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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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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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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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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DUMMY

유명세가 무슨 말 하는지 잠시 헷갈리던 유현인도 곧 누굴 말하는 건지 깨달았다.


“아···. 걔?”


유현인의 머릿속에 별 싸가지없던 녀석이 스쳐 지나갔다. 유명세의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던 날 ‘니가 은거고수라면 증명해봐라’ 라고 바락바락 발악하던 녀석. 그러다가 자신이 강기를 보여주자 입을 싹 다물고는 사라진 녀석.


“그 자식 대래비 별호가 뭐라고 했더라?”


“저도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북극··· 어쩌구저쩌구였던 것 같긴 해요.”


유명세는 머리를 긁적였다. 유현인은 잡지에 올라온 사진과 설명을 다시 쳐다보았다. 이 소저가 기행을 한 곳이 북경이라고 하니 북(北)자가 겹치긴 한다. 고수를 몰라봐서 죄송하다는 말, 그리고 개처럼 멍멍 짖었다는 걸 보면 아무래도 맞지 싶다.


“그냥 아무렇게나 생각 없이 말하는 놈이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자기가 한 말은 지키네.”


“그러게요. 보통은 이런 경우가 잘 없죠. 새삼스럽긴 합니다. 그것도 이런 아리따운 소저였다니요.”


유현인은 별 생각 없이 잡지를 슥슥 넘겨보다 유명세에게 돌려주었다. 둘은 객잔으로 돌아갔고 유명세는 건네받은 잡지를 천천히 읽어보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공 대래비에 익숙한 유명세는 동행을 재밌게 읽어나가던 중 잡지 끄트머리에 있는 어떤 기고문을 발견했다.


[한 이름없는 하고 방송에 출연한 은거 고수, 그는 누구인가?]

[기고인 - 허창전격검(許昌電擊劍)]


[내공 대래비 시청자 동도들에게 허창전격검이 붓을 잡습니다. 본인은 내공 대래비가 개시한 이래 수천시진 이상 방송을 시청한 극렬애호가입니다. 유운옥검이나 옥용검마, 도왕이나 창룡(槍龍) 같은 인기 비재이는 당연히 다 시청하고 있지만 더 많은 양질의 비재이에 대한 제 욕구는 도저히 그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주 신규, 혹은 시청자 수가 적은 방송들을 탐방하곤 합니다. 오늘 제가 쓰는 글은 한 ‘유명새’라는 한 기연탐방 비재이의 방송에 등장한 젊은 고수에 관한 것입니다······.]


라는 서문으로 시작한 기고문은 그날 유명세가 했던 방송의 제목과 내용. 처음에는 악성조어(惡性釣漁)인 줄 알았으나 절정의 순간 유현인이 보여준 강기 등에 관해 서술하고 있었다. 유현인의 외모에 대해서도 자세히 쓰여 있었고.


유명세는 유현인의 방으로 달려갔다.


-쿵쿵!


그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제법 컸다. 유현인은 명상을 취하는 중이었다.


“공자님! 유 공자님! 계십니까?”


“뭐냐, 객잔에서 문 그렇게 두드리면 다른 숙박객들에게 민폐야.”


“아, 넵 죄송합니다. 그런데 일단 이거 좀 보세요!”


유명세는 아까 봤던 허창전격검이란 자가 쓴 기고문을 보여주었다.


“이거! 이거! 제 방송 이야기가 분명합니다. 대단해요! 제 방송이 동행에 실리다니!”


유현인은 유명세에게 잡지를 건네받아 글을 읽어보았다.


“참, 역시 사람의 덕질에는 끝이 없구나. 하고 방송에 찾아와 그거랑 관련된 기고문을 작성하는 사람도 있고.”


“네? 덕질이 뭡니까?”


“아, 음. 옛 현인께서 아무리 사소한 일과 행동도 거기에 대해 끊임없이 정진한다면 덕을 쌓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공 대래비를 시청 같은 취미행위도 그것을 갈고 닦아 자신의 것으로 쌓을 수 있다면 그것도 덕이니까.”


유명세는 유현인을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공자님, 혹시 기연에 무공뿐만 아니라 글공부도 포함되나요?”


“상식이야 상식.”


유현인은 기고문의 끄트머리 부분을 다시 읽었다.


[······하여 본인은 확신한다. 이 유현인이라는 소협이 비재이로서 초출(初出)하는 순간 내공 대래비계에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허창전격검, 당신이 누군진 모르지만 보는 눈이 좋네.’


유현인은 씩 웃었다. 이제 이틀 남았다.





다음 날, 유현인과 유명세는 간단한 짐만 챙긴 다음 영파를 떠나 낭옥산으로 출발했다. 이동하는 데 별문제는 없어서 하루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녹림 소탕 하루 전날, 유현인은 예비 방송을 준비했다.


“드디어 공자님이 진행하시는 첫 방송이군요.”


유현인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떨리진 않으십니까? 저는 수정구를 처음으로 켤 때 엄청나게 떨렸는데.”


유현인은 자신에 손에 들린 ‘범용 기본 수정구’를 살펴보았다. 송출용 수정구의 사용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시청용처럼 별호와 내공 파형을 등록하면 기본 방송 환경을 설정할 수 있었는데 전언을 보내는 것처럼 뜻을 전달하면 그대로 입력되었다.


“명세야, 너는 일단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좀 빠르게 움직일 거라 네가 따라오긴 힘들 거야.”



유현인은 유명세를 야영지에 두고 저번에 재물을 털기 전 미리 점찍어둔 위치로 이동했다. 산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나무의 가지 위다.


웬만한 사람들은 제대로 탈 엄두도 못 낼 높이, 거기다 가지는 낭창낭창 휘어져 사람의 무게는 도저히 버티지 못할 정도이지만 유현인은 그런 곳 위에 멀쩡히 앉아 있었다. 거기다 이 정도 거리라면 어느 정도 육성으로 말해도 자신의 소리가 산채까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수정구에 청랑채가 제대로 비치는 것을 확인한 유현인은 방송 송출을 시작했다.


[방송이 시작됩니다.]

[은거고수의 악랄한 절강성 녹림산채 진(眞)교육 준비]

[비재이 유현인]


[현재 시청자 수 : 공(空)]


물론 켜자마자 시청자가 쏟아지듯 들어오진 않았다. 아직 영파에 예고한 방송 시간은 하루 남았다. 하지만 유현인은 여유롭게 기다렸다. 오늘은 이 낭옥산과 이가촌, 그리고 영파에 대해 모르는 다른 지역의 시청자들에게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소개할 시간이다.


하나···. 둘··· 제목에 홀린 시청자들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이리저리 전언을 보냈고 유현인은 하나씩 대답을 해주었다.


“반가워, 방송은 이(二) 다경(茶頃) 뒤에 시작할 거야.”


-햐···잘생겼다. 방송 언제부터 하신 거에요?

-가가(哥哥) 올해 춘추가 어떻게 되십니까?

-원시천존은 외모를 지나치게 편중하여 내려주셨구려.


유현인의 잘생긴 얼굴에 대해 품평하는 시청자도 있었고


-녹림 산채는 어딨음? 무슨 산채임? 천악산 호왕채?

-님이 은거고수라고요??


자극적인 제목에 대해 물어보는 시청자도 있었다. 유현인은 가볍게 대답했다.


“오늘이 첫 방송이야.”

“몇 년 뒤면 이립?”

“무공 수준이나 녹림 세력은 이따 방송 시작할 때 제대로 보여줄게. 직접 보는 게 훨씬 이해가 빠를걸?”


이 다경은 금방 흘러갔고 유현인은 시청자 수를 확인해보았다.


[현재 시청자 수 : 사십 팔명]


저번에 유명세의 방송에서 기록했던 이십 명의 두 배를 넘는 시청자 수다. 시작이 괜찮다. 물론 어느정도 중견 문파급 비재이만 되어도 천 단위를 넘는 시청자를 가지고 있으니 아직 갈 일은 멀지만 유현인은 이제 방송을 시작한, 무명의 비재이다.


유명세처럼 한 달 넘게 공(空) 상태로 방송을 끝내는 비재이도 많고 가족, 친구만 간혹가다 보는 비재이도 수두룩했다. 원체 무림인들이 자기 주관이 강한지라 방송을 한다 한들 시청자들의 애호에 자신을 맞추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기도 했고.


“혹시 이 중에 절강성에 영파(寗波)란 지명 아는 사람 있어?”


유현인이 수정구에 대고 말했다.


-영파? 그게 뭔데? 양파 같은건가?

-절강성은 항주밖에 못 들어봄.

-난 남경 사는데, 절강성은 가깝지만 영파는 처음 들어본다.


아는 사람이 없었다. 서쪽으로는 사천성과 포달랍부터 동쪽으로는 황해까지, 남쪽으로는 운남부터 북쪽으로는 북해까지 시청자들이 사해만방에 널리 퍼져있는 내공 대래비다웠다.


“항주에서 동쪽으로 사백 리 정도 가면 나오는 도시야.


-그런데요?

-그거랑 녹림이랑 무슨 상관?


유명세는 자신의 얼굴을 향한 수정구를 돌려 나무 아래 건설된 산채를 보여주었다. 멀어서 수정구 상에서 정확하게 구별할 순 없지만 나무 건물들과 녹림도들이 어느정도 있다는 건 보였다.


-이거 방송 표지 아님?

-저게 녹림 산채요?


“그래, 저게 바로 이 영파의 상인들과 주변의 마을을 약탈하는 녹림의 무리 ‘청랑채’야. 조금 더 자세히 볼까?”


유현인은 그렇게 말하고 산채에 솟아 있는 나무의 꼭대기를 향해 도약했다. 하지만 성인 남성이 박찼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서 있던 나뭇가지는 약한 바람에 흔들리는 정도밖에 휘어지지 않았고 나뭇가지가 붙은 나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유현인의 신형이 하늘을 부드럽게 가로질러 목적지에 착지했고 어찌나 빠르고 부드러운지 10장 아래에 있는 녹림무리 중 아무도 유현인이 산채 안으로 들어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전부 수정구에 담겨 내공 대래비로 송출되었다.


-미쳤다······ 동도들 혹시 방금 제대로 보셨습니까?

-?????????? 방금 신법 뭐지?

-은거고수 인증 한번에 해버리네.


유현인은 작게 말했다.


“미안, 여기는 녹림 산채 바로 위라 아까처럼 크게 말할 수 없어. 잘 안 들리더라도 양해 해줘.


유현인은 이 청랑채에 관한 몇 가지 정보들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었다.


“내 발 밑으로 보이는 게 아까 말한 청랑채야. 무리 수는 약 오십이고 채주 이름은 임무석林拇石)이라고 해. 이 낭옥산을 기반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약탈하고, 산 근처에 있는 마을들을 주기적으로 갈취하지.”


-주변의 문파들은 녹림 소탕을 하지 않고 무엇한단 말이오?


“임무석의 무공이 녹림도답지 않게 고강하다고 해. 몇 년 전 이 청랑채 소탕 작전이 한번 있었는데 큰 피해가 생기고 실패했다고 하더라.”


-그런······.

-그러면 가가는 그런 문파들이 실패한 청랑채를 홀로 소탕하시겠다는 건가요?


“그럼. 난 은거고수잖아. 난 충분하지.”


유현인은 씩 웃었다. 그리고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저기 중앙에 있는 큰 건물이 채주가 머무는 곳이야. 그리고 그 옆으로 세 장 정도 떨어진 작은 건물이 채주가 보물을 모아둔 창고더라고. 나머지 허름한 데에 부하들이 모여 살고. 이래저래 악랄한 놈이지. 수탈은 수탈대로 하는데 자기 혼자만 배를 불리고.”


확실히 그랬다. 세상에는 정도와 마도 둘 다 존재하지만 정(正)이든 마(魔)든 공통적인 원칙은 아랫사람이 노력하고 성의를 다한다면 윗사람은 응당한 대가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 청랑채의 임무석, 민도들을 괴롭히는데다 조직의 도리도 저버리고 있다는 유현인의 말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자, 여기서 내일 사시(巳時, 오전 9시에서 11시)가 시작될 때 녹림 소탕을 시작할거야. 오늘 방송 들어온 사람들 꼭 오고, 친우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같이 구경해도 좋고.”


-존명!

-哈哈哈哈哈哈哈哈 윗놈 존명이란다.

-믿고 다시 옵니다.

-유가가, 너무 웅장해요······


유현인의 방송 인생 서장(序章)은 그렇게 육십 명의 시청자와 함께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려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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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 +1 20.06.13 704 33 11쪽
13 12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7) +4 20.06.12 728 32 12쪽
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0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2 30 12쪽
»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2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4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3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6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4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49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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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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