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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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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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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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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7)

DUMMY

백수련은 화려하게 꾸며진 침소에 갇혀 있었다. 그녀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전날, 그녀는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 우연히 알게 된 한 청년에 의해 구원받았다. 자신을 진선생 유현인이라 소개한 청년은 이때까지 백수련이 알던 다른 사내들과는 달랐다.


자유로운 분위기, 가볍지만 경박하진 않은 말투. 그리고 이때까지 그녀를 위협해왔던 종사회 대주 호기삼을 단번에 제압한 무공. 그의 집은 자신이 살던 집 바로 옆이었지만 그와 같이 있으면 위험하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채 며칠도 지나지 않은, 바로 다음날. 유현인이 개방에 정보를 얻으러 간 그 짧은 시간 안에 회주 동산일이 이끄는 종사회의 무리가 유현인의 집으로 쳐들어왔다. 그들은 집을 부수고 약탈했고 유명세에게 폭력을 가했다.


“아······”


백수련은 공포에 질렸다.


“연아야. 네가 이러면 안 되지. 우리가 아니었다면 네가 이런 어여쁜 여인으로 자라났을 수 있을 것 같나? 시골 촌뜨기 년을 데려다 힘들여 키워놨더니 감히 다른 기생오래비와 눈이 맞아 우리를 배신해?”


동산일이 차갑게 말했다. 그는 기절한 유명세와 백수련을 잡아 종사회로 돌아갔다.


“네 앞에서 그 진선생이란 놈이 어떻게 죽는지 똑똑히 보아라.”


동산일은 진선생이라는 별호가 붙은 사건, 청랑채 토벌에 대해 보고받았음에도 유현인을 두려워하거나 겁내진 않았다.


“그래봐야 제대로 된 사문도 없는 어린놈이지. 그런 시골의 녹림 토벌 따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유명세는 지하 뇌옥에 감금당했고 자신은 동산일이 기거하는 침소에 ‘보관’되었다. 지금 백수련의 머릿속에는 단 한 사람만이 떠올랐다.


‘유 소협···..’


그를 안 지는 채 이틀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건 그밖에 없다.


-끼익.


침소 문이 열리고 동산일이 들어왔다. 그는 한쪽 구석에 주저앉아있는 백수련을 흘끗 쳐다보곤 자신의 침대로 가 걸터앉았다.


“이리 오너라.”


그가 백수련을 향해 손짓했다. 백수련은 주춤주춤 다가가 동산일의 옆에 앉았다. 의미 없는 반항을 해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그의 지시를 거절한다면 가혹한 폭력이 돌아올 것이다.


동산일은 손을 올려 백수련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연아야.”


부드러운 목소리.


“······”


“왜 그랬느냐?”


하지만 백수련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동산일은 백수련에게 가해진 무리한 할당량을 몰랐을까? 아니다. 모든 게 그의 지시였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가. 단지 그는 자신의 행동이 틀리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산일에게는 모든 게 백수련의 잘못이었다. 이때까지 베푼 게 얼만데 감히 자신을 배신한다니.


창기로 팔려간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동산일은 그 무엇도 자신이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회주님! 진선생이 회주님에게 인편을 보냈습니다.”


동산일의 부하 하나가 내전으로 들어왔다. 동산일은 부하가 내민 편지를 낚아채 읽어보았다. 그의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시선이 내려갈수록 동산일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


“크흐흐.”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부하가 물어봤지만 동산일은 대답하지 않고 유현인의 편지를 백수련에게 건네주었다.


“읽어보거라.”


적이 보낸 편지를 읽고 만족스러운 듯 웃을 일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백수련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편지를 읽었다.


“아······.”


편지를 읽는 백수련의 손이 떨린다. 절망을 삼키는 절망. 눈물이 백수련의 눈에 괴었다. 동산일이 말했다.


“한낱 개인이 문파의 힘에 대항할 수 있을 리 없지. 네가 도피처로 삼은 놈도 겨우 그런 수준일 뿐이다. 이 일이 끝나면 너는 내 첩으로 그 미모가 사그라질 때까지 살아가게 될 거다. 그다음에는 허름한 떠돌이나 상대하는 창관으로 팔아버릴 거고. 이미 나를 배신한 너에게 미래는 없다.”


동산일은 부하에게 백수련이 헛짓거리하지 못하게 지키라는 지시를 하고 나갔다. 침실에는 백수련이 구슬프게 우는 소리만이 낮게 깔렸다.







유현인이 수정구를 들고 향한 곳은 문구점이었다. 이미 모든 계획은 세워졌다. 명세는 좀 얻어터지긴 했을 테지만 내일 아침이라는 시간 제한이 주어진 이상 목숨에 지장은 없을 것이다. 인질로서의 가치가 있어야 하니 사지도 멀쩡할 거고.


“주인장, 종이와 붓 좀 쓸게요.”


유현인은 가지고 있던 쌈짓돈을 꺼내 값을 치르고 동산일에게 보낼 편지 한 장을 썼다.


[종사회 회주인 절강파검 동산일님께 드립니다. 저는 절강성 이가촌에서 온 유현인이라 합니다. 어쭙잖은 치기로 귀 회(會)의 행사를 방해하고 백수련 소저를 납치한 것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습니다. 오늘 유시(酉時, 오후 5시에서 7시)가 시작될 때 종사회 앞에 찾아가 무릎 꿇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종사회로 찾아가기 전, 신시(申時, 오후 3시에서 5시)에 제 내공 대래비 방송을 통해 시청자분들과 무림 동도들에게 제 죄를 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제 동료, 유명세만은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유현인 배상]


편지 내용은 땅바닥을 기는 것처럼 비굴했지만 유현인의 얼굴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유현인은 웃고 있었다. 편지는 사람을 불러 바로 종사회로 보냈다. 조금 있으면 신시다. 계획대로 행동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다음에 유현인이 향한 곳은 종사회가 내려다보이는 한 건물의 지붕이었다. 자신이 보낸 인편이 대문을 통해 종사회로 들어갔고 종사회의 부하가 다시 안쪽 건물로 전달했다. 이쯤이면 동산일이 그 비굴한 내용을 읽은 다음 만족해 웃고 있을 것이다.


‘실컷 웃어라. 그게 네 마지막 웃음이 될 테니.’


지붕에서 내려온 유현인은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에서 자신의 송출용 수정구를 꺼내 만지작거렸다. 무대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그 위에 올라갈 차례다.


유현인은 항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저잣거리로 걸어갔다. 인파 한가운데 멈춰선 유현인은 방송 송출을 시작했다.


[방송이 시작됩니다.]

[진선생 유현인, 항주의 종사회에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비재이 유현인]


대도시인 항주는 그 인구와 크기만큼 다양한 비재이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항주 사람들은 내공 대래비용 수정구에 익숙했고 유난히 잘생긴 유현인은 그 외모로 시선을 끌지언정 수정구로는 시선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잠시 기다리자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린 내공 대래비 시청자들이 들어와 이게 무슨 영문인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유 가가, 이게 무슨 일인가요? 종사회와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나요?

-이 비재이는 누구? 유명한 무림인임?

-초출한지는 얼마 안 됐는데 저번에 녹림 소탕으로 시청자 수 천명 정도 찍음.

-별호가 진선생임? 웃기네. 哈哈哈哈哈哈哈哈


원래 그의 방송을 봤었던 시청자도 있지만 새로 유입된 시청자들의 전언도 많았다. 유현인은 조용하게 말했다.


“종사회 회주 동산일님이 들어오시면 말씀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미타불. 유 시주가 존댓말을 쓸 줄이야.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종사회는 무슨 문파임?

-윗놈은 아는 게 없네.

-그러는 너는 아냐? 깝치지 말고 마보 수련이나 해라.

-종사회는 항주에 있는 사파 문파요. 그 회주인 절강파검 동산일은 절정의 고수고.

-유가가가 그런 사파놈 따위에게 질 리가 없어!


전언창은 빠르게 올라갔다. 하지만 유현인은 자신의 목표물이 나타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

.

.

.

지루해진 시청자들이 아우성을 칠 때쯤 유현인은 흘러가는 전언창의 별호에서 기다리던 이름을 찾았다.


-절강파검 : 좋아. 네 죄를 무림동도 앞에서 고해라.


동산일이 유현인의 방송에 들어온 것이다. 전언창을 통해 보이는 문자였지만 유현인은 저 멀리 종사회에서 수정구를 보여 웃고 있는 동산일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들어오셨군요.”


유현인은 조용하게 말했다.


-사실 내가 유현인 녹림 토벌한답시고 광오하게 굴 때부터 알아봤음. 진짜 고수 앞에서는 쪽도 못 쓰는 법이지.

-지가 뭔데 반말임? 그거도 맘에 안 듦.

-강기지경이니 하는 것도 다 조작일 듯. 미리 기관 설치해두면 나도 가능함.


전언창은 어느새 분탕을 일으키는 종자들이 가득했다. 유현인을 편드는 시청자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언제나 사람들은 불행에 더 열광하는 법이다. 유현인은 거리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유현인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항주 주민, 그리고 무림 동도 여러분!”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도시는 언제나 발생하는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유현인의 사자후는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저는 유현인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종사회의 악행을 고하고 그들에게 납치당한 제 동료를 구출하려 합니다!”


유현인이 고한 건 사죄가 아니라 선전포고였다.


-????

-哈哈哈哈哈哈哈哈哈哈 미쳤네 哈哈哈哈哈哈

-사죄방송이 아니었던 말인가?

-캬, 역시 청랑채를 그렇게 소탕한 진선생이 사파무리에 굴할 리가 없지.

-동료면 유명세 소협 말하는건가?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 한 문장에 정 반대로 바뀌었다. 동산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절강파검 : 네놈, 뭐하는 짓이냐?”


유현인이 다시 말했다.


“제 옆집에는 비취화, 백수련 소저가 살고 있었습니다. 저와 그녀는 우연히 교분을 나누게 되었죠. 그런데 그제 밤, 제 동료와 저는 야식을 시켜먹고 정원에서 산책하는데 백 소저의 비명소리가 들리더군요······.”


유현인은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백수련이 종사회의 호기삼이라는 작자에게 폭행당한 것. 그리고 그 폭력으로부터 그녀를 구했는데 오늘 그들이 자신의 집에 쳐들어와 약탈하고 유명세와 백수련을 납치해간 것.


일부러 강간 시도와 종사회에서 이뤄지는 여촬 착취는 말하지 않았다. 백수련의 체면을 위한 것이고 모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동산일도 돌아가는 머리가 있다면 자신의 치부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여 저는 지금 바로! 종사회로 쳐들어가 사파 무리를 무찌르고 제 동료를 구출하려 합니다.”


그렇게 큰 소리로 고한 유현인은 수정구를 똑바로 노려봤다.


“동산일, 난 네가 누군지 알아. 지금 네가 있는 그 자리에 어떻게 왔는지도. 그런 건 난 신경 쓰지 않아. 내 알 바도 아니고. 하지만 내 동료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넌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큰 소리를 듣고 주변에 몰린 대중들이 웅성거렸다. 그들은 종사회 옆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그들이 어떤 세력을 가졌는지 알고 있다. 새파란 청년이 종사회에 덤빈다고 해도 그걸 안타깝게 생각하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종사회?”

“저 소협은 누구요? 곱게 죽진 못하겠구려. 절강파검 동산일은 절정의 고수라던데.”

“잘생기긴 잘생겼군.”


좀 더 말초적인 세계는 웅성거리다 못해 터져나가고 있었다.


-미쳤다미쳤다미쳤다미쳤다

-원시천존이시여원시천존이시여원시천존이시여원시천존이시여원시천존이시여원시천존이시여원시천존이시여

-진선생, 그는 신인가?


내공 대래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 곳을 보는 시청자들은 종사회가 뭘 하는 곳인지 알 바가 아니다. 그들은 재미만 있으면 되니까.


동산일이 전언을 보냈다.


-절강파검 : 어린 놈이 광오하기 짝이 없군. 과연 그 실력이 주둥이를 따라가는지 보자꾸나.


유현인은 코웃음을 쳤다.


“네가 아직 하늘을 못 봐서 그래.”


그리고는 수정구를 조작해 방송 제목을 바꾸었다.


[방송 제목이 변경됩니다.]

[내 동료와 미녀를 납치한 사파 무리 깨부수기]

[비재이 유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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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7) +4 20.06.12 728 32 12쪽
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2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2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4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3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6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5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49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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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1 서장 +2 20.06.01 1,483 3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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