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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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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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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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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DUMMY

-녹림 소탕 방송 십(十)일 전, 이가촌(李家村)



“하, 하지만 공자님! 공자님은 절정의 무공을 가지고 있으니 별문제가 없겠지만 저는 하급 녹림도와 만나도 생사결을 펼쳐야 합니다.”


유명세가 대경한다. 유현인이 손끝을 까닥까닥 흔든다.


“걱정하지 마 명세야. 내 너를 위해 좋은 계획을 떠올렸으니.”


유현인은 자신의 계획을 말해주었다. 유명세는 떨떠름하게 반문한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믿고 갈게요.”


“그냥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그러면 끝이야 끝.”


“네에······.”








야심한 밤이다. 달은 그 모양도 둥그렇고 구름도 없어 태양 빛을 온전히 반사하고 있지만 낭옥산의 우거진 나무 아래로는 그 빛이 채 닿지 않는다. 청랑채는 산적 약 오십 명으로 이루어진 산채로 낭옥산의 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유현인은 유명세가 사 준 검은 야행복을 입고 나무 위에 서서 청랑채를 바라보고 있었다. 빙 둘러쳐진 목책 안으로 네다섯 개의 나무 건물이 보였다. 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두웠지만 유현인의 안력을 가릴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이때까지 명세를 계속 뜯어먹기만 했구나.”


녀석을 만날 때부터 하나부터 끝까지 다 신세만 졌다. 칠성현과 지나온 마을에서 얻어먹은 밥. 객잔의 숙박비. 그리고 시청용 수정구 하나에 이 야행복까지.


“이거 산채를 털고 나서 그동안 빚진 걸 좀 갚아야겠어.”


현인은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산채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꼴에 규칙은 있어서 산채 출입구에 경계 임무를 맡은 녹림도가 하나, 그리고 횃불을 들고 산채 내부를 돌아다니는 녹림도가 하나 있었다. 유현인의 목표는 저 산채 중앙에 있는 채주의 창고를 터는 것이다.


유현인의 무공이라면 무작정 쳐들어가서 그들을 소탕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건 평범하게 관군이나 정파들이 하는 일이고 비재이가 되려 하는 유현인에게는 그만의 방식이 있다.


이미 낮에 산채 구조 파악은 어느정도 끝냈다. 유현인은 나무에서 조용하게 내려왔다. 작은 부스럭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리곤 순식간에 목책을 뛰어넘어 산채 안으로 진입했다.


스스로의 기척을 최대한 죽였기에 유현인이 산채 안으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명의 녹림도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유현인은 먼저 횃불을 들고 내부를 순찰하는 녹림도의 뒤로 다가갔다.


유현인의 손끝이 녹림도의 귀 뒤쪽의 혼혈을 짚었다. 가볍게 짚었으므로 녹림도는 나중에 깨어나도 잠시 졸았구나 착각할 것이다.


유현인은 쓰러지는 녹림도의 손에서 횃불을 부드럽게 넘겨받고는 그가 쓰러지는 소리가 나지 못하게 부드럽게 바닥에 뉘었다.


그리고 출입구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녹림도에게 다가가 똑같은 작업을 했다. 이제 산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유현인밖에 없다.


“캬, 옛날에 하던 게임 생각나네. 이름이 뭐였더라. 어쌔신 크리드였나.”


유현인은 산채 내부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나중에 여기서 펼칠 무대를 위해서는 지금 다양한 각도와 어떤 화면을 연출할지 미리 다 구상을 해놔야 한다.


“채주는 여기서 이렇게 불러내면 될 거고.”


“마지막 절정은 여기서 이렇게.”


유현인은 산채를 돌아다니며 나중에 방송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구상했다. 그림이 썩 만족스럽게 나온다. 어느 정도 얼개를 잡은 유현인은 자신의 진짜 목적지로 향했다.


채주의 보화창고에는 커다란 무쇠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어이쿠, 도대체 뭘 얼마나 꿍쳐놓으셨길래 이런 자물쇠를 걸어놓으셨을까.”


유현인은 조용히 검을 휘둘러 자물쇠를 베어내었다. 자물쇠는 쨍그랑하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서걱 썰려나갔다. 검 표면에 날카로운 검기가 씌워졌기 때문이다.


“???”


유현인의 귀가 채주전에서 어떤 소리를 감지했다. 그는 잠시 하던 것을 멈추고 채주전으로 향했다. 가까이 가니 건물 안에서 여자의 교태 소리가 들려온다.


-···호호호.”


‘여자까지 갖다놨나? 녹림치고 너무 잘 지내는데?’


유현인은 손가락에 내공을 모은 다음 잘 보이지 않을 법한 곳에 손가락을 조용히 찔러넣었다. 부드럽게 들어가는 것이 분명 통나무 벽인데 마치 진흙 같았다. 자그만 구멍을 뚫은 유현인은 거기에 눈을 갖다 댔다.


어두운 방, 일렁이는 등잔불 아래 덩치 큰 녹림 두목이 내공 대래비 수정구에 푹 빠져 있었다.


-어머~ 산왕무석님. 내공 기부 감사해요. 저는 매일 산왕무석님을 생각한답니다. 호호호.”


여촬이 채주의 별호를 부르며 애교를 떤다. 유현인은 이 험악한 채주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오르는 걸 보았다.


‘여촬에게 별생각은 없다만, 덩치 큰 산적이 저러는 건 보기 그렇게 좋지는 않군.’


아무래도 이 청랑채 채주는 여촬 애호가인 모양이다. 그리고 여비재이가 말하는 걸 들으니 내공 기부도 적잖게 한 모양이다.


유현인은 창고로 돌아갔다. 채주가 깨어 있으니 조금 더 조용하게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자물쇠와 문이 마찰하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빼낸 다음 문을 부드럽게 열었다. 유현인은 드디어 입을 벌린 채주의 보물단지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임무석이 쌓아놓은 재화들이 쌓여있었다.



“어이고······”



한가득 쌓여있는 비단과 면포. 여러 형태의 도자기와 조각품들. 그리고 또 다른 자물쇠가 걸려있는 상자가 두 개. 유현인은 상자들에 걸려있는 자물쇠까지 마저 잘라냈다. 하나에는 은화들이 반쯤 차 있었고 나머지 하나에는 비취를 비롯해 그리 비싸지 않은 종류의 보석들이 약간 있었다.


‘도대체 상단들과 주변 마을을 얼마나 약탈한 거야?’


유현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 정도나 재물을 뜯었으니 이가촌이 저 모양이 됐지. 아마 이가촌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마을도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아, 그런데 이것들을 담을만한 걸 안 들고 왔네.’


생각해보니 재물을 가져가려고 했으면 그걸 담을만한 도구를 챙겨왔어야 한다. 하지만 유현인은 깜빡하고 오직 야행복에 검 하나만 차고 온 것이다. 침입자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산채 두목은 재물을 ‘잘’ 보관해두었다. 유현인은 상의를 벗어서 그걸 봇짐으로 써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비단이나 도자기, 조각들은 아무래도 좋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부피가 크니. 유현인은 상자들의 내용물을 하나로 모은 다음 빈 상자는 자리에 고이 두고 은화와 보석이 담긴 상자만 자기가 들었다.


딱 상자 하나만 그 자리에서 없어진 것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그대로다. 곧장 창고를 나와서 바닥에 놓인 잘린 무쇠 자물쇠도 그대로 걸어 두었다.


‘크크크큭. 채주가 내일 이걸 알면 표정이 볼만하겠는데?’


유현인은 속으로 킥킥대며 산채를 빠져나왔다.








영파(寗波)는 항주만(杭州灣)에 접한 항구도시다. 같은 절강성의 성도인 항주에 비하면 규모는 많이 밀리지만 그래도 항주에서 흘러들어오는 철당강(鐵塘)과 황해가 만나는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서 인구가 수만 명에 달할 정도였다.


유현인이 홀로 낭옥산으로 떠나고 유명세는 영파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반나절만 더 가면 영파에 도착한다.


‘알겠지? 네가 영파에서 할 일은 딱 이거 하나야. 이렇게 하고 있으면 내가 찾기도 쉬울 테니. 이틀 정도만 기다려.’


유명세는 유현인이 한 말을 생각해보았다.


“내가 그래도 미친 사람을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니겠지?”




마침내 영파에 들어선 유명세는 쉬지 않고 바로 몇몇 상점에 들렀다.


“가로 네 척(尺, 약 30cm)에 세로 여섯 척 정도 면적의 하얀 무명 주십시오.”


“가로 두 척에 세로 네 척 크기의 나무판자 있습니까?”


“새끼줄을 네 척 길이만큼 사고 싶습니다.”


구입을 끝낸 유명세의 손에는 나무 판자와 하얀 무명, 그리고 새끼줄과 못이 들려 있었다. 유명세는 나무 판자를 무명으로 감싼 다음 모서리를 못으로 고정했다. 그리고 나무판자의 상단에 구멍을 두개 판 다음 새끼줄을 구멍에 관통시켜 매듭지었다.


‘자, 그리고 최대한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을 찾아가. 그런 다음 무명에다가 멋드러지게 홍보 문구를 써달라 하는 거야.’


유명세는 유현인이 일러준 대로 적당한 학당을 찾아가 선생에게 은전 한 냥을 주고는 무명에 쓸 글귀를 일러주었다.


“최대한 멋지게, 그리고 글씨 안에 신뢰감이 담겨 있도록 써 주십시오.”


선생은 유명세가 말한 글귀를 그대로 써주었다. 작업을 끝낸 선생이 말했다.


“꽤 관심이 가는구려. 사실 요즘 애들은 내공 대래비에 빠져 글공부를 소홀히 하잖소. 그래서 사람들을 말초적인 흥에만 빠져들게 하는 물건이라 생각했건만······. 내 생각이 짧았던 모양이오.”


마침내 물건이 완성되었다.



[힘없는 민초의 고혈을 뜯는

패악한 녹림 무리 토벌 방송

오 일 후 내공대래비 진행


비재이 유현인]



유명세는 자신이 만든 광고판을 바라보았다. 재료들을 하나씩 살 때만 해도 유현인의 발상이 약간 의심스러웠지만 완성하고 보니 제법 그럴듯하다. 유명세는 이가촌에서의 대화를 회상했다.



‘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영파가 작은 도시는 아니지만 전 중원에 비하면 정말 티끌만한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내공 대래비를 보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거에요.


‘명세야.’


‘네, 공자님.’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네가 이걸 해야 되는 세 가지 이유가 있어.’


‘예??’


‘첫 번째는 지금 우리는 완전 신인이라는 점이야. 물론 난 잘생겼지 무공도 세고. 그런데 그걸 아는 사람들이 없잖아?’


‘그건 그렇죠.’


‘방송을 봐줄 최소한의 마중물이 필요해. 방송 켠 다음에 ‘아, 잠시만요. 시청자 백 명 될 때까지 기다릴게요.’ 할 순 없어. 바로 치고 나갈거야. 그리고 두 번째. 우리는 영파 남쪽에 있는 녹림 산채에 쳐들어간다. 청랑채에 가장 시달린 사람들이 누굴까?’


‘영파랑 주변 사람들요?’


‘그래. 이 지역 사람들은 낭옥채 녹림 무리들에게 시달린 사람들이야. 설령 직접 당하진 않았어도 주변 사람이 약탈당하고 그랬겠지. 내공 대래비를 평소에 보지 않는 사람들이라 해도 우리 방송을 계기로 시청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


‘세 번째는요?’


‘이거 아니면 네가 할 게 없어.’


‘······.’


유명세는 유현인의 방송 광고판을 목에 걸고 영파 저잣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부터 역전, 주막 앞까지. 몸 전체를 가리는 흰 광고판을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쉽게 이목을 집중시켰다.


“녹림 무리? 혹시 낭옥산의 청랑채를 말하는 것인가?”


지나가는 아저씨.


“비재이 유현인? 처음 들어보는 방송인데. 청랑채 채주 임무석은 무공이 상당한 데 감당할 수 있겠소?”


지나가는 무인.


“꼭 볼게요! 우리 작은 삼촌네 마을 사람들도 녹림 무리들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했어요.!”


지나가는 아이.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 도시에서 녹림의 무리는 골칫거리였다. 금력과 무력이 집중되는 대도시, 항주라면 정도(正道)든 마도(魔道)든 앞장서서 자기 이권을 침해하는 녹림같은 무리를 배제하려 들었겠지만 영파는 약간 애매했다.


물론 영파에도 여러 문파와 작은 세가들이 몇 군데 있긴 했다. 하지만 채주 임무석의 무공은 그들로서도 쉽게 볼 수준이 아니어서 사력을 다해 녹림을 토벌하려는 문파는 없었고 그 부담은 낭옥산을 지나야 하는 상인들과 주변에 사는 민도들에게 전가되고 있었다.


유명세는 자는 시간과 식사하는 시간 빼고 이틀 내내 영파를 돌아다녔고 소문은 금방 도시 전역으로 퍼졌다. 셋째날, 유명세는 여전히 저잣거리에 광고판을 지고 서 있었다.


하품을 하던 찰나 저 멀리 유명세를 향해 다가오는 남자가 보였다. 커다란 상자를 지고 있는 남자는 바로 유현인이었다.


“공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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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 +1 20.06.13 704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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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2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9 8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3) +3 20.06.08 782 29 12쪽
» 7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2) 20.06.07 805 29 12쪽
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3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6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5 34 11쪽
4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49 34 12쪽
3 2화 - 바뀌어버린 무림 (2) 20.06.03 996 33 11쪽
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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