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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412
추천수 :
1,005
글자수 :
247,192

작성
20.06.0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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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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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1쪽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DUMMY

“지금! 제가 있는 곳은 광서성 계림이구요. 오늘의 방송은 대협님들과 함께 은거기인이 숨겨놓은 비급, 기연, 영약을 찾아다니는 기연 탐방 방송입니다. 애호(愛好)와 구독! 눌러주시는 대협님들. 정말 사랑합니다.”


“이 계림의 바위 산들은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이래로 천하에 제일가는 풍경으로 꼽히곤 했습니다. 여러분들,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란 말 한번 쯤은 들어보셨죠? 이 자연지기가 듬뿍 담긴 지형은······”


정신없이 떠들며 산을 타는 사내가 있다. 사내의 이름은 유명세, 내공 대래비(內功 對來費)의 신입 비재이(費才怡)다.


유명세가 타는 산은 온통 회색 바위 봉우리들로 그득했는데 깎아지르는 듯 솟아오르고 다시 아래로 처박히는 둥 그 세가 아주 험했다. 산 아래는 일반적인 땅이 아니라 고여있는 물로 가득 한 호수였다.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사람의 흔적은 없다. 유명세는 한 손에는 수정구를 들고 있었는데 수정구 안으로는 그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그 자신’만’의 얼굴이 비쳤다.


“하,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한 봉우리의 꼭대기에서 유명세는 수정구를 바닥에 내려다 주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 수정구는 보통 물건이 아니다. 유명세가 성도표국의 삼급 표사로 3년 동안 봉급을 모아 은전 100냥을 주고, 겨우 구입한 내공 대래비 송출용 수정구였다.


유명세도 처음에는 다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누가 말했지.


‘누구나 다 그럴듯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현실에 처맞기 전까지는.’


유명세는 자기가 대단한 비재이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방송명 : 유명세의 기연탐방

시청자 수 : 공(空)]


시청자가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空, 비었다고 표기되는 게 아니라 숫자로 표기된건만 유명세의 방송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파천호리(坡天狐狸) 영동호나 은잠신투(隱潛神偸) 독고천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고인의 유산들을 찾아내는 걸까? 방송 보면 길 가다가 우연하게 들어간 동굴에 비급이 있고 지나가는 뱀을 잡으니 영단이 있고 그러던데······”


파천호리나 은잠신투는 내공 대래비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구대문파급 비재이였다. 유명세 역시 그들의 방송을 보고 어? 나도 해볼까 싶은 마음으로 수정구를 구입해 방송을 시작했다.


[안휘지산무사일호님이 들어왔습니다.]


시청자 한명이 들어왔다. 유명세의 눈이 재빨리 자동전언을 확인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대협님. 신입 비재이 유명세 인사드립니다. 지금 저는···.”


-잘못 접속했다. 미안하군.


[안휘지산무사일호님이 나갔습니다.]


오늘 방송의 첫 시청자는 그렇게 매정하게 나갔다.


“이거 그냥 확 관둬버릴까?”


유명세는 자신의 손에 들린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방송을 시작한 지난 1개월간 그의 방송에 들어온 시청자수, 오늘로 열 명을 기록했다. 다섯 명은 방금 그 안휘지산무사일호처럼 잘못 들어온 시청자였고 세명은 하고(下庫) 방송인을 놀리는 공격성 시청자였으며 두 명은 아무 전음도 없이 두어시간 구경하다가 나가버렸다.


유명세는 자신이 누적 시청자 고작 열명을 찍을 동안 그보다 늦게 시작한 후발주자들이 훨씬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것을 보았다. 안휘성 합비의 옥검공자는 실시간 시청자수 삼천을 돌파했고 화산파의 매화빙녀는 칠천을 기록했다.


“천지신명은 시발 존나게 불공평하지. 누구에게는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무공까지 내려주고. 누구에게는 산타는 재주밖에 안내려주고.”


일개월 동안 불평불만만 늘은 유명세였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사람들의 무시와 비웃음이 지긋지긋하다.


-뭐? 네가 비재이? 하하하하하. 최근 들은 농담 중 가장 재밌는 것이로군.

-에라이, 자식아. 가서 마차 바퀴나 점검해.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고.

-유명세, 자네가? 자넨 외모도 무공도 가진게 하나도 없잖나?



“젠장! 나도 딱 하나만 대박나면 그걸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건데!”


괜히 아무도 없는 산에서 소리치는 유명세다. 그때였다. 갑자기 유명세가 있는 봉우리 꼭대기에 강한 돌풍이 불었다.


“어어.. 어어어어??!!!”


몸의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져 휘청거린다. 유명세는 손을 버둥거린다고 왼손에 들고 있던 수정구를 놓쳤다. 아기 머리통만한 유리구슬이 봉우리 꼭대기의 완만한 경사를 타고 절벽을 향해 굴러간다. 가속도가 붙는 건 순식간이다. 이대로라면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안돼!!!! 내 수정구!!!!”


그의 전재산이다.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진 유명세는 날아가는 자신의 목숨을 붙잡는 것 마냥 수정구를 향해 몸을 던졌다.


다행히도 유명세는 수정구가 절벽에 떨어지기 직전에 낚아챌 수 있었다. 그는 조심히 일어섰다. 그리고 수정구에 흠집이 나지 않았는지, 꺠지진 않았는지 살폈다.


“혹시 나중에 중고로 팔 수도 있는데 흠집 나면 큰일이지.”


여전히 시청자는 아무도 없다. 다시 한번 돌풍이 불었다. 하필 수정구를 집는다고 절벽 끄트머리에 서 있는 유명세. 바람은 그를 낭떠러지로 밀어 넘어트리고 만다.


“아아아아아악!!!!! 이런 개 음경같은 세상!!!!!!!!”


유명세는 그렇게 봉우리에서 바닥으로 자유롭게 추락했다.


죽음을 앞둔 그의 정신이 급격하게 가속된다. 바닥이 가까워지고 봉우리는 멀어지는 시야가 왠지 모르게 느리게 느껴졌다. 하지만 스스로 알 수 있었다. 이 추락이 끝나면 자신은 죽는다는 걸. 수정구는 이미 그의 손을 떠나있었다.


‘나, 이렇게 하고 비재이인채로 죽는건가? 제대로 된 비급이나 영물도 찾아내지 못하고?’


참으로 무력하다. 유명세가 자포자기하고 눈을 감을 찰나였다.


절벽 중간에서 무언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그 무언가는 떨어지는 유명세의 몸을 휘감아서 절벽 안으로 뚫린 동굴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동굴 바닥에 철버덕 하고 유명세를 내팽겨쳤다.


유명세는 딱딱한 돌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오히려 둔탁한 고통이 반가웠다. 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실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두운 동굴. 곳곳에 희미한 야명주가 박혀있다.


‘워매···. 저게 다 얼마야?’


야명주의 빛 덕분에 어느정도 사물 분간을 할 정도는 된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혹시··· 설마··· 여기가 내가 찾던 그 곳??!!’


고통을 잊어버린 유명세는 벌떡 일어섰다. 그렇다. 여기는 동굴이다. 절벽 중간에 있는 동굴. 자연적으로 생긴 것 같지만 저 야명주는 절대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사람이 설치해놓은 것이다.


“와..하하..”


유명세는 알 수 있었다. 여기는 절정 고수의 비급이 남겨진 비동이다.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하고 비재이 생활도 이제 끝이다!!! 나도 구대문파급 비재이가 될 수 있어!!!!”


터져나오는 기쁨과 환희에 유명세의 웃음소리가 더 커져갔다.


그때였다.



“넌 뭐냐? 뭔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 구해줬더니 정말이지 시끄러워 죽겠군. 입 좀 닥칠 수 없나?”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명세의 웃음소리가 뚝 멎었다. 그제서야 그가 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동굴의 바닥과 벽에 빼곡하게 검흔이 새겨져 있다. 매끈하고 먼지도 없는 것이 새겨진지 얼마 안된 것이다. 동굴 안에서 막대한 존재감이 퍼져나오더니 유명세가 서 있는 곳까지 잠식했다. 그제서야 유명세는 뭔가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여기는 비동 맞다. 하지만 비어 있는 곳이 아닐뿐. 대단한 고수가 이곳에 아직 살고 있다.


“죄.. 죄송합니다. 고인이 계신 줄 모르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제 하찮은 목숨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유명세는 동굴 안쪽을 향해 넙죽 절을 박았다. 그리고는 살짝, 아주 살짝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봤다. 어두운 안쪽에서 사내의 인형이 드러났다. 남자는 유명세를 향해 다가왔다. 하지만 어떤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야, 일어서 봐.”


유명세에게 다가온 남자가 말했다. 목소리는 젊은 이의 것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내공은 전혀 어리지 않았다.


“네, 넵!”


유명세는 벌떡 일어섰다.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다 삭아서 헤질 것 같은 바지 외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다. 오랫동안 빛을 보지 않은 듯 새하얀 상체에는 탄력있는 근육이 가득하다. 다만 바닥에 새겨진 것 같은 검상이 그의 몸에도 수없이 새겨져 있어 그가해온 고된 수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험악한 몸과 다르게 얼굴은 곱상하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장발은 부드럽게 휘어져 물결치고 있다.갸름한 턱, 날카로운 콧대, 푹 들어간 눈은 마치 서역인들의 그것 같았다. 하지만 화룡점정은 다름 아닌 그의 두 눈이었다. 강렬한 두 눈빛은 어두운 동굴 속에서도 확연하게 존재감을 발하고 있었다. 유명세는 자신도 모르게 현재 내공 대래비에서 가장 이름을 떨치는 비재이 중 하나인 옥용검마와 눈 앞의 남자를 비교해보았다. 미남 비재이로 유명한 옥용검마와 비해도 전혀 모자랄 것 같지 않다.


‘와···. 겁나 잘생겼네.’


남자가 말했다.


“뭘 보냐?”


“아, 아닙니다! 정말 잘생기셔서! 죄송합니다!!”


“흐음. 그래? 넌 뭐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남자의 기분은 그렇게 나빠보이진 않았다. 목소리에는 불쾌함보다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유명세는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눈 앞의 기인이 성질 나쁜 마두였으면 아까 떠든 순간 목이 댕강 하고 날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눈 앞의 남자도 언제 심기가 틀어질 지 모른다.


“넵. 저는 내공 대래비에서 기연 탐색 방송을 하는 비재이 유명세라고 합니다. 여기 계림에 숨겨진 비급, 영물 같은걸 찾으러 왔는데 갑자기 봉우리에서 돌풍이 불지 뭡니까? 부끄럽지만 제가 무공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방송 수정구를 잡으려다가 ······.”


“잠깐.”


“네?”


“뭐라고 했지?”


“아, 방송 수정구를 잡으려다가···..”


“아니, 처음부터 말해봐.”


유명세는 눈 앞의 남자가 조금 이상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넵. 처음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내공 대래비에서 기연 탐색 방송을 하는 비재이 유명세라고······.”


“잠깐!!!”


남자가 소리쳤다. 유명세는 기겁해 다시 조아렸다.


“네.. 네! 죄송합니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내공 대래비? 비재이? 그게 뭐지?”


남자의 목소리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유명세는 남자를 살짝 올려다봤다. 그의 얼굴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 동굴 안에 오래 있었던 모양이군. 그러면 내공 대래비나 비재이 같은건 들어보지 못했을수도.’


유명세는 이제야 약간 앞뒤상황을 이해했다.


“아, 내공 대래비에 관해 아직 들어보지 못하셨군요. 여기 오래 계셨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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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 +1 20.06.13 704 33 11쪽
13 12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7) +4 20.06.12 728 32 12쪽
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0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2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8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2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4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3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6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4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49 34 12쪽
3 2화 - 바뀌어버린 무림 (2) 20.06.03 996 33 11쪽
»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1 서장 +2 20.06.01 1,483 3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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