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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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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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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7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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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7,744

작성
19.0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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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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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0쪽

39. 네 떡? 내 떡? -1-

DUMMY

101

**네 떡? 내 떡?**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는 의식주가 중요하지 않다.

의식주가 열악해도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하게 여기며 산다.

특히, 모두가 다 그런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안정된 상황에 놓이고, 자신이 아닌 주변을 둘러볼 정도로 여유로워지면 사람의 마음속에 숨어 있던 한 가지 마음이 떠오른다.

욕심.

이 마음을 얼마나 잘 다스리는지에 따라, 개인, 사회, 국가의 앞날이 뒤 바뀐다.

어떤 이는 권력으로, 어떤 이는 법으로, 어떤 이는 이념으로...

지금도 정답이 없어,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가운데, 박살의 세상에도 이 마음이 조금씩 뒤덮고 시작했다.



무너진 세상 속에서 우뚝 솟은 아파트 중 한 곳의 현관문 앞에서 두 여성이 싸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내 거야.”

삼십 대로 보이는 여성이 붙잡고 있는 붉은색 원피스를 당기며 말하자, 맞은편에 있는 같은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자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자신 쪽으로 당겼다.

“아니. 이건 내가 잔해 속에서 뒤져서 찾은 거야.”

완강한 반응에 살짝 눈꼬리가 치켜 올라간 여성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그 건물이 내가 살던 건물이었고, 나랑 같이 물건이 있나 뒤지던 네가 찾은 거잖아. 나중에 좋은 반찬 나오면 줄 테니까-”

“싫어. 내가 먼저 잡은 거야. 그러니까-”

부우욱.

“악!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여자가 소리쳤지만, 이미 옷은 찢어진 상황이었고, 여성은 속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것 때문에 우리끼리 싸우는 것보다는 그냥 없애버리는 게 나은 거 같지? 호호. 그럼 나중에 보자.”

일방적으로 말하고 바로 몸을 돌린 여성을 노려보던 여자가 뒤에서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빼들고, 여성의 등을 노렸다.

“헉.”

“조심해!”

주변에서 두 사람의 싸움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그녀들에게 외쳤을 때, 아파트 벽에서 회색 잔영이 나타나 붉은빛으로 만들어진 줄을 날렸다.

“악! 이거 놔! 놓으라고!”

여자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단검을 잡은 손을 감은 붉은 줄을 풀려고 했지만, 풀어지지 않은 가운데, 회색 잔영에게서 남자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상대를 해하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칼로 상대를 죽이려고 한 건 살인미수로 중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죽이려고 한 게 아니야. 저 년 옷을 찢어버리려고 했다고!”

-그건 염라님이 판단할 일입니다.-

“나보다 약한 년을 왜 죽이려고 해! 정말 아니라니까!”

-그건 염라님이 판단할 일입니다. 끌고 가겠습니다.-

“놔! 놓으라고!”

저승사자는 반항하는 그녀를 끌고 동부구치소로 갔고, 끌려가는 그녀를 보는 여성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꼴좋다. 자기가 나보다 등급 높다고 잘난 척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악!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그녀는 자신의 팔에 휘감긴 붉은 줄을 보고 회색잔영에게 소리치자, 잔영에게서 여성 목소리가 나왔다.

-개인 소유의 물건을 함부로 파손했으니, 동부구치소로 가요.-

“애초에 그건 내 물건이었다니까.”

-그건 염라님이 판단할 일이에요.-

“아까 내가 한 말 못들었어? 그 물건 원래 내 물건이었는데, 그것이 내가 살던 건물 잔해에서 슬쩍 한 거라니까. 내 물건 내가 파괴했다는데, 뭐가 문제야.”

-그건 염라님이 판단할 일이라니까요. 순순히 안 가면-

“알았어! 가면 될 거 아니야. 박살도 그러고 보면...”

궁시렁거리며 여자가 앞서가고 그녀의 뒤를 회색 잔영이 허공에 뜬 채로 따라갔다.

그들이 멀어지고 나서야,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수근거렸다.

“살인미수로 끌려간 사람이, 이번에 삼 성으로 올라간 김수진 맞지? 그 애 어머니가 승급해서 동부구치소로 이사 간다고 좋아하던데, 안 됐네.”

“자기 성질 못 이겨서 상대를 해하려고 한 건데, 뭐가 안 돼. 그나저나 난 박영인 저 여자나 여기로 다시는 안 왔으면 좋겠어. 좋은 물건을 다른 이가 들고 있으면 무조건 자기 건물에서 가져왔다고 강짜 부려서 물건을 빼앗다시피 하잖아.”

“자기가 예전에 문정동 길 한 라인 건물을 거의 다 먹었다고 말하는 여자잖아요. 실제로 그곳 물건들이 멀쩡한 게 많기도 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다른 이가 수련에 쓰일 라이 써가며 건물잔해 들춰내고 찾은 물건을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다가 강짜 부리잖아. 김수진처럼 잘못했다가 동부구치소로 끌려갈까봐 두려워서 참은 사람들 많아.”

“그래도...”

서로 의견을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 회색 두건을 쓰고 말없이 서 있던 조상호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벗어났다.



같은 시간, 동부구치소 집무실.

박살은 피곤한 얼굴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배정된 사건]

-3월 32번 사건.

내용 : 보물 소유권을 놓고 다투다가 둘 다 중상을...

-3월 33번 사건.

내용 : 성과금으로 지급한 공석 주머니를 두고 조원들이 서로 다투다가

...

-3월 45번 사건.

내용 : 윗집에서 들려온 소음에 야간 경계를 나갔다 돌아온 자가 참지 못하고 힘을 써서 천장을 뚫어버린...


탁.

노트북을 덮어버린 박살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잘 지내다가 갑자기 이렇게 문제가 많이 생기는 이유가 뭐야.”

그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말없이 벽면에 대한민국을 그리며 메모지를 붙이고 있던 감우호가 쓴웃음을 짓는다.

“목숨이 안전하다 싶으니 남의 떡이 보여서 그렇습니다. 그나마 다투는 과정에서 아무도 죽지 않아 다행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뭐가 다행입니까. 살인 미수도 몇 있었잖아요. 염들이 막아줬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최소 다섯 명은 죽었습니다.”

“인터넷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원주에선 서로 다투다가 내분이 일어나서 하루아침에 망한 곳도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뭐합니까. 내가 사는 곳이 중요하죠.”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만, 저는 그렇게라도 생각해서 스트레스라도 덜 받겠습니다.”

“뭔가 얄밉게 느껴지네요.”

“하하. 그렇게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웃으며 말하는 감우호의 모습에 결국 얼굴을 구기고 있던 박살도 표정을 풀었을 때, 조상호가 들어와 소파에 앉자마자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살인미수 추가요.”

그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고, 그사이 그는 탁자 위에 있는 노트북을 열며 중얼거렸다.

“내용은 두 사람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나온 옷을 가지고 다투다가 한쪽이 칼을 빼들어 공격하려 했다. 이름은... 뭐였더라.”

-김수진-

“아. 맞다. 김수진이었지.”

중얼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조상호 옆에 떠 있는 회색 잔영을 바라보며 박살이 말했다.

“김수진이라면 최근에 삼 성에 올라서 교도관으로 임명된 여자 아니야.”

-맞습니다.-

대답을 들은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동부구치소로 와서 근무할 사람이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고?”

-죽이는 게 아니라 상대 여자 옷을 찢으려고 했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일단 칼을 들고 상대에게 달려들었으니, 살인미수 혐의로 끌려왔습니다.-

“어이가 없군. 죄가 있든 없든지 간에 섣불리 상대를 해하려는 행동을 했으니, 임명 건은 취소해.”

-이미 이종수님이 소식을 듣자마자 처리했습니다.-

“잘했어.”

-그럼 가보겠습니다.-

“어. 수고해.”

회색 잔영이 사라지고, 감우호는 소파로 걸어왔다.

“정비는 기본이고 재판까지 맡으셨으니 조상호님이 고생이 많으시네요.”

조상호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옆에 두 분은 매일 밤새우다시피 하지 않습니까. 그에 비하면 저는 놀고먹는 거니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런데 감우호님.”

“네. 말씀하세요.”

“조각나기 전 물건 소유권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겁니까?”

“그건 왜... 아! 지금 사건이 그것과 관련된 거군요.”

조상호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감우호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천재지변으로 쓸려간 물건을 가져갈 경우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되니, 이렇게 세상이 변한 것도 천재지변으로 본다면 소유권이 인정된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동부구치소를 무단으로 쓰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나중에 온 세상이, 하다못해 한국이라도 원상태로 돌아오면 애써 정비한 곳도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거잖아요.”

그의 말에 살짝 멍한 눈빛이 된 감우호가 박살을 바라보았다.

“나중 가서 문제가 될 거 같은데, 박살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지도자들을 불러 모아 이 문제에 대해서 상의해 보도록 합시다.”

박살의 말에 감우호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괜히 말했다가 오히려 분란만 만들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정화 작업은 다 마쳤고, 이제 라이 수련과 실전 훈련이 주가 된 지금이 분란이 일어나도 수습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내일 재판할 때, 배심원은 물론이고 방청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논란이 될 거 같은데, 박살님 말대로 토론을 열죠.”

두 사람의 말에 감우호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박살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무섭고 집요한지.”

박살이 대답 대신 신음을 흘리며 가만히 있는 사이, 감우호의 말은 계속 됐다.

“아무리 주신이라도 맘에 안 들면 자신들의 세상이 줄어들더라도 감수할만 하다고 인터넷에서 떠드는 놈들을 떠올려 보세요. 특히, 대한민주연합과 우리라는 단체에 소속 됐다가 풀려난 사람 중에 기존 신도들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만족하며 살던 이들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곳에서 더 높은 곳을 노리던 자들이 숨죽이며 박살님의 틈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건 그들에게 좋은 빌미를 줄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고 집무실 내는 침묵에 휩싸였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박살은 빛나는 눈동자로 감우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토론 회의를 열겠습니다.”


작가의말

어느새 100화를 넘겼네요.

앞으로도 꾸준히 제 글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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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50. 이제 이곳은 -1- 19.03.09 372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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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19.03.02 383 9 11쪽
118 46. 웨이브 -2- +1 19.03.01 377 9 11쪽
117 45. 주신전 -3-, 46. 웨이브 -1- 19.02.25 391 9 11쪽
116 45. 주신전 -2- 19.02.23 392 11 11쪽
115 44. 해후 -2-, 45. 주신전 -1- +2 19.02.21 396 10 12쪽
114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2 19.02.20 403 10 11쪽
113 43. 파죽지세 -3- 19.02.19 416 9 11쪽
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9 10 15쪽
111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1 19.02.16 458 8 11쪽
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4 7 16쪽
109 41. 내로남불의 시대 -4- +1 19.02.12 422 8 13쪽
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4 8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4 8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4 8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4 8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3 9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3 9 13쪽
» 39. 네 떡? 내 떡? -1- 19.01.26 432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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