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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이 조각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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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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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744

작성
19.02.2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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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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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44. 해후 -2-, 45. 주신전 -1-

DUMMY

114

이미주는 심장병을 앓다가 수술을 받아 회복한 이후로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꿈인 연극배우로의 길을 차근차근 밟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조각나버리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과 경쟁하던 동료들과 다툼 끝에 이겨 승리자가 된다. 항복을 받아낸 이후로는 서로 의지하는 친구가 되었다.

이후로 확장에서 자신들을 음해하려는 적들을 물리치며 사이가 돈독해진 가운데, 그녀들은 어느새 천 명이 넘는 사람들 머리 위에 서게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어째서...]

벌거벗긴 채 신도들인 남자들에게 유린당한 그녀가 힘없이 물었을 때, 동료였던 두 여자가 비웃음과 함께 말했다.

[왜긴 왜야. 싸가지 없는 네년 복수를 이제야 한 건데.]

[사람 고치는 능력밖에 없는 주제에 성질만 부리고, 남자 신도들도 너를 얼마나 가증스럽게 여겼는지 모르지? 여하튼 주신을 순순히 넘기면 다음 오아시스 때 다른 곳에 보내줄게.]

[하루 정도 시간을 줄 테니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아. 맞다.]

툭.

자신의 눈앞으로 낡은 광대 인형이 날아왔다.

[이거 네가 심장병으로 고생했을 때 아버지가 준 선물이라며. 그거나 조정하면서 놀아. 아. 맞다. 아직 너를 품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많지?]

[호호호. 그냥 오늘 하루만 봐주자. 다음 오아시스때까지 밤새도록 쉬지 못할 텐데.]

[좋아. 그럼 혼자서 쉬어. 우리는 멋진 놈들이랑 즐길 테니, 너는 그 쓰레기랑 즐기라고 호호호.]

녹슨 철문이 닫히고, 창고 안에서는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만 가득했다.

점점 흐느낌도 사라지고, 눈물도 메말랐을 때, 그녀의 눈앞에 있는 광대 인형에게서 깊고 음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이고 싶지 않아? 너의 그 절망을 저놈들에게 선사해 주고 싶지 않아?]

[하지만 힘이 없어. 그리고 도와줄 친구도 없고.]

[힘이 없다니. 단지 사람을 해하는 쪽으로 쓰지 않았을 뿐이지, 네가 지닌 힘은 다른 누구보다 강해. 그리고 친구가 있잖아.]

[친구라니... 난 없어.]

[나.]

[너?]

[그래 나. 내가 도와줄게. 내게 힘을 준다면 너를 위해 뭐든지 할게.]

[뭐든지?]

[응. 뭐든지. 사람을 죽이라면 죽이고, 사람을 살리라면 살릴 게, 네가 예전에 나를 조종해서 펼쳤던 그 꿈 그대로. 그러니 내게 힘을 줄래?]

광대 인형의 물음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루 뒤 그녀의 세상에 피의 강이 흘렀다.



박살이 손을 거두자, 머리 위에 있던 영상이 사라졌고, 멍했던 그녀의 눈동자에서 빛이 돌아왔다.

“뭐지... 기분 나쁜 꿈을 꾼 거 같은데.”

“이게 네게 힘을 준 그 저주받은 보물이군.”

그가 말하며 왼손에 있는 인형을 들어 올리자, 이제까지는 여유로웠던 그녀의 얼굴에 다급함이 나타났다.

“뭘 하려는 거야.”

“나에 대해서 들었을 텐데.”

“안 돼! 절대 안 돼!”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쳐 보지만, 이민희와 이다인이 양쪽에서 그녀를 붙잡았다.

“건드리지 마. 그걸 파괴하면 아무리 박살 당신이라도 죽여 버리겠어!”

박살은 그녀가 아닌 광대 인형을 보며 중얼거렸다.

“오 성급 인형이었군. 더러운 이명기의 마음이 담긴 인형이라... 결국 딸까지 망쳤구나. 어둠.”

-예. 대왕님.-

“이명기와 이병악에게 전해라. 당신의 딸이자 손녀는 곧 죽을 것이고, 악귀가 되더라도 소멸시킬 거라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몸부림치던 이미주의 몸이 멈추었고, 그와 동시에 뒤에 있던 강이슬이 입을 열었다.

“형. 아무리 그래도 죽이는 건-”

“만살자다. 살려둘 이유는 없어.”

“오빠, 그래도 예전에 서로 같은 집에 머무르기도 했던-”

이미주의 떨리는 눈동자를 잠시 바라보던 박살이 주변을 훑어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래서 무고한 만 명 이상의 목숨을 거둔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천살자들과 죄를 뉘우치지 않고 도망쳤던 악인들을 처형한 사례와 비교해도 형평성이 맞지 않아. 단순히 나와 아는 사이라고 살려둔다면 누가 법을 따를까.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법. 그게 내 세상의 최고 규칙이다.”

우두둑.

박살은 왼손으로 잡고 있던 광대 인형의 목을 잡아 뜯었다.

끼에에엑.

그러자 광대 인형에서 악귀가 튀어나왔고, 그것을 허공에 있던 어둠이 붉은빛의 줄을 던져 붙잡았다.

“만살자를 만든 악귀다. 소멸시켜.”

-그러지 마시고, 염들에게 분풀이할 기회를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분풀이할 기회?”

-예. 소멸하면 아무래도 자신들을 죽인 존재에 대해 한을 뿜어내지 못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경우, 악귀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우리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음... 내가 잠시 피해자들을 생각하지 못했군. 그렇다면... 소멸은 취소한다. 하지만, 그것도 두 달이 최대며, 더 큰 악귀가 될 기미가 보인다면 곧바로 끌고 와 내 눈앞에서 소멸시켜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박살은 서늘한 눈빛으로 이미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것도 살려줄 이유가 없다. 내일 아침, 평택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내가 직접 공개 처형을 할 예정이다. 이건 누가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

단호한 그의 음성에 강이슬과 이다인은 입을 열지 못했고, 몸을 떨기 시작한 이미주를 잠시 바라보던 박살이 곧바로 바깥으로 나갔다.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한 비를 맞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 박살은, 바깥에 시신과 악물들을 태우고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라이(li)로 만들어진 불길로 거센 빗줄기에도 시신과 물건들이 타고 있었고, 방독면을 쓴 이들의 인사를 받아가며 박살은 그곳으로 걸어갔다.

조각난 광대 인형을 바로 불길 속으로 던져버린 박살은 품 안에 있던 지갑에 낀 사진을 하나 꺼내었다.

병실에서 광대 인형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박살은 오른손을 휘저었다.

사진이 날아가 불길 속으로 들어가 전부 타들어 가기 전까지 그것을 지켜보던 박살은 다시 몸을 돌려 장대비 사이로 들어가 사라졌다.



**주신전.**

박살의 경우처럼 직접 전방에 나서 적들을 물리치거나 가장 많은 공을 세우지 않는 이상, 주신이 죽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조각의 비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신들은 적대한 세력과 다툼에서 승리한 이후에도 그 세상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조공을 받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근접전에 약하거나 전투와 관련된 기술이 없는 주신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해서, 다단계 회사처럼 속국의 속국, 그리고 그들에 의해 점령한 곳을 속국으로 만들어, 상국과 속국 세상의 비율이 십 대 일도 안 되는 곳들이 있었다.

속국이 된 세상은 자연스럽게 삶이 고달파졌고, 어떤 곳은 굶어 죽는 곳이 생겼지만, 속국에서 탄생한 뛰어난 능력자들은 좋은 조건으로 영입하거나 죽여서 애초에 발전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서, 속국들은 변이된 존재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원하는 물자를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박살의 세력이 남한의 중심이라 볼 수 있는 충청도와 대전까지 세력을 펼쳐지자, 매일같이 고된 삶을 이어가던 속국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악인 정재수가 항복했다. 그의 세상이 지옥에 흡수된다.-

-황종숙이 항복했다. 그의 세상이 지옥에 흡수된다.-

-대영이 항복했다. 그의 세상이...-

...

속국 사람들 대부분 전투를 피하고 식량을 우선시해 도시를 벗어나 농지나 산지를 택한 이들이었는데, 그들이 속속들이 박살에게 항복하면서, 식량 문제는 전혀 없어졌다.

이렇게 되자, 급해진 건 상국, 정확히는 도시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뛰어난 무장 세력을 보유한 주신들이었다.

[가면 모두 몰살시킬 거다.]

[우리에게 항복하지 않으면 죽이겠다.]

[도망친 놈들의 세상을 점령해!]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강압적인 방식으로 그들을 압박했는데, 문제는 모든 이들을 막을 수 없었고, 결국 그들의 더러운 행동이 박살이나 인터넷에 퍼지게 된다.

많은 이들의 비난이 쏟아졌음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더 당당하게 나와 박살에게 공격받기 싫으면 도망간 사람들을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그중 군산을 기반으로 한 ‘김유한’이라는 세상의 주신 김유한은 박살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부여를 꿀꺽했다면 자신의 세상을 돌려달라고 인터넷에서 강력하게 주장한 이였다.

[군산 사람들 불쌍하다 저런 돼지 새끼가 주신이라니.]

[내가 알기론 논산 사람들 대부분을 죽인 게 저자래.]

[원래는 양아치였다면서, 운 좋게 오 성 보물 하나 얻어서 저렇게 됐다며.]

[어차피 실력으로 오 성이 된 박살님이 쳐부수실 거다. 우리는 그냥 팝콘이나 뜯으면서]

“으아아아아.”

주변에 골동품이 가득 찬 곳 한복판에 갸름한 얼굴과 얇은 팔다리를 지닌 한 이십 대로 보이는 사내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자, 주변에 말없이 서 있던 사람들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양 귀를 막으며 주저앉았다.

유일하게 우두커니 서 있는 우람한 체격의 한 사내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김유한님. 이러다 사람들이 죽겠습니다.”

그의 말에 김유한이 몸을 축 늘어뜨리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내가 피땀 흘려 얻은 땅이 꽁으로 상대에게 넘어가서 달라고 한 게 이렇게 욕먹을 죄야? 그리고 박살도 사람 많이 죽였잖아, 왜 내만 욕을 먹는 건데?”

“그건 박살이”

사내가 쓰러진 사람 중 한 여성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렇게 죽이는 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유한님도 그건 아실 텐데요.”

그의 말에 김유한은 피식 웃었다.

“네 말이 맞아. 확실히 박살이 난 놈은 난 놈이야. 내가 악인이 아니었다면 바로 들어가 항복하고 싶을 만큼 좋은 세상도 만들었고. 하아. 빌어먹을 그 양아치 새끼들만 아니었으면 나도 악인은 안 됐을 텐데.”

“음...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니지 않습니까.”

“야! 박준! 너 자꾸 내 정곡을 찌르면 어떡해.”

“거짓말 안 하는 게 저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김유한은 환하게 웃었다.

“아하하. 맞아. 그것 때문에 내가 너는 살려두고 있지. 유일하게 뒤에서 호박씨 까는 놈은 아니니까.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

“뭐를 말입니까?”

“박살 대 나. 서로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그의 물음에 잠시 침묵했던 박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입니다.”

“그렇지? 내가 이기지? 아무래 내 실력이-”

“같은 오 성이라도 육 성 무기까지 갖춘 김유한님이지 않습니까. 무기 빨로 이기실 겁니다.”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고는 다시 입을 닫은 박준을 김유한이 흘겨보았다.

“하여간, 거짓말은 죽어도 안 하는 새끼라니까. 좋아! 결정했어!”

“뭐를 말입니까.”

“주신전 신청할래.”

“주신전?”

“주신끼리 붙자는 거지.”

“박살 옆에 인터넷에서만큼은 최강자인 강이슬이 있습니다. 그자가 유한님 무기 정보를 알고 있을 텐데요. 과연 받아들일까요?”

“꼬우면 내 밑에 있는 사람들 다 죽여 버린다고 하지 뭐.”

“흠... 박살이라면 거절하지 않겠군요.”

“그렇지?”

“예. 그렇습니다.”

“으하하하. 역시 내 잔머리는 세계 최강이라니까.”

“그럼, 인터넷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럼고럼. 바로 올리도록 해.”

“여기 있는 시체들은-”

이제까지 웃는 상이었던 김유한의 얼굴이 순간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버러지 새끼들은 개들에게 줘버려.”

“알겠습니다.”

짝짝.

박준이 손뼉을 치자, 바깥에서 있던 군복 차림의 남성들이 시체들을 끌고 사라졌다.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김유한이 손짓하자, 박준이 남성들과 같이 나갔고, 혼자가 된 그는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디 그럼 염라대왕에 어울리는 자가 누군지 자웅 좀 겨뤄 볼가.”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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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52. 불협화음 -1- 19.03.15 357 8 11쪽
126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2- +2 19.03.14 344 8 11쪽
125 50. 이제 이곳은 -2-,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1- 19.03.13 38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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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49. 하나 -2- 19.03.07 357 7 10쪽
121 49. 하나 -1- 19.03.06 382 7 12쪽
120 48. 뱀 사냥 -1- 19.03.05 430 7 10쪽
119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19.03.02 383 9 11쪽
118 46. 웨이브 -2- +1 19.03.01 377 9 11쪽
117 45. 주신전 -3-, 46. 웨이브 -1- 19.02.25 391 9 11쪽
116 45. 주신전 -2- 19.02.23 392 11 11쪽
» 44. 해후 -2-, 45. 주신전 -1- +2 19.02.21 396 10 12쪽
114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2 19.02.20 403 10 11쪽
113 43. 파죽지세 -3- 19.02.19 416 9 11쪽
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9 10 15쪽
111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1 19.02.16 458 8 11쪽
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4 7 16쪽
109 41. 내로남불의 시대 -4- +1 19.02.12 422 8 13쪽
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4 8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4 8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4 8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4 8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3 9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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