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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님의 서재입니다.

백신 맞고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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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작품등록일 :
2022.01.15 12:24
최근연재일 :
2022.09.29 23:3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8,873
추천수 :
117
글자수 :
157,566

작성
22.02.2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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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5. 라면

DUMMY

나에겐 그저 평범한 주말 저녁.


간단하게 라면을 먹으려고 물을 올렸다.


[띵동~]


끓기를 기다리며 젓가락 두 짝을 공중에 띄워 빙빙 돌리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보나마나 찬영일 것 같았다.


30분 전에 할 얘기가 있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젓가락을 내려놓고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


“왔··· 뭐냐···??”


찬영의 모습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왜?? 선글라스 처음 보냐??”


찬영은 선글라스를 낀 채로 집에 들어왔다.


“아니, 해가 쨍쨍한 낮도 아니고 저녁인데 갑자기 웬 선글라스냐···?? 여름도 아니고.”


찬영은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너랑 눈 마주치면 내 생각 읽을 거잖아.”


“근데···?? 아, 생각 못 읽게 하려고??”


“정답.”


나름대로 자기 생각이 드러나는 걸 막기 위한 수단으로 선글라스를 착용한 것이었다.


“근데 선글라스 낀 사람 상대로는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찬영이 꼬고 있던 다리를 풀며 이 참에 해보자고 제안했다.


궁금했던 나도 찬영과 마주 앉았다.


“야, 이왕이면 너도 좀 내려와서 앉아라. 나만 바닥에 있으니까 올려봐야 되잖냐.”


“바보냐?! 네가 옆으로 와서 앉으면 되잖아. 소파가 좁은 것도 아니고.”


“아···”


난 다시 일어나 찬영의 옆에 앉았다.


“해본다??”


찬영이 손가락으로 ‘큐’ 사인을 보냈다.


집중해보려는데 생각보다 선글라스가 짙었다.


찬영의 눈동자는 물론이고 눈썹 윤곽도 잘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을 읽으려면 눈빛을 읽어야 했다.


때문에 집중할 대상인 눈이 안 보이면서 ‘집중’이라는 의미가 무색해졌다.


“와··· 모르겠는데···”


“진짜로?!”


“뭐··· 아무 것도 안 떠오르는데···”


“오케이!!”


찬영이 오른손을 불끈 쥐며 자축했다.


“이게 보니까 눈빛이 보여야 하는데 선글라스 끼면 눈빛이 안 보이잖아. 그래서 그런 거 같은데.”


내 말에 찬영이 공감했다.


“그런 거 같네. 근데 너 뭐 끓이냐??”


“어?? 아, 맞다!!”


찬영의 말에 그제서야 주방에서 물 끓는 소리가 들렸다.


“라면 끓이려고 하는데 너도 먹···”


“당근이지. 사람 앞에 두고 너만 먹으려고 했냐?!”


“야,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되는 거 모르냐?? 너도 먹을 거 같아서 두 개 끓인다고.”


“오··· 물 조절이나 잘 해라.”


면 요리를 유독 좋아하던 내 입장에서는 물이 이제 곧 맛난 국물로 변할 생각에 신나게 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스프를 넣으려는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 능력으로 이제 스프 정도는 안 흘리고 잘 뜯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아, 아니다. 그냥 직접 하자.’


괜히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능력을 썼다가 실수로 스프가 냄비 안이 아닌 내 집 안에 뿌려지는 상상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아, 맞다. 얼마 전에 그 뉴스 봤냐??”


갑자기 찬영이 물었다.


“무슨 뉴스??”


스프와 라면을 넣고 냉장고에 집중했다.


냉장고 문이 열리며 계란 두 개가 날아왔다.


“그 왜 얼마 전에 어떤 여자가 너처럼 백신 맞고 미래를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던 거.”


잊고 있었는데 찬영의 말에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며칠 동안 뉴스란 뉴스는 다 찾아보고 인터넷도 뒤져봤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난 손에 들어온 계란들을 톡톡 두드려 냄비에 넣으며 말했다.


“아, 봤지. 근데 이상한 게··· 그 때 한 번 기사 뜨고 나서 더 알아보려고 해도 아무런 기사도 안 뜨던데···”


“사실 나도 너 때문에 그 기사 신경 쓰고 있었는데···”


찬영의 말에 내가 못 찾은 걸 찾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귀를 기울였다.


“···진짜 그 뒤로 아무 기사도 없더라고??”


난 라면 면발이 좀더 쫄깃해지라고 면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역시··· 아까 오기 전에 재밌으면서도 중요한 이야기가 그거냐??”


“정답.”


“그다지 아닌 거 같은데···”


“아니, 왜?!”


“그 사람에 대해서 기사가 더 뜬 게 있다거나 뭔가 추가적인 정보같은 게 있어야지. 그게 아니잖아??”


찬영이 혀를 끌끌 찼다.


“이 친구 참~ 내 친구의 친구가 기자라서 얻어낸 정보가 있는데 아직 말도 안 꺼냈구만. 이럴거냐??”


“뭐?!”


뜻밖의 얘기에 찬영에게로 고개가 돌아갔다.


동시에 들고 있던 라면을 놓치고 말았다.


그 바람에 뜨거운 국물이 손에 다 튀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로?! 뭔데?! 그 사람 능력 진짜래?!”


찬영은 휴대폰을 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잖냐~ 라면 맛깔나게 끓여오면 얘기해줄게.”


“······.너 그거 아냐??”


“뭐??”


“28년 동안 봐온 모습 중에 지금이 제일 재수없는 거.”


“아, 그래?? 미안. 그럼 나 그냥 가야겠다. 라면 혼자 많이 먹어라.”


“아아!! 알겠다고!! 일단 거기 테이블 위만 좀 정리해줘봐.”


찬영이 히죽거리며 테이블을 정리했다.


라면 냄새가 집안에 진동하며 마침내 완성되었다.


라면을 옮기기 전에 수저와 갈퀴 국자 그리고 냄비 받침대를 찬영에게로 날려보냈다.


찬영이 내가 보낸 아이들을 공중에서 받으며 말했다.


“진짜··· 이건 보면 볼수록 신기하면서 부럽네.”


“그럼 백신 계속 맞아봐. 언젠가 생길 수도??”


“뭐래. 그러다가 언젠가 부작용으로 죽는 게 먼저겠다.”


찬영의 말을 뒤로 하고 주방장갑을 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를 들려고 하는데 찬영이 말했다.


“그거 네 능력으로 갖고 오는 게 더 낫지 않나?? 어디 데이지도 않을 거고.”


“음··· 그건 그런데···”


예전에 물통을 옮기려다 거실에 다 쏟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은 그 때와 다르게 능력을 잘 쓸 수 있으니까 이제 이 정도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대비를 해야 했다.


난 냄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뭐 하냐?? 주방 바닥에서 먹자고??”


“아니, 기다려봐.”


신중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냄비에 집중했다.


잘못해서 엎질렀다가는 화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두 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두 손으로 냄비를 떠받드는 느낌을 가졌다.


냄비가 안정적으로 천천히 떠올랐다.


바닥에서 5cm 정도 떠올랐을 때였다.


더 이상 높이지 않고 그대로 거실로 이동시켰다.


혹시나 떨어뜨리더라도 엎질러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냄비를 따라 가며 집중하는 내내 집안이 고요했다.


집중하느라 보지는 못해도 아마 찬영도 같이 숨 죽인 채 냄비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거실 테이블까지 냄비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천천히 테이블의 높이만큼 냄비를 띄웠다.


최종 목적지인 냄비 받침대에 안착하도록 계속해서 집중했다.


이마에서 땀이 나려고 할 때였다.


[툭]


“하···”

“우와··· 진짜···”


냄비가 받침대에 안착하자마자 우린 동시에 탄성을 내뱉었다.


“야, 라면 한 번 먹으려다가 숨 넘어가겠다. 그리고 이거 다 퍼진 거 아니냐??”


“와, 진짜··· 그냥 들고 가는 거에 10배는 더 걸린 거 같네. 다음엔 그냥 들어야겠다.”


정신적 노동을 하고 난 뒤라 그런지 평소보다 라면 맛이 기가 막혔다.


그렇다고 다음에 라면을 먹을 때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다.


“아!! 아까 말 하려던 거 빨리 해봐. 그 사람 진짜야??”


찬영이 라면을 입에 넣으며 무슨 말인지 모르게 웅웅거렸다.


입에 얼마나 많이 넣었으면 말은 못하고 젓가락만 나를 향해 까딱거렸다.


삼키고 말하라는 뜻으로 나도 젓가락을 휘둘렀다.


그리고 여전히 끼고 있는 선글라스가 신경쓰였다.


“근데 선글라스 꼭 끼고 있어야 되겠냐??”


입안을 비운 찬영이 받아쳤다.


“벗으면 또 내 생각 읽을 거니까 못 읽게 계속 끼고 있으려고.”


“안 읽을 테니까 그냥 벗고 먹지??”


“진짜냐??”


“아, 그래. 나도 눈 마주친다고 저절로 다 읽히는 거 아니야. 내 의지가 있어야 되는 거지.”


“그러면 그 의지 잠시 내려놔라. 알겠냐??”


“알겠으니까 빨리 그 사람에 대해서 좀 얘기해보라니까.”


우린 그렇게 협의하고 본격적인 주제로 넘어갔다.


“거 참··· 라면 다 불면 어떡하려고.”


“그러면 내가 또 끓여주면 되지. 그리고 얘기하면서도 먹을 수 있잖아.”


찬영은 면발을 조금씩 입에 넣으면서 내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시작했다.


“그 기자로 있는 친구의 친구가 보건당국 쪽에 출입하는 사수 따라서 다니다가 얻은 정보라는데···”


“어어.”


그 정도 정보출처라면 엄청난 신뢰도를 자랑하는 정보라 생각됐다.


정말 그 사람 말처럼 백신 부작용으로 미래를 보는 능력이 생겼다면 정부에서 어떻게 대우해주고 있을지 궁금했다.


만일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대우를 해주고 어떤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나도 내 능력을 정부에 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 친구가 뭐랬냐면···”


그리고 따로 취업 준비 같은 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라면 앞에서는 잡담하는 거 아니래.”


“어···??”


혼자 실컷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성층권 높이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친 기분이었다.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고···??”


이 무슨 개똥만도 못한 소리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그에 찬영이 젓가락으로 그릇을 두드리며 말했다.


“야!! 설마 그런 말을 했겠냐?! 일단 좀 먹고 얘기하자고!!”


이야기보다 라면이 우선이었던 찬영이 지어낸 말이었다.


진심으로 짜증이 났던 나는 찬영이 들고 있던 젓가락을 그릇 위에서 더 이상 못 움직이게 최대한으로 집중했다.


찬영은 공중에 고정된 젓가락에 당황해했다.


“야, 미안하다. 잘못했다. 먹게 해주라. 먹고 나면 아는 거 싹 다 얘기해줄게.”


우린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두 번의 협의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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