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이 조각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01,090
추천수 :
2,019
글자수 :
707,744

작성
19.03.02 20:17
조회
383
추천
9
글자
11쪽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DUMMY

118

**목에 방울을 단 남자**

“헉헉.”

산속을 사십 대로 보이는 남성이 뛰어가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위태롭게 움직이던 그가 작게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걸려 쓰려졌을 때, 그의 목에서 방울 소리가 튀어나왔다.

딸랑딸랑.

“헉!”

헐레벌떡 일어난 그가 자신의 목을 감싸고는 다시 앞으로 뛰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 팔뚝 두께의 작은 꽃무늬 뱀들이 그곳에 나타나서 주변을 배회하다가 사내가 사라진 곳으로 기어갔다.

그리고 정확히 하루 뒤, 그곳에 몸통 삼 미터에 길이만 칠십 미터가 넘는 초대형 뱀과 작은 뱀들이 주변을 뒤덮고 지나갔다.



이름 모를 산속.

붉은 노을에 의해 전신이 붉게 물든 사내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온다.

“강우! 약속이 틀리잖아! 이 방울이 왜 사라지지 않는 건데!”

[이종수. 세상이 원래 그런 거다.]

이종수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쥔 휴대폰에서 들려온 남성의 목소리에 입술을 깨물었다.

“설마 나를 속인 거냐?”

[네 가족을 잘 보살피겠다는 약속은 지키마.]

“이 개자식이! 내가 너를 위해 해준 게 얼마나 많은데! 너에게 사 성 보물도 바치고 성장석까지 쥐여줬다. 그런데 이런 나를 배신한 거냐!”

[타지에서 한국인이 살려면 똑같이 나약한 한국인을 잡아먹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 그리고 네 아내도 네가 죽길 바랐고.]

마지막 말에 이종수가 눈을 부릅뜬다.

“뭐. 뭐라고? 아내?”

[어린 시절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네가 가로챈 희수 말하는 거 알잖아.]

“헛소리! 아내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네가 돈은 잘 번 거는 인정하지. 하지만 가정에 신경을 안 썼잖아. 아. 자식한테는 잘해준 거는 인정. 그런데 아내까지 신경은 안 써주면 이리되는 거야. 공평하게 모두에게 신경을 써 줘야지.]

“사악한 새끼! 지옥에나 떨어질 놈!”

[너도 마찬가지야. 같은 한민족의 땅인 조선족들이 사는 만주랑 북한 지역을 지나갔잖아.]

“그. 그건. 네가-”

[더 죄 저지르기 싫으면 그냥 목숨을 스스로 끊어. 아! 그러면 대한민국 사람들이 죽어 나가려나.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이제는 난 중국인이니까. 그럼 바이바이.]

“야! 강우! 한강우!”

불러보지만 이미 끊은 상태였다.

다시 걸었지만, 그것도 소용없자. 그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병신아. 이 병신새끼야. 한번 속았을 때 끊었어야지. 또 속아. 아이구 이 등신아.”

자신의 가슴을 치며 한탄을 하던 그 옆에서 회색 잔영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회색 잔영은 정장 차림에 얼굴이 흐릿한 형상을 띠고 있었는데, 그 잔영에서 굵직한 남성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신이 우리 쪽으로 뱀 떼를 끌고 온 사람인가.-

“헉! 누. 누구야!”

-당신 때문에 피해를 볼 세상에 소속된 사람. 아니지. 염입니다만. 이름은 어둠. 악인들을 잡아 가두는 저승사자 수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몸을 부르르 떤 이종수가 곧바로 고개를 바닥에 숙이며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냥 다 망해버린 만주에다 놓으면 된다고 했는데, 놈이 자꾸만 가족을 살리고 싶으면 이동하라고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흐음... 이종수씨의 사정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잠시만 확인해 볼 게 있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어둠의 손에서 붉은빛이 흘러나와 이종수의 몸을 감쌌다.

-아프지는 않습니까?-

“네? 그냥 조이기만 할 뿐인데요?”

-그래요? 대화 내용만 들었을 때는 천하에 둘도 없는 매국노에 학살자로 들렸는데. 혹시 지나갈 때 사람들을 본 적 있습니까?-

“네. 봤습니다. 보자마자 뱀 떼가 하루 뒤에 온다고 도망치라고 했습니다. 베이징을 휩쓴 뱀 떼라고 하니까. 대부분 도망치던데요. 물론 안 도망친 곳도 있었지만...”

-선전포고로 인식되어서 악인이 안 된 건가. 기묘한 시스템이군.-

“네?”

-아닙니다. 어쨌든 우리 지역에 큰 해악을 끼치려고 했으니, 박살님에게 끌고 가야겠군요.-

“바. 박살이면. 혹시 지. 지옥의 수장인-”

-네 맞습니다.-

“헉! 절대 지옥에 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북한 지역에 뱀을 놓고는 중국으로 갈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절대로 저는-”

-시끄럽군요.-

붉은 줄의 끝이 늘어나 이종수의 입을 막았다.

“읍읍.”

-이미 저희는 평양까지 수복한 상황입니다. 당신 덕분에 함흥과 원산까지 세력을 넓힐 수 있었지요. 뭐. 폐허와 시체만 남은 상황이지만 말이죠.-

어둠의 말에 버둥거리던 이종수의 몸이 축 늘어졌고, 어둠은 그를 허공에 끌어올리고는 붉은 노을이 지는 곳을 향해 이동했다.



이십 분 뒤.

평양에서 오 킬로미터 북쪽에 마련된 임시로 지어진 막사에서 박살들은 이종수가 풀어놓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번 웨이브의 발단은 물건을 축소 보관할 수 있는 오성 자리 방울 모양의 보물을 찾은 러지야라는 이름을 가진 주신이 자신이 일차 목표로 노리는 베이징을 얻기 위해 음모를 꾸미면서 시작됐다.

자신의 북쪽에 자리 잡은 뱀 형상의 이레귤러를 베이징에 보내 양쪽의 피해를 주고 그곳을 친다는 것이 본래 계획이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많은 수의 공석이 담긴 주머니와 그 주머니를 들고 다닐 미끼 역할을 할 자가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한강우가 이종수에게 사절을 권유해 자원하면서 선발되었고, 오백 개가 넘는 공석이 담긴 방울을 그에게 귀속시켜 베이징에 보냈다.

처음에는 죽을지도 모르는 사절역할을 맡겨서 보물을 줬다고 생각한 이종수는 성심성의를 다해서 베이징 사절 역할을 다했고, 그간 무역업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친분을 얻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 뒤로 뱀들이 베이징을 덮쳤고, 간신히 살아남은 이종수에게 한강우의 연락이 닿았다.

그에게서 진실을 들은 그는 분노했지만, 아내와 자식이 그곳에 있고, 그에게 귀속된 줄 알았던 보물이 사실은 주신이 그에게 자신의 기적을 이용해 심어 놓은 것이라는 걸 알면서, 어쩔 수 없이 미끼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한강우가 말한 루트를 따라 작년 홍수 이후로 다리가 모두 무너진 압록강이 아닌 백두산을 넘어 북한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곳에 도착한 겁니다.”

이종수의 이야기가 끝이 나자, 박살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정확히 하루 뒤에 이곳으로 온다?”

“저도 잘 모르지만, 하루 뒤에 오는 건 맞습니다.”

“어둠.”

-확인해 본 결과 그의 말대로 미친 남자가 지나간 뒤 하루 뒤 뱀이 왔다는 함흥 시민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사 성이 내지른 공격이 소용없었다고?”

-그들 말로는 그러는데, 시민들 말로는 바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네가 판단하기엔 어때?”

-품은 기운이 강대하긴 해도, 전체적으로 발산하고 있는 거라서 질적으로는 삼 성 이하로 보입니다.-

“단순히 힘만 많이 품은 뱀이라는 건가?”

-끌고 다니는 이 성급 뱀의 수는 천 마리가 넘고, 삼 성는 백, 일 성은 만이 넘는 거로 집계된 상황입니다.-

“멀리서 숫자 세느라 힘들었을 텐데. 염들이 고생했어.”

-천 이 넘는 염들이 허공에 떠서 센 겁니다. 생각보다 짧게 걸렸습니다.-

“그래도 고생한 건 한 거지. 거대한 뱀의 공격 패턴은 확인되지 않았고?”

-큰 뱀은 삼키는 것만 봤습니다. 생명체를 먹으면 커지고, 그게 아닌 건물을 삼키면 그냥 기운 늘어나고 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작은 뱀들이 오히려 맹독을 품은 보라색 빛의 힘을 내뱉어 백 미터에 있는 적도 정확히 공격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번식은 안 해?”

-아직 관찰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겠습니다.-

대화를 듣고 있던 이종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저기... 큰 뱀의 공격 형태가 어떤 건지는 제가 압니다.”

그의 말에 막사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그가 목을 움츠린 가운데, 박살이 그를 바라보았다.

“어떤 거지?”

“베이징에서 봤는데, 강한 보라색 광선을 입에서 쏘아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일직선의 광선이 오백 미터는 넘게 뻗어 나갔는데, 그것에 휩쓸린 사람들이 전부 녹아내렸습니다.”

“굵기는?”

“일 미터 정도였고, 솔직히 저는 막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삼 성급 능력자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강이슬이 노트북을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이종수님 말대로 삼 성 능력자가 증발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댓글로 전부 말도 안 된다고 했는데, 이게 사실이라니...”

“그래도 그 광선을 쏘고 나서 한동안은 공격하지 못했습니다. 크기도 십 분의 일 정도는 줄어든 것으로 보였는데... 자세한 건 그 이후로 도망쳐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 성. 아니다. 그건 불안하니 나랑 김각님 그리고 어둠, 조상호까지만 싸울 수 있다는 건가.”

“그냥 저자를 동해에다 던져 버리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러시아 쪽으로 도망치라고 놔주면 되고요. 굳이 싸워서 죽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강이슬의 말에 이종수가 목을 더 움츠리는 가운데 박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일단 내가 직접 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박살님!”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

“절대 불가합니다. 그러다 다치시면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의회에서 결정하지 않는 이상 주신이라도 함부로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사람들이 모두 반대하자, 박살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폭탄 돌리기 형식으로 해봤자. 어차피 돌고 돌아 우리에게 오게 되어 있습니다. 처리할 수 있을 때, 처리해야지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그걸 우리가 할 필요가 없잖아요. 왜 우리가 해요.”

“맞습니다. 이자의 목을 치고 그 안에서 보물을 꺼내 베이징에다 다시 옮겨 놓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맞아요. 씨를 뿌린 놈이 책임지게 해야지, 왜 애꿎은 박살님과 우리가 거둬요.”

“그만.”

박살의 말에 모두 입을 다문 가운데, 그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가 한번 상대를 보고 나서 안 되겠다 싶으면 앞서서 사람들에게 미리 통보하고 아무도 없는 러시아 북방으로 밀어 넣거나. 그들이 있었다는 몽골 쪽에 던져 넣으면 될 겁니다.”

“저기 그러면 이종수는...”

박살은 이종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랑 같이 다닐 겁니다.”

“저는 광선에 맞으면 그냥 녹습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애초에 미끼가 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런 상황이 올 거라는 거 느끼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다시 입을 연 이종수의 앞에 다가온 박살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옥에 제 발로 걸어온 주제에 말이 많군.”

“죄. 죄송합니다.”

“어둠.”

-네.-

“준비를 마치는 동안 중국인 이종수를 감시해.”

중국인이라는 단어에 이종수가 몸을 부르르 떤 가운데, 어둠의 대답이 막사 안에 울려 퍼졌다.

-알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상이 조각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되었습니다. 19.03.24 398 0 -
130 53. 긴 꿈이 끝나고.. +10 19.03.19 591 8 7쪽
129 52. 불협화음 -3- 19.03.18 383 6 12쪽
128 52. 불협화음 -2- +1 19.03.16 349 6 10쪽
127 52. 불협화음 -1- 19.03.15 358 8 11쪽
126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2- +2 19.03.14 345 8 11쪽
125 50. 이제 이곳은 -2-, 51. 배가 부르면 언제나 찾아온다. -1- 19.03.13 385 8 11쪽
124 50. 이제 이곳은 -1- 19.03.09 372 9 11쪽
123 49. 하나 -3- 19.03.08 365 8 12쪽
122 49. 하나 -2- 19.03.07 357 7 10쪽
121 49. 하나 -1- 19.03.06 382 7 12쪽
120 48. 뱀 사냥 -1- 19.03.05 430 7 10쪽
» 47. 목에 방울을 단 남자 -1- 19.03.02 384 9 11쪽
118 46. 웨이브 -2- +1 19.03.01 377 9 11쪽
117 45. 주신전 -3-, 46. 웨이브 -1- 19.02.25 392 9 11쪽
116 45. 주신전 -2- 19.02.23 392 11 11쪽
115 44. 해후 -2-, 45. 주신전 -1- +2 19.02.21 396 10 12쪽
114 43. 파죽지세 -4-, 44. 해후 -1- +2 19.02.20 404 10 11쪽
113 43. 파죽지세 -3- 19.02.19 416 9 11쪽
112 43. 파죽지세 -2- 19.02.18 409 10 15쪽
111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2-, 43. 파죽지세 -1- +1 19.02.16 458 8 11쪽
110 42.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1- +1 19.02.13 404 7 16쪽
109 41. 내로남불의 시대 -4- +1 19.02.12 423 8 13쪽
108 41. 내로남불의 시대 -3- +2 19.02.11 394 8 11쪽
107 41. 내로남불의 시대 -2- +1 19.02.08 404 8 11쪽
106 41. 내로남불의 시대 -1- 19.01.31 425 8 12쪽
105 40. 북진? 남진? -1- +1 19.01.30 445 8 11쪽
104 39. 네 떡? 내 떡? -3- +2 19.01.29 434 9 16쪽
103 39. 네 떡? 내 떡? -2- +2 19.01.28 413 9 13쪽
102 39. 네 떡? 내 떡? -1- 19.01.26 432 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