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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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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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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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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DUMMY

소탕 당일이다. 햇볕에 나무 사이를 뚫고 슬며시 땅을 비추는 사시(巳時, 약 9시에서 11시)가 시작되었다.


“명세야 준비됐어?”


유현인은 여유로운 태도로 가벼운 차림에 허리춤에 검만 패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송의 주연이 아니라 보조에 불과한 유명세는 오히려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어제 유현인의 예비 방송을 보면서 몇십에 달하는 시청자들의 분위기를 직접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초보 방송인들 방송을 구경하다 제목에 휩쓸려온, 이 영파와 관계없는 시청자들의 숫자였다. 오늘은 유명세가 직접 홍보했던 영파의 사람들이 더 들어올 것이다.


“네, 네! 언제든지요!”


“너무 긴장하지 마. 넌 칼 맞을 걱정 하나도 안해도 돼 진짜. 내가 지켜줄께.”


“그건 당연히 믿지만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방송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라.”


유현인이 픽 웃었다.


“너 그러다가 나중에 십만 명 앞에서 방송하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


“그런 날이 올까요?”


“그럼, 당연하지.”


청랑채로 이어지는 산길 중간에서 유현인은 유명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세는 유현인이 건네준 송출용 수정구를 작동시켰다.


[방송이 시작됩니다.]

[은거고수의 악랄한 절강성 녹림산채 진(眞)교육]

[비재이 유현인]


어제와 다르게 방송을 켜자마자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가워, 무림동도 여러분. 다들 알겠지만 오늘 방송은 절강성! 영파 낭옥산에 똬리를 튼 사악한 녹림의 무리, 청랑채를 토벌하는 내용이야.”


-유무!(유현인 무량수불이라는 뜻)

-유아!(유현인 아미타불이라는 뜻)

-유가가, 기다렸습니다아아!!!


-저, 영파에서 들어왔습니다. 녹림소탕을 하신다는 유현인이라는 분 맞습니까?

-안녕하십니까. 낭파촌 촌장입니다. 영파의 친척으로부터 소식 전해 들었습니다. 제발 성공해주십시오.


시청자 층은 어제보다 다양했다. 예비 방송에서 유현인의 방송에 찾아온, 내공 대래비 중층 시청자들이 있었고 또 영파에서 유명세가 진행했던 홍보를 보고 찾아온 영파 주민도 있었다.


원래 기존 무림명이 있는 유명인사가 아닌 신인의 방송에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런 명성이 없는 유현인의 방송에 시청자들이 찾아올까?


어제, 하고 비재이들의 방송을 구경하다 제목에 이끌려온 시청자들은 허창전격검 주진경처럼 이미 기존 방송들을 대부분 섭렵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보기에 기존 방송들은 이미 다 자리 잡은 상태고 서로 비슷비슷해 더 이상의 큰 흥미를 주지 못했다. 중층(重層), 즉 고인물 시청자들은 새로운 방송에 목말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유현인 전까지는 그들조차 스스로 그런 욕구가 있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지만.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얼굴, 특이한 유형의 방송, 거기다 잘생겼는데 자칭 고수라는 유현인의 방송에 하루 만에 큰 매력을 느꼈다. 호응과 전언도 내공 대래비에 낯선 영파 주민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유현인이 말했다.


“방송 시작하기 전 미리 알려주는 것. 첫 번째! 청랑채는 재미로 토벌하는 게 아니야. 내 고향, 가족들을 비롯해 주변의 민도들이 고통받고 있기에 그들을 위해서 검을 잡은 거야.”


-말이 긴 거 좋아하지 않아. 빨리 녹림 목 따는 거 보여줘.

-아미타불. 올바른 태도요. 민도를 위하는 시주의 마음에 부처께서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두 번째. 청랑채에 쌓아둔 재물은 내가 취하는 게 아니야. 그동안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정당한 절차에 따라 분배되겠지.


-그게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소협!

-그 악랄한 산적들이 얼마나 통행세를 뜯어갔는지 모릅니다. 아니 통행세가 아니라 그냥 약탈이었죠.


“세 번째. 물론 내 능력이라면 쥐새끼 한 마리 빠트리지 않고 죄다 목을 딸 수 있지. 하지만 이건 사적 제재가 아니고 녹림도들은 관아로 인계되어 대명률(大明律)에 따라 처벌될 거야.”


-유가가, 어쩜······

-소저인 척하지 마시오. 냄새납니다.

-저 여자 맞거든요.


유현인은 유명세가 들고 있는 수정구 위로 현재 접속해 있는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현재 시청자 수 : 이백삼십팔 명]


어제보다 네 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영파에서 접속한 사람들을 포함하더라도 상당한 숫자다. 신규 방송이 이 정도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면 앞으로 몇 시진 동안 방송을 진행하면 훨씬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것이다.


“좋아. 이제 가보자고.”


유현인은 산채 방향으로 느긋하게 걸어갔다. 능선 하나를 돌자 바로 청랑채가 보였다. 산채 출입구에는 떡대 녹림도 둘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약 열다섯 장(45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유현인은 크게 외쳤다.


“이리 오너라!!!”


“웬 놈이냐?!”


경비가 바로 반응했다.


“네 죄를 네가 알렷다!”


“미친놈인가?”


웬 허여멀건 한 젊은 놈과 그 옆에서 수정구를 들고 있는 평범한 놈. 경비를 서는 녹림도 둘은 자신이 헛걸 본 게 아닌가 싶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갑자기 젊은 놈들이 나타나 설친단 말인가? 한 놈이 수정구를 들고 있는 걸 보면 내공 대래비인지 뭔지 하는 요상한 걸 하는 놈들인가 보다.


“썩 꺼져라!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덩치 작은 녹림도가 유현인을 향해 윽박지른다.


“아니, 형님. 굳이 꺼지라 할 필요가 있습니까? 여기서 그냥 목을 따버리면 아무도 모를 텐데요.”


좀 더 험악하게 생긴 녹림도는 외모처럼 옆 동료보다 과격했다.


“얘네는 검을 뽑을 필요도 없어.”


유현인은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험악한 놈이 도끼를 빼 들고는 이쪽을 향해 달려든다.


“그 건방진 목을 몸과 분리해주마!!!”


제법 험한 말을 내뱉는다. 충분히 사거리에 도달했다 판단한 녹림도가 한손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붕!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유현인을 향해 다가온다.


하지만 유현인의 신형은 그가 도끼를 휘두를 찰나에 원래 있었던 자리를 벗어났다. 유현인은 녹림도의 한 장 뒤에 나타나 중얼거렸다.


“부법(斧法)의 기본이 안 되어 있어. 쯧쯧. 타고난 근골은 나빠 보이지 않는데 그 심성이 자신과 자신의 앞날을 망쳤구나.”


그 말을 똑똑히 들은 녹림도의 볼이 푸들푸들 떨린다.


“네놈···!!”


그러더니 자신이 든 도끼를 바로 유현인을 향해 던졌다. 하지만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간 도끼날은 유현인의 손아귀에 잡혀버렸고 녹림도의 두번째 살해 시도도 실패로 돌아갔다.


“너는 나중에 처리될 예정이니 일단 좀 기절해있어라.”


유현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번개같이 녹림도의 옆으로 돌아가 그의 혼혈을 짚었다.


그는 힘없이 땅에 철푸덕 쓰러진다.


“뭐, 뭐냐??!!”


출입구에 있던 작은 녹림도가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넌 뭐하니?”


“···?”


녹림도가 유현인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너 혼자 감당할 수 있겠어? 어여 가서 동료들 불러와야지.”


“이익···!”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기에 그는 산채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꼭 하나씩 잡을 필요는 없거든. 이렇게 한 놈만 시키면 알아서 자기네 무리 죄다 데리고 올 거 아냐.”


-哈哈哈哈哈哈哈哈哈哈 이 비재이 미쳤네 哈哈哈哈哈哈哈哈

-허, 저게 우리 상단을 괴롭히던 그 녹림의 무리가 맞단 말인가?

-개허접한데?

-근데 은거고수라 하기에는 좀 모자란 거 아님?

-어제 신법 못봤음? 장난 아니었는데.



산채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제 슬슬 분위기 파악을 한 녹림도들이 하나둘씩 뛰쳐나올 것이다. 유현인은 유명세를 향해 손짓했다.


“명세야, 가자.”


“네! 공자님!”


“이리 오너라아아아!!”


유명세는 크게 외치며 산채 입구를 통과했다.


아까 산채로 후다닥 돌아갔던 녹림도 하나가 수십의 다른 녹림도들을 데리고 이제 막 나오는 찰나였다.


무리 중 가장 앞서있는, 얼굴이 피멍이 덕지덕지 들어있는 녹림도가 말했다. 그는 창고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죄로 임무석에게 죽도록 얻어터진 청랑채 부채주 석길이었다.


“네놈이 개죽이를 두들겨 팼다는 그 녀석이냐?”


“아까 기절한 놈 이름이 개죽이였어? 생긴 거랑 다르게 이름은 귀엽네.”


-그건 인정···아니 맹주정(盟主定).

-저, 맹주정이 무슨 뜻이요? 이해할 수 없구려,

-무림 맹주도 인정할 정도라는 뜻이요. 일종의 은어지요. 내공 대래비에서 사용되는.

-이해하기 힘들군. 내가 너무 늙어버린 탓인가.

-그대도 금방 적응할거요. 걱정하지 마시오.


석길이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얘들아, 저놈의 목을 따서 당장 가져와라!”


“존명!”


그래도 녹림들은 꼴에 무리랍시고 요란한 기합소리를 내며 유현인을 향해 접근했다. 수십 명의 떡대들이 가져다주는 중압감은 일반인에겐 어마어마한 것이라 유명세는 기가 죽었다.


“명세야. 제대로 이쪽을 봐. 네가 이쪽을 봐야 시청자들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아니니.”


유현인은 그런 것과 관계없다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


“넌 안 죽어. 다치지도 않고. 내가 있잖아.”


-우리 유가가, 하시는 말씀이 너무 달콤한 것 아니십니까?

-허··· 참된 협객이오.


어느새 녹림도들은 유현인과 유명세를 가까이서 포위하고 있었다.


“공자님. 정말 괜찮은 거겠죠?”


그 말을 들은 녹림도 하나가 그를 비웃는다.


“못생긴 너는 노예로 팔아넘기고 잘생긴 놈은 내 밑에 깔려 앙앙거리게 될 거다. 큭큭큭”


“욱.”


유현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는 토할 것 같다는 표정으로 세 마디를 내뱉었다.


“너 먼저 뒤졌다.”


유현인이 녹림 무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더니 아까 더러운 말을 내뱉은 녹림도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퍽 소리가 크게 나더니 걷어차인 녹림도, 그리고 그 뒤에 몰려있던 무리들까지 한 번에 뒤로 나가떨어진다.


뒤에 있는 놈들은 단순히 걷어차인 녀석이 뒤로 밀리자 같이 넘어진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걷어차인 1차 피격자의 상태는 멀쩡하지 않았다. 타격 당한 가슴팍은 두터운 털옷으로 보호받고 있었지만 이미 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뭐, 뭐야? 철무! 장난치지 말고 일어나라!”


부채주 석길이 당황하여 소리쳤다. 하지만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한 자는 말이 없다.


“아, 미안. 내가 죽인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또 사지 멀쩡하게 제압한단 말은 안 했거든.”


위기감에 빠진 석길이 녹림도들을 향해 지시했다.


“조져! 머릿수는 우리가 훨씬 많다!”


녹림 무리들이 각자 가진 도끼, 도, 몽둥이를 들고 유현인과 유명세를 향해 달려든다.


“좋아, 시작해볼까?”


유현인은 내공을 운용해 발에 집중시켜 땅을 가볍게 굴렀다.






하남성(河南省) 허창(許昌)


주진경은 그날 유명세의 방송에 나온 유현인으로부터 받은 충격에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그건 충격이 아니라 감격이었다. 이후 주진경은 동행에 자신의 별호로 기고문을 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그를 찾아 계속 헤맸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유현인이라는 비재이는 그 어떤 방송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유명세의 방송도 중단되었고.


단 하루, 그가 가문의 일을 처리한다고 내공 대래비를 보지 못한 날이 있었다. 그 날까지만 해도 별생각 없었다. 다음 날, 그와 취미를 공유하는 친우가 하나의 소식을 전해주기 전까지는.


“이봐, 진경이. 자네가 찾는 사람이 누구라고 했지?”


“유현인, 이립이 안되어 보이는 청년인데 피부가 희고 아주 잘생겼어.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는가?”


친우가 씩 웃는다.


“이 친구, 소식이 늦군.”


작가의말

날씨가 끈적거리네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많이 덥지만 여러분 힘내세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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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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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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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4 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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