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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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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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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DUMMY

유현인과 유명세의 합동 방송은 그렇게 끝났다. 한 시진도 되지 않는 짧은 방송이었지만 유명세는 나름 느낀 게 많은 듯했다.


“유 공자님의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 방송은 좀 쉬겠습니다.”


유현인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 방송은 유명세의 것. 자신이 억지로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약 열흘간의 도보 이동 끝에 둘은 유현인의 고향에 도달했다.


유현인의 고향은 절강성의 영파(寗波) 남쪽의 작은 마을, 이가촌(李家村)이다. 절강성은 바로 북쪽에 있는 강소성과 다르게 산지가 비교적 많은 지형이다. 이가촌도 그런 산자락에 있는 여러 마을 중 하나였다.


비록 동굴에 십이 년 동안 살았지만, 고향에 대한 기억이 어디로 간 건 아니다. 하지만 마을에 들어선 낯선 두 청년을 보는 이가촌 사람들의 시선에는 밝은 기운이 없었다.


‘마을 분위기가 왜 이래?’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다. 부유하진 않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밝고 웃으며 살아갔다. 유현인은 과거를 더듬어 자기가 살던 집을 찾아갔다. 마을 외곽에 산을 등지고 홀로 떨어져 있는 건물.


[유..장](劉..場)


한 채짜리 유가장은 텅 비어 있었다. 현판에 걸린 유가장의 가(家)자는 지워져 보이지도 않는다. 을씨년스러운 건물에 가득한 거미들만이 유현인을 반겨주었다.


“공자님, 여기가 공자님 살던 곳이 맞습니까? 사람이 살지 않은 지 꽤 된 것 같은데요.”


유현인은 작게 대답했다.


“맞긴 한데.”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슬픔이나 분노와는 다른 허탈함이 흘러나왔다. 유현인은 전생의 존재 때문에 이 세상에 큰 유대감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나마 그의 가족이 세상과 그의 연결고리였는데 그 고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유현인은 문득 이 세상에서 자기 혼자 유리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는 마을 주민을 찾아가 유가장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여기 유가장은 어떻게 된 건가요? 유씨 집안사람들을 찾아왔는데 폐가만 남아있네요.”


“누구셔유? 밖에서 오신 분 같으신데.”


마른 중년의 촌부가 잔뜩 경계하며 대답했다.


“저는 유현인이라고 유가장 유혁린의 둘째 아들입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유현인이 자신의 핏줄을 밝히자 촌부가 그제야 반색한다.


“어머머머, 네가 그 유씨네 둘째 아들이니? 이게 무슨일이래?”


그들 역시 유현인이 실종된 줄 알고 있었다. 이가촌 사람들은 유씨네 일가가 오 년 전 마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이가촌 분위기가 왜 이렇게 된 건가요? 제가 집 나가기 전에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저기 낭옥산(狼獄山)에 청랑채(靑狼寨)라고 녹림 패거리가 들어섰지 뭐니. 그게 벌써 팔 년 전 일이란다. 처음에는 영파寗波)로 가는 길의 통행세만 요구하더니 이제는 주기적으로 마을에 와서 상납을 받아가니 마을 분위기가 이런 게 당연하지.”


촌부는 한숨을 푹 쉬었다.


“유씨네 가족들도 다른 밥벌이를 찾기 위해 떠났다 하더구나. 하지만 이씨 사람들은 어떻게 떠나겠니. 여기가 이가촌인데.”


하지만 어딘지는 그녀도 몰랐다. 유현인은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아유, 그래도 살아 있어서 좋네. 너 아주 잘생겨져서 몰라봤지 뭐니.”


촌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유현인은 난감했다. 절강성만 해도 인구가 일천만에 육박한다. 단서도 없이 무작정 찾아 헤매는 건 시간 낭비를 넘어 시간 폐기다.


‘그래. 내공 대래비에서 방송이나 해보자. 유명해지면 알아서 방송 보고 나를 찾아오겠지.’




유명세가 슬그머니 말을 건다.


“저, 공자님.”


“왜?”


“가족분들 일은 정말 유감입니다.”


“아냐 괜찮아. 언젠가 다시 보겠지. 나도 비재이 해보려고. 저번에 재밌더라.”


실제로도 그랬다. 무공을 하나하나 습득하고 성취할 때와는 또 다른 짜릿함이다. 타인의 관심이 가져다주는 명예욕의 충족. 인간의 본성을 자극한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저, 그러면 공자님이 비재이 활동하시는 동안 저를 조연으로 써주시면 안 될까요?”


유현인이 갸웃했다.


“네 방송은 어쩌고?”


“가진 거도 특별한 거도 하나도 없잖아요. 지금 이 상태로 변화 없는 방송 계속해봤자 달라지는 거 없이 하고인 채로 있겠죠. 그럴 바엔 금방 치고 나갈 공자님 방송의 조연으로 인지도도 조금 쌓고 시청자와의 소통도 배우고 싶습니다.”


유명세는 결연하게 말했다. 그가 유현인과의 첫 번째 방송이자 마지막 방송 이후 이가촌까지 오며 계속 생각한 것이다.



“송출용 수정구는 어디서 사지? 시청용이랑 다르게 비싼 거라면 조금 큰 도시에 가야 할 것 같은데.”


“네 맞습니다. 그런데 돈은 어떻게 마련할 생각이세요? 제가 시청용 수정구나 간단한 음식 정도는 사드렸지만 송출용 수정구는 저도 무리라.”


마침 그게 걸림돌이었다. 동굴 안에서의 십이 년은 적어도 돈 걱정, 먹고 살 걱정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현실의 세상은 어떤 시대가 됐던 돈이 필수다.


그때 이가촌 뒤에 있는 높진 않지만 험악한 산무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촌부가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저기 낭옥산(狼獄山)에 청랑채(靑狼寨)라고 녹림 패거리가 들어섰지 뭐니.’


“흠.”


조각조각난 그림 조각들이 유현인의 머릿속에서 짜맞춰 지기 시작했다.


“명세야.”


“네, 공자님.”


“녹림도들은 돈 많이 버냐?”


“산채마다 다르죠. 규모가 크고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커다란 산채라면 웬만한 사파 문파 못지않게 벌 거고 작은 곳이라면 먹을게 모자라 화전도 하고 그럴 겁니다. 그건 왜요?”


유현인은 여전히 낭옥산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명세의 눈 역시 유현인의 시선을 따라갔다.


“설마···공자님?”


“저 위에 청랑채인지 호랑채인지 녹림 애들을 좀 털자. 걔네들도 부정하게 번 재물이니만큼 두들겨 팬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 송출용 수정구 살 돈만 빼고 나머지는 이가촌에 돌려주면 되고.”


유현인은 자신의 논리에 만족했다. 입꼬리가 씩 올라간다. 그냥 녹림 소탕하는 게 아니라 그걸 한 번 더 써먹을 기가 막힌 계획이 하나 더 생각났기 때문이다.








절강성, 낭옥산 청랑채 채주 임무석(林拇石)은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근육, 칼자국과 흉터, 험악한 인상 등 온몸으로 ‘나 녹림도요’ 하고 말하는 이 사내의 기분은 왜 좋지 않은 것일까?


녹림도들은 다 절약할 줄 모르고 수입이 생기면 흥청망청 써버린다는 편견과 다르게 임무석은 금전과 재화를 저축할 줄 아는 남자였다. 그리고 그의 성향에 따라 청랑채에서 보안이 가장 철저한 곳은 채주의 보화창고였다.


임무석의 앞에는 청랑재의 부채주, 석길이 얼굴이 피떡이 되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임무석이 으르렁거렸다.


“그러니까 시방, 지금 네 말은 이 오십 명이 있는 청랑채에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도둑이 들었다 이 말이냐? 그것도 절정의 고수가?”


석길이 손을 싹싹 빌며 용서를 구했다.


“하, 하지만 채주님. 창고의 자물쇠의 잘린 흔적은 내공을 사용하지 않으면 나오기 불가능한 겁니다. 산채 출입구나 내부 순찰을 하는 녹림도 중 아무도 이상한 기척은 느끼지 못했습니다요.”


임무석이 기분이 자주 좋지 않은 이유, 바로 지난밤 새 그가 고이고이 모아온 보물이 깡그리 털린 것이다.


“그 고수가 보물만 털고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안 건드렸다고?!!! 개 좆같은 소리 하지 말고 당장 보물 찾아와! 범인을 찾아서 죽이든! 아니면 주변 마을을 털어서 수금을 하든!”


임무석은 석길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퍽 소리가 나며 석길이 나가떨어진다. 하지만 석길은 아픈 줄도 모르고 “존명!” 한마디만을 남기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가만히 있으면 화가 끝까지 오른 채주가 진짜 자신을 죽일 지도 모르니까.


석길이 나간 다음에도 임무석은 한참을 그렇게 씩씩댔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그의 창고도 채워지지 않았다. 임무석의 기분은 나빠져만 갔다.





칠 일째 되는 날이었다.


쾅쾅쾅!


“채주님!!! 채주님!!!! 밖으로 나와보셔야 합니다!!”


임무석은 전날 밤 아리따운 여촬의 방송을 늦게까지 보느라 해가 중천에 떴음에도 자기 침대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라면 절대 들리지 않을 소리가 들렸다. 부하 녹림도가 겁도 없이 채주전(蔡主殿)의 문을 시끄럽게 두드리고 있었다. 단잠을 방해받은 임무석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구겨졌다.


청랑채 채주는 반쯤 벌거벗은 상태로 침대 옆에 세워져 있는 쇠몽둥이만 집어들고 출입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나무문을 발로 가능한 한 세게 걷어찼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들이···..?”


임무석의 고함이 점점 작아지더니 이윽고 의문문으로 끝났다. 눈앞에 벌어지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자, 친구들. 드디어 저기 채주께서 모습을 드러냈군. 그런데 보기 조금 민망하네~”


-녹림총채주가 이 방송 보면 수치사하겠네 哈哈哈哈哈哈哈

-???????? 덜렁덜렁하는 거 보소. 아니 형태로 유추하면 달랑달랑인가?

-그런데 이 비재이 무공은 도대체 어디서 사사한 것이요?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구려.

-그의 보법을 보시오. 표홀하고 구름처럼 가벼운 게 도가계통같소만?

-님 그거 확신할 수 있음? 내가 보기엔 검의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는 게 정종(正宗)의 무학보다는 무림세가 계통같은데.

-소협은 모유(母乳)나 더 드시고 오시게. 아직 무공 식견이 한참 모자란 듯하니.

-아니 미친 가치(假齒, 틀니)새끼가. 말 다했음?



거기에는 자신의 산채를 제집처럼 휘젓고 분탕 치는 잘생긴 젊은 남자가 있었다. 아, 옆에 수정구를 들고 있는 평범하게 생긴 보조도. 채주전의 문을 쾅쾅 두드렸던 부하는 저 허연 비재이에게 두들겨 맞고는 그의 발 밑에 기절해 있었다.


“싸우지 좀 마. 너네들이 사파 시정잡배들이야?”


-아니, 소협. 저치가 말도 안되는 추론을 늘어놓으니 노도가 일침을 놓은 것 아니오.

-지랄. 노도? 니가 도사면 나는 천마다.


“아니, 전언창에서 싸우는 거 그만하라고. 자꾸 그러면 너네 둘 다 추방이야.”


유현인은 수정구에 대고 으름장을 놓는다.


임무석의 머리가 이 상황을 추측하기 위해 그의 한계 안에서 최대한 빨리 돌아갔다.


‘뭐.. 뭐지? 저새끼는? 아니 지금 이 상황은?’


그리고 마침내 저 평범하게 생긴 놈이 들고 있는데 내공 대래비 송출용 수정구고 허연 놈이 방송을 진행하는 비재이라는 사실에 도달했다.


“네놈, 시방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쳐들어온 것이냐!?


임무석이 쇠몽둥이를 어깨 위로 들쳐메며 유현인을 향해 소리쳤다. 유현인은 그런 임무석을 향해 정중히 인사했다.


“비재이 유현인의 방송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청랑채 채주 임무석님. 합방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 물론 허락은 안 받았지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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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2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2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5 29 12쪽
»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4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7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5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49 34 12쪽
3 2화 - 바뀌어버린 무림 (2) 20.06.03 996 33 11쪽
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1 서장 +2 20.06.01 1,483 3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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