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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님의 서재입니다.

백신 맞고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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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작품등록일 :
2022.01.15 12:24
최근연재일 :
2022.09.29 23:3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8,871
추천수 :
117
글자수 :
157,566

작성
22.04.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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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7. 한 달 간의 행적(2)

DUMMY

난 잡고 있던 문고리에서 천천히 손을 뗐다.


“아···저씨, 경찰 맞아요···??”


최대한 떨리지 않게 그리고 불안한 상태라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나와는 반대로 현관문 너머로 여유있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내 귀에 날아들었다.


“그럼요. 경찰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진우 씨 연락처나 주소를 알 수 있겠어요. 그건 그렇고 이 문 좀 잠시 열어보시죠.”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데 불현듯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네. 잠시만요. 바지만 입구요.”


잠깐의 시간을 벌고는 거실 쪽으로 손을 뻗었다.


가뿐하게 날아오는 휴대폰을 쥐고서 문고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안전고리를 걸고서 문을 살짝 열었다.


[쾅!!]


내가 문을 열기가 무섭게 밖에 있던 경찰이 문을 확 당기면서 큰 소리가 났다.


보통이라면 방문하는 사람은 열어주는 사람이 열어주는대로 기다릴텐데 이 사람은 마치 내 집에 침입하겠다는 의지가 다분해보였다.


안전고리를 걸기를 잘 했다는 생각도 잠시였다.


“하··· 이런···”


경찰이 까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목소리에 엄청난 짜증이 녹아 있는 것 같았다.


“아··· 아니, 아저씨. 문을 왜 그렇게 세게 당겨요??”


“이거 참··· 죄송합니다. 제가 성격이 급해서. 안전고리 풀고 시원하게 대면해서 말씀 나누고 싶은데···”


경찰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했다.


그의 눈빛을 읽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었는데 고개를 좀처럼 들지를 않으니 아무 의미없게 되어버렸다.


“그··· 경찰이라고 하셨죠??”


“네, 신분증이라도 보여드릴까요?”


경찰의 말에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 중 두 번째 아이디어를 실행시킬 준비를 했다.


“네, 보여주세요.”


경찰은 품안에서 신분증을 꺼냈다.


“자, 경찰 맞죠?”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사진도, 이름도 뭐 하나 제대로 보지 못했다.


“저··· 제대로 못 봐서 그런데 다시 한 번만 보여주세요.”


내 말에 경찰은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다시 한 번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


“보세요. 됐죠?”


경찰은 이번에도 아까 전처럼 잠깐 보여주고는 신분증을 거두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사진과 성(姓)까지는 볼 수 있었다.


솔직히 사진을 봤다 한들, 마스크를 하고 고개까지 숙이고 있어서 같은 사람인지 알아보긴 어려웠다.


“아··· 네. 잠시만요.”


난 들고 있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 거기 경찰서죠??”


내 말 한 마디에 조금 전까지 경찰이라던 사람의 고개가 살짝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다른 게 아니라 지금 제 집으로 경찰이라는 사람이 왔는데 진짜 경찰이 맞는지 확인 좀 하고 싶어서요. 네. 신분증 보여달라고 해서 봤는데 마스크 때문에 얼굴은 모르겠고 성이 전씨더라구요.”


“하··· 저기 이진우 씨. 그러다 후회하실텐데···”


그는 여전히 날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아저씨. 진짜 경찰 맞으면 확인··· 아, 네. 아, 그래요?? 잠시만요.”


설마하는 마음이 맞아 떨어지면서 속으로는 많이 놀랐지만 여유 있는 척하며 전화상으로 확인한 내용을 읊었다.


“저기요. 여기 관할 구역 안에서는 전씨 성을 가진 경찰 자체가 없다는데요?? 어느 서에서 오셨어요?? 아니다. 제가 아예 이거 스피커폰으로 해서 바꿔 드릴게요.”


떨리는 손으로 스피커폰으로 전환시켜 그 남자에게 향하도록 했다.


[ 여보세요? 저기 선생님? ]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주먹도 같이 들었다.


그의 행동에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내 능력을 쓸 준비를 했다.


그는 마치 내 능력을 알고 있는 듯이 나에게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만 고개를 들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주먹을 쥐었던 손으로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펴 흔들었다.


전화할 테니 받으라는 뜻 같았다.


[ 여보세요? 선생님, 괜찮으세요? ]


남자는 그제서야 계단을 타고 내려가며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내 몸에 힘도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 네, 여보세요··· 지금 그 사람 돌아갔어요. 괜찮아요.”


난 진짜 경찰에게 조금 전에 있던 일들을 설명했다.


일단은 그 남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찰 쪽에서 그 남자를 찾아서 수사 과정에서 나온 단서를 토대로 단순히 사칭죄로 처벌하거나 어디서 공무원 직권까지 행사했다면 공무원자격사칭죄로 처벌하겠다며 적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경찰이 그를 어떻게 처벌하든지 관심없었다.


그저 나를 어떻게 알고, 어떻게 찾아왔으며, 왜 찾는 건지 알고 싶었다.


조금 전에 문틈으로 그 남자의 눈만 볼 수 있었다면 알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그것도 잠시, 호기심에 밀려 있던 두려움이 점차 덩치를 키웠다.


그는 나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난 그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띠리리링]


내 심신이 진정되기도 전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 화면을 보지도 않고 누구 전화일지 짐작이 되었다.


[발신번호 표시제한]


이제는 더 이상 전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된 김에 당당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싸우면 내가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깊게 숨을 고른 후, 전화를 받았다.


“아저씨 도대체 누구신데요??”


[ 그런 건 몰라도 되구요. 아, 이진우 씨, 백신은 잘 맞으셨죠? 남들은 부작용이다 뭐다 말이 많은데 괜찮았어요? ]


“아저씨야말로 몰라도 될 내용을 물어보는 거 같은데요??”


[ 젊은 친구가 한 마디를 안 지네. 내가 몰라도 된다라··· 근데 이미 알고 있다면요? ]


남자의 말에 머릿속이 굳어버리는 느낌과 함께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이 남자가 말한 의도를 생각해보았다.


단순히 추측에 근거한 떠보기식 물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내 능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정부에다가 제보한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도 생각했다.


[ 이진우 씨? 뭐야, 갑자기 왜 말이 없어. 여보세요? ]


휴대폰 속의 목소리가 내 고막을 때리며 정신차리게 해줬다.


“그게··· 무슨 소리죠??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히네.”


[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힌 게 아니라 놀라서 말문이 막힌 거 같은데요? 아니에요? ]


“아니··· 아저씨가 뭘 안다는 거에요···??”


[ 백신 부작용. 그것도 남들과는 다른 부작용. ]


이 남자는 내 이름이나 주소 같은 개인정보 뿐만 아니라 내 능력에 대해서까지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생각할 시간도 벌 겸 일단은 부정해보기로 했다.


“무··· 무슨 부작용이요?? 남들보다 증상이 덜 했다는 거요···??”


내 말에 갑자기 그 남자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 아, 이 친구 진짜 웃기는 친구네. 이진우 씨. 웃으면서 얘기하니까 나랑 되게 가볍게 대화하려는 거 같은데··· 장난 그만 합시다··· 내가 이진우 씨를 몰라서 눈을 안 마주쳤겠습니까··· ]


남자가 좀처럼 고개를 들지 않았던 이유를 알자, 손이 덜덜 떨려왔다.


도대체 어떻게 내 능력을 알았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거죠···?? 누가 말한건데요···??”


[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죠. 아까 제가 가기 전에 친구도 왔다갔죠? 김지혜 씨 얘기하고 간 거 같던데. ]


“김지혜···??”


[ 그 왜. 미래를 볼 수 있게 된 여자 있잖아요. 그 사람 이름이 김지혜 씨거든요. ]


진짜 이 남자는 모르는 게 없었다.


어떻게 내 사생활까지 알고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아저씨··· 도청했죠···??”


[ 아마 지금 궁금한 것들 투성이일텐데, 내가 다 풀어줄 수 있어요. 어떻게 하실래요? ]


남자의 물음에 쉽게 하자는대로 하겠다고 대답하기 어려웠다.


내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남자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 생각할 시간이라도 필요한가? 그럼 내일 아침 9시에 이진우 씨 집으로 차 한 대 보낼 테니까 그걸 타는 걸로 하죠. 안 타면 영원히 궁금한 것들 해결도 못 하고 친구도 못 보게 될 겁니다. ]


“네···?? 저기···!!”


친구까지 건드릴 생각인지 물어보려는 찰나, 전화는 이미 끊긴 후였다.


선택지는 있었지만 선택할 권한은 없었다.


남자가 보내는 차에 무조건 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으니까.


많은 궁금증과 함께 많은 두려움이 동반되었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 그 때였다.


[띵동~]


벨이 울리면서 내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나가 봐야할 지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야, 이진우!”


현주의 목소리였다.


“아···”


정신차리고 보니 내가 신발장 앞에서 주저 앉아있었다.


고작 내 몸 하나 일으키는데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현관문을 열자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물론 마스크 때문에 얼굴이 온전히 보이지는 않았다.


“어··· 무슨 일인데??”


“너 괜찮아??”


현주의 눈빛에서 나를 걱정하는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찾아왔던 남자가 문을 세게 당기면서 큰 소리가 났던 일로 올라온 것까지 알아차렸다.


“아, 괜찮아. 혹시 아까 전에 큰 소리 난 거 때문에 온 거면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내가 먼저 말 안 해도 잘 아네. 근데 너 무슨 일 있었어?? 아까 그 소리 들리고 나서 내가 톡했는데 답장도 없고, 지금 너 표정도 안 좋은데??”


나를 걱정해주는 현주가 너무 고마웠지만 지금은 나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절실했다.


“아··· 사실 컨디션이 좀 안 좋긴 해. 오늘은 좀 쉬고 나서 내가 연락할게.”


현주는 알겠다며 혹시나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현주가 돌아가고 난 또다시 신발장 앞에 앉았다.


몸에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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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 한 달 간의 행적(3) 22.04.09 53 0 9쪽
» 37. 한 달 간의 행적(2) 22.04.08 56 0 10쪽
37 36. 한 달 간의 행적(1) 22.04.08 62 0 15쪽
36 35. 라면 22.02.21 75 0 10쪽
35 34. 호기심 22.02.18 67 0 9쪽
34 33. 등산 22.02.17 72 0 10쪽
33 32. 붙임성 22.02.15 70 0 9쪽
32 31. 먹잇감 22.02.14 89 0 10쪽
31 30. 그린 라이트? 22.02.12 84 1 10쪽
30 29. 음란 세포 22.02.11 93 1 10쪽
29 28. 산책 22.02.11 84 1 10쪽
28 27. 납치의 이유 22.02.08 103 1 9쪽
27 26. 마술 22.02.06 101 1 9쪽
26 25. 그녀의 연락처 +1 22.02.05 138 1 9쪽
25 24. 친구의 연애 22.02.05 121 1 9쪽
24 23. 능력의 순기능 22.02.04 143 1 9쪽
23 22. 302호 여자 22.02.03 142 1 7쪽
22 21. 남들은 몰라야 하는 선행 +1 22.02.03 154 1 7쪽
21 20. 재회 22.02.01 16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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