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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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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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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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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DUMMY

유현인은 유명세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그와 떨어진 건 고작 며칠에 불과했지만 유명세는 유현인이 아주 반가웠다. 이 젊고 잘생긴 고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 같다. 좀 사먹이고 입히느라 돈을 조금 쓰긴 했지만 별로 아깝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또 유현인도 자신에게 호의적인 것 같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인연이다.


멀리 있던 유현인이 어느새 유명세의 코앞에 도달했다. 평범하게 걸어오는 것 같았는데. 볼 때마다 신기한 보법이다.


‘도대체 그 동굴에 어떤 기연이 있었던 걸까?’


상자를 들고 있는 유현인이 말했다.


“잘 있었냐 명세야?”


유명세가 밝게 대답했다.


“네! 공자님 말씀대로 영파(寗波) 사람들은 이 글귀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이었습니다. 응원해주는 사람과 시청한다는 사람도 많았구요. 저는 생각도 못 해본 발상인데. 대단합니다!!”


좋은 소식이다. 유현인은 만족스러웠다.


“잘했어. 이제 수정구 사러 가자고. 삼 일 뒤에 방송 켜려면 서둘러야지.”


유명세가 말했다.


“공자님.”


“왜?”


“저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뭔데?”


“공자님이 계셨던 동굴 있잖습니까.”


“응.”


“그 동굴에 야명주가 있었는데 그거 꽤 비싼 거거든요. 거기 찾아가서 다는 아니더라도 야명주를 몇 개만 팔았더라도 송출용 수정구를 살 돈은 충분했을 텐데······”


유명세가 말끝을 흐렸다.


“······.”


유현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거 왜 거기서 안 말해줬니?”


“그거야 그런 얘기 나눌 틈새도 없이 바로 칠성현으로 갔으니깐요.”


“······시끄러.”





일단 영파에서 먼저 할 일은 청랑채에서 가져온 재물 중 일부를 처분하는 것이다. 유현인은 유명세와 함께 자신이 가져온 정확한 재물, 그리고 산채에서 봤었던 대략적인 현물의 양을 기록해두었다. 물론 자신이 사용할 ‘아주 일부분’만 누락시켜두고.


산채에서 가져온 것들은 은화, 그리고 부피가 작은 보석들이었기에 전장에 잠시 보관하는 것도 간단했다. 유현인은 수정구를 살 은전 백 냥만 남겨두고 나머지 상자를 통째로 맡겼다.


그 다음 유현인은 유명세와 함께 내공 대래비 관련 물품을 취급하는 상점으로 갔다. 상점은 인적이 많지 않은 조용한 곳에 있었는데 힘찬 글씨체의 현판이 유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로지택(勞志擇) 영파지부(寗波支部)


“여기가 송출용 수정구 파는 곳 맞아?”


유현인은 황당한 표정을 하고 유명세에게 물어보았다. 로지택? 그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떤 회사의 이름이다. 가족이나 여자친구보다 그의 손을 더 많이 잡아줬던 것들. 마우스와 키보드. 그리고 컴퓨터 주변기기들을 만들던 그 회사.


유명세가 뭐가 이상하냐는 듯 쳐다봤다.


“네. 그런데요?”


유현인이 다시 말했다.


“여기 이름이 조금 이상하지 않냐?”


“아 로지택 말씀이세요? 보통 집단들이 이름 뒤에 단(團)이나 회(會)를 쓰는 것과 비교하면 조금 낯설긴 하죠. 하지만 로지택은 내공 대래비의 등장과 함께 급성장한 상회(商會)입니다. 송출용 수정구는 로지택에서만 취급하고 있거든요. 듣기로는 아부리가에서 독점 판매 권한을 받았다 합니다.”


“흠······”


유명세의 말대로 로지택은 아부리가와 계약해 독점적으로 송출용 수정구를 판매, 수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노력(勞)과 뜻(志)을 가린다(擇)라는 이름을 가진 그들은 내공 대래비의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지금은 전 중원에 지부를 두고 있는 대형 상회로 성장했다.


유현인은 이것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내공 대래비도 있고 아부리가도 있는데 그래, 로지택 쯤이야. 유현인은 유명세와 함께 로지택 영파지부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십시오. 로지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새로 수정구를 구매하러 오셨습니까? 아니면 가지고 계신 수정구를 수리하러 오셨습니까?”


상회 내부는 단정했고 비단옷을 잘 차려입은 지배인이 둘을 맞이해주었다. 유현인이 대답했다.


“새로 방송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아, 그러십니까? 저희 로지택에서는 신규 비재이 분들을 위해 다양한 송출용 수정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지배인은 유현인과 유명세를 상품 진열실로 안내해주었다. 진열실은 바닥도, 벽도, 천장도 온통 대리석이었는데 자그마한 먼지나 얼룩 없이 순백으로 빛나고 있었다. 출입구를 제외한 모든 벽면에 네 척(약 120cm) 높이의 진열대가 세워져 있었고 크기와 빛깔이 조금씩 다른 수정구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그 자태를 뽐냈다.


“와······.”


유현인은 감탄했다. 이 수정구 상점은 현대의 전자제품 매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깔끔하고 단정하다. 단순주의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감탄하며 진열실을 둘러보는 유현인에게 유명세가 말했다.


“공자님도 감탄하실 것 같았습니다. 여긴 올 때마다 놀랍군요. 아부리가와 내공 대래비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런 구성과 진열은 중원에 없었습니다. 다른 상단들이 로지택을 보고는 충격을 많이 받았죠. 그 유명한 중원상단이나 금룡상회도 로지택의 영향을 받아 자기네 지부 건물을 대대로 손봤다고 합니다.”


유현인은 유명세의 지식에 감탄했다. 처음 봤을 땐 덜떨어진 녀석인 줄 알았는데.


“근데 너는 시청자는 없는데 방송에 대해 아는 건 생각보다 많다?”


“사실이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니 마음이 아프네요. 저도 내공 대래비를 정말 좋아했으니까요. 사실 방송이 잘 안 되다 보니 이런저런 소문과 이야기들에 더 귀를 기울인 것도 있고요.”


유명세가 작게 툴툴댄다.


“편하게 둘러보십시오. 상품에 대한 설명이나 다른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이 종을 살짝 흔들어주시면 됩니다.”


지배인은 아름다운 조각이 새겨진 작은 종을 건네주고는 조용히 진열실을 나갔다.


유현인은 그 모습을 뽐내고 있는 내공 대래비 송출용 수정구들을 하나씩 구경했다. 얼핏 보기에는 다 투명하고 커다란 유리구슬이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크기와 빛깔이 미묘하게 달랐다. 수정구 앞에는 그 제품에 대한 설명이 간단하게 붙어 있었다.




[범용 기본 수정구]

[은전 사십오 냥]

[무공 수련, 비무, 사담 등 다양한 용도를 충족시키는 기본적인 수정구입니다. 방송을 처음 시작하시는 비재이에게 추천합니다.]



[실내 비무 중급 수정구 제이형(第二形)]

[은전 백구십팔 냥]

[실내 연무장 환경에 특화된 수정구입니다. 고수들의 빠른 움직임을 부드럽게 담아내며 화면 축소와 확대를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실내외 비무 고급 수정구]

[은전 삼백이십팔 냥]

[실내 연무장, 야외 비무대 어디에서도 사용가능한 고급 수정구입니다. 다른 비무용 수정구의 모든 기능에 더해 사천방(四千方)의 화질로 방송을 송출할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 단 사천방 화질의 방송은 해당 화질을 지원하는 수정구에서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범용. 실내용. 야외용. 비무용 등 몇몇 큰 틀 안에 저렴한 기본형부터 비싼 고급형까지, 정말 종류가 다양했다. 유명세가 어떤 수정구를 가리킨다 .


“이 야외 방송용 수정구가 제가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야외 방송용 초급 수정구 야간형(夜間形)]

[은전 구십구 냥]

[실외에서 방송하시는 초보 비재이를 위한 수정구입니다. 광범위 화각과 기본적인 야음(夜陰) 촬영을 지원합니다.]


“저는 방송 내용 대부분이 산에서 이뤄지는 거라 이 야외방송용을 골랐죠. 산은 빨리 어두워지니까 야음 기능도 효율적이었고요.”



유현인은 자신이 앞으로 어떤 방송을 주로 할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이번 청랑채를 치는 건 낭옥산에서 방송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산속에서만 방송할 건 아니야.’


유명세는 무려 삼년 동안 표사 봉급을 모아 겨우 수정구를 구입했다고 했다. 아주 비싼 물건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선택해야 한다. 물론 지금 청랑채에서 재화를 훔쳐와 지금은 손에 든 게 조금 있긴 하지만 그건 기본적으로 유현인의 것이 아니니까.


결정을 내린 유현인은 아까 전달받은 종을 흔들었다.


-찌링!


맑은 소리가 굴러가더니 지배인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십니까?”


“네, 범용 기본 수정구로 하나 주세요.”


“아, 좋은 상품이죠. 아직 방송의 방향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한 신규 비재이분께 딱 어울릴 겁니다.”


유현인은 제일 저렴한 수정구를 골랐다. 나중에 돈을 좀 더 벌고 방송에 체계가 생기면 그때 좋은 수정구를 사도 늦지 않다. 지배인은 창고에서 비단으로 잘 감싸진 수정구를 들고 왔다. 유현인은 들고 온 은화로 값을 치르고 로지택을 빠져나왔다.


“공자님. 동행에는 관심 없으십니까?”


“동행?”


“기억하십니까? 제 방송에 잠시 나오셨을 때 시청자가 동행에 박제한다고 했었는데요.”


“아, 그거. 내공 대래비 소식이 실리는 잡지라 했었지?”


“네. 간단하게 설명만 드렸는데 아직 실물을 보진 못하셨잖아요.”


“그건 그래.”


“낭옥산으로 출발하기 전에 간단하게 구경이나 해보고 가실래요? 공자님 보시기에도 재밌을 거에요.”


유현인은 선선히 승낙했다. 여기서 낭옥산까지 빠르게 이동하면 하루 반. 아직 시간은 하루 정도 여유가 있다.


유명세는 저잣거리 중심부, 지대(地貸)가 비싼 곳에 자리 잡은 주루로 유현인을 안내했다.


호월루(湖月樓)의 화려한 건물 앞에는 여러 가지 종이뭉치가 꽂혀있는 작은 나무 진열대가 있었다. 유명세는 주루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 진열대에 꽂혀 있는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옆에 서 있는 경비가 말했다.


“내공동행? 동전 오십 문이오.”


유명세는 주섬주섬 값을 치렀다.


“여기 들어가는 거 아니었어?”


“여긴 비쌉니다. 저 돈 거의 다 썼어요.”


유현인은 약간의 미안함을 느꼈다. 유명세의 소비가 두 배로 늘어난 건 자신 때문이었으니까.


“이게 내공 동행입니다. 줄여서 그냥 동행이라고 많이 부릅니다.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 팔곤 하죠.”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유명세는 잡지를 유현인에게 건네주었다. 치렁치렁한 도포를 입은 젊은 도사가 도호를 외우는 그림이 그려져있다.


“종남파의 유운옥검이군요.”


“유명한 사람이야?”


“내공 대래비에서 제일 인기 많은 고수 중 하나입니다.”


“얘가?”


“내공 동행은 한 달에 한번씩 발행됩니다. 새로 발행될 때마다 가장 인기가 많거나 화제가 되는 비재이의 초상이 잡지 전면에 올라가죠. 비재이로서는 대단한 영광인데 유운옥검은 최근 일 년 동안 홀로 세 번이나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유현인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잡지를 다시 내려다봤다. 유명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이 도사가 첫인상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 동굴을 나온 뒤로 뚜렷한 목표 없이 흘러온 유현인에게 하나의 목적지가 생겼다.


표지를 넘긴 유현인은 동행 잡지를 차근차근 넘겨보았다. 어떤 비재이를 추천하는 부분도 있고 인기 순위, 다양한 사건 사고 등 잡지 내용은 생각보다 충실했다. 하지만 자신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 그렇게 재밌진 않았다. 그러던 중 하나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소저가 북경(北京) 제일의 번화가인 왕부정(王府井)에서 난데 없이 뇌려타곤을 하는 모습이다. 아래 설명에는 이 이상한 소저가 ‘고수를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라고 외치며 개처럼 멍멍 짖었다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그림과 사실은 익명의 광고주의 요청에 의해 실렸다는 부연 설명도 있었고.


유명세가 말했다.


“공자님, 이거 혹시요..... 혹시 그 시청자 아닙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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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 +1 20.06.13 704 33 11쪽
13 12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7) +4 20.06.12 728 32 12쪽
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2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3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5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4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7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5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50 34 12쪽
3 2화 - 바뀌어버린 무림 (2) 20.06.03 996 33 11쪽
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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