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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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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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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6)

DUMMY

항주 개방분타의 삼결제자는 느긋했다. 하지만 그가 뻗은 허름한 목봉에는 묵직한 기운이 실려 있었다.


유현인이 말했다.


“여기가 개방 맞죠? 정보를 좀 얻고 싶어서 왔는데.”


거지가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거지의 눈에 이채가 서린다.


“소협은 진선생 유현인이로군. 영파에서 청랑채를 토벌한 초출 비재이.”


“저를 아십니까?”


“그럼, 알고말고. 청랑채 토벌 이후 소협에 대한 정보를 구한다고 꽤 바빴거든. 잠시만 기다려 보시게.”


삼결제자는 으잇차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더니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일다경도 되지 않아 천막 문이 열리더니 삼결제자가 고개를 빼꼼 내민다.


“들어오시오.”



천막 안은 유현인이 생각하던 거지 소굴과는 많이 달랐다. 더럽고 너저분한 분위기는 맞았지만 그래서 무질서 속 나름대로 체계가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기다란 선반 위에 놓여있는 열 개가 넘는 수정구였다. 나란히 옆으로 놓인 수정구 아래에는 북경(北京), 남경(南京), 성도(城都), 장안(長安) 등 각 지역의 이름이 붙어 있어 이 수정구들이 다른 지역과 소통하는 용도인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노개(老丐) 걸옥(乞玉)이 천막 가운데 비스듬히 팔뚝을 땅에 괴고 앉아있었다. 아까 들어간 삼결제자가 걸옥에게 말했다.


“분타주님. 진선생 유현인 소협입니다.”


유현인은 걸옥에게 포권했다.


“유현인이라 합니다.”


유현인이 세상에 나와 처음 해보는 포권이었다. 격식이나 번거로운 절차에 얽매이지 않는 유현인이지만 걸옥에게는 그런 예의를 차리게 만드는 현기(泫氣)와 세월이 있었다.


“그래, 무슨 일로 오셨나.”


비쩍 마른 체구의 걸옥이었지만 목소리는 겉보기와 다르게 걸걸했다.


“종사회에 관한 정보를 얻고 싶습니다.”


유현인의 눈이 자꾸 뒤편에 있는 수정구 쪽을 향해 기웃거리는 걸 본 걸옥이 빙긋 웃는다.


“소협이 평소 생각하던 거지소굴이랑 실제로 와 본 거지소굴이랑 많이 다른 모양이군.”


“예···뭐.”


“내공 대래비는 단순한 시간죽이기용 도구가 아닐세. 공간을 초월하는 아부리가의 그 신기(神伎)는 중원 정보세력의 판도를 바꿔놨지. 세간에서는 이제 누구나 각 지역의 사정에 대해 알 수 있으니 개방의 영향력이 하락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그건 뭣도 모르고 하는 소리야.”


걸옥의 목소리에는 나직했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있었다. 전 중원을 아우르는 개방 정보망 형성에 그도 크게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그래, 종사회에 관해 알고 싶어서 왔나?”


“예. 항주에서 종사회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세력을 가졌는지 같은 것들요.”


“대가는?”


“금전 말입니까?”


“이 친구, 개방의 정보력을 찾아왔지만, 개방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고 왔군.”


걸옥은 껄껄 웃었다.


“우리는 거지들일세. 금전에 연연하지 않아. 우리가 요구하는 건 자네에 관한 이야기일세.”


“예를 들면요?”


“유현인이 누군지, 유현인은 뭘 하고 싶어하는지. 그런 것들.”


“······”


유현인이 잠시 대답을 하지 않자 걸옥이 말했다.


“삼라만상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있지. 하지만 오직 결과만이 겉으로 드러나고 회자된다네. 개방은 사건의 결과 안에 숨어있는 원인을 알고 싶어하네. 그게 개방이 중원 제일의 정보세력으로 이름을 떨치는 이유이기도 하고. 종사회의 정보를 탐색하려는 현재의 원인이 아니라도 좋아. 자네의 과거, 청랑채를 토벌한 이유. 뭐든지 괜찮네.”


유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걸옥이 만족스러운 듯 웃는다.


“그래, 어떤 걸 말해줄 텐가?”


유현인은 자신의 고향, 이가촌과 청랑채를 토벌하게 된 계기를 말해주었다. 하지만 걸옥은 모호한 표정이었다.


“자네가 얻을 정보에 비하면 모자라네. 그건 이미 자네의 방송을 통해 밝혀진 정보야. 거래는 확실해. 우리는 우리가 정보에 책정한 가격만큼만 자네의 이야기를 들을 걸세.”


‘되게 까다롭군.’


이 늙은 거지는 좋은 대화상대가 아니었다. 유현인은 짤막한 대화임에도 피곤함을 느꼈다. 하나하나 유현인을 재고 탐색하려는 태도다. 그게 본능적이든 의도된 것이든. 유현인은 아까 현기가 느껴진다는 자신의 평가를 취소했다.


“제 무공의 연원에 대해 말씀드리죠.”


걸옥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그건 좋은 대가군.”


“제 무공은······에서 흘러나온 ······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걸옥은 만족스러운 듯 자신의 무릎을 탁 쳤다.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하다. 잠시만 기다리게.”


그렇게 말한 걸옥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손으로 허공을 더듬는다. 유현인이 그런 걸옥이 황당했다.


‘갑자기 허공에다가 뭐하는 짓이지?’


그런 유현인의 감정을 알아챈 삼결제자가 유현인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기억지전(記憶之殿)의 술(術). 상단전 속에 가상의 건물을 만들어 그 안에 자신의 기억을 보관하는 것이오. 끝없는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개방의 비전(秘典)이지.”


일 다경 정도 기다리자 걸옥이 눈을 번쩍 떴다.


“종사회. 그래. 종사회의 문주는 동산일이네. 절강성 가흥 출신의 무인이지. 지금의 무공 수준은 절정 초입으로 알려졌네······..”


그렇게 걸옥은 종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유현인에게 들려주었다.


“······하여 종사회는 항주 사파 문파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네. 비록 그 규모는 현재 작지만 이 기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몇 년 안에 항주 십대 사파 중 하나를 차지하게 될 거야. 거기서 관리하는 객잔들과 기루들도 알짜배기고. 또 사업 수완도 좋아. 내공 대래비를 이용한 관리체계가 종사회의 큰 장점이지.”


걸옥의 설명은 그렇게 끝났다.


‘개방에 오길 잘했군.’


하지만 걸옥은 동산일과 종사회의 성장 기반이 어디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모르는 걸까? 아니면 말해주지 않는 걸까? 유현인이 걸옥에게 말했다.


“종사회 회주 동산일이 갑자기 절정의 경지에 이른 이유를 아십니까?”


걸옥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 것 같았다.


“글쎄. 어느 순간 급상승한 내공을 바탕삼아 절정의 경지에 진입한 것으로 추측되네. 뭔가 깨달음이 있었겠지.”


“그런가요.”






유현인은 집으로 돌아가며 걸옥에게 들은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종사회는 백수련이 알고 있는 부분보다 더 큰 문파였다. 물론 그녀가 모자라다는 건 아니다.


‘절강성 가흥··· 회주의 무공 수위는 절정 초입. 여러 식당과 객잔 소유 중······.’


그 때 유현인의 머릿속에 좋지 않은 가정 하나가 떠올랐다.


‘혹시?’


유현인은 그 즉시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돌아갔다. 눈 깜짝할 새 천단강에 도착한 유현인은 개방 천막을 젖히고 들어갔다. 강가의 다른 제자들이 반응하지도 못할 속도였다.


“자네였구만.”


하지만 유현인이 갑자기 나타났음에도 걸옥은 그리 당황하진 않아 보였다. 유현인이 소리치듯 말했다.


“아까 종사회가 저잣거리에 식당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죠??!”


“그렇지.”


“혹시 그 가게들 이름을 알 수 있습니까?”


“알려줄 수야 있지. 대가만 낸다면.”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자네가 천막을 나간 순간 거래는 끝난 걸세. 새로운 거래를 하려면 새로운 대가를 내야 하지.”


‘뭐 이런 상도덕이 없는 거지가 다 있어?’


황당했다. 하지만 당장 어찌할 도리가 없다.


“좋습니다. 아까 제가 물어봤던 질문. 동산일과 종사회의 내공의 원천에 대한 답을 드리죠.”


“말씀해보시게.”


“동산일의 내공은··· 그가 착취한 내공 대래비 여촬들에게서 얻어진 겁니다. 아부리가의 내공 환단요.”


“호오······. 흥미로운 정보군.”


걸옥은 만족했고 유현인은 다시 거지가 기억지전의 술을 발동하는 일 다경을 기다린 끝에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종사회가 관리하는 식당은 남강루, 천포반점, 금룡식당, 그리고 항주제일야식점이네.”


‘항주제일야식점······. 제길.’


아까 했던 가정이 적중했다.


항주제일야식점.


유현인이 이사 오고 난 다음 몇 번 음식을 배달해 먹은 가게다. 그리고 이사 하기 전에도 몇 번 찾아가서 먹었었다. 가게의 점소이들과 배달원들은 자신과 유명세의 외모를 안다. 또 그곳에는 자신의 주소가 등록되어있다.


“다음에 찾아뵙지요.”


유현인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쏜살같이 개방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대문은 누군가 발로 찬 듯 경첩이 부서져 정원에 쓰러져있다. 정원의 풀들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짓밟힌 흔적이 수두룩했다.


“명세야! 백 소저!”


유현인은 원래 여기 있어야 할 둘을 소리쳐 불렀다. 하지만 텅 빈 집은 대답을 하지 않는다. 유현인은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도 엉망진창이었다. 나무 문짝들은 부숴져있었고 서랍과 수납장들은 다 뒤집히거나 열려 있었다. 이건 약탈이다.


그 때 뭔가가 유현인의 눈에 들어왔다. 유명세와 작계를 먹었던 탁상, 백수련을 구출해 어제 세 명이 함께 차를 마시던 그 탁상에 짤막한 문장이 휘갈겨진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유현인은 봐라. 어쭙잖은 정의감으로 남의 사업에 끼어을면 제 명에 죽지 못하는 법이다. 네놈도, 네놈의 하찮은 동료도. 유명세란 놈을 구하고 싶으면 내일 아침, 종사회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사죄해라. 그러지 않으면 네 동료는 고통 속에서 네놈을 찾으며 죽어갈 것이다. ]


[종사회 회주 동산일]


유현인의 이빨이 뿌득 갈린다. 종이를 움켜쥔 주먹에 핏대가 올라온다.


“좋아,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유현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둘은 납치당했다. 누가? 종사회가? 무슨 목적으로? 백수련을 다시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고 유명세는 유현인에게 복수하려는 목적이겠지. 하지만 언제?


자신이 개방을 왕복한 시간, 그리고 거기서 머물렀던 시간을 합쳐도 두 시진이 되지 않는다. 유현인은 협박문이 써진 종이의 냄새를 맡았다. 아직 먹 향이 사라지지 않았다. 즉 유명세와 백수련이 종사회에 끌려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협박문에 적힌 시간은 내일 아침이지만 그때까지 종사회가 둘을 멀쩡하게 냅둔다는 보장이 없지.”


지금 집의 꼴만 봐도 종사회가 평소에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똑똑히 알 수 있다. 서호 옆에서 종사회와 시비가 붙었다가 처절하게 얻어터진 남자. 그리고 이미 한번 백수련을 강간하려 하기도 했었고.


상대방은 이미 자신에 대해 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그들이 관리하는 객잔에서 정보를 얻었을 것이다. 유현인은 그걸 감안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유현인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자신의 송출용 수정구는 침대 밑에 그대로 있었다. 유현인은 수정구를 집어들고는 망설임 없이 집을 빠져나갔다.


‘명세를 구하고 나면 무공을 좀 가르쳐야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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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2) +2 20.06.14 664 23 12쪽
14 13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 +1 20.06.13 704 33 11쪽
13 12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7) +4 20.06.12 728 32 12쪽
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2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3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5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4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7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5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50 34 12쪽
3 2화 - 바뀌어버린 무림 (2) 20.06.03 996 33 11쪽
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1 서장 +2 20.06.01 1,483 3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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