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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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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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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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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7)

DUMMY

유명세는 수정에 떠오른 시청자 수를 흘끗 쳐다보았다.


[현재 시청자 수 : 팔백칠십오 명]


유명세의 팔뚝에 소름이 오도독 돋아올랐다. 팔백칠십오 명. 그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어떻게 해야 끄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따라다니는 유현인이라는 공자는 이른 시일 안에 내공 대래비의 최정상까지 올라갈 것이다.


질투? 그런 것도 나지 않는다. 아는 사람이, 자신이 도전하다 실패한 것을 아주 가볍게 뛰어넘는다면 질투심이 뭉클뭉클 솟아오르는 게 인간의 습성이다. 유명세도 그랬다. 고향 친구가 어엿한 무림 방파의 수습 무사로 들어갔을 때가 그랬고, 그와 같이 시작한 비재이들이 앞으로 치고 나갈 때도 그랬다. 하지만 유현인은 달랐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듯한 가벼움과 표홀함이 있었고 아직 전부 보여주진 않은 것 같지만 그 몸에 숨겨진 강력한 무공이 있었다. 지금은 그냥 그가 어디까지 치고 나가는 지 옆에서 보고만 싶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하기로 했다. 유현인의 옆에서 그의 방송을 돕는 것. 수정구를 잡은 유명세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정구를 통해서는 무림 고수들의 강맹한 초식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고수들의 막대한 내공의 발출과 미묘한 간합의 차이는 눈이 아니라 몸으로 읽는 것이니까. 그럼에도 청랑채 채주 임무석의 무공은 그 강력함을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고 시청자들은 그걸 일수에 파훼한 유현인의 신위를 확실히 체감했다.



[극창제신님이 내공 오일을 기부하셨습니다.]

-소인, 가슴이 웅장해지오.


[화봉삼심팔호님이 내공 오일을 기부하셨습니다.]

-유가가, 내공기부를 도저히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소녀 감동했답니다.


[허창전격검님이 비재이 유현인을 일개월 구독하였습니다.]

[허창전격검님이 내공 이(二)개월을 기부하셨습니다.]

-이 허창전격검! 그대를 기다렸소!


-와, 이개월. 도대체 역시 허창전격검


쏟아지는 내공기부와 구독 전언. 유현인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 중 저 허창전격검이라는 시청자는 특별히 눈에 띄었다.


‘보는 눈이 있는 친구. 역시 손도 커.’



“자,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친구들. 이제 마지막 절정으로 가보자고.”


유현인은 유명세로부터 수정구를 건네받았다. 좁은 실내는 그가 직접 보여주는 게 좋을 거란 판단이었다. 수정구를 잡은 유현인이 갑자기 유명세를 비추었다.


-누구?

-수정구를 이 사람이 들고 있었나 보오.


유현인이 동료를 소개했다.


“이 친구는 유명세라고 해. 무림명은 나처럼 딱히 없고, 원래 기연탐방 방송을 했었는데 한동안 날 좀 도와주기로 했어.”


유명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건 부끄러움 반, 감격 반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유명세입니다!


-哈哈哈哈哈哈哈 좀 안생기긴 했는데 귀여운 맛은 있네.

-유무(유명세 무량수불이라는 뜻)!

-유원(유명세 원시천존이라는 뜻)!

-둘 다 성이 똑같구료.




짧은 소개가 끝나고 유현인은 창고로 들어갔다. 창고는 예전 그대로였다. 유현인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자기가 상자 하나를 가져갔으면 당연히 상자는 두 개가 아니라 하나여야 하는데 왜 두 개지? 그리고 분명히 나머지 하나도 텅텅 비어있을 텐데?


한편 시청자들은 임무석이 가득 쌓아놓은 보화에 기가 질린 눈치였다. 비단! 면포! 도자기와 조각품! 유현인이 미리 가져간 은화와 보석을 빼더라도 웬만한 중소문파의 일 년 치 생활비는 족히 될 것이다.


“친구들, 이거 봐. 누가 이 창고를 보고 이게 녹림채의 창고라 생각하겠어?”


-아미타불. 민도들의 고혈이외다. 유 시주의 선행에 소승 감명받았소.

-우리 문파에 저거 십분지 일만 있어도 좋겠다. 시벌.

-주인없는 재물이 아니오! 말을 가려서 하시길 바라오.


유현인은 바닥에 놓여있는 상자 두 개를 열었다. 하나에는 은화가 바닥에 깔렸었고 나머지 하나는 건화(乾貨, 말린 전복)가 들어있었다.


‘정말이지 재물에 미친 녀석이군.’


유현인이 창고를 턴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새 은화와 건화를 어디선가 털어서 채워놨다. 유현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얼마나 이 절강성을 좀먹었을지 모를 악질이었어.”


유현인은 다시 창고 밖으로 나왔다. 유현인은 뻗어있는 임무석의 몸뚱어리를 툭툭 걷어찼다.


“넌 확실히 곱게는 못 죽겠다.”


임무석이 기절한 상태에서도 조금씩 꿈틀댄다.


-얼마나 걸렸소? 녹림산채 하나 소탕하는데 두 시진도 걸리지 않은 것 같소만.

-한시진 조금 넘게. 사문이 정말 궁금하군.

-이 비재이, 내공 대래비 초출 맞소? 실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소만.

-이제 방송 끝인가? 더 보고 싶은데.


저 멀리서 일련의 무리가 우르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유현인이 중얼거렸다.


“드디어 왔군.”


-또 뭐가 남았음??

-뭐임? 뭐임?


능선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건 바로 영파 현령이 이끄는 관군이었다. 조랑말을 탄 현령, 그리고 소달구지 십수 개를 끌고 온 관군 수십 명이 빠르게 유현인에게 다가왔다. 유명세가 말했다.


“공자님, 관에는 언제 연락하셨습니까?”


.

.

.

.

.




사일 전 영파.


유현인은 영파에 도착했을 때 바로 유명세에게 간 것이 아니었다. 녹림 소탕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십에 달하는, 기절하거나 뻗었을 녹림도들, 그리고 임무석이 쌓아둔 재물은 혼자, 아니 유명세를 동원하더라도 두 명이어서 영파까지 이동시키기엔 무리가 있는 분량이다.


그래서 유현인은 관아로 먼저 갔다.


“누구냐?!”


“낭옥산, 청랑채를 소탕하려 합니다. 보수는 안 받아도 됩니다.”


아주 잘생긴, 상자를 든 젊은 남자가 갑자기 흉악한 녹림도를 소탕한다는 말을 꺼내자 경비병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여기는 농을 던지러 오는 것이 아니다. 썩 물러가라!”


‘경비병은 원래 다 이런가?’


유현인은 상자 뚜껑을 열어 내부를 보여주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은화와 보석들이 경비병의 눈동자에 비친다.


“농이 아닙니다. 이 보물은 청랑채 채주, 임무석의 창고를 털었던 것이고 사일 뒤에 녹림도를 전부 소탕한 후 민도들이 빼앗긴 재물을 되찾을 겁니다.”


확실하고 단호한 유현인의 말투에 경비병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실례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현령은 허황한 소리를 하는 것 같은 유현인을 처음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지만 청랑채의 재물과 유현인의 무공을 보곤 마침내 납득했다.


“사일 뒤, 오십의 녹림도의 창고의 재물을 영파로 실어나를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오시면 됩니다. 녹림도들은 전부 기절하거나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할 테니 전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이 재물은 영파 전장에 보관해두겠습니다. 나중에 청랑채에서 압수한 현물과 합쳐 그동안 재물을 갈취당한 이들에게 분배해 주십시오.”






다시 현재.


관군들은 기절한 녹림도들, 그리고 창고의 재물들을 소달구지에 쌓아나갔다. 유현인에게 다가온 현령이 말했다.


“자네, 이름이 유현인이라고 했나?”


“예. 낭옥산 아래 이가촌에서 태어났습니다.”


현령은 조랑말에서 내려 유현인의 손을 꼭 잡는다.


“정말 고맙군! 이 청랑채는 그동안 우리 지역의 큰 골칫거리였지. 하지만 영파현에는 도저히 그만한 고수를 초빙할만한 예산이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로 청랑채와 이 임무석을 소탕할 수 없었다. 내, 지주대인께 보고를 올려 그대에게 포상을 내리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영파 현령으로서, 그리고 대명의 신민으로서 그대에게 감사를 표한다.”


영파 현령은 꽤 믿음직스러운 사람이었다. 지방 사람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고. 이미 창고의 재물은 내공 대래비를 통해 시청자들과 영파 주민에게 보였으니 따로 빼돌리거나 하지 못할 것이다.


현령이 물었다.


“유현인, 그대는 따로 무림명은 없는가?”


“내 비록 무림이 아니라 관아의 사람이지만, 자네에게 무림명을 하나 지어줘도 되겠는가?”


“영광입니다.”


“자네는 비록 나이는 많지 않지만, 대명제국과 민도를 위하는 그 마음은 많은 선배에 비해 절대 부족하지 않다고 보네. 앞으로 유현인의 이름은 무림을 떨쳐 울리게 되겠지. 올바른 앞길을 걸어나간다는 의미에서 참된 선생, 진선생(眞先生)이라 부르면 어떨까 싶군.


유현인의 이마 한쪽으로 땀 한방울이 삐질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는 애써 웃으며 감사인사를 했다.


“멋진 별호군요.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령도 자신의 작명에 만족한 눈치였다. 유현인은 수정구의 전언창을 슬쩍 바라봤다.


-哈哈哈哈哈哈哈哈哈 진선생 유현인 哈哈哈哈哈哈哈哈

-확실히 관부 사람들은 어딘가 감성이 이상해. 그건 분명하다.

- 좀 독특하긴 한데, 난 괜찮은 것 같은데?

-아미타불. 좋은 뜻이오. 유 시주에게, 아니 진선생 유 시주에게 어울린다고 보오···哈


아무래도 무림 동도들의 생각도 유현인과 크게 다른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이미 천 명이 넘는 시청자에게 진선생이란 별호는 각인되었다.


‘내가 미리 하나 지어 놓을 걸 그랬나······.’


그렇게 유현인의 첫 방송이 드디어 끝났다.


[최종 시청자 수 : 일천사십오 명]

[구독자 수 : 사백팔십 명]

[애호 : 칠백이십 회]


이제 초출한 비재이, 그중에서 무림명이 없는 무명인로서는 순위권에 드는 기록이었다.






유현인과 유명세는 영파로 돌아왔다.


“저기, 진선생이 지나간다!!”

“유 대협! 여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됩니까??”

“저, 진선생. 실례지만 서명 한번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 안사람이 꼭 받고 싶다고 해서요.


유현인이 휘두르는 부드러운 폭력의 현장은 그대로 내공을 타고 영파의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둘이 돌아왔을 땐 이미 유현인은 대단한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공자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인파를 뚫고 겨우 숙소로 돌아온 다음 유명세가 말했다.


“뭐가 대단하냐.”


“그냥요. 제가 이렇게 유명해지고 있는 분이랑 같이 다닌다는 게 잘 실감이 안 나서 그럽니다.”


유현인이 피식 웃었다.


“절벽에서 떨어질 때 네 조상이 도왔나 보다.”


유명세도 따라 웃는다.


“저, 그런데 공자님. 내공기부 정산이라고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아, 그거. 사람들이 내공 칠일, 오일 이렇게 막 보내던데. 근데 그게 무슨 뜻이야? 난 갑자(甲子) 이런 건 알겠는데 오일 치니 칠일 치니 이건 감이 잘 안오는데.”


유명세가 목을 가다듬었다.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내공 대래비는 시청자가 비재이에게 내공을 기부할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많은 내공을 기부받냐가 그 비재이의 인기척도가 되기도 하구요. 그런데 세상에는 수많은 내공심법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같은 정파라도 도가 계통의 심법과 일반 무림방파의 심법은 판이하게 다르지. 사파나 마도로 가면 말할 거도 없을거고.”


“그런 다른 형태의 내공을 그대로 비재이에게 전달했다가는 비재이가 순식간에 터져 죽을 겁니다. 죽지 않더라도 주화입마에 걸리는 건 불 보듯 뻔한 거죠. 여기서 아부리가는 대단한 신기술을 무림에 선보였습니다.”


“그게 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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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2) +2 20.06.14 664 23 12쪽
14 13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 +1 20.06.13 704 33 11쪽
» 12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7) +4 20.06.12 728 32 12쪽
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2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3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5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4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7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5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50 34 12쪽
3 2화 - 바뀌어버린 무림 (2) 20.06.03 996 33 11쪽
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1 서장 +2 20.06.01 1,483 3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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