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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님의 서재입니다.

백신 맞고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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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작품등록일 :
2022.01.15 12:24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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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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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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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7,566

작성
22.02.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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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4. 호기심

DUMMY

넓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가운데에 나무로 된 식탁과 의자가 보였다.


습하고 쾌쾌한 냄새와 함께 집안 곳곳에 잔뜩 내려앉은 먼지와 곰팡이들 때문이었을까.


폐가 안은 의사의 말처럼 그다지 정돈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잠시만 앉아 계세요.”


의사가 자리를 권했다.


가까이서 보니 다행히도 식탁과 의자는 깔끔해 보였다.


그렇지만 주변 환경 때문에 그냥 앉기에는 찝찝했다.


나리는 식탁에 올려져 있던 티슈로 의자에 먼지들을 털어내고 앉았다.


“여기까지 오시는 데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한 쪽에서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나리의 고개가 돌아갔다.


의사가 등을 보인 채로 뭔가를 만지고 있었다.


“사실··· 돌탑 찾고 나서 걸어오는 데 중간에 포기할까도 싶었어요.”


나리는 대답을 하며 고개를 살짝 빼서 그가 뭘 하고 있는 지 살폈다.


종이컵에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을 붓고 있었다.


그 옆에는 뜯어진 믹스커피도 눈에 들어왔다.


“아, 그러셨어요? 죄송해요.”


조금 전과는 다르게 의사의 목소리 톤이 좀 더 낮게 들렸다.


나리는 갑작스런 의사의 사과에 퍼뜩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제가 좀 길치에다가 체력도 좋은 편이 아니라서 그래요···”


웃자고 말한 솔직한 진심에 저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나리는 자신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였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


의사는 나리에게 종이컵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나리는 종이컵을 받으며 그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웃음을 보자 마음이 한결 누그러졌다.


거기에 커피향까지 맡으니 다리에 있던 근육통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나리는 마스크를 내리고 종이컵을 입에 갖다 댔다.


알고 있는 맛이었지만 운동 후에 마셔서 그런지 아껴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


“마실 만해요?”


“네, 완전요!! 선생님은 안 드세요??”


의사는 괜찮다며 양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나리의 맞은 편에 있는 의자를 꺼내 앉으며 물었다.


“근데 여기 다른 사람한테는 말씀 안 하셨죠?”


나리는 커피를 마시려다 말고 대답했다.


“아, 사실은 친구랑 같이 오려고 했었거든요.”


“그래요···?”


의사의 미간이 살짝 움찔했지만, 나리의 시선이 커피에 가 있는 바람에 그 모습을 보진 못했다.


“근데 친구가 일이 있어서 같이 못 가겠다는 거에요. 그래서 저도 그냥 집에서 쉰다고 말하긴 했는데,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일어난 김에 혼자서라도 왔죠.”


말을 끝맺고 고개를 들었을 때 의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고 있었다.


“혹시 다른 사람은 알면 안 되는 거에요···??”


의사는 끼고 있던 장갑 끝을 만지작거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제 계획에서 벗어날 수도 있어서···”


집안이 워낙 조용했기 때문에 의사가 뭐라고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네?? 무슨 계획이요···??”


의사는 두 손을 식탁 아래로 내렸다.


“그거 아세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기본적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거.”


그는 멍한 눈빛으로 나리가 쥐고 있는 종이컵을 보며 말했다.


“음··· 듣고 보니까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나리는 무슨 뜻으로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듣고 있다는 의미로 그의 말에 동조했다.


“근데··· 그 호기심의 정도에 따라 발전하기도 하고···”


의사의 시선이 나리의 얼굴을 향해 천천히 올라갔다.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리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형언할 수 없는 눈빛이었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눈빛이 아니었다.


“···다양한 결과들을 초래하기도 하죠.”


[찍!]


그의 말 끝에 무슨 테이프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에서 난 소리였다.


의사의 팔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 환자분이 제 계획에 관심을 가지는 그 호기심···”


[찍!]


이번에는 식탁 아래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제가 권해드린 이 곳에 대한 호기심···”


[드륵]


종이컵을 감싸 쥐고 있던 나리의 손에 뭔가 묵직한 것이 식탁 아래를 훑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


나리의 손끝이 떨렸다.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떨림이 아닌 공포와 두려움에서 우러나온 떨림이었다.


구체적으로 이 남자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식탁 밑에 숨겨뒀던 무언가로 자신에게 해코지할 것이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나리는 떨리는 손으로 조금 구겨질 정도로 종이컵을 단단히 쥐었다.


“···마지막으로 환자분에 대한 제 호기심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의사가 눈을 번뜩이며 일어났다.


그의 손에는 손도끼가 들려 있었다.


의사는 손도끼를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이 치켜들었다.


그에 맞서 나리는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했다.


[촥!]


쥐고 있던 커피를 그의 얼굴에 끼얹은 것이다.


“끄악!!”


아직 뜨거운 커피를 덮어쓴 의사가 소리를 질렀다.


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너무 무서웠던 나머지 목이 메이면서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한 손에는 도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얼굴을 문지르고 있는 의사를 주시하며 현관으로 발걸음을 뗐다.


갑자기 덮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주변에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탐색했다.


그 때 의사가 진정이 됐는지 나리를 노려보며 다가갔다.


“이게 진짜···”


그제서야 나리는 뛰는 게 상책이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을 향해 달렸다.


[퍽!]


몇 발자국 뛰지도 못했는데 나리의 등에 묵직한 것이 강타했다.


나리는 자신의 등에 무엇이 날아와 박혔는지 모를 수 없었다.


숨이 멎을 듯한 고통과 함께 나리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털썩!]


뒤에서 의사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리는 가능성이 없는 걸 알았지만 힘겹게 현관으로 기어갔다.


그러기엔 다리에 감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점점 힘이 부치면서 희망도 사라져갔다.


‘그냥 친구한테 집에 있겠다고 했을 때 진짜 집에 있을걸···’


자신이 한 말을 자신이 따르지 않은 것에 나리는 후회의 눈물이 흘렀다.


의사가 나리 앞에 천천히 쪼그려 앉았다.


나리의 코에 피 비린내와 함께 커피향이 같이 느껴졌다.


“흐음··· 일단 이거는 제 거니까 가져갈게요.”


의사는 나리의 등에서 손도끼를 뽑았다.


“역시··· 호기심이라는 게 정말 재밌지 않아요?”


조금 전에 커피로는 잘 대처했다고 생각했지만,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더는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서서히 전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의사는 헝클어진 나리의 머리를 정돈해주며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제가 호기심이 생기면 주체를 못 하는 성격이라···”


의사는 다시 한 번 손도끼를 들어올렸다.


[우우우웅]


나리의 품에서 진동이 울렸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받아서 빨리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의사는 나리를 천장을 보도록 돌려 눕혔다.


그리고 트레이닝복에 달려있는 주머니란 주머니에 모두 손을 넣었다.


[우우우웅]


오래 걸리지 않아 의사는 나리의 휴대폰을 손에 넣었다.


“음··· 어머니 전화네요. 받아 보실래요?”


의사는 조롱하듯이 화면을 나리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우우우웅]


‘엄마···’


나리는 눈을 꾹 감고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싫어요? 그럼 뭐···”


의사가 수신거부를 한 것인지 나리의 어머니가 전화를 끊은 것인지 휴대폰은 더 이상 진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안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었다.


“울지 마세요. 제가 환자분 문자 스타일 파악해서 잘 답장할게요.”


의사의 말에 나리는 눈을 부릅뜨고 온 힘을 모아 한 마디 내뱉었다.


“개···자···식···”


의사는 나리의 말에 씨익 웃었다.


“대부분 살려 달라고 하거나 원하는 게 뭐냐고들 묻던데. 환자분은 욕을 하시네요?”


나리는 눈빛으로 자기 이 외에 친구나 가족까지 건드리면 죽어서도 끝까지 이 악마를 따라다니면서 저주를 퍼붓겠노라 다짐했다.


그런 나리의 눈빛을 보고 의사가 물었다.


“눈빛을 보니 못다한 욕이 있으신 거 같은데···”


의사는 나리의 눈 앞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욕 하시려면 더 하세요. 다 들어 드릴게요.”


나리는 점점 의식이 흐려짐을 느꼈다.

.

의사는 나리의 표정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저희 둘 사이에 아주 특별한 날이네요. 전 환자분이 이 곳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드렸고, 전 이제 환자분을 통해서 호기심을 풀고. 그렇죠?”


나리는 다시 한 번 욕을 날리고 싶었지만 몰려오는 졸음을 이겨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환자분은 어떤 느낌일지 정말 기대되네요. 고마워요”


나리의 흐릿한 시야에 의사가 한 손으로 들고 있던 손도끼를 양손으로 고쳐 잡는 게 보였다.


이제 진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사랑해···’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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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 302호 여자 22.02.03 141 1 7쪽
22 21. 남들은 몰라야 하는 선행 +1 22.02.03 154 1 7쪽
21 20. 재회 22.02.01 15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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