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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님의 서재입니다.

백신 맞고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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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작품등록일 :
2022.01.15 12:24
최근연재일 :
2022.09.29 23:3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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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7
추천수 :
117
글자수 :
157,566

작성
22.02.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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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0. 재회

DUMMY

날아오는 유리 조각들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서도 내 앞에 응집해둔 공기에는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잠시 후.


뭔가 이상했다.


이런 실전에 능력을 활용하기에는 아직 미숙하고 경험도 전무했기 때문에, 완전하게 막아내지 못해서 어디 한 군데는 다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몸 어디에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도서관 마냥 조용했다.


난 천천히 눈을 떴다.


여전히 그 여자는 날 바라보며 서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나 사이에는 수많은 유리 조각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유리 조각들이 내가 만든 공기 방패를 뚫지 못한 채 박혀 있는 것 같았다.


“음.. 생각보다 빨리 구현해낼 줄 아시네요.”


방금 전까지 날 요단강 너머로 보내려던 여자가 갑자기 비꼬듯 칭찬을 해왔다.


“아니, 미쳤어요?!”


[촤르르르]


어이없는 상황에 화를 냈더니 응집시켰던 공기가 흩어지면서 유리 조각들이 거실 바닥에 쏟아졌다.


여자는 바닥을 보며 발을 뗐다.


널려있던 유리 조각들이 그녀가 지나갈 수 있도록 양쪽으로 갈라졌다.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이야기하기 앞서 몇 가지 여쭤보도록 하죠.”


“뭔데요?!”


“아직 확인 전이지만 정말로 오늘 뉴스에 나온 것처럼 백신 접종 후에 남다른 능력이 생긴 사람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네?!”


“첫 번째 질문입니다. 대답해보세요.”


저번에 꿈에서 처음 봤을 때도 느꼈었지만 이 사람은 분명히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솔직한 내 입장을 말하는 것이 득이 될지 아니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게 득이 될지 고민됐다.


지금 내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나만의 카드 한 장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내 능력을 추출하려 하기도 하고 죽이려고도 한 사람한테 내가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질병관리청, 그러니까 정말 정부사람이라면 더 말해주기 싫었다.


결론적으로 아무런 말도 해주기 싫었다.


“전 모르는 사람이 뭐 물어보면 얘기 안 해요. 누가 길 물어봐도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라 그러고,모르는 번호로 전화 오는 것도 안 받는데요?!”


첫 번째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여자는 은은한 미소로 내 눈을 응시했다.


“음··· 제가 보기엔 아닌데요?”


정확하게 봤다.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라 누가 물어보거나 하면 대답해주기 바빴다.


그래도 여자의 말을 부정했다.


“그 쪽이 어떻···”


그 때 꿈 속에서 이 여자도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생각이 읽힌다는 생각에 곧바로 눈을 감아버렸다.


“굳이 눈 감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능력은 달라도 동지가 생겼다는 반가움이 들겠지만··· 지켜보는 쪽으로 생각하셨네요.”


안 그래도 공중에 매달려 꼼짝 못하고 있는 것도 불쾌한데 생각까지 읽히는 기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다음 질문. 백신 접종 후 이상징후, 다시 말해 이진우 씨가 후천적으로 갖게 된 초자연적인 능력에 대해서 왜 정부에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으셨죠?”


여자의 질문에 생각 하나가 반짝 떠올랐지만 또 생각을 읽힐까봐 계속해서 눈을 감고 있었다.


“음··· 네. 잘 알겠구요. 다음 질문.”


“네?!”


당황스러움에 눈을 뜨고 소리쳤다.


“눈 감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구요?!”


“어디 끌려가서 실험 당하거나 이진우 씨 본인의 삶이 앞으로 온전치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은데, 아닌가요?”


나 혼자 생각했던 걸 너무 정확하게 맞춰버리니 할 말이 없었다.


여자는 계속해서 꿈에서 처음 봤을 때보다 어떤 능력이 더 생겼는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어떤 테스트를 해봤는지, 능력과 관련된 질문들을 던졌다.


앞에 있는 이 여자가 내 생각을 읽는다는 걸 알기에 질문들을 들을 때마다 최대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렇지만 자연스레 질문들에 대한 답을 잠깐이라도 상상해버렸다.


그 찰나의 순간을 여자는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중에라도, 아니 추후 언제든지 이진우 씨의 능력을 세상에 공개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계속해서 생각을 읽히는 것에 짜증이 났던 나는 직접 말해주기로 했다.


소리라도 쳐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아뇨!! 내가 미쳤다고 사람들한테 떠벌려요?! 정부에도 말 안하고 있는데 괜히 떠벌렸다가 정부사람이든 주변사람이든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어떤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뭐··· 친구 하나한테는 말하긴 했는데 걔는 그만큼 내가 믿으니까 그렇고··· 아무튼 그러는 그 쪽은요?! 진짜 질병관리청에서 나온 거 맞아요?! 정부에서는 이런 능력 있는 거 알고 있어요?! 이제 저도 그 쪽 능력 있는 거 알았는데 어떡하시게요?! 이렇게 공중에 띄워서 데리고 가시려구요?! 아니, 그리고 유리창은 또 어떻게 할건데요?!”


한참 쏘아붙였더니 해장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여자는 내가 말하는 내내 계속해서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거기에 맞춰 여자의 생각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았다.


“저기요?? 저도 엉덩이라는 게 있고 소파에 앉을 줄도 알거든요?!”


부탁인 듯, 부탁 아닌 부탁에 여자가 다시 날 바라보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조금 전, 유리 조각이 쏟아졌던 순간이 떠올랐다.


“자···잠깐만요!!”


여자의 우아한 손짓에 따라 내 몸은 소파 쪽으로 이동했다.


[털썩!]


소파에 떨어지며 드디어 내 몸이 해방됐다.


난 바로 소파를 밟고 일어나 거실 바닥에 널린 유리 조각들 위를 건너뛰었다.


주방에서 여자와 거리를 두고 대치했다.


“아, 그 쪽으로 보내 드릴 걸 그랬나요?”


“됐구요. 진짜 누구세요?!”


여자의 표정이 나에게 질문을 쏟아 내기 전과 비교했을 때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


“혹시 이진우 씨 의지와 다르게 일어난 일들 없으셨나요?”


“내 의지와 다르게···??”


“예를 들자면··· 기억에도 없는 말을 했다거나···”


그 때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찬영과 같이 있었을 때였다.


쓰러져서 눈에서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기 직전에 병원엔 안 된다고 말 했다고 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내가 말한 기억은 나지 않았다.


“있긴 있었죠···?? 그게 왜요??”


“그리고··· 갈수록 능력을 쓰면서 여유가 좀 더 생기지 않으셨나요? 수월해졌다는 표현이 맞으려나?”


“어···”


여자의 말이 맞았다.


능력이 진화하고 있는 느낌과는 달랐다.


처음에 컵이나 리모컨 같은 물건들을 컨트롤 해봤을 때와 비교해보면, 요즘엔 여러 가지 물건을 컨트롤 할 때에 집중을 조금 덜 해도 해볼만 하다고 느껴졌었다.


원래 집중력이 썩 좋은 편도 아닌 내가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있었다.


“그건··· 제 능력이 점점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것도 맞는 말이죠. 아마... 이진우 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진우 씨의 몸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 같군요."


여자는 실험쥐를 관찰하듯 내 전신을 훑어보며 말했다.


"이진우 씨 본인 몸... 잘 챙기세요. 이진우 씨가 능력을 통제하는 속도가 몸이 능력에 지배당하는 속도보다 뒤처지면 안 되니까요."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여자가 무슨 소리하는지 0.1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아듣게 설명 좀 하시지 진짜... 그 말은 제가 제 능력을 제대로 컨트롤 못하면 제가 의도하지 않아도 능력이 발현된다는... 그런 뜻...?"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차 물었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알아 들으셨네요. 본인의 능력을 통제할 것인지, 통제 당할 것인지 잘 생각해보고 선택하세요. 만약 후자라면 그 땐 제가 정말 그 능력을 가져올테니까요."


갈수록 의구심만 들게 만드는 말만 하던 여자는 머리를 한번 쓸어 넘기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주변이 하얗게 변하는 듯 하더니 눈이 부실 정도로 밝아졌다.


***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정신이 돌아왔다.


의자에 등을 기대고 고개가 옆으로 꺾인 채 잠들었던 것 같았다.


“아오··· 목이야···”


자세를 고쳐 앉으며 목을 주물렀다.


불현듯 꿈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난 바로 거실로 나가봤다.


짐작했던 대로 거실 창문은 멀쩡히 잘 있었다.


“그 여자···”


꿈에서 여자가 했던 말을 곱씹어봤다.


‘도대체 누구지... 날 아는 사람인 거 같은데...’


그리고 내 시선에 따라 리모컨이 날아왔다.


‘경고를 하러 나타난거야... 조언을 하러 나타난거야...?’


생각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렸다.


단순히 개꿈이라 하기엔 되게 현실적인 꿈이라 그런가.


난 눈앞에 떠 있는 리모컨을 보며 생각해봤다.


‘내 능력에게 통제를 당한다라...’


리모컨을 응시하며 머릿속 한 편으로 잡생각을 해도 리모컨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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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 붙임성 22.02.15 69 0 9쪽
32 31. 먹잇감 22.02.14 8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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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 302호 여자 22.02.03 141 1 7쪽
22 21. 남들은 몰라야 하는 선행 +1 22.02.03 154 1 7쪽
» 20. 재회 22.02.01 16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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