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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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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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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

DUMMY

“수정구가 일종의 여과 역할을 하게 한 것이죠. 사용자가 정종 내공을 전달하든, 마도 내공을 전달하든 수정구를 거친다면 모두 정순한 자연지기로 바뀌게 됩니다. 내공기부 전언에 나타나는 일수, 그리고 개월수는 그 자연지기의 양을 표시하는 아부리가의 기준이구요. 물론 그 변환 과정에서 어느 정도 손실은 있긴 합니다만 그 발상과 기술은 정말 천재적입니다.”


유현인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자신은 비록 동굴 안에 박혀서 무공만 수련했지만 그 안에는 정도와 마도에 대한 공부가 모두 있었다. 하지만 유현인 자신도 두 내기의 융합은 극도의 노력 끝에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대량으로 생산된 물건으로 내공을 변환시키다니.


‘도대체 아부리가는 뭐하는 곳이지?’


유현인의 머릿속에 작은 의구심이 떠올랐다. 이건 흡사 몇 세대는 앞선 기술, 혹은 술법 아닌가?


“그런데 그런 기능이 있다면 온 무림이 난리 나지 않아?”


유명세가 가볍게 동의했다.


“처음에는 그랬죠. 하지만 아무도 아부리가의 보안을 뚫을 수 없었고 수정구의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문물을 사용하게 되었구요.”


“그 아부리가 본단에 한번 가보고 싶네. 도대체 어떤 집단인지 궁금해.”


“감숙성에 있는 본단은 누구나 빈객으로 방문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좀 멀긴 하네요. 감숙성이면.”


유현인은 잠시 거리를 가늠해보았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절강성. 황해에 접한 지역이자 중원의 동쪽 끝. 그리고 감숙성은 청해성과 맞닿아 있는 중원의 서쪽 끝자락이다. 무려 5000리(2000km)에 달하는 거리.


자신이 있었던 광서성의 계림도 짧은 거리도 아닌데 그것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다음에 때가 되면 갈 수 있겠지 뭐.”


유현인은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 내공기부 정산이란건 뭔데?”


“비재이들에게 기부된 내공은 일단 아부리가로 전달됩니다. 어느 정도 이상 자연지기가 쌓인다면 아부리가에서는 그걸 환단의 형태로 정제해 비재이들에게 지급하죠.”


“아, 그러면 내가 만약에 일 년 치 내공을 정산받는다고 하면 아부리가에 나한테 일년 분량의 내공이 담겨있는 환단을 준다는 거지?”


“일년 분량만큼은 아니라고 합니다. 자연지기를 환단으로 만드는 과정에 대부분이 유실된다고 밝혔거든요. 실제로 환단에 담기는 분량은 기부된 내공의 팔 푼(8%) 정도라고 합니다.”


“팔푼? 그거밖에 안 돼?”


“처음에는 전부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실제로 내공 대래비가 활성화되고 나니 그게 아니란 게 밝혀졌습니다. 팔푼도 엄청난 겁니다. 일 갑자, 육십 년의 내공을 쌓으면 절정의 고수로 대접받곤 하잖습니까? 하지만 일 년 내공을 기부받은 비재이는 바로 한 달 분량의 내공을 더 쌓을 수 있는 겁니다. 십 년 내공을 기부받은 인기 비재이는 일 년의 내공을 축기하게 되는 거고요.”


하긴 그렇게 생각해보니 팔 푼의 수치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양이었다. 아무리 무재가 뛰어난 자라도 다수의 힘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니까. 천재가 하루에 보통 사람의 열 배만큼 내공을 축기한다고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 백명, 천명이 힘을 모은다면?천재 이상의 성취를 발휘하는 것이다. 유현인은 그제야 이 내공 대래비가 가진 파괴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유현인은 송출용 수정구를 켜서 현재 자신에게 기부된 내공의 양을 확인했다.


[기부된 내공 : 팔 개월 그리고 이십삼일]


천 명이 시청한 자신의 방송에서 기부받은 내공이 팔개월 이상이다. 물론 자신의 경지는 이미 내공이 크게 의미 없는 상황에 다다랐지만.


“난 이 정도 받았네?”


별로 감흥이 없어 보이는 유현인의 말투에 유명세가 갸웃한다.


“신나지 않으십니까?”


“내가 왜?”


“한 번의 방송에서 팔개월 이상의 내공을 기부받으셨잖아요? 일년 분량부터 아부리가에서 환단 교환을 해주니까 얼마 안 남은 거라고요.”


“그런데?”


“세간에서 말합니다. 진짜 비재이는 환단 교환을 받고 나서부터라고. 이게 일종의 가름 막대죠. 전문 비재이와 그냥 일반인을 나누는. 저도 공자님 환단 교환을 받을 때 꼭 따라가 보고 싶네요.”


유현인보다 오히려 유명세가 더 들뜬 모양이다. 이때까지 유명세는 영단 교환은 자기와는 멀리 떨어진, 다른 세상 이야기로만 느끼고 있었으니까.


“나보다 네가 더 신나보이는데?”


“헤헤, 그런가요?”


“그래, 같이 가보자. 혹시 환단 교환도 무조건 감숙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닙니다. 각 성(省)의 큰 도시들에는 대부분 아부리가의 분타가 있습니다. 여기 절강성에는 항주에 분타가 있고요.”


항주. 유현인은 이제 슬슬 이동을 고려하는 중이었다. 영파는 도시긴 하지만 그래도 작아서 재밌는 게 별로 없다. 이야기가 통할 만한 무림인이나, 다른 비재이도 없는 것 같고. 유현인이 말했다.


“좋아. 그러면 조만간 항주로 가자. 영파는 조금 질리는 참이었어.”






절강성(浙江省), 항주(杭州).


항주, 항주는 낙양, 장안, 개봉 등과 더불어 중원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중 하나였으며 고래로부터 많은 왕조의 도읍이었다. 강남의 풍부한 물자가 대운하를 통해 모일뿐더러 서호의 아름다운 풍경, 온난한 기후 등으로 풍류를 즐기려는 수많은 서생, 무사들이 몰려 그 번영성세는 저물 줄 몰랐다.


유현인과 유명세는 며칠 지나지 않아 근거지를 영파에서 항주로 옮겼다. 방송이 끝난 후 유현인이 계림의 동굴에서 가져온 야명주를 처분한 결과 최소 일이 년은 따로 수입이 없어도 생활할만한 자금을 얻었으므로 항주의 비싼 물가도 그리 부담은 없었다. 영파에서 사람들이 고맙다며 유현인과 유명세에게 어느 정도 사례를 하기도 했고.


하지만 둘 다 세부적인 목표는 없었다. 유현인은 당장 방송할 ‘소재’를 찾지 못한 상황이고 유현인이 결정하지 못한다면 유명세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유현인은 일단 객잔에 머무르는 동안 내공 대래비를 보며 시장 조사를 좀 해보기로 했다.



‘무슨 방송을 하면 좋을까···.?’


그게 항주로 오고 난 다음 유현인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수련 방송? 검무를 추거나 초식을 보여 주곤 하는 건 재미가 없다. 사담? 동굴에서 처박혀 있던 자신은 딱히 할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유현인은 스스로의 존재 자체가 가장 강력한 방송 내용이란 걸 모르고 있었다.



며칠 뒤 유현인은 항주에 머무를 동안 있을 집을 하나 구했다. 도시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이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멀지는 않은 곳이었다.


이사하는 과정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둘 다 나그네 신세로 가진 짐이 없으니까. 간단하게 계약을 끝낸 유현인은 시장에 가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 집기들을 주문했다.


“네, 네. 이 주소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유명세가 가게 점원에게 말했다. 유현인은 꽤나 감탄했다. 자기가 살던 이가촌이나 그 이후에 거친 영파같은 작은 도시는 딱 전근대 수준이었다. 대부분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과거의 세상. 하지만 항주는 달랐다. 도시는 화려하고 상업이 발달해 현대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구점이나 포목점에는 배달 직원이 있어 주문한 품목을 직접 가져다 준다. 그런 상품뿐만이 아닌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기름종이로 싸서 포장해갈 수 있는 식당도 많고 정말 큰 가게들은 음식들을 배달해주기도 했다.


거기에 내공 대래비까지 더해져 어떤 가게들은 배달 주문을 가게 전용 방송에서 전언창으로 전달받기도 하는 것이다. 유현인은 유명세가 있어서 새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무공은 뛰어나지만 세상 물정에는 그렇게 밝지 않은 자신 혼자 항주에 왔다면 많이 헷갈렸을 것이다. 이런저런 구매를 모두 끝낸 둘은 가게 밖으로 나왔다. 유명세가 말했다.


“공자님, 오늘 이급 기루에 한번 가시겠습니까? 비용은 제가 내겠습니다. ”


“그래? 좋지. 아는 데 있어?”


“홍희루(紅僖樓)가 유명하죠. 예전 표국에서 일할 때 항주에 들러서 동료들과 한번 가 본 적이 있습니다.”


유명세는 유현인을 홍희루로 안내했다. 난생 처음 기루에 간 유현인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삼층 짜리 호화로운 누각에 온통 헐벗은 꽃들이 웃고 있었다.


“이게 이급(二級) 기루야? 그러면 일급 기루는 도대체 어느정도길래?”


“일급 기루는 추천장이나 초대장이 있어야만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처럼 저잣거리에 있지도 않고요. 전부 서호변(西湖邊)에 있죠.”


“그래?”


“네, 그래서 일급 기루는 뭇 사나이들의 꿈입니다. 거기 한 번 갈 수만 있다면 무슨 대가라도 치룰 수 있는 사람들이 차고 넘칠거에요.”






술에 얼큰하게 취한 유현인과 유명세는 밤이 늦어서야 홍희루를 나섰다. 항주는 그믐달이 하늘 꼭대기에 걸린 밤이 되어서도 잠이 자지 않는 도시였다. 길에 걸린 등불과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모습이 유현인의 현대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명세야, 네 고향이 사천성이라고 했냐?”


“네에··· 도강언이죠. 진나라의 이빙(李?)이 건설하고 촉한의 제갈량이 정비한 사천성의 보물입니다아아.. 고향은 갑자기 왜 물어보십니까아···.”


술에 취한 유명세의 말이 길게 늘어진다.


“고향 안 가고 싶어?”


“글쎄요오.. 고향에 딱히 뭐가 없어서. 저는 그냥 세상 돌아다니는 게 좋습니다아···.”


유현인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자신을 현대를 그리워하고 있는가?


그때였다. 멀리서 허리춤에 칼을 찬 무인 여러 명이 유현인과 유명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크크큭. 계집년들은 참 다루기 쉽다니깐. 주먹 몇 대면 아주 말을 잘 들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그년은 앞으로 문제없겠죠?”


“당연하지. 영혼 깊은 곳까지 공포가 새겨졌을 거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따로 없지.”


남자들은 유현인과 유명세를 스쳐 지나갔고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유현인의 귀에 들어왔다. 유명세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까지 들을 정신은 되지 않아 보였다. 썩 좋지 않은 내용이다. 유현인은 기분이 더러워져 인상을 찌푸렸다.


도시 중심부를 벗어나자 어둠이 길에 내려앉았다. 둘은 마지막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멀리 자신들이 새로 구한 집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집 대문 앞에 웅크려 있는 인형이 유현인의 눈에 들어왔다.


“흑흑···.”


여자가 울고 있었다. 그것도 유현인의 옆집에서. 집에 거의 다 와서야 유명세도 웅크려 우는 여자를 알아챘다. 유명세가 말했다.


“저··· 소저?”


우는 여자는 고개를 들어 둘을 쳐다보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대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


의문이 유명세의 얼굴에 떠올랐다.


“저 여자 뭐죠 ,공자님?”


유현인이 한숨을 쉬었다.


“좀 이상한 이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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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2) +2 20.06.14 664 23 12쪽
» 13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 +1 20.06.13 705 33 11쪽
13 12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7) +4 20.06.12 729 32 12쪽
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3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3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5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4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7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5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50 34 12쪽
3 2화 - 바뀌어버린 무림 (2) 20.06.03 996 33 11쪽
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1 서장 +2 20.06.01 1,484 3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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