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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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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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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글자수 :
24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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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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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5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3)

DUMMY

갑자기 들린 남자의 목소리에 울고 있는 여자가 흠칫 놀란다. 여자는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들어 유현인을 보았다. 저번의 그날보다는 달이 밝아 여자는 유현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잘생긴 외모 덕이었을까 유명세에게 그랬던 것처럼 갑자기 집으로 들어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자의 태도는 경계적이었다.


“실례했습니다. 소협. 폐를 끼쳐드렸네요.”


그러더니 몸을 일으켜 집으로 들어가려 한다. 유현인은 급하게 여자를 붙잡았다.


“잠시만요. 옆집 사람입니다. 산책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저가 우는 소리가 들려서!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여자가 유현인을 빤히 쳐다봤다. 유현인도 여자를 마주 살펴봤다. 키는 다섯척 반 정도. 유명세보다는 조금 작고 여섯 척을 조금 넘는 유현인보다는 머리 한 개 정도 작다. 눈물이 고인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얇은 경장 위로 굴곡진 몸매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몸 어디에나 타고난 색기가 있는 여자였다.


유현인이 말했다.


“혹시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 야심한 밤에 집 밖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그리 좋은 이유는 아닌 것 같은데.”


“아닙니다. 입 밖에 내서 좋은 사연은 아니에요.”


여자는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유현인은 부드럽게 웃었다.


“때로는 마냥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죠. 나는 유현인이라고 합니다. 소저 옆집에 이사 온 지 이제 일주일 정도 됐죠.”


유현인이 먼저 자기 소개를 하자 그냥 무시하기도 힘들어진 여자도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제 이름은 백수련입니다.”


‘백수련.. 백수련.. 아. 유명세가 보던 그 여촬이랑 이름이 같네.’


유현인은 이미 그 이름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유명세가 요즘에 맛들려 자주 보던 여촬, 비취화의 이름도 백수련이다. 그러고 보니 수정구에서 보이던 비취화와 어딘가 느낌이 비슷하기도 하다.


‘그런데 얼굴이 다르잖아.’


자신의 이름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 유현인. 그런 유현인을 보고 백수련이 살핏 웃었다.


“혹시 저를 어디선가 본 것 같으신가요?”


“아··· 네. 제가 본 사람과 느낌이 비슷해서요.”


“맞아요. 제가 내공 대래비에서 방송하는 비취화 백수련이에요.”


유현인이 뭐라 말하려다 멈칫했다.


“왜 수정구로 보이는 얼굴과 지금 모습이 다르냐고 물어보는 표정이군요.”


“예···뭐. 저랑 같이 사는 친구가 소저의 추종자 중 한 명인데 옆에서 몇 번 봤거든요.”


“얼굴에 분칠을 한껏 하면 누구나 그렇게 되죠. 수정구 앞에서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백수련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속까지 웃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유현인이 말했다.


“저도 사실 비재이입니다. 방송은 몇 번 안 했지만요.”


백수련이 입을 손으로 가린다.


“어머, 정말요? 외모가 보통은 아니라 평범한 분은 아니라 짐작하고 있었는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별호를 여쭤봐도 될까요?”


많지 않은 대화의 나눔이었지만 백수련의 경계심은 꽤 풀어진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그녀의 질문에 유현인의 입은 쉽사리 대답을 꺼내지 못했다.


“예. 제 별호는··· 음···.”


“네?”


“진선생입니다. 진선생 유현인이요.”


왜냐하면 부끄러웠으니까.


영파 사람들이나 관군들? 미인은 없었고 다 칙칙한 남자뿐이었다. 시청자들? 전언창으로 글자로 소통하는 사람들이다. 유현인 스스로의 별호가 진선생이든 참선생이든 참기름이든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백수련은 퇴폐미 넘치는 미인이었다.


‘와··· 방송 열심히 해서 다른 별호를 좀 달아야겠다 진짜.’


백수련이 말했다.


“저도 진선생이라는 별호는 들어봤어요. 그게 소협이셨군요.”


“어디서 들으셨나요? 그때 시청자도 그리 많지 않았고 토벌을 한 청랑채도 영파라 아무리 같은 절강성이지만 소문을 듣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저야, 이 집에서 앉아만 있어도 전 중원의 시청자들이 이야기를 가져다주니까요. 대단한 초출 비재이가 등장했다고 했거든요.”


“하하.”


유현인은 머쓱하게 웃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반대로 백수련이 유현인의 녹림 소탕에 대해 물어보고 유현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식이었다. 백수련은 유현인의 이야기에 굉장히 몰입했다.


“어쩜······.”


“임무석이라는 녹림 두령은 정말로 악적이군요.”


“대단하세요. 유 소협.”


그러는 동안 백수련의 눈물 자국도 말라 사라졌고 그녀의 기분도 많이 풀린 듯 했다. 밤하늘을 보니 어느새 달이 많이 움직여 있었다.


“진선생 유현인 소협. 오늘은 정말 고마워요.”


백수련은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유현인도 슬쩍 뛰어올라 집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거기다가 아주 예뻤다. 백수련이 왜 울고 있었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아무렴 어때. 미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몰입해 들어주고 그것 때문에 고맙다고까지 했는데.


기분이 좋아 콧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그날 밤 유현인은 아주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유현인은 집에서 자신의 방송을 켰다.



[방송이 시작됩니다.]

[근황담화, 진선생은 항주로 이사했습니다.]

[비재이 유현인]


방송 이름은 저번처럼 자극적이지는 않았다. 호기심에 이끌리는 대중이 목표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유명세의 예측은 그리 틀리지 않았고 시청자들이 제법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성나 있었다.


-진선생 비재이할 생각이 있는거임 없는거임? 청랑채 토벌한 지 십일이 넘었는데 이제 두 번째 방송?

-최소한 오 일에 한 번꼴로는 방송을 켜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유가가, 너무해요. 이미 우리들은 유가가에게 길들여졌다구요.


“미안해. 친우들. 도시에 사는 게 처음이기도 하고 또 항주가 너무 크고 멋지다 보니 구경하다가 시간이 장강 강물처럼 흘러가더라고.”


-크고 멋진 항주. 음 그 말이 맞소.

-그 좋은 경치를 같이 봐야 할 거 아니에욧!!


“하하. 미안해. 앞으로 자주 켜도록 할께.”


유현인은 사과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자신을 그토록 환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확실히 항주가 다르긴 다르더라. 내가 자란 곳은 계림에 있는 어떤 동굴이었거든. 그전에는 저번에 청랑채 근처에 있던 작은 마을이었고. 화려한 도시랑 서호랑 캬···..”


-동굴? 무슨 동굴?

-거기서 폐관수련하신겁니까?

-아미타불. 외로움이란 마귀를 잘 견디셨나 봅니다.


“응. 그 수련 얘기는 내가 다음에 해줄께.”


유현인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얘기해주었다.


“······ 그래서 뭘 방송할지 아직 확실하게 끌리는 게 없다 이거지. 그것 때문에 방송 켜는 게 지연되었기도 하고. 친우들, 혹시 이런 내용이 보고 싶다같은 의견 있으면 전부 환영해.”


시청자들은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저, 화옥무도 의견 올리겠습니다. 요즘 호북성(湖北省) 용중(隆中)의 제갈가에서 내공 대래비 비재이들을 위해 비살상용 진법과 기관을 개량했다고 하더군요. 젊은 후기지수들이 그 시련을 얼마나 빨리 돌파하느냐를 가지고 내기한다고 하던데 진선생도 도전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진법과 기관 돌파? 나름 흥미가 간다.


“그거 재밌어 보이네.”


-유가가, 유가가의 옥안와 옥체는 전 중원의 보물인 것이에요. 저, 옥상은 다른 건 바라지 않으니 평상시에 옷가지를 조금 더 하늘하늘하고 얇은 것들로 입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탈의하시면 더욱 좋구요. 호호호호.


‘·········. 이건 좀.’


유현인의 표정이 모호하자 다른 시청자들이 옥상이란 아녀자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네이년. 진선생의 방송에 네년의 더러운 욕망을 투영하지 마라.

-아미타불···. 마귀로다.


그러자 옥상이 발끈한다.


-아니, 하여간 남정네들이란 온통 무공, 무공밖에 머릿속에 없지. 네놈들은 미(美)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나불대지 마라!


“싸우지 마. 친구들아. 다른 의견 없어?”


유현인이 중재하자 그나마 조금 조용해졌다.


-다른 비재이들과 논검이나 비무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요새 새로 진입하는 대부분의 비재이들이 기존 대문파나 무림 세가 소속이라 이제 고인물 판이라는 비판도 조금씩 나오고 있으니까요. 유 소협의 사문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신선한 등장이니 다른 비재이들도 환영할겁니다.


이건 고려해보자. 괜찮은 제안인 것 같다.


방송은 그렇게 사담이 이어지다 끝났다.


유현인은 오늘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어젯밤 있었던 옆 집에 사는 비취화 백수련과의 만남, 그리고 자신을 보고 싶어하던 시청자들의 반응과 요구가 머릿속에 차 있었다.


늦은 밤이 되자 괜한 허기가 찾아온다.


“명세야.”


“네, 공자님.”


“시장하지않냐? 우리 음식 배달시켜 먹을까?”


“오 좋죠. 어떤 음식으로 시킬까요?”


유현인이 진지하게 고민한다. 중화요리는 그 종류가 다양하고 끝이 없다. 하지만 사람의 위장은 한계가 있기에 잘 선택해야 먹고 나서 후회하지 않는 법이다. 마침내 결단을 내린 유현인은 단 한마디를 꺼냈다.


“작계(炸鷄, 튀긴 닭)로 하자. 술은 죽엽청 두 병.”


유명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유현인도 마주 끄덕였다.


유명세는 자신의 방에서 시청용 수정구를 꺼내왔다. 그리고 항주제일야식점(杭州第一夜食店)이란 제목의 방송을 찾아 들어갔다. 수정구에 점소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명세가 전언을 보냈다.


-안녕하십니까? 지금 주문 가능할까요?


유명세의 전언을 확인한 점소이가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의 말소리가 수정구 밖으로 흘러나온다.


“항주제일야식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유명세가 이용한 것은 내공 대래비를 이용한 음식배달이다. 공간을 초월하여 작동하는 내공 대래비가 중원에 가져다 준 많은 변화 중 하나다. 물론 악용하는 자들을 막기 위해 음식점에 이름과 주소를 등록하고 미리 결제한 금액만큼만 주문할 수 있었고.


-유현인입니다. 회원번호는 삼백팔십오구요. 작계 세 마리와 죽엽청 두 병 주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리시간은 약 일 다경 정도 소요됩니다. 배달원은 어느 등급으로 하시겠습니까?”


-특급으로 보내주십시오.


“확인했습니다. 작계 세마리, 죽엽청 두 병이 동전 삼십 문, 배달비가 동전 이십 문 해서 총 동전 오십 문입니다. 유현인님의 기존 잔고 은화 십 냥, 동전 이십 문에서 동전 오십 문 차감되어 현재 은화 아홉 냥, 동전 칠십 문 남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문은 그렇게 끝났다. 점소이가 물어본 배달 등급은 배달원의 경공 수준이었다. 경공이 없는 평범한 배달부는 무(無)급, 간단한 경공을 익힌 배달부는 삼(三)급 하는 식이다.


배달 주문을 한지 이 다경 정도 지나자 누군가 대문을 쾅쾅 두드린다. 유명세가 나가서 음식을 받아왔다. 그리고 능숙한 솜씨로 탁상에 튀긴 닭과 죽엽청을 올렸다.


고소한 튀김 냄새가 모락모락 김과 함께 올라온다. 유현인과 유명세의 입에 침이 잔뜩 고인다.


“빨리 먹자, 명세야.”


“네, 공자님.”


닭 맛은 기가 막혔다. 튀김옷에 스며든 기름과 부드러운 속살, 그리고 음식이 지나간 자리를 깨끗하게 씻어내는 시원한 죽엽청.


“좋네.”


“그러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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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 +1 20.06.13 705 33 11쪽
13 12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7) +4 20.06.12 729 32 12쪽
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3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3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5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4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7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5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50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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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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