장할 경우 어떻게 될지 말했고, 그런 자신을 불쌍하다는 눈으로 바라본 강이슬이 입모양으로 한 단어를 만들고는 사라졌다.

-불쌍해.-

‘덕후가 무섭구나...’

김국사는 육십이 세의 나이임에도 만화, 특히 합체 로봇들이 나오는 걸 좋아한 나머지 기적에 그의 간절한 염원이 닿아 나타난 특이한 형태였다.

소모되는 라이(li)도 많고 김국사의 주먹질보다도 약한 탄이 발사되어서 박살은 그렇게 좋은 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수련할 때 무서운 집중력과 조금씩 파괴력이 상승하는 것이 보여서, 박살도 말리지 못하고 있었다.

‘강해지면 어떻게 해도 상관없긴 하니까.’

김국사에게 붙잡힌 박살을 구해준 건, 김국사의 손자이자, 이제 갓 성인이 된 이동성이었다.

“할아- 아니, 대장, 경계 나갈 시간입니다.”

“아직 십 분 남았잖아.”

“미리 철저히 준비하라고 하신 건 대장님입니다.”

“그렇지. 크흠. 그럼 박살 다음에 못 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도록 하지.”

“네...”

“가자!”

어깨에 기관총을 회수할 생각도 안 하고 김국사는 환한 얼굴로 미안한 눈빛을 보낸 이동성과 함께 경계지로 떠났다.

“후...”

“임호수님과는 다른 방식으로 정신없게 하는 분이네요.”

강이슬이 다가와서 하는 말에 박살은 미소 지었다.

“그래도 중요할 때는 묵묵하신 분이니까...”

말을 흐리며 그는 얼굴을 굳혔다.

“사람들 상태는 어때?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어?”

“네. 그곳과 관련된 건 단 하나도 없어요.”

“다행이구나. 물자나 식량도 괜찮고?”

고개를 끄덕인 강이슬이 노트북 화면을 보며 말했다.

“저희보다는 풍족하지 않지만, 반년은 버틸 수 있겠더라고요. 사람들 건강상태도 좋았고, 전체적인 수련 수준도 변이된 존재와 계속 싸워서 그런지, 동부구치소 주변 사람들 수준에 약간 모자랄 뿐 싸움 기술은 오히려 더 좋은 분들이 많다고 그러네요. 방어 지역 건물들도 성소가 많아서 좋았고, 모아놓은 공석도 삼백이십구 개였어요.”

“그건 모두 그분들 분배로 돌려.”

“이미 그렇게 조치했다고 이종수님이 전해달라셨어요.”

‘역시 이종수님.’

박살이나 참모가 챙기지 못하면 알아서 한 뒤 보고하는데,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문제 될 상황이 없을 정도로 깔끔해서, 박살이 정치 쪽으로 생각 없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가 완강하게 거부하지만 않았다면, 동부구치소 정치 쪽으로 그에게 맡길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박살이 신뢰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김국사님은 이제 수련이나 방어에만 신경 쓰다고 하셨으니까, 파주 쪽 지도자로 맡기고 싶은데...’

박살의 고민은 강이슬의 목소리에 의해 깨진다.

“어라. 이종수님이 북쪽 진출보다 의정부로 와달라는데요.”

“변이된 존재라도 나온 거야?”

“그게 아니라 다른 두 세력이 김국사님이 우리에게 세력을 넘겼다니까, 원래 그 땅은 국사님이 아닌 자신들의 것이라면서 내놓으라고 요구 중이래요. 여차하면 북쪽 세력과 연합해서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데요.”

“북쪽? 춘천시에 있다는 영원의 숲 세력을 말하는 건가?”

“아니요. 그게 아니라... 북한이요.”

박살의 눈이 동그래졌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주에 봬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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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9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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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4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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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4 8 11쪽
»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4 8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4 8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3 8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3 9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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