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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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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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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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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화 내공 대래비 (2)

DUMMY

유명세가 설명했다.


“기존의 변검 공연이나 가면극이나 금 연주는 어떤 현실에 있는 공간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반응과 호응이 무대 위로 실시간으로 전달되었죠. 하지만 내공 대래비는 이 가상의 공간 안에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수백 수천의 사람이 있다 한들 비재이는 허공에 대고 떠들고 있는거죠.”


“아부리가는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언 체계를 고안했습니다. 전음과 비슷한데 소리가 아닌 문자로 전달되는거죠. 그리고 그 개개인의 전언은 별호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구분됩니다. 그래서 내공 대래비에 처음 접속하는 시청자는 자신의 별호를 만들어야 하는 거구요.”


유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식으로 별호를 등록하는 거지?”


“수정구에 내공을 불어넣은 상태로 등록할 별호를 전음처럼 보내면 됩니다.”


“별호라, 아직 없는데.”


“진짜 무림명이 아니니 아무렇게나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중복 별호도 가능해 같은 별호를 가진 시청자들도 엄청 많거든요. 물론 뒤에 구별번호가 붙긴 하지만요.”


“좋아, 그러면.”


유현인은 잠시 생각한 다음 자신의 별호를 결정했다.


‘환생좌’


그러자 수정구에 다른 전언이 표시되었다.


[환생좌님, 내공 대래비에 처음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내공 파형을 만들어 주십시오.]


그러고는 하늘하늘 흔들리는 푸른 가닥이 떠올랐다.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만드시면 됩니다. 마음 속으로 움직인다 생각하면 이 파형도 따라서 움직입니다.”


유명세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는다. 아마 암호를 만드는 과정이라 보지 않는 듯 했다. 그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 말했다.


“신기하죠? 내공을 통한 이런 물체 조작은 원래 일세의 고수들만 가능했던 것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내공 대래비 안에서는 저 같은 하급 무사뿐만 아니라 입문자 수준의 내공으로도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당연히 안되지만요.”


확실히 대단했다. 유현인은 적당한 파형을 똑같이 두번 입력하자 그의 시청자 등록이 완료되었다.


[환생좌님의 접속이 완료되었습니다.]


수정구의 접속 화면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이후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수많은 사람의 모습과 그 아래의 글자들이 수정구에 떠올랐다. 어린이 머리통만한 구형의 액정이라 왜곡이 일어날 법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모든게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현재 수정구에 표시된 화면이 내공 대래비에서 최고 많은 시청자들을 보유한 비재이들입니다.”


유현인은 수정구를 조금 더 자세히 쳐다보았다.


잘생긴 젊은 남자가 매화가 새겨진 수련복을 입고 수수한 검을 들고 있는 모습.

[화산파 일대제자, 매죽검룡의 수련방송]

[시청자 수 : 이십만 명]


아리따운 소저가 가슴을 반쯤 노출한 다음 유혹하듯 손짓하는 모습.

[강소제일미 정난영의 시청자 사연독해]

[시청자 수 : 십칠만 명]


아주 추레한 모습의 중년의 거지가 삐뚜룸하게 서 있는 모습.

[개방 노구개의 구걸방송]

[시청자 수 : 십육만 명]


너무나 익숙한 모습. 이 세상에서 다시 태어났을 때 앞으로 절대 볼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모습이다. 유현인은 잠시 전생을 회상했다.


“내가 보고 싶은 방송은 어떻게 선택하는 거야?”


“손가락으로 수정구 위를 살짝 누르면 됩니다.”


유현인은 수정구의 [강소제일미 정난영의 시청자 사연독해]라는 방송이 표시된 부분에 손가락을 대고 살짝 눌렀다. 수정구가 살짝 진동하며 여자의 모습이 확대된다. 그리고는 방송 화면이 수정구를 가득 채웠다.


강소제일미 정난영은 별호 대로 정말 아름다운 소저였다. 자연스럽게 물결치듯 늘어트린 흑단같은 머리칼. 작고 갸름한 얼굴에 커다란 눈, 오똑한 코, 붉은 입술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다. 하지만 얼굴보다 더 시선이 가는 곳은 그녀가 은근슬쩍 노출하는 흉부였다. 일부러 시청자들을 유혹하듯 얇은 옷을 걸친 정난영은 입을 가리며 교태를 떨고 있었다.


“아이, 북경천검삼호님~ 너무 짓궂으셔요. 저는 아직까지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답니다.”


-강소제일미가 모태독신, 哈哈哈哈哈哈哈

-소저, 나 죽소.

-내공특별기부 선넘었네. 진 냄새 난다.

[취화검오백오십호님이 내공 삼일을 기부하셨습니다.]

[천마삼천호님이 내공 오일을 기부하셨습니다.]

-아니 님들, 분탕짓 하지 마시죠.

-응 그건 너고.


수정구의 오른쪽에는 그녀의 방송에 접속해 있는 시청자들이 보내는 전언이 쉴새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유명세가 정난영의 방송을 옆에서 쓱 보곤 말했다.


“강소제일미군요. 내공 대래비에서 잘 나가는 여촬(女撮)입니다.”


“여촬?”


“무공에 관계 없이 자신의 얼굴과 몸을 노출하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여 비재이들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유현인은 유명세의 말과 표정 안에 숨겨진 약간의 혐오감과 질투심을 읽었다.


“부럽지?”


“네?”


“쟤네들이 부러운거잖아. 누구는 쌔빠지게 산 타고 돌아다녀도 봐주는 사람 하나 없는데 쟤네들은 가만히 앉아서 아양만 떠는데 내공이 쏟아지니까.”


유명세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의 본심이 읽힌 것이 부끄러운 탓이다.


“아, 아닙니다. 질투라니요. 저는 단지······”


“다른 애들 꺼도 한번 보자.”


유현인은 유명세의 변명을 끊고는 다른 방송에 들어갔다. [화산파 일대제자, 매죽검룡의 수련방송] 이었다.


수정구는 매죽검룡 조준과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그 뿐만이 아닌 연무장 전체를 볼 수 있었다. 비싸보이는 바닥재, 정교하게 조성된 수목 등 연무장은 부유한 세가의 정원처럼 잘 꾸며져 있다. 매죽검룡 조준은 연무장 중앙에서 검무를 추고 있었다.


강소제일미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전언들과 내공 기부 알림이 쉴새없이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옥안애호가사호님이 내공 오십일을 기부하셨습니다.]

-공자님. 시가 한번만 읊어주세요. 읊어주세요. 읊어주세요.읊어주세요.읊어주세요.읊어주세요.

-매죽검룡 대(對) 옥용검마, 일대일비무로 누가 이기는 각?

-정종 무공의 정수 화산파의 매죽검룡이 근본없이 얼굴만 반반한 옥용검마 떡바르는 각이지.


유명세가 말했다.


“수정구 화면을 옆으로 쓸어보시겠습니까?”


유명세가 말한대로 하자 수정구가 다른 각도의 화면으로 바뀌었다. 몇번 더 옆으로 넘기자 더 많은 각도와 거리의 다양한 화면이 차례대로 나온다. 얼굴 부분을 확대한 화면. 정면, 후면, 측면.


“여유가 있으면 이렇게 수정구를 많이 구입해 더 좋은 방송체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저같이 가난한 비재이는 개인용 하나도 겨우 구입하지만요.”


“저게 얼만데?”


“저정도 규모라면 금화 단위로 사용해야 할겁니다. 사용하는 송출용 수정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중앙에서 그 영상들을 제어하는 처리 수정구가 별도로 필요한데 그건 정말 비싸거든요. 물론 대 화산파에게는 전혀 부담이 없겠지만.”



내공 대래비에는 인기 부문만 있는 건 아니었다. 유현인이 초기화면 위에서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손가락을 쓸자 수정구의 화면이 잠시 흐려지더니 다른 도표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분류별 도표였다.


[수련방송순위]

[사담방송순위]

[강의방송순위]

[비무방송순위]


각 대분류를 누르자 다시 검법, 권법, 심법, 보법 등 세부 분류가 나타났다. 하지만 무공 관련 방송들은 유현인이 보기에 대체적으로 따분해 보였다. 수련이든 강의든 너무 정직한 방송들.


‘사실 정직하다기보단 고리타분하지만.’


그 중 그나마 재밌어보이는 건 비무방송이었다.


[철검문(鐵劍門) 검법와 도법대련]

[남궁세가 제 오십오회차 내부비무]


“흠······”


내공 대래비 방송 구경은 짧게 끝났다. 유명세는 유현인과 칠성현 객잔에 하루 머물기로 했다. 물론 유현인에게 돈은 없었으므로 비용은 유명세가 냈고.


자기 전 유명세가 말했다.


“저, 대협의 성함은 어떻게 됩니까? 아직 이름도 못들은 것 같아서요.”


“유현인.”


“저랑 같은 유씨로군요. 고향은 어디십니까? 전 사천성 도강언 출신입니다.”


“절강성이야. 시골이라 말해도 모를걸.”


방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 그런데 어쩐 연유로 저 계림의 동굴 안에서 수련하고 계셨던 겁니까?”


“고수가 되고 싶어서.”


“앞으로의 계획은 있으십니까? 대단한 무공을 이루셨잖아요.”


유현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동굴 안에서는 밖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했지 그 이후를 생각하진 않았으니까. 이제 밖으로 나온지 하루. 옆 침대에 누워있는 하고 비재이 때문에 내공 대래비란 걸 알고 신기한 경험을 하긴 했지만 아직 생각을 정리하긴 부족한 시간이다.


가만히 생각하는 현인에게 유명세가 말했다.


“별다른 계획이 없으시다면 제 방송에 한번만 출연해주시면 안될까요?”


“······”


여전히 별 대답이 없아 유명세가 말을 덧붙인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저도 제가 잘나가는 비재이가 될 수 있을 줄 알았죠. 방송을 시작하기 전까지만요. 하지만 한달이 지난 지금 깨달았습니다. 저는 뜰 만한 요소가 하나도 없다는 걸요. 이대로 방송을 계속 해봤자 시청자 하나도 없는 하고 비재이로 끝나겠죠. 하지만 대협은 다릅니다. 얼굴이나 몸도 최상위권 비재이들 씹어먹을 정도로 잘생기셨고 무공도 고강하시잖습니까.”


“하고 비재이가 뭐야? 못뜨거나 규모가 작다 그런 뜻인가?”


“예. 맞습니다. 아래 하(下)에 창고 고(庫)를 쓰죠. 제대로 된 수련장도 없이 창고 아래에서 방송한다 그런 뜻입니다.”


유현인은 실소했다. 뭐가 했더니 현대의 하꼬란 단어와 맥락도 어원도 거의 똑같다.


“절벽에서 떨어져 그대로 죽을 처지였던 저를 구해주신 게 대협입니다. 저도 염치가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염치없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대협께서도 내공 대래비에 관심이 있으신 것 같으니 제 방송에 출연하면서 어느정도 감을 잡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제가 아는 건 전부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둠 속이지만 유현인은 유명세의 얼굴이 시뻘개시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염치는 있는 녀석이네. 나쁜 것 같지는 않고.’


그리고 유현인 역시 꽤나 그의 제안에 혹했다. 인방이라니. 전생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던 것 아닌가? 사실 친구나 가족들에겐 알리진 않고 게임방송을 몰래 켜보기도 했었다. 대차게 망하긴 했지만. 그래서 유명세의 솔직한 말에 공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쉽게 제안을 수락했다.


“좋아. 일단 내 고향에 한번 갔다가 네 말대로 해보자고.”


“감사합니다! 대협!”


“대협은 조금 오글거리고, 공자님이라 부르던가.”


“네, 공자님! 저는 그냥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주십시오.”


그렇게 동행이 결정되었다. 둘은 다음날 아침 유현인의 고향인 절강성으로 출발했다. 유명세의 속도에 맞추어 적당히 이동하던 중 유현인이 말했다.


“명세야. 네가 한 방송들 기록 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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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2) +2 20.06.14 664 23 12쪽
14 13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 +1 20.06.13 704 33 11쪽
13 12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7) +4 20.06.12 728 32 12쪽
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2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2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4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3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6 29 13쪽
»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5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49 34 12쪽
3 2화 - 바뀌어버린 무림 (2) 20.06.03 996 33 11쪽
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1 서장 +2 20.06.01 1,483 3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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