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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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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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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글자수 :
247,192

작성
20.06.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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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5)

DUMMY

백수련이 태어난 곳은 강소성(江蘇省)의 한 시골 마을이었다. 특산물도, 교통도, 토질도 그리 특별한 건 하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또 못살만한 곳도 아니라 외부와의 별다른 소통 없이 사람들이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었다. 백수련의 부모는 가진 것 없이 가난한 부부였지만 아들 둘과 딸 여섯을 낳았고 백수련은 그 중 셋째 딸이었다.


백가 가족은 길가다 발에 채이는 왕서방, 왕소저처럼 외모 면으로 변변하지 못했는데 특이하게도 백수련은 어릴 적부터 미모가 탁월했다. 하지만 시골 마을에서 뛰어난 외모가 농작물을 잘 자라게 하거나, 수렵이나 다른 채취를 도와주는 것도 아니기에 항상 입이 많은 백수련의 가족은 항상 먹을 것이 모자랐다.


어느 한 해, 아주 흉년이 들었다. 딸린 입이 열 개나 되는 백가는 초근목피로도 굶주림을 해결하기 힘든 지경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이라도 도와줘 어찌어찌 굶어 죽진 않겠으나 흉년 때문에 다들 여유가 없었다. 그 때, 여행객 하나가 찾아왔다. 그는 우연히 마주친 백수련의 미모에 감탄했다. 아직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것은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


“실례합니다. 이 아이의 부모 되십니까?”


찾아온 남자는 스스로를 절강성 가흥의 동산일이라 소개했다.


“예, 제가 수련이 애비고 이 사람이 애미입니다만······”


남자는 백수련을 사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 아이의 미모라면 좋은 가문의 시종으로 들어가 평생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겁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식을 다른 사람의 시종으로 보내는 건 그리 특별한 풍습은 아니었다. 적어도 배를 곪지 않을 수는 있으니까. 처음에는 그래도 주춤주춤하던 부모는 동산일이 내민 은화 주머니를 보곤 생각을 바꾸었다.


이 돈이면 백가 가족들이 겨울을 배 굶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게 백수련은 동산일에게 은화 열 다섯 냥에 팔려갔다.


물론 시종 이야기는 거짓말이었고 동산일이 백수련을 산 건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내공 대래비가 중원에 등장하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직 무림이 아부리가의 혁신적인 술법에 충격에 휩쌓여 있을 때 동산일은 어떤 발상을 떠올렸다.


‘나, 그리고 우리 종사회는 객관적으로 허접하다. 무공도, 금전도 특별한 건 없어서 우리 문파에서 방송한들 봐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매력있는 사람을 내세워 내공 환단을 교환한 다음 그걸 내가 복용한다면?’


그 발상의 근원은 기루였다. 동산일은 없는 재산을 털어 계집질하는 게 취미였고 기루를 들락날락하며 얼마나 많은 사내가 기녀들에게 재물을 바치는지 똑똑히 보았다.


‘재물도 갖다 바치는데 내공이라고 못 바칠쏘냐?’


가흥으로 돌아온 동산일은 백수련에게 말했다.


“너는 오늘부터 매력적인 여인이 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는 기녀를 초빙해 백수련을 가르치게 했다. 백수련은 은퇴한 삼십대의 기녀에게서 화장하는 법, 사내들에게 어여쁨을 끌어내는 화술, 부드러운 목소리를 배웠다. 처음에는 좋았다. 어린 여아가 보기에 기녀는 마냥 아름다워 보였고 자신도 그처럼 예뻐지고 매력 있게 변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젖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더 아이가 아니라 여인이 되었을 때 백수련은 비재이 활동을 시작했다.


동산일의 예측은 적중했다. 매력적인 여촬, 백수련에게 빠져드는 남자들은 그녀의 방송을 보며 엄청난 내공을 기부했다. 이유는 단 하나. 백수련의 관심을 받기 위해.


종사회는 그렇게 백수련이 비재이 활동을 하며 벌어들인 내공 환단을 통해 강해졌다. 동산일과 그 의형제들의 내공이 급증하며 문파의 세가 궤도에 올랐고 그전까지 받지 못했던 이런저런 청부를 하며 금전을 축적했다.


종사회가 가흥에서 항주로 터를 옮긴 것도 백수련 덕분이었다. 종사회, 그리고 동산일이 변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연아야. 내공 기부를 조금 더 많이 받을 수 없겠느냐?”


작은 도시인 가흥에는 무림 문파도 적다. 중소문파 규모인 종사회가 가흥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항주는 전 중원을 통틀어도 손꼽힐만한 대도시. 자연스럽게 종사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문파들이 많았다.


큰 꿈을 품고 왔지만 다시 항주에서 장강 오리알 신세가 된 동산일은 점점 메말라갔다. 더 강해져야 한다. 더 많은 내공이 필요하다.


“수련아. 이번 달에는 환단을 얼마나 교환할 수 있겠느냐?”


백수련이 벌어다주는 내공의 양에 만족하지 못하는 종사회는 그녀와 같은 여촬들을 더 키우기 시작했다. 백수련처럼 몇 년을 기다리며 키울 여유는 없으니 성인이 되기 직전의 아이들로. 여촬의 성공 사례인 백수련이 그들의 교육을 맡았다. 또래 친구들과 백수련은 금방 친해졌다. 돈 몇 푼에 팔아넘겨 진 그들의 사연이 자신의 과거를 연상시켰으니까.


새로운 여촬 중 몇은 성공했다. 그들 역시 내공 환단을 벌어다 종사회에 바치는 신세였지만 어쨌든 좋았다. 몸을 파는 것도 아니고 배를 곯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동산일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삼류에서 이류로 올라서는 것, 그리고 이류에서 일류로 올라서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처음에는 내공 환단의 힘을 빌려 빠르게 성장한 동산일이지만 예전과 똑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내공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종사회가 거느린 여촬들을 더 쥐어짜기 시작했다. 더 많은 내공 기부를 위해서는 뭐든 상관없다.


그러던 중 어떤 날 백수련은 시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았다. 자신이 가르쳤던 아이 중 하나가 창기들이 사는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을. 종사회는 여촬로서 실패한, 내공을 벌어다주지 못한 여아들을 창관에다 팔아넘겼던 것이다.


백수련은 남몰래 숨죽여 울었다.


종사회의 내공 환단 할당량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고 급기야 방송에 성적인 요소를 더 늘리기를 요구했다.


그런 압박이 이어지다 못해 터진 날, 유현인이 백수련을 찾아온 것이다.





담담한 백수련의 회상을 들은 유명세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흑··· 소저. 저는 그런것도 모르고 그냥 방송을 좋다고만······. 미안해요······”


백수련이 그런 유명세를 달래주었다.


“아닙니다. 유 소협의 마음 이해해요.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유명세의 훌쩍거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듣던 유현인이 말했다.


“백 소저. 이야기는 잘 듣고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소저는 어떻게 하고 싶나요?”


백수련은 아직 스스로도 갈피를 잡지 못한 듯했다.


“저도 아직은 스스로를 모르겠어요. 내공 대래비 활동을 하는 건 재밌어요. 저를 좋아해 주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것도 기쁘고요. 하지만······시청자들을 일부려 홀려 비정상적인 내공을 기부하게 하는 건 싫어요. 성적인 방송을 하고 싶지도 않고요.”


“좋아요. 간단한 문제네요.”


“네?”


“종사회를 찾아가서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하죠. 다른 소저들을 쥐어짜지 말라고도 하고요.”


백수련이 쉽게 말하는 유현인을 황당하게 쳐다봤다.


“종사회는 그리 만만한 문파가 아닙니다. 정도 문파들도 그들과 대놓고 척지려고는 하지 않아요.”


“글쎄요. 그건 두고 보면 알겠죠.”







다음 날, 아침부터 백수련의 집이 아주 시끄럽다.


백수련에게 찾아간 대주 호기삼과 대원 둘이 돌아오지 않자 종사회에서 탐색조를 파견한 것이다. 종사회 무사가 대문에, 그리고 건물 안에 쓰러진 동료 둘과 호기삼을 발견하곤 크게 소리쳤다.


“호 대주님!! 정신 차리십시오!”


조장이 말했다.


“백수련이 사라지고 호 대주님이 습격당하셨다! 너는 회주님께 당장 보고하도록! 너, 그리고 너는 주변 가옥들에 찾아가 탐문하고. 나는 여기서 대주님과 회원을 지키고 있겠다.”




쾅쾅!!


유현인의 집 대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계시오?!!”


종사회 탐색조원의 급박한 외침. 유현인이 말했다.


“명세야, 네가 나가 봐.”


“제가요?”


“그래. 혹시 내가 어제 살짝 두드린 사람들이 깨어났으면 내 용모를 말했을 수도 있잖아. 아직 우리는 어떻게 움직일지 정하지 않았으니깐 무슨 일인지 네가 확인해 봐.”


“네에···.”


유명세는 어기적어기적 대문으로 걸어갔다. 찾아온 남자가 다시 문을 쾅쾅 두드렸다. 유명세가 문을 열자 무사 하나가 그를 삐 두름 하게 쳐다본다.


“혹시 최근에 이런 여인을 보지 못했소?”


남자가 유명세에게 백수련의 신장과 대략적인 외모를 설명했다. 다섯 척 반 정도의 키. 곱게 휘어진 눈꼬리. 풀어헤치면 허리에 살짝 닿지 않는 검은 머리칼.


하지만 유명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송구합니다. 제가 이 집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주변 이웃들과 교류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 소저는 본 적이 없군요.”


“그럼 어젯밤에 여기 옆집에서 소란이 일어나진 않았소? 싸우는 소리라던가.”


“아뇨. 작계와 소홍주를 먹고 일찍 잤습니다. 제가 잠귀가 어두워 듣지 못했나 봅니다. 그런데 이 아리따운 소저는 누굽니까?”


“그건 당신이 알 바 아니오.”


퉁명스럽고 거친 종사회의 무사는 별 소득 없이 돌아갔다. 그가 다시 백수련의 집으로 돌아가자 유명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명세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기다리는 둘에게 말했다.


“백 소저를 찾더군요. 아주 급박해 보였고요.”


잠시 생각하던 유현인이 말했다.


“일단 종사회란 문파에 대해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좋지 않은 이야기는 몇 번 들었지만 정확하게 그 문파가 어떤지는 아직 모르니까. 백 소저도 무림 방파로서 종사회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 같진 않고요.”


“청랑채처럼 그냥 다 때려 부시는 게 아니라요?”


“명세야.”


“네.”


“녹림이랑 대도시의 사파랑은 경우가 다르잖니? 녹림은 그냥 소탕하고 재물을 사람들에게 돌려주면 끝이지만 종사회는 그래도 정식 문파니 우리가 뭔가를 요구하려면 어떤 명분이 필요해. 아예 대놓고 사람들을 죽이는 마두라면 그냥 소탕하면 되겠지만.”


“정보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그러면 개방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흔히들 정보에는 정도의 개방, 사도의 하오문이라 하는데 아무래도 하오문을 들락날락하다 보면 같은 사파인 종사회로 이야기가 흘러들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백수련이 살짝 감탄한다.


“유명세 소협은 아는 게 참 많으시군요.”


유명세의 볼이 붉어진다.



유현인은 천단강 항무교 아래에 있는 개방 분타로 찾아갔다.


허름하긴 했지만 그래도 안과 밖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있는 꼬질꼬질한 천막 바깥으로 개방도 네다섯이 강변에 널브러져 하릴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유현인은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천막에 다가갔다. 누워있던 개방도 중 허리에 매듭 세 개를 묶은 거지 하나가 누운 채로 자신의 지팡이를 유현인에게 겨눈다.


“무슨 용무로 거지 소굴에 오셨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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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2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2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5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3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6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5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49 34 12쪽
3 2화 - 바뀌어버린 무림 (2) 20.06.03 996 33 11쪽
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1 서장 +2 20.06.01 1,483 3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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