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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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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작품등록일 :
2022.01.15 12:24
최근연재일 :
2022.09.29 23:3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8,86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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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7,566

작성
22.02.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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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8. 산책

DUMMY

이른 아침.


문득 정신이 들었다.


누운 채로 손을 더듬어 휴대폰을 찾았다.


7시 5분.


평소에 공부를 무리하게 한다거나 딱히 하는 일도 없었지만, 이 시간에 눈이 떠질 때면 항상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너덜너덜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잠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가 무겁거나 피로가 덜 풀렸다는 느낌조차 없었다.


“아, 참!!”


어제 기다리던 연락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잠들었던 게 떠올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무 답장도 없었다.


더군다나 내가 보낸 톡에 숫자 ‘1’도 그대로 있었다.


‘내가 너무 늦게 보냈나??’


확인하면 연락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그렇듯, 자연스럽게 창문으로 몸을 돌렸다.


‘아, 어제 커튼도 안 치고 잠들었나 보네.’


어쩐지 방이 많이 밝다 싶었다.


창문을 열려던 그 때, 저 멀리에 있는 작은 산을 먼저 확인했다.


뿌연 날씨 때문에 정상이 잘 보이지 않았다.


바깥 바람을 쐬고 싶었지만 미세 먼지 때문에 창문 열기가 꺼려졌다.


너무 답답했던 나머지, 마스크라도 하고 잠시 산책을 갔다 오기로 마음먹었다.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흰 모자를 눌러썼다.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나니 약간의 설렘이 느껴졌다.


그리고 휴대폰을 챙겨 흰 운동화를 신으려는 순간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챙길까··· 그냥 걸을까···’


잠시 생각에 잠긴 나는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생각에 눈을 감았다.


원하는 물건이 어디에 있었는지 집중을 하며 날아올 동선을 떠올렸다.


내 방에서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의 크기의 물체가 날아왔다.


어느 정도 다가왔다고 느껴졌을 때 눈을 떴다.


고프레임 동영상을 보는 것 마냥 아주 부드럽게 무선 이어폰이 들어있는 연보라색의 케이스가 내 앞에 날아와 멈췄다.


‘확실히 갈수록 능력 쓰는 게 쉬워지네.’


오른손을 내밀어 케이스를 챙겼다.


‘아, 이진희 때문이려나?’



***



내가 사는 곳이 원룸촌이라 길거리에는 출근하려는 사람들만 한 번씩 보이고 낮보다는 확실히 사람이 드물었다.


요새 참새 소리보다 비둘기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는데 우리 동네는 아직 참새 소리가 남아 있었다.


선선한 날씨에 참새 소리.


내가 백수라서 날씨도 좋고 참새 소리도 듣기 좋은 것 같았다.


‘그 공원에 한 번 가볼까···’


난 집 근처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5분 정도 걸었을 무렵, 공원 입구가 보였다.


‘저기서 시체가 발견됐다고···’


몇 달 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공원치고는 평화로웠다.


이른 아침부터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천천히 걸으며 휴대폰을 꺼냈다.


범인이 검거되었는지 검색해봤다.


검거는 커녕, 어느 순간부터 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살인사건보다 실종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다.


무작정 걷다 보니 뉴스에 나왔던 쓰레기통이 보였다.


‘아··· 여기구나···’


섬뜩한 느낌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주변에 있는 건 아닌지 두리번거렸다.


‘그냥 집에 가야겠다···’


그 때 누가 말을 걸어왔다.


“섬뜩하지 않아요?”


난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고글과 헬멧에 윈드자켓을 입은 한 남자가 자전거를 끌고 뒤에 서있었다.


“네?!”


“몇 달 전에 여기서 시체 발견 됐잖아요. 모르셨어요?”


남자의 목소리에서 살벌한 이야기를 하는데 즐거워하는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아··· 글쎄요. 저는 잘···”


난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놀래라··· 심장 멎는 줄 알았네.’


가슴을 쓸어내리며 걷는데 뒤에서 자전거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점점 나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지만 자전거를 이길 순 없었다.


이윽고 내 옆에 자전거가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가버리시면 어떡해요? 사람 무안하게.”


“네···??”


남자의 목소리가 냉랭하게 들렸다.


내가 발걸음을 멈추자 남자도 내 앞에 가로 막으며 자전거를 세웠다.


표정을 알 순 없었지만 조금 전에 봤을 때랑 분위기가 달랐다.


한 번이라도 말실수 했다가는 쓰고 있던 헬멧을 휘두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사과부터 했다.


남자가 장갑을 고쳐 쓰며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뇨. 그냥 그렇다구요.”


그리고 남자는 공원을 떠났다.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멀어져 가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뭐야··· 별 희한한 사람 다 보겠네.”


이제 두 번 다시는 이 공원에 오기가 싫어졌다.


답답해서 기분 전환하려고 나온 산책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망친 기분을 풀기 위해 주머니에서 무선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갖고 오길 잘 했네.’


노랫소리와 함께 기분이 풀리면서 공원에서 느꼈던 기분이 점차 희석되었다.


흥얼거리며 걷던 중, 익숙한 골목길에 들어섰다.


내가 수시로 내려다봤던 그 골목이다.


항상 내려다보던 골목을 이번엔 반대로 내 집을 올려다봤다.


시선이 내 집 베란다에 닿기도 전에 아랫집 베란다에서 멈추었다.


“어??”


졍현주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이어폰을 빼고 손을 슬쩍 들어 보였다.


처음으로 보는 현주의 쌩얼이었다.


이제 막 일어났는지 부시시해 보였지만 프로필 사진과 큰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 때 현주가 휴대폰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띠링]


내 휴대폰이었다.


[ 302호 정현주 : 아침 일찍 어디 갔다 오셨나 봐요?? ]


톡을 확인한 뒤 다시 고개를 들어 현주를 봤다.


들고 있던 휴대폰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답장했다.


[ 나 : 일찍 눈 떠진 김에 산책 좀 하고 왔어요 ]


답장했다는 의미로 고개를 들어 휴대폰을 흔들었다.


그리고 몇 초 후, 그녀의 톡이 왔다.


[ 302호 정현주 : 아아 전 어제 먼저 잠드는 바람에 아침에 일어나서 답장하려니까 아직 주무시고 계실까봐 기다리고 있었는데 ]


그제서야 내 톡에 답이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순간 내 집을 바로 코 앞에 두고 이렇게 연락하고 있는 상황에 웃음이 나왔다.


[ 나 : 저기 일단 집에 가서 다시 톡할게요 지금 이러고 있는게 좀 웃겨서 ]


고개를 들어보니 현주가 손으로 OK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마무리의 산책이라면 매일 산책하고 싶을 것 같았다.


난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평소엔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으로 구할 걸 후회하면서 계단을 탔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계단을 오르면서 약간의 두근거림이 함께했다.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연락한 적이 오래되었기 때문일까.


난 집에 들어가 손부터 씻었다.


[띠링]


손을 다 씻기도 전에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뭐라고 왔으려나~”


손에 물기를 닦고 서둘러 확인했다.


“아···”


알림의 주인공은 그녀의 연락이 아닌 통신사 광고 문자였다.


기운이 빠지면서 기대했던 내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내가 이 정도로 아랫집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생각해봤다.


“나도 금사빠인가···”


난 생각을 털어버리고 TV를 틀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뉴스 채널로 돌렸다.


예상대로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와··· 오늘 5만 명···”


진짜 이대로라면 하루에 10만 명 확진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확진자 수를 확인하고 나서 바로 채널을 돌렸다.


요즘 한창 인기있는 예능을 재방송하고 있었다.


“아, 참!!”


순간 깜빡하고 있던 연락이 생각났다.


“근데 뭐라고 얘기하지···”


친구끼리는 대충 말해도 대화가 잘 이어지지만 유독 이성에게는 어려웠다.


채팅방을 켜둔 채 멍하니 있던 그 때 한 가지 궁금한 게 떠올랐다.


[ 나 : 근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대화를 하는데 이름만 알고 나이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띠링]


거의 칼답 수준으로 답장이 왔다.


[ 302호 정현주 : 한 번 맞춰보세요 ]


“······”


그냥 얘기해주면 될 걸 왜 굳이 맞춰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현주의 질문에 내적 갈등이 생겼다.


솔직하게 말할 것인가 아니면 예의를 차릴 것인가.


“이런 걸 희대의 난제라고 부르는 걸까···”


난 예의를 차리기로 결정했다.


나와 이 사람 사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 나 : 저보다 어리실 거 같은데··· ]


일부러 내 나이는 알려주지 않았다.


[띠링]


바로 답장이 오는 걸로 봐서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 302호 정현주 : 20대 후반이시죠?? ]


“어떻게 알았지···??”


나도 바로 질문을 던졌다.


[ 나 : 어떻게 아셨어요?? ]


[ 302호 정현주 : 남자들이야 군대 갔다 오고 취준생이면 대부분 그 나이 정도 되니까요. ]


“그건 그렇네.”


바로 이어서 톡이 하나 더 날아왔다.


[ 302호 정현주 : 아니다 취준생이 아니라 마준생이라 해야하나?? 마술사준비생 ]


정말 되도 안 한 말장난이었지만 웃음이 나왔다.


아직 연애세포가 되살아나려면 멀었는지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할 지 막막했다.


일단은 그냥 내키는대로 답장했다.


[ 나 : 뭐··· 그렇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아무튼 전 95년생이에요 ]


[ 302호 정현주 : 어?? 동갑이었네요?? 그냥 서로 말 편하게 할까요?? ]


“아···?? 동갑이었어??”


아까 전에 베란다에서 봤을 때는 이제 막 대학 졸업했을 거라 생각했었다.


[ 302호 정현주 : 편하게 한다???? ]


“난 아직 대답도 안 했구만···”


개인적으로 몇 번 보지도 않고 동갑이라는 이유로 바로 말을 놓기가 애매했다.


[ 나 : 그럼 전 좀 더 편해지면 말 편하게 할게요 ]


이상하게도 거의 바로바로 오던 답장이 오지 않았다.


“뭐지?? 말 편하게 안 했다고 그러나??”


확인해보니 ‘1’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답장이 왔다.


[ 302호 정현주 : 말 편하게 안 하면 답장 안 해야지 ]


이 한 마디에 두뇌 회전이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보통 저돌적인 여자가 아니란 느낌도 들었다.


그저 내 연애 세포가 빨리 깨어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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