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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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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작품등록일 :
2022.01.15 12:24
최근연재일 :
2022.09.29 23:3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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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70
추천수 :
117
글자수 :
157,566

작성
22.02.1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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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1. 먹잇감

DUMMY

어느 대학 병원 주차장.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줄지었다.


얼마 전, 보건당국에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당부 드린다고 발표했었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바이러스 선별진료소로 찾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병원 안에 있는 여러 진료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시국이 이렇더라도, 외출을 자제 해야함을 알고 있음에도 본인의 지병을 계속 관리해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새로운 병 때문에 찾아온 이들도 있었다.


그 중 신경과 앞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길게 늘어선 의자에 앉아 TV를 보며 정치권 뉴스를 보고 있는 사람들.


고개를 숙여 휴대폰만 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별 생각없이 앉아 있으면서 지나다니는 이들을 구경하는 사람들.


“심미자 님~ 심미자 님~”


연분홍색의 유니폼을 입은 통통한 여자가 앉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이름을 외쳤다.


오렌지색 바람막이를 입은 아주머니가 눈을 맞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3번 진료실로 들어가실게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아주머니는 제일 오른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중에 유독 젊은 여자가 보였다.


짙은 갈색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는데 대학생처럼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왼손을 감싸 쥐며 그 때 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몇 개월 전,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우회전을 하던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세게 부딪치진 않아서 어디 골절되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지는 않았다.


다만 사고 후유증이 남았다.


왼손으로 뭘 하려고 하면 덜덜 떨리면서 손쓰기가 불편해진 것이다.


마치 수전증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알코올 중독된 사람처럼 손이 떨리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제 겨우 21살인데 손이 이렇게 되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를 사귀더라도 손은 어떻게 잡을 것이며, 요리를 할 때 이 손으로 칼질은 어떻게 하고, 나중에 애기를 낳고 돌볼 때는 또 어떻게 할 지 등등.


생각하면 할수록 우울증이 생길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생겼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손을 행여나 누가 볼까봐 항상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거나 팔짱을 끼고 다녔다.


그러던 중 어쩌면 사고 후유증이 아니라 신경을 다친 건데 모르고 있는 걸 수도 있다며 병원에 가보라고 한 친구의 말을 듣고 병원을 찾은 것이다.


“박나리 님~”


다소 말라보이는 간호사의 부름에 그녀가 조용히 일어나 간호사에게 다가갔다.


“박나리 님?”


“네.”


“1번 진료실로 들어가실게요.”


나리는 왼손을 명치에 바짝 붙인 채 진료실로 향했다.


[똑똑]


진료실 문을 열면서 제발 고칠 수 있는 증상이라고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여기 앉으시죠.”


나리가 의사 옆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자, 조금 전 자신의 이름을 호명했던 간호사도 따라 들어왔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의사의 질문에 나리는 눈을 쳐다봤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그 너머로 의사의 인상이 그려졌다.


요즘 말 중에 ‘마기꾼’이라는 말이 있다.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을 때는 호감형이지만 벗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나리의 눈썰미로는 ‘마기꾼’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잠시 의사의 외모를 짐작하던 걸 멈추고 대답했다.


“아, 저··· 손이 좀 불편해서요.”


나리는 왼손을 앞으로 들어 보였다.


“잠시 좀 볼까요?”


의사가 의자를 당겨 나리와의 간격을 좁혔다.


나리의 코에 포근한 향기가 느껴졌다.


“음··· 언제부터 떨리셨죠?”


의사가 나리의 손끝을 유심히 보며 물었다.


“제가 몇 달 전에···”


나리는 언제 어떤 사고를 당했었는지부터 해서 최근 어떨 때 불편한지까지 쭉 이야기했다.


“음··· 두 손을 한 번 앞으로 뻗어 보시겠어요? 우리 어릴 때 앞으로 나란히 하는 것처럼.”


“아, 네.”


의사의 말대로 나리는 팔을 앞으로 뻗어보았다.


평소보다 왼손 끝이 더 떨렸다.


일부러 떨리지 않게 해보려고 해도 어림도 없었다.

이렇게 해본적은 따로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해보니 더 울적해졌다.


“일단 신경전도검사부터 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그게 어떤 검사에요···?”


“환자분의 신경계에 손상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검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네. 검사 받아볼게요. 그럼 결과는 언제 나와요?”


“이건 검사하고 바로 결과 아실 수 있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나리는 덜컥 겁이 났다.


검사를 해보고는 싶었지만 결과가 안 좋게 나올까봐 걱정이 됐다.


“그리고···”


진료가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의사가 말을 덧붙였다.


“네?”


“많은 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많은 후유증이 생기는데요. 혹시 평소에 운동 좀 하는 편이세요? 등산이라든지.”


“어···”


나리의 기억으로는 고등학생 때 체육시간 외에는 운동한 적이 없었다.


“아뇨, 잘···”


의사는 나리의 뒤에 서있던 간호사에게 검사 준비 요청을 했다.


간호사가 나가자 나리에게 눈웃음을 지었다.


“환자분 목소리를 들어보니까 너무 무기력해 보이시는데 운동을 한 번 해보세요. 몸만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해지면서 후유증에 대해서 잘 이겨 내실 수 있을 겁니다.”


“아··· 어떤 운동이요···?”


“개인적으로 등산이 최고의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산···”


나리도 최근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친구들과 필라테스를 알아보고 있었다.


필라테스 자체가 재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운동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필라테스는 별로일까요···?”


필라테스라는 말에 의사가 들릴 듯 말 듯한 코웃음을 쳤다.


“필라테스는 사람들이랑 같이 하는 운동이잖아요. 요즘 시국에 위험해서 안 되죠.”


“아··· 그렇겠네요···”


“혹시 집이 이 근처세요?”


“네···”


“그러면 제가 아는 등산 코스가 있는데 간단하게 알려 드릴게요. 일반 등산 코스가 아니라서 사람들 마주칠 일도 거의 적거든요. 내일 주말이니까 아침에 한 번 다녀와보세요.”


나리는 내키진 않았지만 일단 의사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생각보다 코스가 간단했다.


인근 산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특정 구간에서 방향을 틀어 가다 보면 폐가가 나오는 길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 네, 그럴게요.”


“좋습니다. 그러면 나가셔서 검사 받으시고 오시면 결과 알려드리고 간단하게 약도 처방해드리죠.”


“네, 감사합니다.”


나리는 꾸벅 인사를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박나리 님, 1층에 검사실 있으니까 여기 약도 보시고 찾아가시면 돼요~”


기다리고 있던 간호사가 작은 쪽지를 건네며 말했다.


“네, 갔다 올게요.”


쪽지를 건네받은 나리는 계단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다른 의사 같았으면 그냥 어떤 운동하라고만 했을 것 같은데 여긴 되게 세세하게 챙겨주네.’


챙겨주는 만큼 믿음이 갔다.


검사실은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바로 근처였다.


간호사에게 받은 쪽지를 담당 간호사에게 건넸다.


“앞에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네.”


언뜻 보기에도 나리의 앞에 3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심하던 차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병원에서 뭐래??


“아직. 검사 하나 해보자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야.”


- 검사?? 무슨 검사??


“내 신경 다친 데 있는지 보는 거래.”


- 아아. 그거 침 같은 거 꽂아서 전기 통하게 해서 검사하는 거라던데.


침이라는 단어와 전기라는 단어에 나리의 동공이 커졌다.


“어?! 아픈 거야?!”


나리의 반응에 전화 속 목소리가 웃으며 말했다.


- 야, 1도 안 아파. 전기도 그냥 정전기 수준??


“아, 진짜?? 근데 넌 왜 이렇게 잘 알아??”


- 나 그냥 TV보다가 안 건데??


“아, 근데 너 내일 뭐해??”


- 왜?? 또 어디 맛있는 데 찾았어??


“내가 무슨 맛집 가이드냐?? 그게 아니라 내일 아침에 운동 갈까 하는데 같이 가자구.”


- 우리 조만간 필라테스 시작할 거 아니었어??


나리는 의사에게 들었던 조언들을 친구에게도 전달했다.


- 그렇다면 이 몸이 또 동행해줘야지. 몇 시에 가게??


“박나리 님~”


친구와 등산 계획을 잡으려던 찰나, 검사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 이렇게 빨리?? 야, 이따가 톡 할게.”


검사실에 들어가려는데 자신이 오기 전에 앉아 있던 3명이 그대로 있었다.


아마도 주변에 앉을 곳이 없어서 검사실 앞에 앉아있었던 모양이었다.


“박나리 님?”


“네.”


“먼저 저기서 옷 갈아 입고 오세요.”


간호사에게 엄청난 오버핏의 환자복을 받아 탈의실로 들어갔다.


나리는 들고 있던 환자복을 빤히 쳐다봤다.


“깨끗하겠지···??”


환자복을 펼쳐 누가 입었던 흔적이 있는지 확인했다.


머리카락이나 화장품이 묻은 흔적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마스크를 벗었다.


좁은 탈의실에 환자복 특유의 ‘나 살균했어요’하는 냄새가 진동했다.


나리는 옷을 갈아입고 캐비닛에 입고 왔던 옷들과 휴대폰을 넣었다.


그런데 일반 캐비닛과는 달랐다.


잠금 장치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손 타지는 않겠지···??”


나리는 괜찮겠지라는 생각 하나로 탈의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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