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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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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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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화 내공 대래비 (1)

DUMMY

유명세는 수정구를 잡고 미약한 내공을 불어넣었다. 유명세의 기운을 인식한 수정구에 이런저런 문자들이 떠올랐다.


[방송을 송출하시려면 본인의 내공 파형을 입력해 주십시오.]


그 글자를 본 유현인이 말했다.


“내공 파형? 그게 뭐지?”


“아, 자신만의 방송을 개설하면 다른 사람이 수정구를 습득해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암호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파도치는 모양이라 해서 파형이라고 부르죠.”


유명세는 그렇게 말하고 정신을 수정구에 집중하자 수정구에 푸른 아지랑이가 생기더니 일정한 모양을 형성한다. 좌우로 부드럽게 흔들리는 게 꼭 파도같다.


두 번에 걸쳐 똑같은 모양을 형성하자 푸른 파형은 팟 하고 흩어졌다.


[비재이 유명세님. 내공 대래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방송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세요!]

[시청자 수 - 공(空)]

[방송 이름 - 유명세의 기연탐방

[방송 내용 - 고인의 비동을 찾아 기연, 영약, 영단을 찾고자 합니다.]

[방송 관련 설정을 변경하시려면 내공 파형을 다시 입력해주십시오.]


그러고는 유명세와 물에 젖은 유현인의 모습이 보인다.


“이게 네 방송이냐? 시청자 수에 적혀 있는 공(空) 저건 네 방송에 한명도 없다는 뜻이고?”


“네. 아직 방송 시작한지 얼마 안된 신입이라서요. 하지만 곧 늘어날겁니다.”


유명세는 머쓱한 듯 볼을 긁적인다. 유현인은 유명세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유명세의 수정구에 떠오른 그의 방송 제목과 설명을 보았다. 시청자 수가 없는 이유가 짐작이 갔다.


‘사람들이 이 놈 방송을 볼 만한 요소가 하나도 없잖아?


유현인이 살던 현대는 그야말로 ‘어그로’의 시대였다. 유행에 민감하고 최대한 자극적으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방송인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그야말로 무선의 정글. 하지만 유명세의 방송은 사람들이 접속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가 하나도 없다.


사람을 본능적으로 이끄는 빼어난 외모가 있나? 없다.

한번 만나고 뒤돌면 잊어버릴 것 같은, 항주나 개봉 같은 큰 도시에 가면 널리고 널린 평범한 외모.


아니면 특별한 ‘컨텐츠’, 내공 대래비 식으로는 ‘내용’이 있나? 없다.

고인의 비동 같은 걸 언제 찾고 자빠져있나. 평생 가도 하나 찾을까 말까 하는데 기연인데.


그렇다고 빼어난 무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놈들 방송 한번 보자.”


유명세가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이건 송출용 수정구라 다른 사람의 방송에 들어갈 순 없습니다. 시청용 수정구가 따로 있습니다.”


“그건 어디서 구할 수 있는데?”


“웬만한 마을이나 도시의 상점에 가면 팔죠. 가격도 그렇게 비싸진 않거든요.”


유현인은 결심했다.


‘일단 그 시청용 수정구로 이 내공 대래비란게 어떻게 돌아가는 지 직접 확인해봐야 좀 이해할 수 있겠어.’


“야, 너 이름이 유명세라고 했나?”


“네, 넵!”


“여기서 제일 가까운 마을이 어디 방향이냐? 내가 여기 좀 오래 있어서 주변 지리가 기억이 안나거든.”


유명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곧 대답했다.


“동북쪽으로 이백리 정도 가면 칠성현이 나옵니다. 시청용 수정구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래. 그거 한번 직접 봐야겠어.”


“저, 그러면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뭔데?”


“제가 이 절벽을 혼자 빠져나갈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고인께 폐가 되지 않는다면 칠성현으로 갈 때 저도 데려가주시면 안될까요?”


“흠.”


유현인은 생각했다. 자신이 동굴에 처박혀 수련하는 동안 바깥 세상은 아주 많이 바뀐 것 같다. 눈 앞의 이 놈은 내공 대래비에서 그래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알고 있을 것 같다. 데려가면 도움이 될 수도.


‘그리고 나는 돈도 없으니까.’


“좋아. 그렇게 하지. 대신 바깥 세상에 대한 정보를 좀 줘. 거래하는거야.”


“네! 감사합니다. 대협!”


유현인은 동굴 입구로 가 하늘과 방향을 살폈다. 날씨도 쾌청하고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게 이제 동굴을 빠져나가는 그의 앞날을 축복하는 것만 같다. 좁은 동굴 안에 계속 있었던 관계로 제대로 경공을 시험해보진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몸에 충만한 내공과 힘은 이백리 쯤은 가뿐하게 갈 수 있다고 말한다.


“기절할래?”


유명세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른다. 유현인은 그제서야 자신이 너무 생략해서 말했음을 깨달았다. 확실히 동굴 안에서 혼자 오랜 세월을 보내는 건 사람과의 의사소통에 그렇게 좋진 않은 것 같다.


“내가 좀 빠르게 움직일 거거든. 근데 네가 깨어 있으면 들고 움직이기 좀 불편할 것 같아서 말이야. 뻗어있으면 좀 들고 움직이기 편할 것 같아서.”


유명세의 왼쪽 이마에 땀 한방울이 고였다.


‘이 사람······.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잘못 걸렸구나.’


그리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죽은 듯 가만히 있겠습니다. 그냥 데려가주십시오.”


“조심해. 좀 빠를거야.”


유현인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유명세를 왼쪽 어깨에 들쳐멨다. 그의 대퇴근이 꿈틀댄다. 단전에 잠든 끝없는 내공이 혈도를 따라 다리로 전달된다. 마침내 맨발이 동굴 바닥을 박찬 순간 유현인의 신형이 하늘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유현인에게 들쳐메어져 있는 유명세의 얼굴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에 뒤로 제껴진다. 유명세는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절규했다.


‘이게··· 사람의 속도인가..?!!’


유현인은 단 한 걸음만에 반대편 절벽에 도달했다. 그리고 절벽 면을 다시 한번 박차자 원래 있던 절벽 꼭대기에 있는 봉우리에 닿았다. 현인은 자신의 왼쪽 어깨를 흘끗 쳐다봤다. 유명세가 눈을 감은 채로 표정을 잔뜩 찡그리고 있다.


“괜찮냐?”


“예..예···”


“내가 빠를 거라고 말했잖아. 이 속도로 계속 갈테니까 알아서 정신 차려.”


유명세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현인은 동북쪽을 향해 신법을 운용했다. 한 걸음 한걸음에 계림의 기암 괴석과 아름다운 풍경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간다.


유명세가 거의 기절할 때 쯤 현인은 칠성현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정확하게 시간을 재진 않았지만 이각에서 삼각 정도 걸린 것 같다. 유현인은 그제서야 자신이 익힌 무공이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했다. 옛날에 구경하고 감탄했던 무사들의 비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야. 도착했어. 일어나.”


유명세는 정신이 반 쯤 나가 있었다. 유현인은 헤롱헤롱거리는 유명세를 적당히 내려놓았다. 유명세의 발은 땅에 닿았지만 제대로 서지 못하고 비틀비틀거렸다.


“도착한 건가요?”


“그래, 저 앞에 현판에 칠성현이라 써져있어.”


하지만 유명세의 안력으로는 저 멀리까지 볼 수 없다. 그는 확신했다.


“혹시 대협께서는 반로환동의 고수십니까?”


눈 앞의 잘생긴 고수의 무공은 보이는 나이에 걸맞는 게 아니다. 화산의 매죽검룡? 종남의 유운옥검? 내공 대래비의 상위권에 군림하는 초기재들의 방송을 봐도 절대 저런 수준은 없다. 하지만 유현인은 귀를 팔 뿐이다.


“뭐래, 난 이제 이십대 후반이라고. 멀쩡한 사람 노인으로 만들지 마.”


유명세가 말을 더듬었다.


“하.. 하지만 어떻게 이십대에 그런 신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까? 말도 안됩니다.”


“글쎄. 네가 십년 넘게 동굴 안에 처박혀서 아무것도 안하고 수련이나 해보던지.”


시큰둥한 유현인의 태도에 유명세는 살짝 억울하다고 느꼈다. 잘생긴 젊은 초고수가 바로 눈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저랬으면 벌써 최상위권 비재이였겠지.’






칠성현으로 들어선 유현인과 유명세는 잡화 상점으로 갔다. 넓지 않은 가게지만 방송 수정구는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었고 그 앞에는 선전 문구가 적혀 있다.


[내공 대래비 시청용 수정구

본 수정구를 구입 후 일주일 이내에 열검문(熱劍門)에 속가제자로 등록 시 등록비 삼할 할인]


“······”


유현인은 할말을 잃었다.


‘이게 진짜 내가 알던 그 무림이 맞나?’


유명세는 은전 한냥을 치루고 수정구를 구입했다. 둘은 가게를 나와 마을 바깥의 공터로 향했다.


“대협, 내공을 살짝 수정구에 불어넣어 보십시오.”


“잠깐, 이거 써보기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비재이들은 왜 방송을 하는거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유명세가 웃는다.


“하하. 그건 부차적인 이야기죠. 중요한 건 무공입니다. 대단한 비재이가 되면 고수에 한결 더 가까워 질 수 있습니다. 내공도 더 빨리 늘어나구요.”


“어떻게?”


“음,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방송을 시청할 때 소모되는 내공의 일부가 비재이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특별히 더 많은 내공을 기부하기도 하구요. 더 많은 시청자를 가진 비재이일수록 더 많은 내공을 쌓을 수 있는 거죠.”


“왜 내공을 비재이들한테 주는 거야? 내공을 쌓으면 수련을 거듭하면 자기도 고수가 될 수 있을텐데.”


유명세는 씁쓸하게 말했다.


“재능도 없고 태어날때부터 대문파나 유명 무림세가에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라면 평생 수련해서 일류의 수준에 다다르기 힘든 게 현실이죠. 하지만 방송에서 내공 기부를 한다면 당장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별호가 알려질 뿐더러 유명한 비재이들도 자신을 알아봐주니까요.”


어째 현대 지구의 방송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현대도 똑같지 않은가. 유명 방송인들은 일반인들이 가늠할수 조차 없는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만 그래도 천원, 만원씩 끝없이 도네이션이 들어오니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군.’


“어쨌든 이 내공 대래비가 중원에 퍼진 뒤로 전반적으로 무공을 익히는 사람의 수가 훨씬 늘었습니다. 몸을 다루는 검법이나 권법들은 안배우더라도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심법을 익히는 사람은 훨씬 더 많아졌구요.


“그러면 이 내공 대래비는 어디에서 만들고 운영하는거야? 이런 체계는 원래 중원에 아예 없었던 것 아닌가?”


“글쎄요. ‘아부리가’라는 감숙성의 한 세가에서 내공 대래비를 관리합니다만 그 정체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서역의 상인들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돌더군요.”


“구대문파나 오대세가, 각지의 유명 문파들은 이런 낯선 체계를 어떻게 받아들인거지? 보수적인 성향으로 유명한게 그들이잖아.”


“아까 말씀드렸듯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라도 심법과 내공을 익히려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문파들과 세가들의 속가제자 사업도 무림 역사 이래 최고조죠. 굳이 그들 입장에서도 방송을 거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들의 뛰어난 무공이 전 중원에 보여지니 명성도 앉은 자리에서 올라가는 거구요.”


유현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내공 대래비란 것. 돈과 인터넷이 아니라 내공이 화폐 비스무리하게 사용되긴 한데 그 원리나 생태계는 현대의 인터넷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왜 이런 일이?’


하지만 고민도 잠시, 이미 자신이 환생한 것 자체가 비현실의 극치였기에 유현인은 대충 수긍하기로 했다. 이런 일도 일어날 수도 있고 저런 일도 일어날 수도 있는거지.


유현인은 아까 유명세가 말한대로 내공을 수정구에 불어넣었다. 수정구가 빛나더니 몇가지 문구가 출력된다.


[내공 대래비에 새로 오신 시청자를 환영합니다!]

[자신의 별호와 암호용 내공파형을 등록해 주십시오.]

[새로운 사용자라면 입력하신 별호와 암호로 새로운 계정이 생성됩니다.]


“이게 뭔······.”


작가의말

무림인들이 비재이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아닙니다. 방송으로 어떻게 돈을 법니까? 

>

하하. 그건 부차적인 이야기죠. 중요한 건 무공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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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 +1 20.06.13 704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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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6) +3 20.06.11 721 35 11쪽
11 10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5) +3 20.06.10 742 30 12쪽
10 9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4) +2 20.06.09 759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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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첫 방송은 녹림소탕 (1) +1 20.06.07 834 39 11쪽
6 5화 은거고수 +5 20.06.06 877 29 13쪽
5 4화 내공 대래비 (2) +5 20.06.05 905 34 11쪽
» 3화 내공 대래비 (1) +6 20.06.04 950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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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 바뀌어버린 무림 (1) +4 20.06.02 1,177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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