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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님의 서재입니다.

백신 맞고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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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작품등록일 :
2022.01.15 12:24
최근연재일 :
2022.09.29 23:3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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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67
추천수 :
117
글자수 :
157,566

작성
22.02.0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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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7. 납치의 이유

DUMMY

어느 산 속의 작은 폐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 족히 십 수 년은 되어 보였다.


그런 폐가 앞에 조금씩 사람이 지나다니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발자국과 핏자국, 뭔가를 질질 끌면서 폐가 안으로 들어간 흔적.


다양한 흔적들을 따라가보니 화장실로 이어졌다.


분명 사람의 흔적은 있었지만 폐가 어디에도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흔적을 따라가던 중 화장실 깊숙한 곳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샤워커튼 뒤에 있는 비밀스러운 문을 지나고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 아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으···”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자는 평범했지만 남자의 모습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남자의 전신이 의자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부상을 입었는지 옷 곳곳에 그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피가 묻어 있었다.


“아··· 머리야···”


가만 보니 뒤통수를 다친 것처럼 보였다.


목 뒤쪽에 피가 흘렀던 흔적이 보이고 목덜미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남자는 뒤통수가 화끈거리며 고통스러웠다.


정신이 들면서 눈 앞이 선명해졌다.


그의 눈에 제일 먼저 묶여있는 자신의 허벅지와 발이 보였다.


‘어···?’


그리고 온몸에 감각이 살아나면서 자신이 의자에 묶인 사실을 깨달았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게 무슨··· 아···!!’


정신이 들수록 뒷머리가 아파왔다.


남자는 살살 고개를 들어 자신이 있는 곳을 둘러봤다.


호텔처럼 은은한 조명.


그렇지만 아늑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무 벽지도 바르지 않은 거친 시멘트 벽면.


곳곳에 아직 풀지 않은 박스들.


이 곳과 어울리지 않게 한 쪽에 자리잡고 있는 수술대.


‘여기 뭐야···?!’


남자는 이 곳이 어떤 목적을 가진, 어떤 이유로 만들어진 공간인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끼이이이익]


갑자기 남자의 눈앞에 있던 철문이 열렸다.


등산복 차림의 사람이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이 곳의 주인이자, 자신을 공격하고 여기까지 끌고 온 사람이라 생각했다.


“누··· 누구세요?!”


“아, 일어나셨군요. 강조운 씨”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을 알고 어떤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끌고 왔으리라 생각했다.


누군지 보려고 했지만 모자와 마스크 때문에 알아보기 어려웠다.


“저··· 저를 아세요···??”


등산복 차림의 남자가 마스크와 모자를 벗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뭣 하러 힘 낭비, 시간 낭비를 하겠습니까?”


“아··· 아니. 선생님?!”


조운은 상상 밖의 인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선생님?! 이게 지금 무슨 짓입니까?!”


“기억 안 나세요?”


“무슨 기억이요?! 지금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요?!”


선생님이라 불린 남자가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댔다.


“무사하니까 지금 이 자리에 있겠죠?”


“지금 그걸 말이라고!! 당장 이거 풀어요!!”


조운이 윽박지름에도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덤덤하게 한 쪽 구석이 있던 의자를 가져와 조운의 앞에 앉았다.


“시끄러우니까··· 소리 그만 지르시고 생각해보세요··· 제가 왜 데리고 왔을지···”


조운은 그의 눈빛을 1년에 몇 번 보지 않았지만 확실히 기억했다.


지금처럼 살기를 띈 눈빛은 아니었다.


조운은 일부러 세게 보이려고 소리를 지르고 했었지만 더 이상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찬찬히 그의 말대로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은 분명 밤늦게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었고, 분리수거장에서 이웃집 아주머니와 마주쳐 인사를 나눈 것까지는 생각났다..


“쓰레기 버리러 나온 것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아··· 설마 제가 무슨 분리수거 제대로 안 했다고 이 고생을 하면서 데리고 왔을까요···”


조운은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지금 이 남자와의 문제적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럼 도대체 저를 왜···”


“거슬려서요.”


“네···?!”


너무 태연한 표정으로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말하는데 기가 찼다.


조금 전까지 소리지르지 않고 최대한 비위를 맞춰주자고 다짐했지만 지킬 필요성이 사라졌다.


“뭐가 거슬렸다는 건데요?! 신경 거슬리면 사람 막 후려치고 납치해와도 되는 거에요?!”


조운의 고함에 남자가 인상을 쓰며 앉아있던 의자를 발로 밀어 간격을 벌렸다.


어느 정도 조운과 거리를 둔 채 남자가 말했다.


“거슬리는 짓만 골라서 하시네··· 기억 안 나신다니까 말씀드리죠. 일단 그 목소리.”


“뭐··· 뭐라구요?!”


“그 목소리로 전화하고, 아부 떨고, 간호사들한테 추태부리고. 상당히 거슬리더군요.”


“그게 무슨···?! 다른 영업사원들은 안 그러는 줄 알아요?! 그리고!! 내가 무슨 간호사들한테 추태를 부린다는 건데요?!”


조운을 같잖게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 옆에 세워져 있는 한 캐비닛으로 다가갔다.


“그거 알아요? 정말 좋은 의도로 상대방 머리 쓰다듬는 것도 상대방이 괜찮아 하면 칭찬이나 좋은 의미의 스킨십이 되지만··· 상대방이 불쾌하고 싫어하면 성추행이 되는 거···”


[덜컹!]


그 때 조운의 눈에 소름 돋는 물건들이 보였다.


조명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언뜻 보기에도 공구들로 가득했다.


“제···제가 언제 누구 머리를 쓰다듬었다는 거에요?!”


[덜그럭. 덜그럭.]


“말이 그렇다는 거에요, 말이. 음··· 오늘은 심플하게···”


그의 손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망치로 향했다.


조운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아···아니, 저 선생님!! 저 진짜 누구한테도 성추행한 적 없다구요!!”


[저벅. 저벅.]


망치를 든 사나이가 다가올수록 조운의 숨이 가빠왔다.


조운은 부디 저 망치가 제 역할에만 충실하기를 바라며 들고 있는 이에게 애걸복걸했다.


“진짜라구요!! 선생님이 뭔가 잘못 보신 거에요!!”


[저벅. 저벅.]


“아, 그리고 제 목소리!! 저 선생님 계실 땐 그냥 입 떼지 않을게요!! 아니, 그냥 제가 일을 관두면 되겠네요!! 네?! 제가 진짜···”


말을 끝맺기도 전에 망치가 눈 앞까지 다가왔다.


“그러니까 제 말은··· 아까 예로 든 것처럼 강조운 씨는 그저 할 일도 하고 간호사들이랑 이야기 한 것 뿐이라고 했지만··· 어찌되었든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슬렸거든요···”


조운은 이게 왜 그렇게 해석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분명히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이었지만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인정하는 편이 그나마 살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 알겠어요!! 선생님 말씀이 다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진짜!! 그렇게 보이셨다면 죄송해요!! 네?!”


“에이··· 그게 아니죠. 전 진작부터 기분이 안 좋았었는데, 그건 어떻게 책임지실 거죠?”


“그··· 그건···”


조운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머리를 굴렸다.


“제가 선생님 병원에서 영업해서 번 돈 다 드릴게요!!”


남자가 들고 있던 망치 손잡이를 중지와 엄지로 살짝 잡아서 괘종시계 추처럼 흔들었다.


조운은 저 ‘망치추’가 멈추는 순간 자신의 숨도 멈출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돈이 뭐라고··· 좀 더 솔깃한 제안 좀 해보세요.”


거슬린다고 해서 사라지겠다고 해도 안 통하고, 돈을 주겠다고 해도 통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솔깃한 제안을 떠올리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 그러면 선생님이 원하시는 걸 말씀해주세요!!”


남자는 흔들고 있는 망치를 보며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거··· 솔직히 거창한 걸 바라진 않아요.”


“뭐··· 뭔데요?!”


“제 기분만 풀리면 돼요.”


[탁!]


남자의 대답과 함께 흔들리던 망치가 멈추었다.


조운은 몸에 힘이 풀렸다.


기분만 풀리면 된다면서 망치를 들었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상됐다.


뭐라고 말을 해도,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이 사람은 자신을 해칠 것이다.


“서··· 선생님?!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네?! 제가 어떻게든 선생님 기분 풀어드릴게요!!”


“어떻게요?”


남자가 망치의 노루발로 허벅지를 긁으며 물었다.


“그··· 그건···”


“뭐 하나만 여쭤볼게요.”


조운의 속이 타들어갔다.


“강조운 씨는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조운 씨를 잘 안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질문이었지만, 조운은 방금 전에 이 남자의 기분을 어떻게든 풀어주겠다고 말했었다.


때문에 최대한 기분을 건드리지 않는 대답을 하려고 애썼다.


“어··· 아!! 부모님··· 아닐까요?!”


“부모님···”


남자가 ‘부모님’이라는 말을 되뇌이는데 잠시 표정이 굳어졌다.


“아니죠, 강조운 씨···”


“그··· 그러면···”


“자기 자신이죠···”


“아!! 그렇죠!! 자기 자신!!”


조운이 황급히 남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렇듯이··· 저도 스트레스가 가장 잘 풀리는 방법은 제가 잘 알거든요?”


“······.”


“그러니까··· 쓸데없이 간섭하지 마시고··· 제 기분은 제가 알아서 풀게요.”


남자는 조운을 향해 망치를 치켜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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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납치의 이유 22.02.08 103 1 9쪽
27 26. 마술 22.02.06 10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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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 능력의 순기능 22.02.04 14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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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 남들은 몰라야 하는 선행 +1 22.02.03 154 1 7쪽
21 20. 재회 22.02.01 16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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