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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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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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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80
추천수 :
2,019
글자수 :
707,744

작성
19.03.1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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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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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50. 이제 이곳은 -2-,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1-

DUMMY

124

러지야의 세상 진(秦)이 자리 잡은 베이징에는 오백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가 지나온 지역 주민이거나 기존 베이징에서 살아남은 사람, 그리고 남쪽과 동쪽의 이레귤러들을 피해 도망친 자들이 살고 있는데,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뒤섞인 곳이다.

서로 도덕적인 관념이 틀린 자들이 좁은 지역이 뭉쳐 있게 되면서, 이에 따른 마찰이 심해졌고, 매일 같이 크고 작은 싸움이 터졌다.

그래서 폭음이 자금성에서도 들릴 정도로 큰 싸움이 가끔 일어났고, 이번에도 대전에서 아침 식사 중인 러지야 귀에 폭발음이 들렸다.

쿵.

“방향을 보니 외국인 대사관들이 있는 곳 아닌가?”

그의 물음에 옆에서 말없이 서 있던 붉은색 장포에 방어구를 착용한 이십 대 남성이 입을 열었다.

“알아볼까요?”

“아니, 어차피 이슬람과 기독교 간에 다툼일 것이다. 싸움이 우리 한족 지역까지 번지지 않게만 해.”

“그리 전하겠습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성이 뒷걸음질 치며 대전에서 벗어났고, 다시 수저를 든 그가 식사를 시작했다.

쿵.쿵.쿵.

백 가지가 넘는 반찬을 아주 조금씩 골라 먹던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싸움이 일어났어. 저번에도 그러더니... 역시 한번 기강을 잡아야 하나.”

중얼거리면서도 먹는 걸 멈추지 않는 그가 있는 대전에 폭음이 멈추지 않고 들려왔는데, 조금씩 커지는 폭음에 얼굴을 찌푸리던 그가 결국엔 수저를 집어 던졌다.

“언제까지 싸우는 거야!”

그가 던지자마자 옆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시중 줄던 여인이 떨어진 수저가 아닌, 자신이 들고 있는 수저를 내밀었고, 그것을 잡은 러지야가 다시 수저를 내밀려고 했다.

쾅.

먹먹하게 울리는 폭음이 아닌,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한 폭음소리에 러지야를 비롯한 대전 내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진다.

“제가 나가서 알아볼까요?”

여인의 물음에 고개를 저은 그가 직접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니다. 내가 직접 나가야겠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같이 일어난 여인이 황급히 말했다.

“바깥에 비가 오고 있습니다. 비에 젖지 않도록 우산을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궁금한 건 못 참아. 바로 확인해보겠다.”

말을 끝내자마자, 그가 곧바로 대전 제일 중앙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고, 그 뒤를 열 명의 여인들이 뒤따랐다.

중간 길이를 지났을 때,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아까 나갔던 사내가 뛰어 들어왔다.

“폐하. 큰일 났사옵니다.”

“무슨 일인가.”

“반란이옵니다.”

사내의 말에 러지야의 눈이 동그래진다.

“반란?”

“예. 이종수란 작자가 외국인과 서쪽에서 도망쳐온 자들을 데리고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이를 간자게님이 막고 있는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병력이 부족해 자금성이 아닌 병력이 있는 남쪽으로 도망치시라 전하라고 했습니다.”

“알았다. 내 필요한 물건이 챙길 터이니 너희들도 필요한 물건을 챙겨서 십 분 내로 대전으로 오거라.”

“알겠어요.”

“예!”

대답과 동시에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곳곳에 문이 열리면서 더 생생한 폭음이 들려왔다.

쾅. 쿵. 쿵쿵. 쾅.

폭음을 배경으로 황금색 용포를 입은 러지야가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로 뛰어갔다.

방석을 들추자, 그 자리에서 손바닥 크기의 붉은 종이가 놓여 있었는데, 그것을 집은 그는 빠르게 종이를 접었다.

“비행기. 비행기! 젠장! 왜 이리 안 접혀!”

떨리는 손으로 세 번 정도 헤맨 그가 마침내 종이를 어린아이들이 접는 비행기 모양으로 접는 데 성공하자, 그가 그것을 허공에 날리며 외쳤다.

“봉황신조!”

외치자마자 종이비행기가 불타오르더니 흩어졌고, 그 사이로 붉은색 포탈이 생성되었다. 포탈은 정확히 그가 통과할 수 있는 크기였는데, 그곳을 향해 망설임 없이 뛰어 들어갔다.

그의 주변은 숲속으로 바뀌었고, 곧바로 뛰어가려는 그의 눈앞에 간자게가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걸 확인하는 순간, 러지야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네가 나를 배신했구나!”

“네가 먼저 나를 배신했지.”

“무슨 헛소리냐! 나는 너는 아끼고 항상 옆에 두었다.”

“하지만, 대접은 오랑캐 이종수에게 더 잘했잖아.”

“그건 너도 나와 대화를 통해-”

“대화가 아니라 명령을 했지. 난 절대로 찬성한 적이 없었다고. 러지야, 내게 주신 자리 줘. 그러면 살려줄게.”

간자게가 말하면서 한 걸음 다가오자,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러지야는 부들거리며 말했다.

“내 힘으로 얻은 세상이 절반이 넘는다는 건 잘 알 텐데.”

“알아. 네가 죽으면 칠 할이 넘는 세상이 없어지겠지.”

“그런데도 나를 죽이겠다는 거냐? 남쪽에 군부 세력을 막으려면 방어선이 남아 있어야 할 텐데. 그것도 같이 사라져 버린다면-”

“한국 놈들이 쳐들어왔다는 사실을 알리면 군부가 우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그건 너도 잘 알잖아.”

간자게의 대답을 듣고 나서 러지야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황색 먼지 띠가 보이는 하늘을 보며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곳은 지옥이 되겠구나... 그럴 바엔!”

눈을 부릎뜬 그의 오른손엔 검붉은 색으로 강렬하게 빛나는 수류탄이 들려 있었다.

“멈춰!”

간자게가 황급히 손을 뻗어보지만, 이미 러지야의 목엔 수류탄이 하나 박혀 있었다.

“방어막!”

간자게가 황금히 푸른색 방어막을 펼쳤고, 그의 외침에 곧바로 각양각색의 방어막들이 러지야 방향을 막아섰다.

그리고.

쾅.

검붉은 빛이 러지야를 중심으로 사방 백 미터를 잠식했다가 사라졌다.

그를 둘러싸고 있던 병력 중 절반이 사라진 가운데, 왼쪽 손이 반 정도 날아간 것을 확인하며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지른다.

“러지야!”

그의 머리 위로 회색 염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화려한 자금성 안 대전으로 들어선 박살은 그 안에서 혼자 서 있는 이종수를 발견한다.

붉은색 방어구에 검붉은 피가 덕지덕지 칠해진 상태로 서 있는 그가 박살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인 이종수가 대왕을 뵙습니다.”

“박살이라고 부르세요.”

덤덤한 그의 말에 이종수가 부르르 떤 가운데, 감탄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조상호가 박살에게 화려하게 치장된 옥좌를 가리켰다.

“저기 황제가 앉던 자리가 있습니다. 이제 이곳의 주인이 되셨는데, 한번 앉아보세요.”

그의 말에 옥좌로 다가간 박살은 잠시 그 자리를 바라보다가 정글도를 휘두른다.

슥.

“헉!”

“음...”

박살이 반으로 갈라버리자,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진 가운데, 다시 몸을 돌린 박살은 굳은 사람들을 지나쳐 바깥으로 나왔다.

곳곳에 연기가 피어오른 걸 확인하며 눈살을 찌푸린 그에게 어둠이 다가온다.

-굳이 반으로 가르실 필요는 없었습니다.-

“안 그러면, 황제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헛소리를 들었겠지. 피해 상황은?”

-이종수와 그를 따르는 외국인들이 앞장섰고, 곳곳에 폭죽을 동시에 터뜨리면서 불을 피워 혼란을 증가시키는 전략이 먹혔습니다. 물론 간자게의 배신과 러지야의 자폭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만, 그 덕분에 피해는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내전 형식으로 싸움이 벌어지면서 최소 만 명 이상은 사망한 거로 판단됩니다.-

“그래...”

-정면으로 붙었다면 더 큰 피해를-

“알고 있으니 위로의 말은 할 필요 없어. 그러고 보니...”

박살이 자금성의 자주빛 벽돌과 금색 가까운 기와를 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이곳이 크지 않네.”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나라 경복궁이랑 비교했을 때, 두 배 정도 큰 거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입 벌릴 정도로 크진 않아. 건물들도 막상 보니, 크긴 크다, 정도 느낌이고.”

-우리나라 궁궐이 제대로 보존됐다면, 그 규모가 현 자금성 궁궐과 비슷한 크기였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경복궁이 더 좋아 보입니다.-

“아무튼 이곳은 그냥 예전처럼 박물관 형식으로 운영한다고 말하고 봉쇄해. 이곳 사람들 노예처럼 부려먹이려고 쳐들어온 게 아니라 자꾸 우리 쪽으로 이레귤러를 보내서 왔다는 말도 꼭 하고.”

-이미 중국어와 영어로 된 벽보를 만들어 붙이고 있습니다. 곧 중앙 광장에 큰 스크린을 설치해서 증거 자료와 영상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그럼 나는 이만 서울로 돌아가 볼 테니까. 이곳 관리는 이종수에게 맡겨.”

말을 마치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는 그에게 어둠이 말했다.

-중국인 이종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잠시 움직임을 멈춘 박살이 입을 열었다.

“아니, 한국인 이종수 투.”

-알겠습니다.-

박살에게 뒤따라 붙은 김진철이 포탈을 열었고, 그를 향해 어둠이 상체를 숙인 가운데, 자금성에 들어서는 성문 위에 염들에 의해 설치된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베이징까지 진출하고 끝까지 저항하던 간자게를 조상호가 목을 치면서 모든 이들에게 항복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 박살의 세상은 베이징 중심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천만의 인구를 보유한 곳이 된다.

박살이 점령석을 만들어 두 조각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방에 틀어박힌 사이, 의원을 만들어 각종 정책을 결정하는 의회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갔다.

서로 다투는 장면도 나왔지만, 서로 힘을 합쳐 복구 작업을 진행해 나갔고, 그 결과 제일 안정된 곳으로 평가받는 서울과 대전은 예전처럼 밤에도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 외 지역도 방어시설이 외곽에 하나둘 만들어지고, 박살의 라이 운용법 공개와 수련 시간 보장으로 능력자들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외곽에서 출몰하는 이레귤러들의 숫자가 확연히 줄어든 데다가, 서해를 중심으로 바다 표면을 뒤덮은 변석을 정화하는 속도도 올라갔다.

안정적인 서해 루트를 중심으로 베이징까지 연결되는 철도와 도로가 개통되면서, 물자까지 교류하기 시작했고, 첫 수확이 풍년을 맞아, 의식주와 관련된 물품이 풍족해지자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사회가 안정된 후, 다시 이 개월이 지났을 때, 만주 지역과 몽골까지 정화하고 그곳까지 점령할 수 있는 돌을 만든 박살이 다시 세상에 나왔다.

마침 의회가 열리고 있어서, 잠깐 들린 그에게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무 수련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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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52. 불협화음 -2- +1 19.03.16 348 6 10쪽
127 52. 불협화음 -1- 19.03.15 357 8 11쪽
126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2- +2 19.03.14 344 8 11쪽
» 50. 이제 이곳은 -2-,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1- 19.03.13 385 8 11쪽
124 50. 이제 이곳은 -1- 19.03.09 372 9 11쪽
123 49. 하나 -3- 19.03.08 365 8 12쪽
122 49. 하나 -2- 19.03.07 357 7 10쪽
121 49. 하나 -1- 19.03.06 382 7 12쪽
120 48. 뱀 사냥 -1- 19.03.05 430 7 10쪽
119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19.03.02 383 9 11쪽
118 46. 웨이브 -2- +1 19.03.01 377 9 11쪽
117 45. 주신전 -3-, 46. 웨이브 -1- 19.02.25 391 9 11쪽
116 45. 주신전 -2- 19.02.23 392 11 11쪽
115 44. 해후 -2-, 45. 주신전 -1- +2 19.02.21 396 10 12쪽
114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2 19.02.20 403 10 11쪽
113 43. 파죽지세 -3- 19.02.19 416 9 11쪽
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9 10 15쪽
111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1 19.02.16 458 8 11쪽
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4 7 16쪽
109 41. 내로남불의 시대 -4- +1 19.02.12 422 8 13쪽
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4 8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4 8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4 8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4 8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3 9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3 9 13쪽
102 39. 네 떡? 내 떡? -1- 19.01.26 432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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