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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님의 서재입니다.

백신 맞고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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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작품등록일 :
2022.01.15 12:24
최근연재일 :
2022.09.29 23:3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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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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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7,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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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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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등산

DUMMY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 아침.


7시로 맞춰 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나리의 눈이 떠졌다.


“으음···”


나리는 베개 옆을 더듬거렸다.


납작하고 딱딱한 물체가 손끝에 닿았다.


그리고 물체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나리는 한 쪽 눈만 뜨고 잔뜩 인상을 쓰며 그 빛을 애써 바라봤다.


오전 06 : 47


아직 알람이 울리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때까지 누워있을까 생각했다.


‘그냥 일어나자.’


나리는 아직 울리지 않은 알람을 해제했다.


그리고 피로가 덜 풀린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노랫소리가 먼저 들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샤워기 소리가 함께했다.


세 번째 노래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노랫소리가 끊기고 진동음이 화장실을 메웠다.


한 번의 진동으로 끝나지 않고 일정한 주기로 진동하는 걸 보면 전화일 것 같았다.


나리는 확인할 것도 없이 오늘 같이 산에 가기로 한 친구 연락일 거라 확신했다.


계속해서 진동이 울렸지만 나리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어차피 거의 다 씻었기 때문이었다.


휴대폰 진동이 멈춤과 동시에 나리의 샤워도 끝났다.


손에 있는 물기부터 닦은 뒤 휴대폰을 확인했다.


역시 예상한대로였다.


부재중전화로 떠있는 친구의 연락처를 터치했다.


그리고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설마 약속 파토내는 건 아니겠지···??’


이번엔 통화 연결음으로 화장실이 가득 찼다.


- 나리~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어, 준비하고 있지??”


- 그게··· 미안한데 오늘 좀 힘들 거 같은데···


“어?! 나 샤워까지 다 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걸었던 전화가 현실이 되어 버렸다.


- 아니··· 내가 어제 말 했었지?? 오빠 아파서 같이 있다면서.


“어, 알지. 아직 덜 나았어??”


- 응··· 아침에 보고 괜찮아지면 갈랬는데 아직까지도 덜 나아서 내가 같이 있어줘야 될 거 같은데···


나리는 아무 말도 없이 잠수를 타거나 한참 뒤에 연락해서 약속을 파토내는 것보다 이렇게 일찍 전화해주는 게 좋았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아파서 옆에 있겠다는데 충분히 이해됐다.


“에이, 괜찮아. 나 같아도 그랬을 거 같은데 뭐. 신경 쓰지마.”


- 오~ 그럼 내가 다음에 맛있는 거 쏠게!! 어?? 뭐라고??


누가 친구 옆에서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왜??”


- 아, 오빠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래.


“아, 나도 괜찮다고 전해줘.”


- 근데 주말인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어떡하니···


“음··· 그냥 집에서 드라마나 보면서 쉬지 뭐.”


나리의 담담함에 나리의 친구는 요즘 바이러스도 극성이고 동네도 흉흉한데 집에 있는 게 좋다며 잘 생각했다고 말했다.


“걱정 말고 남친이나 잘 챙겨주셔~”


- 알겠어. 또 연락할게!!


나리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며 생각했다.


모처럼 주말에 일찍 일어났는데 그냥 집에만 있자니 심심할 것 같았다.


친구에게는 집에 있겠다고 얘기했지만, 예정대로 등산 준비를 마저 했다.



***



나리는 어제 의사가 얘기해준 작은 산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처음엔 차가운 공기에 쌀쌀했지만 이내 몸에서 열이 올라오면서 시원하게 느껴졌다.


빨리 달린 것도 아닌데 10분만에 등산로 초입에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많네···’


나리의 시야에 동호회 사람들처럼 보이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 옆으로 자전거 보관소가 보였다.


자전거를 끌고 사람들로부터 좀 떨어진 곳에 주차했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최대한 주변에는 아무도 없이 자연의 소리만 들으면서 오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리는 평소에 운동이랑 담을 쌓고 살아왔었기 때문에 체력 관리를 잘 하면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사실 어떻게 관리하면서 올라야 하는 지도 잘 몰랐지만, 그저 기분 전환을 최우선으로 염두해두고 천천히 올라가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면 오를수록 나무들이 우거지면서 나무와 흙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점점 숨이 차올라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앞뒤로 사람이 있는지 살폈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살짝 내렸다.


“하!! 살겠다··· 내 체력 진짜··· 완전 저질이었네...”


확실히 마스크를 벗으니까 숨 고르기가 편했다.


나리는 메고 있던 가방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목을 축인 후, 그녀의 시선이 왼손에서 멈추었다.


들고 있던 물통을 가방에 넣고 어제 병원에서 해봤던 걸 재현해봤다.


양손을 앞으로 뻗어보니 여전히 왼손 끝이 떨리고 있었다.


순간 깜빡한 일이 떠올랐다.


‘아, 맞다. 이따가 집 가서 약 챙겨 먹어야겠다.’


나리는 의사가 말했던 곳을 찾아 계속해서 산을 올랐다.


점점 다리에 힘이 부치고 입에서 단내가 날 때쯤, 왼쪽 저 멀리 돌탑 하나 보였다.


솔직히 돌탑이라기엔 그냥 돌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쌓아둔 돌 무더기 느낌이었다.


그리고 특별하게 그 꼭대기에는 유독 돋보이는 하얀 돌 하나가 얹어져 있었다.


의사가 말했던 특별한 등산코스가 있다는 표식이었다.


‘저쪽으로 어떻게 가지···’


나리는 돌 무더기까지 어떻게 갈 지 고민했다.


의외로 자세하게 보니까 수풀 사이로 사람 하나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다듬어진 길이 눈에 들어왔다.


숨겨진 길을 찾자 호기심에서 비롯된 떨림이 느껴졌다.


‘아, 참.’


나리는 등산로를 벗어나기 전에 보는 사람이 없는 지 확인했다.


의사가 검사 결과를 말해주며 당부하기를, 환자들을 위해 따로 개척해둔 길이라 일반인들은 몰라야 한다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아래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나리는 사람들이 보기 전에 서둘러 숨겨진 길을 따라갔다.


일단은 자신의 움직임 때문에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돌 무더기 뒤로 몸을 숨겼다.


허리를 살짝만 굽혀도 몸 전체가 가려질 정도로 거대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 중에 한 사람이 나리를 숨겨주고 있던 돌탑을 발견한 듯 말을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나리는 숨을 죽이고 사람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저기 가서 나도 돌 하나 올리고 올까??”


“아유, 체력도 안 되는 사람이 힘 아껴서 조금이라도 더 올라갈 생각이나 해.”


“그래~ 지민 엄마 말대로 해~ 뭣 하러 쓸데없이 힘 빼려고.”


아주머니들의 잔소리에 아저씨는 알겠다며 점차 소리가 멀어졌다.


나리는 고개를 내밀어 사람들이 모두 올라가고 없는지 확인했다.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만이 남아 있었다.


“후··· 다행이다.”


나리는 다시 의사가 숨겨둔 길을 찾아 길을 나섰다.


운동화 안에 작은 돌이 들어가기도 하고 수풀을 헤집다가 손을 긁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동안 바이러스 때문에 지루했던 일상에서 벗어나는 새로움에 들떠 있었기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어우, 힘들어. 20분이나 30분 정도만 가면 된다면서··· 그냥 돌아갈까···”


작은 능선 하나를 건널 정도로 계속해서 걸었지만 의사가 말한 폐가는 보이지 않았다.


지쳐가던 나리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물을 꺼내 마셨다.


“아니면 내가 못 찾는건가···”


나리는 생각보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건 쉬울 거라 생각했다.


때문에 딱 10분 정도만 더 가보기로 했다.


냉수 마시고 속 차리라는 말이 있듯이 나리도 물을 마시고 정신을 차린 것인지, 조금 전까지 안 보이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 온통 나무나 풀들로 무성했는데 그 공간에는 나무로 된 허름한 집 하나와 작은 마당이 있었다.


‘오··· 저기인가??’


나리는 신이 나서 서둘러 그 곳으로 갔다.


가까이에서 보니 쾌쾌한 냄새를 풍기는 폐가가 그녀를 맞이했다.


앞에는 마당이라 하기기엔 그냥 잡초를 정리한 정도가 전부였다.


나리는 살짝 열려 있는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외관과 다르게 정리가 된 내부였다.


특별히 꾸며진 건 없었지만 식탁이나 의자 정도의 최소한의 가구들이 보였다.


‘여기서 명상을 하거나 쉬다가 가라고···??’


나리는 들어가기 전에 폐가 주변을 둘러보려고 폐가 옆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나리는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폐가 반대편에서 모자를 눌러쓴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간담에 서늘해진 나리는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누··· 누구세요?!”


“아, 저 기억 안 나세요? 제가 여기 소개해드렸었는데.”


남자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며 소개했다.


그제서야 나리는 누구인지 알아봤다.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여기 계신 줄 몰랐어요.”


병원에서 봤던 느낌과 다르게 키도 크고 훈훈한 스타일이었다.


“아, 그게 한 번씩 제 환자분들이 주말에 오시는데 그 때마다 제가 직접 커피 내려드리거든요. 어떻게··· 한 잔 내려 드릴까요?”


이 정도로 환자들에게 관심이 많고 섬세한 의사는 처음이었다.


살짝 감동을 받은 나리는 쭈뼛거리며 물었다.


“안에 들어가도 괜찮아요···??”


배려는 감사했지만,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요즘 시국에 저런 폐가에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그리고 남자랑 단 둘이 아무도 모르는 저런 곳에 들어가도 괜찮을지도 걱정이 되었다.


의사의 호의를 별다른 이유없이 거절하기가 어려워 핑계거리를 떠올리려 애썼다.


그가 눈치를 챘는지 나리를 달래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외관은 이렇게 둬야 누가 보더라도 관심도 안 가지고 그냥 지나가더라구요. 안에는 제가 다 정리를 했기 때문에 크게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항상 오시는 환자분 계신데 그 분 오시면 가셔도 되고 아니면 같이 말씀 더 나누셔도 되구요.”


“아··· 그래요···??”


“아니면 그냥 커피 한 잔만 얼른 드시고 가셔도 되구요.”


의사는 등산용 장갑을 끼고서 폐가로 들어가는 문을 활짝 열었다.


나리는 별일이야 있겠냐는 생각으로 의사와 함께 폐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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