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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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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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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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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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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4)

DUMMY

작계(炸鷄, 튀긴 닭) 세 마리, 그리고 술 두 병을 먹어치우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분 좋게 마지막 닭다리를 하나씩 나눠 뜯은 유현인과 유명세는 정원으로 나갔다. 전근대의 중원, 거기다 강남에 있는 항주에는 광해와 먼지가 없다. 밤하늘에 촘촘하게 수놓인 별무리가 머리위로 쏟아지는 것 같다.


“상유천당,하유소항(上有天堂下有蘇杭)이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


“네, 맞습니다. 딱 그 말이 맞네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하늘도, 물도, 땅도요.”


“그 글귀는 누구한테 들었냐? 네가 지어낸 글귀는 아닐 거고.”


“헤헤, 비취화의 방송에서 들었습니다. “


백수련. 유현인은 어젯밤의 만남을 떠올렸다.


‘왜 울고 있었을까?’


어느정도 소화도 되었겠다 둘은 슬슬 자러 갈 준비를 하던 때였다. 바람 소리에 섞인 여자의 외침이 들렸다. 건물 안에서 들려오는 듯 명확하진 않았지만 높낮이, 어조가 아주 분노한 것 같았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은 바로 오른쪽. 백수련의 집이다.


“공자님, 방금 들으셨습니까?”


유명세가 말했다. 유현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에 유현인의 머릿속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백 소저를 알게 된 게 이제 하루. 여기서 내가 끼어들어도 될까?’


하지만 내린 결론은 ‘그래, 일단 무슨 일인지 파악이나 해 보자.’ 였다.


“명세야, 잠깐만 기다려.”


유현인은 그렇게 말하곤 바로 경공을 운용했다. 유현인의 모습이 눈 깜짝할 새 사라진다. 정원에 혼자 남은 유명세가 말했다.


“공자님..? 공자님? 어디 가셨나요?”





유현인이 일단 착지한 곳은 백수련의 집 지붕이었다. 그리고는 최대한 기척을 죽인 다음 몸을 숙여 다툼의 근원지로 다가갔다. 양상군자(梁上君子)를 썩 좋아하지 않는 유현인이지만 이건 도둑질이 아니라 상황파악이다. 정원과 대문 사이에서 바깥을 경계하는 두 사내가 있었지만 그들은 유현인의 은잠술을 파악하진 못했다.


유현인은 지붕과 벽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 안에는 화장기 없는 백수련과 무인 하나가 있었고 둘 사이의 공기는 격앙되어 있었다. 백수련이 남자에게 소리쳤다.


“못합니다! 안돼요! 내공 대래비 상 도의적으로······”


“도의? 헛소리 하지 말고. 네가 해야 될 건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뿐이다. 네년은 우리 종사회가 쓰는 도구야. 사람들이 오냐오냐 해주니 네 스스로 대단한 뭔가가 된 것마냥 착각하나 본데.”


-짝!


뺨을 후려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자의 고개가 돌아갔다. 크게 소리가 났음에도 그의 볼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이 년이 정신을 못 차리는군!”


남자가 으르렁거리며 백수련의 복부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욱···..”


한 순간 내장을 가격당한 백수련은 비명조차 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남자는 쓰러진 백수련의 앞에 쪼그려 앉고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고개를 강제로 들렸다.


“뭐, 네년이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조금 더 많이 쥐어짜면 되는 법이지. 대체재가 없는 건 아니거든 크흐흐.”


남자가 비열하게 웃는다. 백수련의 눈에서 비애 한 방울이 굴러떨어진다. 남자는 백수련의 머리카락을 거세게 내쳤다. 쿠당탕 하는 소리를 내며 백수련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유현인은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인데 안 나설 수가 없잖아.’


유현인은 다시 지붕으로 빠져나간 다음 대문을 지키는 무사 둘에게 다가갔다.


“누구냐?!”


“니 선생님이다.”


유현인은 그렇게 말하곤 두 사내의 관자놀이, 그리고 턱을 순식간에 타격했다. 사내들은 바로 기절했는데 널브러져 있는 사내들의 옷깃에 어떤 자수가 눈에 띄었다. 유현인은 쪼그려 앉아 그것을 확인했다.


종사(從邪)


“이놈들도 종사회구나.”


그러고보니 홍희루에서 돌아오던 날, 종사회의 무리가 온 곳도 자신의 집 방향이었다. 자신의 집 방향은 곧 백수련의 집 방향. 그 녀석들이 흘렸던 대화 내용이 생각났다.



‘크크큭. 계집년들은 참 다루기 쉽다니깐. 주먹 몇 대면 아주 말을 잘 들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그년은 앞으로 문제없겠죠?’

‘당연하지. 영혼 깊은 곳까지 공포가 새겨졌을 거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따로 없지.’



오늘 여기에 나타난 무리는 그때 지나갔던 무리와는 다르지만 종사라는 글자가 다른 것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어쩐지 처음부터 거슬린다 싶었어.”


유현인은 다시 건물 안으로 돌아갔다. 그 새 남자는 허리춤을 주섬주섬 풀고 있었다.


“상부에서는 얼굴만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고 했으니, 내가 좀 어여삐 보살펴 줘도 별문제는 없겠지. 크큭”


바닥에 쓰려진 백수련은 뒤로 엉금엉금 도망가려 했다. 더러운 음심이 백수련의 공포를 자극한다. 그녀는 사내에게 간절히 빌었다.


“아닙니다. 꼭 주어진 할당량 맞추겠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너무 빼지 말라고. 너도 곧 천당으로 갈테니.”


남자의 태도는 여유로웠다. 서두르지 않는 것이 그는 백수련의 공포 자체를 전희로서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크큭.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 아리따운 비재이 비취화가 이렇게 내 밑에 깔리게 될 줄은.”


백수련은 곧 벽에 몰렸고 남자의 그림자가 그녀를 완전히 덮을 찰나였다. 유현인이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거기.”


남자가 뒤돌아보지 않고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


“뭐냐! 내가 들어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누구에게 말했는데?”


그제서야 자신에게 말을 건 목소리가 부하의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남자가 번개같이 뒤로 돌아선다. 남자의 눈동자에 유현인이 비친다.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 절망하던 백수련도 한 줄기 희망을 품고 이쪽을 바라본다.


“누구냐?”


“유 소협!”


남자는 어느새 아랫도리를 벗은 상태였다. 얇은 적삼 너머로 흉물스러운, 하지만 작은 물건이 비친다.


“와.. 어떻게 내가 상대하는 놈들은 다 이렇게 덜렁거리고 다니는 거지?”


유현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안구 건강에 심히 좋지 않다.


남자는 바닥에 집어든 자신의 검을 빼 들고 말했다.


“네놈,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아서는 안 될 걸 보고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있군. 그 대가는 죽음이다.”


“잠깐.”


“뭐냐?”


“그··· 좀 가리면 안 될까? 크기도 작은데 덜렁거리는 게 좀 보기 그래서.”


유현인은 턱으로 남자의 고간을 가리켰다. 유현인의 말뜻을 이해한 사내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달아오른다.


“죽어라!!”


남자의 몸에서 강맹한 기세가 솟구쳐오른다. 그는 검 끝을 유현인을 향해 겨냥하고는 순식간에 돌진했다.


‘이 녀석도 똑같잖아? 내공만 높지, 초식은 그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데.’


하지만 유현인에게는 하품 나오는 속도와 숙련도였고 그가 운용하는 내공도 유현인의 단전에 깃든 내공에 비하면 장강 앞의 시냇물 같은 것이었다. 유현인은 남자의 돌진에서 한 발짝 옆으로 비켜선 다음 그의 아혈을 가볍게 짚었다.


그리고는 주먹을 남자의 옆구리를 향해 딱 한 번 날렸다. 남자 역시 그의 부하들과 마찬가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져 기절했다. 드러난 그의 옆구리가 금세 벌겋고 퍼렇게 변했다. 유현인은 백수련에게 말했다.


“괜찮으신가요?”


“어떻게···.. 종사회의 호기삼(瓠企衫)은 일류 수준의 무사인데···..”


이때까지 그녀를 공포로 몰아넣은 무인이 유현인의 주먹질 한방에 쓰러졌다. 백수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제가 더 세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나요?”


“정원에서 밤 산책을 하는데 소저의 비명이 들리더군요. 혹시나 싶어서 살피러 왔는데 방금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백수련이 말했다.


“저, 그런데 괜찮다면 소협의 집에 잠시 머물러도 될까요?


“네?”


“이유는 가서 말씀드릴게요. 부담스러우신가요?”


“그건 아닙니다만, 저도 남잔데.”


“괜찮아요. 소협에게서는 좋은 기운이 느껴지니까요.”


그 때 건물 밖에서 유명세의 조심스러운 부름이 들린다.


“공자님?? 여기 계십니까?”


자신의 집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낯선 목소리. 백수련이 당황한다. 유현인은 그런 미인을 안심시켰다


“저와 같이 사는 친구입니다.”


유현인은 백수련과 함께 정원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유명세가 불안한 눈빛으로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여기 있어.”


유현인을 발견한 유명세의 얼굴이 주인을 찾은 강아지마냥 밝아진다.


“어떻게 알고 왔냐?”


“옆 집에서 고함이 난 다음 공자님이 사라지셨잖아요. 좀 기다리다 찾으러 나와봤는데 여기 대문에 남자 둘이 쓰러져 있더라구요. 그래서 공자님이 한 건가 싶었죠. 그런데 옆의 소저는?”


말을 하던 유명세의 시선이 유현인의 뒤에 나타난 백수련에게 향했다. 가혹한 위기를 겪고 난 다음에도 백수련의 미모는 시들지 않아 그녀를 쳐다보는 유명세의 눈이 휘둥그레 떠진다.


“백 소저라고 해. 당분간 우리 집에서 같이 머물 거야.”


“네???”





유현인은 남자와 여자 하나씩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둘을 탁상에 앉히고는 간단한 차를 준비했다.


“태산낙봉(太山落鳳)입니다. 진정하는데 좀 도움이 될 거에요.”


유현인은 간단하게 물을 데워 차를 내리며 탁상에 앉은 유명세와 백수련을 흘끗 보았다. 분위기가 좀 어색하다. 유현인은 백수련에게 작은 눈짓을 보냈다. 정체를 말해도 되냐는 물음이었다. 백수련은 그런 유현인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명세야, 앞에 계신 소저의 이름은 백수련이야. 백 소저, 이 친구는 유명세라 합니다. 제 방송을 도와주고 있죠. 여기서 같이 사는 식구기도 하고요.”


“안녕하세요. 백수련이라 해요.”


“아, 안녕하십니까. 유명세입니다.”


다시 침묵 사이로 유현인이 차 홀짝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명세야.”


“네, 공자님.”


“백 소저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냐?”


“네?”


“이름이 백수련이잖아.”


곰곰이 생각하는 유명세.


“아!!!!!”


갑자기 소리친다.


“혹시?!?!!”


만약에 비취화, 백수련을 미리 만난다고 알고 있었다면 비록 화장을 따로 하지 않았어도 유명세가 바로 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뜻밖의 상황에서 난데없이 마주치자 유명세가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그 비취화 백수련 소저 맞아. 네가 수정구로 자주 보는.”


“헙!!”


상상도 못한 상황에 유명세가 숨을 들이킨다. 백수련이 살짝 볼을 붉힌다.


“저, 그런데 비취화가 어떻게 우리 집에?”


“어젯밤 산책하다가 우연히 마주쳤거든. 그렇게 조금 대화하며 알게 됐는데, 아까 그 소리가 들리지 뭐냐. 혹시나 싶어서 찾아가보니 악적 몇 마리가 백 소저 집에 침입해 있었고. 그러다 구하게 된 거지.”


“오늘도 신세를 지는군요. 소협.”


백수련이 유현인에게 다시 감사를 표했다.


“아니, 그런데 구해주는 거랑 백 소저가 우리 집에서 머무는 거랑은 조금 거리가 있지 않나요?”


유명세가 합당한 의문을 제시했다.


“그건 백 소저가 요청해서. 소저, 저도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유명세의 물음에 간단하게 대답한 유현인은 백수련에게 대화의 방향을 돌렸다.


“말씀하세요, 소협.”


“방 안에 있던 놈은 확인을 못했는데, 대문 앞에 있던 두 놈의 옷깃에 종사(從邪)라는 두 글자가 자수 놓여 있더군요. 이 항주에 종사회란 방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종사회와 백 소저는 어떤 관계입니까?”


종사회란 이름을 들은 백수련의 얼굴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작가의말

와! 드디어 일반 연재 신청을 넣었습니다.

끝까지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 선작은 두 배, 세 배, 네 배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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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6 천사는죽는다
    작성일
    20.06.16 18:37
    No. 1

    같은내용 반복하는게 많던데
    보기가 좀 그러네요.
    소설은 전체적으로 볼만한데 반복내용이 좀 문제 같아요.
    1화부터 다 보고 하는 말이에요.
    이번화가 아닌 전체적인 말입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3 왑썹브로
    작성일
    20.06.22 18:05
    No. 2

    신박하고 잼있는건 맞는데 글이 슬림하게 잘 빠진건 아니긴함 만약에 2천원 결제하고 보면 1300원만 본 느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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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3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3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5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4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7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5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50 34 12쪽
3 2화 - 바뀌어버린 무림 (2) 20.06.03 996 33 11쪽
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1 서장 +2 20.06.01 1,484 3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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