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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411
추천수 :
1,005
글자수 :
247,192

작성
20.06.0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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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 바뀌어버린 무림 (2)

DUMMY

“드디어 오늘인가······.”


유현인은 그동안 자신이 생활했던 동굴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어두운 동굴, 야명주가 간신히 빛을 발하고 있지만 그의 뛰어난 시력은 어둠 속에서도 마치 대낯처럼 사물을 분간할 수 있었다.


12년전, 기연을 찾겠다고 천하를 뒤지던 중 우연히 이 동굴에 추락했다. 그 이후 밖으로 단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계속 수련만 해왔다. 하지만 오늘, 유현인은 무공을 대성했고 드디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길기도 길었어. 바깥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이제 모르겠네.”


유현인은 중얼거렸다. 처음 비동에 왔을 때 가득 차 있던 벽곡단과 공청석유는 드디어 바닥을 보였다.


“가족들은 잘 있으려나.”


그가 나가지 못한 건 자신의 의지 때문인 건 아니었다. 물론 아주 강력한 무공을 수련하고자 기연을 찾아나섰지만 누가 십이년이란 세월동안 한 곳에만 처박혀 있고 싶겠는가.


이 비동을 만든 사람은 어지간히 편집증이 있는 모양이었다. 무공을 대성하기 전까지는 나가지 못하는 결계를 설치해둔 것이다.


첫 일년동안 유현인은 동굴을 빠져나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보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동굴 입구로 나가려고 시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실패했다. 보이지 않는 벽이 그를 막고 있었다. 몸을 던져도 검으로 자르려고 해봐도 부서지지 않는 절대적인 벽.


동굴 벽을 잘라내고 파내어서 다른 방향으로 나가려고도 해봤다. 역시 실패했다. 제작자에 의해 강력하게 강화된 동굴은 이미 자연적인 석굴이 아니었고 절정에 다다른 솜씨로도 가벼운 흔적만 새겨질 뿐이었다.


결국 남은건 단 하나의 방법. 비급에 나온 대로 무공을 대성한 다음 결계의 근원이 되는 봉인을 자르는 것이었고 유현인은 이때까지 그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정진해왔다.


유현인은 이빨이 다 빠진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동굴 제일 깊숙한 곳에 설치된 봉인을 노려보았다.


이 봉인만 베면 모든 것이 끝난다. 자신은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다.


“길었다. 나도 이제 하늘 좀 보고 살자.”


유현인은 나직하게 뇌까리곤 팔을 휘둘렀다. 낡은 검이 소리 없이 봉인의 중심을 향해 쇄도한다.


겹겹히 겹쳐진 주문이 유현인의 일검에 두부처럼 가볍게 썰려나갔다.


유현인은 동굴 전체를 감싸던 결계가 강물에 빠진 소금부대처럼 녹아 없어지는 것을 느꼈다. 십이년 동안 한번도 밖을 보지 못하게 막던 결계다. 결계가 사라진 어두운 동굴에 한줄기 태양빛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시바.. 졸라게 허무하네.”


하지만 유현인에게 찾아온 건 기쁨만이 아니었다. 자의든 타의든 동굴은 십이년동안 그의 삶을 터전이었고 무공을 익히며 울고 웃었다. 이 곳에 들어오기 전이 그의 두번째 인생이라 한다면 동굴안의 십이년은 세번째 인생이었다. 그리고 이제 세번째 인생이 끝나고 네번째 인생이 시작되려 한다. 이제는 희미한, 첫번째 현대의 삶 중 군대를 전역할 때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아아아아아악!!!!! 이런 개 음경같은 세상!!!!!!!!”


갑자기 절벽 위에서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의 근원은 실시간으로 낙하하고 있다.


“뭐야? 저건?”


유현인은 손을 동굴 밖으로 내뻗었다. 발출된 내공이 떨어지는 남자를 잡아 동굴로 이끈다.


절정에 다다른 허공섭물(虛空攝物)의 수법이다.


남자는 유현인의 내공에 붙들려 동굴 안으로 인도되었다. 물론 정체모를 낙하물을 부드럽게 다룰만큼 유현인의 마음은 섬세하진 않았다. 단지 이게 뭔가 싶은 마음으로 잡아챘을 뿐.


유현인은 남자를 대충 내동댕이쳤다. 던져진 남자는 차가운 동굴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유현인은 도대체 저자식이 뭔가 싶어 조용히 살펴보았다.


‘저 자식은 뭐지? 하필? 내가 나가는 날? 자살하려던 건가?’


오만 생각이 유현인의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간다. 오랫동안 동굴 안에서 홀로 시간을 보낸 그로서는 사람 대하는 게 어딘가 낯설었다. 그가 생각에 잠긴 동안 던져진 남자, 유명세는 눈을 살살 뜨고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는 기연을 드디어 찾았다는 기쁨에 웃으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이제 하고 비재이도 끝이다!!! 나도 구대문파급 비재이 될 수 있어!!!!”


그런데 이 놈, 조금 시끄럽다. 유현인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말했다.


“넌 뭐냐? 뭔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 구해줬더니 정말이지 시끄러워 죽겠군. 입 좀 닥칠 수 없나?”


떨어진 남자, 유명세는 현인의 목소리를 듣고는 웃음을 뚝 멈췄다. 그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동굴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유현인이 수련하느라 새겨둔 검흔들을 발견했다.


유현인은 자신의 기운을 발출해 유명세의 무공을 확인했다. 별다른 기운이 쌓이지 않은 하급 무사 수준이다. 하지만 현인의 내공이 가져다주는 압력을 느낀 유명세는 벌벌 떨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고인이 계신 줄 모르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제 하찮은 목숨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유명세는 유현인이 있는 동굴 안쪽을 향해 넙죽 절을 박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개를 살짝 들어 이리저리 살핀다. 유현인은 유명세를 향해 다가갔다. 현인은 유명세 앞쪽 한장 거리에서 멈춰섰다. 현인이 말했다.


“야, 일어서 봐.”


“네, 넵!”


유명세는 벌떡 일어섰다. 유현인은 그런 유명세를 보았다. 아주 평범하게 생긴 녀석이다. 나이는 이제 이십대 후반, 자신보다 네다섯 살 정도 많아보였다. 현인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미미한 두려움이 섞여있다.


“뭘 보냐?”


“아, 아닙니다! 정말 잘생기셔서! 죄송합니다!!”


현인은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잘생겼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질 사람은 없다. 언제나 질리지 않는 말이니까. 현인은 원래도 자신이 태어난 바가 그렇게 못생긴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다 환골탈태까지 거친 지금은 도대체 어떻단 말인가? 물론 거울이 없는 동굴 안에서는 제대로 자신의 얼굴을 살펴볼 순 없었지만. 현인이 말했다.


“흐음. 그래? 넌 뭐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넵. 저는 내공 대래비에서 기연 탐색 방송을 하는 비재이 유명세라고 합니다. 여기 계림에 숨겨진 비급, 영물 같은걸 찾으러 왔는데 갑자기 봉우리에서 돌풍이 불지 뭡니까? 부끄럽지만 제가 무공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방송 수정구를 잡으려다가 ······.”


시작부터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이해할 수 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 흘러나왔다.


‘내공 대래비? 비재이?’


유현인이 전생에 누렸던 낙 중 하나가 인터넷 방송이다. 아메리카 티비. 너튜브. 스위치 등 여러 플랫폼과 거기에서 활동하는 비제이들과 스트리머들. 동굴 안의 생활이 물리고 지겨워 미칠 것 같을 때마다 현인은 그가 즐겨보던 현대의 방송들을 생각했다.


‘내가 잘못 들은건가?’


현인이 말했다.


“잠깐.”


“네?”


“뭐라고 했지?”


“아, 방송 수정구를 잡으려다가···..”


다시 이상한 단어가 나왔다.


“아니, 처음부터 말해봐.”


“넵. 처음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내공 대래비에서 기연 탐색 방송을 하는 비재이 유명세라고······.”


아니다. 잘못 들은게 아니다. 형태는 약간 다르지만 유명세가 하는 말은 분명 현인에게도 익숙한 것이다. 현인은 혼란에 빠졌다. 자신은 분명 무림이 있는 전근대 중국에 환생했다. 사람이 한계를 벗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무공을 익히곤 했지만 방송같은 현대의 문물따윈 있을 수 없는 곳.


“잠깐!!!”


현인의 외침에 유명세가 고개를 조아린다.


“네.. 네! 죄송합니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내공 대래비? 비재이? 그게 뭐지?”


유현인은 당장 이 상황을 확인하고 싶다.


“아, 내공 대래비에 관해 아직 들어보지 못하셨군요. 여기 오래 계셨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유명세가 그렇게 말하곤 목을 가다듬는다.


“흠흠. 일단 내공 대래비는 어떤 사람의 모습을 수정구를 통해 다양한 사람이 구경하는 새로운 문물입니다. 그걸 방송이라고 하죠. 다양한 무림의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방송을 내공 대래비를 통해 송출하고 있고 그것들을 온 중원의 사람들이 수정구를 통해 구경하곤 합니다. 이 방송을 송출하는 사람을 바로 비재이라 부릅니다.“


“비재이, 쓸 비(費)에 재주 재(才), 기쁠 이(怡)를 써서 각자 자신의 재주를 사용해 사람들을 대신 기쁘게 해준다는 뜻이죠. 저는 이런 산맥이나 절경 속에 숨겨져 있는 기연을 탐색하는 방송을 하는 비재이구요. 물론 시청자 수는 아주 적긴 합니다만.”


유명세는 설명을 하면서도 눈 앞의 남자가 바로 이해할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이 서역에서 건너온 신기한 문물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중원에 처음 퍼지기 전에도 격렬한 반발에 직면했고.


하지만 그 수정구를 통해 내공 대래비의 방송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바로 그 묘용에 감동해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다. 유명세의 설명을 들은 유현인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니까 이 놈이 하는 말이 자기가 비제이라는거지? 그 내공 대래비인지 내공티비인지 하는 뭐시기의. 이게 이 사회 수준에서 가능한 일인가?’



유명세는 아차 했다. 자신의 수정구를 유현인에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그제서야 자신이 가진 방송용 수정구가 동굴 바깥 절벽에서 자유낙하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 내 수정구.’


속으로 절규하는 유명세.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저··· 믿기 힘드실 수도 있지만 제 방송 송출용 수정구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봉우리에서 방송을 하다가 조금 쉬는 중이었거든요.”


‘그래, 그 수정구를 보면 뭐가 뭔지 제대로 알 수 있겠지.’


현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는 동굴 입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좋아, 내가 꺼내올테니까 여기 있어.”


현인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다.


“저.. 저.. 아니..!!”


유명세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유현인의 몸이 수면을 향해 떨어졌다. 다행히도 이 밑은 호수로 흐르는 물이 아니다. 현인은 첨벙 하는 소리를 내며 수면과 충돌했다. 하지만 단련된 그의 몸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현인은 눈을 부릅 뜨고 물 속을 살펴보았다. 멀지 않은 곳의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아기 머리만한 수정구가 보였다.


다시 허공섭물을 펼쳐 수정구를 낚아챈 현인은 호수를 박차고 나와 절벽을 딛고 올라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자, 여기 네 수정구. 빨리 그 방송이란걸 켜 봐.”


유명세가 벙찐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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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 +1 20.06.13 704 33 11쪽
13 12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7) +4 20.06.12 728 32 12쪽
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0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2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8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2 29 12쪽
8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4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3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6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4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49 34 12쪽
» 2화 - 바뀌어버린 무림 (2) 20.06.03 996 33 11쪽
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6 34 11쪽
1 서장 +2 20.06.01 1,483 3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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