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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님의 서재입니다.

백신 맞고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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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작품등록일 :
2022.01.15 12:24
최근연재일 :
2022.09.29 23:3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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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66
추천수 :
117
글자수 :
157,566

작성
22.02.0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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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3. 능력의 순기능

DUMMY

작년에 뉴스에서 지금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생존시간이 다른 바이러스보다 몇 시간이나 더 길다는 연구결과를 본 기억이 있었다.


서둘러 집으로 올라와 세수부터 했다.


[쏴아아아]


차가운 물이 얼굴에 닿으며 온몸의 감각을 깨웠다.


그리고 302호 여자가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생각났다.


“아니, 신기해했다가 경계했다가 마지막에 호감은 뭐야?! 금사빠야?!”


금사빠라는 표현보다 첫눈에 반했다는 표현도 있었지만 씻지도 않고 꾸미지도 않은 이 비주얼로 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내가 봐도 별로였다.


“그래, 나에 대한 호감이 아니라 마술에 대한 호감이겠지.”


로션을 대충 바른 뒤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오늘 확진자는 1만 7천여 명이었다.


아나운서와 유명 대학의 순환기내과 교수와 지금 상황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다.


최근 들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무증상 환자가 많아서 더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과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장하고 있었다.


“저건 솔직히 나도 인정. 근데 콧구멍에 면봉 넣는 게 완전 기분 나쁘던데···”


내 주변에서도 검사 방법만 괜찮았으면 정부가 권고하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겠다고 얘기하기도 했었다.


언뜻 듣기로는 입 안에 상피 조직을 통해서도 검사가 가능하다는 말도 들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시행하지 않는 걸 보면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뉴스에서 그래프가 나오며 이런 추세라면 하루 확진자가 최고 10만 명까지 찍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어휴··· 희망적인 내용이라고는 하나도 없네.”


[띠링]


내 휴대폰 소리였다.


눈을 감고 내 방 책상 위에 있는 휴대폰에 집중했다.


[달그락]


방에서 휴대폰이 날아오려고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다.


차분히 휴대폰이 날아올 길을 상상하고 높이와 속도까지 계속해서 신경썼다.


최종 목적지는 내 바로 옆이다.


잘 날아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이제 다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툭.]


눈을 떠보니 내가 원했던 자리에 휴대폰이 고이 놓여져 있었다.


“크... 이 맛이지.”


조금 전 알림의 주인공은 찬영이었다.


[ 찬영 : 야야 아직 사람 생각 읽을 수 있음?? ]


“이거 또 꿍꿍이가 있는 거 같은데···”


속마음을 알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게 분명했다.


[ 나 : 아니 이제 안됨 ]


[ 찬영 : 뭔 개소리야 능력이 더 생기면 생겼지 사라지는 것 같지는 않더구만 아무튼 저녁에 너네 집 가서 얘기하는 걸로 ]


“아, 왜 또 오는 건데!!”


찬영이 못 오게 할 핑계거리가 필요했다.


[ 나 : 나 오늘 일찍 잘 거라서 안됨 ]


[ 찬영 : 오케이 자다가 내가 벨 누르면 문 열어주면 됨 ]


“망할···”


[ 나 : 근데 무슨 일로?? ]


[ 찬영 : 저녁에 알게 될 거니까 집 정리만 좀 해두면 될 듯 ]


‘집 정리···??’


확실히 뭔가 계획이 있어 보였다.


[ 나 : 집 정리는 왜?? ]


내 톡을 끝으로 더 이상 답장이 오지 않았다.


아마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수업에 들어갔을 것이다.


“아··· 찜찜하네···”


찬영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밥부터 대충 챙겨 먹었다.


싱크대에 담긴 그릇들을 지긋이 바라봤다.


“음··· 설거지도 가능할까···”


들고 있던 고무장갑을 내려놓고 수도꼭지부터 집중했다.


[쪼르르르]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 능력 조절이 힘들었다.


그리고 수세미를 띄워 물을 적셨다.


이어서 주방세제 주둥이에 수세미를 갖다 대고 펌프에 집중했다.


물을 틀 때처럼 집중해봤지만 펌프가 잘 눌리지 않았다.


조금 더 집중해서 눌러봤다.


“아!!!”


갑자기 세제가 뿜어져 나오면서 내 옷에 다 묻어버렸다.


“아오··· 그냥 내가 하고 말지···”


옷에 묻은 세제를 수세미로 직접 덜어냈다.


영화에서 보면 손짓 한 번으로 청소도구들이 알아서 제 역할을 다 하는 모습을 보고 마법만 쓸 수 있다면 별 거 아니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능력이 생기고 그렇게 해보려고 하니까 예상외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신경써야했다.


설거지만 봐도 물을 틀고 수세미를 적셔서 세제를 묻히고 그릇을 들어서 씻고···


난 조용히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했다.


[달그락 달그락]


“청소기도 그냥 내가 직접 돌려야지··· 잘 못했다가 벽이라도 박살냈다가는···”


설거지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띵동~]


“어?? 벌써 왔다고??”


올 사람이라고는 찬영 밖에 없다.


근데 저녁에 오기로 했었기 때문에 지금 시간에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구세요!!”


주방에서 소리쳤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얼른 고무장갑을 벗어 던지고 현관으로 갔다.


“누구세요??”


문 가까이에서 다시 물었지만 고요했다.


[딸칵!]


302호 여자가 문 열어줄 때처럼 안전고리를 걸고 현관문을 천천히 열어봤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끔 전단지를 초인종에 붙이고 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럴 때 보면 전단지를 붙이면서 벨을 누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 경우라 생각하고 안전고리를 풀고 문을 활짝 열어봤다.


역시나 초인종에 뭐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전단지 치고는 그 크기가 너무 작았다.


“음?!”


노란 포스트잇이었다.


[ 제 이름은 정현주에요. -302호 ]


생각보다 귀여운 이웃이라는 생각과 아침에 내 이름만 말해주고 상대방 이름이 뭔지 물어볼 생각도 못한 상황이 생각나면서 웃음이 나왔다.


“정..현..주..”


포스트잇을 가지고 들어오면서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까 난 얼굴도 모르는데.”


냉장고 쪽으로 손을 뻗었다.


들고 있던 포스트잇이 냉장고로 날아가 매미처럼 붙었다.


[위이이잉]


청소기를 돌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내가 능력을 사용하고 말 하는 걸 들었을 때 아랫집 사람처럼 그랬을까.


내 변명을 들어주고 그저 마술이라는 말을 믿어 줬을까.


더 나아가 호감을 가지기까지 가능했을까.


애초에 내가 내려갔을 때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경찰에 신고까지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정말 다행인 부분은 내가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할머니에게 능력을 쓴 것이 들키고 아랫집에 찾아가 해명을 한다 할지라도 상대방이 내 말을 믿고 있는지 아니면 앞으로는 믿는 척 하면서 뒤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몰랐을 것이다.


처음 능력이 생겼을 때는 무섭고 외로웠지만 돌이켜보면 한심한 생각이었다.


사람은 살면서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는데 난 아직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


이 능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


같은 시각.


302호에 살고 있는 현주는 조금 전 일로 심장이 콩닥댔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 도서관에서 누가 음료수와 함께 번호를 물어오거나 카페 알바를 하다가 번호를 묻는 손님은 간혹 있었지만, 먼저 나서서 번호를 물어보거나 관심을 가져본 적은 딱히 없었다.


그런데 생애 처음으로, 그것도 바로 윗집에 살고 있지만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던 한 남자에게 관심이 생긴 것이다.


“어떻게 나오려나~”


침대에 누워 조금 전 일들을 회상했다.


현주의 기억으로 윗집은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할 때쯤 이사를 왔다.


시기상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다니기 시작하던 때라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설령 윗집이랑 마주쳤다고 하더라도 마스크 때문에 누가 어느 집에 사는 사람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허우대만 보고 아 윗집 사람이겠구나 짐작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중 오늘 베란다에 고개를 내밀고 바람을 쐬고 있던 그 때 우연찮은 기회로 윗집의 마술을 보게 되었다.


의미심장한 말도 듣게 되었다.


저 남자의 말이 진짜인지 허세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겁이 났다.


그렇다고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후, 윗집 남자가 내려왔다.


궁금하기도 하고 살짝 겁도 났었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든 쉽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남자의 목소리와 말투를 들어 봤을 때 마술이니 뭐니 얘기를 하는데 어리숙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경계심도 살짝 풀어지면서 문을 열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 남자의 얼굴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넙죽 인사를 하는데 생각보다 귀염상이었다.


바이러스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꺼려졌지만 가까운 곳에 친구가 있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름을 알려주고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것도 알려줬다.


적어도 이름은 물어보고 갈 줄 알았는데 그렇게 후다닥 가버릴 줄은 몰랐다.


“아, 내 번호도 알려줄 걸 그랬나?? 아유, 모르겠다~ 그 정도는 알아서 하겠지~”


설레는 표정을 하고 있던 현주의 얼굴이 차츰 굳어졌다.


“근데 할머니 모자는 진짜 어떻게 한 거지··· 염력이니 뭐니 말만 안 들었어도 마술이라고 생각했을텐데··· 염력이 진짜 컨셉인가···”


더 깊은 생각에 잠기기 전, 현주는 긴 머리칼을 쥐며 생각을 떨쳐버렸다.


“허우대 멀쩡하고 귀여우면 됐지 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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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 등산 22.02.17 72 0 10쪽
33 32. 붙임성 22.02.15 70 0 9쪽
32 31. 먹잇감 22.02.14 88 0 10쪽
31 30. 그린 라이트? 22.02.12 84 1 10쪽
30 29. 음란 세포 22.02.11 93 1 10쪽
29 28. 산책 22.02.11 84 1 10쪽
28 27. 납치의 이유 22.02.08 102 1 9쪽
27 26. 마술 22.02.06 101 1 9쪽
26 25. 그녀의 연락처 +1 22.02.05 137 1 9쪽
25 24. 친구의 연애 22.02.05 121 1 9쪽
» 23. 능력의 순기능 22.02.04 143 1 9쪽
23 22. 302호 여자 22.02.03 142 1 7쪽
22 21. 남들은 몰라야 하는 선행 +1 22.02.03 154 1 7쪽
21 20. 재회 22.02.01 16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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