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Zakael 님의 서재입니다.

백신 맞고 초능력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Zakael
작품등록일 :
2022.01.15 12:24
최근연재일 :
2022.09.29 23:3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8,856
추천수 :
117
글자수 :
157,566

작성
22.02.12 17:32
조회
83
추천
1
글자
10쪽

30. 그린 라이트?

DUMMY

샤워를 하고 난 후, 내 방에 빌트인 옷장을 열었다.


후줄근했던 내 첫인상을 오늘의 이미지로 덧씌우고 싶었다.


봄날씨에 맞게 그리고 가볍게 입을 만한 옷이 있는지 살폈다.


검은 슬랙스 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이거에다가···”


이어서 회색 바탕의 아가일 패턴이 살짝 들어간 가디건이 내 눈길을 잡았다.


“안에 흰 셔츠 하나 입으면 되겠네.”


나름 만족스러운 코디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옷에서 냄새는 안 나는지 코를 박고 킁킁댔다.


다행히 얼마 전에 빨래를 돌린 적이 있어서 섬유유연제 향기가 약하게 남아 있었다.


아껴 둔 향수도 뿌릴지 생각했다.


아무리 마음 편하게 보는 거라고 해도 한 여자와의 첫 식사 자리였다.


“에이, 아니다. 혼자 설레발 치지 말자.”


괜한 짓 한 번으로 또 하나의 흑역사가 뇌리에 새겨지는 건 싫었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제3자의 입장이라 생각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리저리 내 모습을 관찰했다.


잘 생김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깔끔하다는 이미지면 충분했다.


“오케이···”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에 휴대폰을 찾았다.


오른손을 내밀고 침대에 놓여져 있는 휴대폰을 응시했다.


“어??”


평소보다 좀 더 빨리 떠오른 느낌이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3초에서 5초 정도는 집중을 해야 능력이 발현됐었다.


그런데 방금 전에는 그보다 훨씬 빨리 발현된 것이다.


다시 한 번 시도해보기 위해 떠오른 휴대폰을 다시 침대에 떨구었다.


휴대폰에 완전히 관심을 껐다가 집중하기 위해 잠시 방을 나왔다가 들어갔다.


“자, 다시···”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오른손을 살짝 내밀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 컨트롤 해본다는 느낌으로 집중했다.


“오··· 빨라졌는데?!”


확실히 컨트롤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확 줄어들었다.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어쩌면 내 능력이 점차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거나 내 집중력이 늘고 있어서 그렇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진희’와의 유대가 좋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이러나 저러나 좋은 이유에서 비롯됐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는 내 손에 들어온 휴대폰을 통해 시간을 확인했다.


“아, 아직 20분 정도 남았네.”


남은 시간 동안 뭘 하면서 기다릴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아무 생각없이 집안을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거실 한 쪽 구석에 먼지가 살짝 앉은 아령 2개가 눈에 들어왔다.


바이러스 때문에 홈 트레이닝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샀던 아령이었다.


“저걸 한 번 들어볼까?? 근데 저게 몇 kg이었더라···”


가까이서 보니 먼지가 제법 내려 앉아 있었다.


최소한 지난 겨울 동안 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만했다.


“아, 5kg짜리였네.”


처음 능력이 생기고 찬영을 띄워보려고 했을 때가 기억나면서 지금 시점에서 이걸 컨트롤해본다면 어떨지 궁금해졌다.


솔직히 아령의 무게와 사람의 무게가 비교자체도 안 됐지만, 시간 떼울 겸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일단 아령을 앞에 두고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허리를 곧게 피며 심호흡을 했다.


항상 하던대로 아령의 손잡이 부분을 집중했다.


공기를 단단히 응집시켜서 천천히 들어올리는 상상을 했다.


내가 상상하는대로 아령이 따라와주었다.


생각보다 아령이 쉽게 들린 느낌이었다.


‘이 정도로 집중 안 해도 들 수 있겠는데??’


전두엽의 긴장을 살짝 풀어봤다.


아령은 여전히 내 가슴 높이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오··· 이 정도면 사람 드는 것도 쉽겠는데??’


내 능력에 대한 자존감이 치솟았다.


내친김에 집중력을 조금 더 풀어보았다.


그 때 분명히 잘 떠있던 아령이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


[쿵!!!]


한 순간에 아령이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나에게 능력이 생긴 걸 알았을 때보다 더 놀랐다.


내 심장도 떨어져서 대장 옆에서 콩닥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가만히 집 안에 정적이 흐르는 걸 느꼈다.


“와··· 놀래라. 이렇게 훅 떨어질 줄이야.”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는 이런 게 아니었다.


집중력을 풀수록 아령이 약간씩 흔들리면서 떨어지려는 조짐이 보이거나 천천히 내려앉을 줄 알았다.


“항상 어느 정도의 집중력은 유지되어야 하는가 보네.”


내 능력의 특성을 또 한 가지 깨우치고 있는데 옆에서 알림 소리가 들렸다.


[띠링]


아령 한 번 들어보겠다고 잠깐 내려 뒀던 휴대폰이 그 주인공이었다.


[ 302호 정현주 : 방금 무슨 소리야?? 너네집이야?? ]


“어···”


내가 일으킨 층간소음에 대한 아랫집의 클레임이라고 해야 할까.


[ 나 : 아 그냥 뭐 좀 옮기다가 떨어뜨린 거 ]


난 별일 아니라는 듯 변명을 했다.


[ 나 : 준비는 다 돼가?? 10분 뒤에 내려가면 되려나?? ]


얼른 화제를 돌려버리고 떨어진 아령을 빤히 바라봤다.


“설마 바닥 깨지진 않았겠지···??”


마음 졸이면서 아령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집중했다.


아령이 천천히 들어올려지면서 바닥 상태가 드러났다.


다행히 깨지거나 금이 간 것 같진 않았다.


“아, 다행이다. 괜찮네.”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떠오른 아령을 직접 잡았다.


집중력만으로 들어올릴 때와 다르게 묵직함이 손을 타고 느껴졌다.


있던 자리에 아령을 살포시 내려놓고 바닥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난 언제부터인가 큰 소리가 스트레스처럼 다가와 TV나 노랫소리를 크게 듣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노래방에도 거의 안 가는 편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듣는 큰 소리는 영화관에서의 사운드 정도였다.


영화에 몰입감을 심어주고 긴장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런 나에게 조금 전 아령이 떨어진 소리는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긴장상태가 되면서 멍해지는데 지금도 그렇다.


거기에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소리였다.


잠시 혼자서 진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큰 소리에 예민한 건가···’


별 생각없이 앉아있는데 현주에게서 톡이 왔다.


[ 302호 정현주 : 준비 끝 ]


정확하게 약속한 시간에서 2분 전이었다.


스트레스성 긴장감이 물러가면서 설렘성 긴장감이 찾아왔다.


난 다시 방으로 들어가 전신거울을 확인했다.


살짝 멍청해 보이는 푼수가 서있었다.


“정신차리자. 그냥 이웃끼리 밥 한 번 같이 먹는 건데, 뭐.”


실수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에는 마스크를 제대로 갖추고 내려갔다.


<302호>


어떤 미지의 문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이제 벨만 누르면 이 문이 열리면서···


[덜컹!]


갑자기 문이 열렸다.


움찔거리며 본능적으로 문에 부딪히지 않으려 양손을 들었다.


[퉁!!]


문이 내 손에 닿기도 전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서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내 손과 문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공기층이 느껴졌다.


아차 싶었던 나는 급하게 문에서 떨어졌다.


“어머!! 괜찮아?!”


현주가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어, 어. 괜찮지.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그래?! 분명히 문 열면서 뭐가 부딪혔는데...”


“아, 내 신발. 신발에 부딪혔던 거야. 괜찮아.”


현주는 그러려니 했는지 집에서 나오며 가자는 손짓을 했다.


얼빠진 표정으로 현주의 뒤를 따라 나섰다.


‘방금 구현 속도 신기록 세운 거 같은데···??’


조금 전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별 생각없이 있다가 문이 갑자기 열렸고, 문에 부딪히기 직전에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면서 본능적으로 그에 대한 방어로 손을 들었다.


‘아···’


오래 생각할 것도 없없다.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라면 ‘이진희’가 발현한 게 분명했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웃긴 얘기는 아니었는데.”


“어??”


갑자기 현주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아니, 내 친구들은 시큰둥했었거든.”


나 혼자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현주가 얘기하는 걸 못 들어서 일어난 상황이었다.


“아, 어··· 사람마다 웃음 코드는 다 다르니까···??”


옆에서 보는데 현주의 눈이 웃고 있었다.


그제서야 현주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도 눈에 들어왔다.


까맣고 긴 머리칼에서 코튼향이 은은하게 풍겨왔다.


아이보리색의 얇은 니트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정말 말 그대로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순간 이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랑 같이 걸어본 적이 있었는지 떠올려봤다.


당연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근데 벨도 안 눌렀는데 어떻게 알고 나온 거야??”


“아~”


현주가 마스크를 고쳐 쓰며 말했다.


“준비 다 했다고 톡 날리고 신발 신고 있는데 누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근데 기다려도 벨을 안 누르길래 다른 사람인가보다 싶어서 그냥 열었던 건데.”


“아, 그럼 나 아직 집에 있는 줄 알았을텐데 먼저 나와서 뭐 하려고??”


“내가 올라가보려고 했지.”


내가 알겠단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엔 현주가 물었다.


“근데 넌 왜 벨 안 누르고 가만히 있었던 거야??”


“어?! 아···”


사실 지금까지 걸으면서 현주의 눈을 한 번도 바라보지 못한 채 땅만 보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현주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생각이라도 알면 그에 맞게 대답할 수 있었겠지만 그냥 솔직하게 말 하기로 했다.


앞서 생각을 읽어 봤을 때, 나에게든 마술에게든 호감이었으니까.


“뭐··· 그냥 좀 긴장돼서.”


민망함과 낯간지러움이 극한으로 밀려왔다.


그나마 마스크 덕분에 내 표정을 보이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현주가 잘 걷다가 고개를 숙이며 소리 죽여 웃는 모습이 슬쩍 보였다.


그리고 저 앞에 떡볶이 가게가 보였다.


“저기 맞지?? 빨리 가자. 배고프네.”


툭 내뱉듯이 말하고서 현주가 잘 따라오던지 말던지 빨리 걷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느끼기엔 오글거렸다.


이것도 상대방의 생각을 얼추 알고 있으니까 가능한 상황이었다.


“와~ 떡볶이 사주는 사람 이렇게 버리고 가기 있냐??”


현주가 뒤에서 웃으며 뛰어왔다.


목소리에서 어떻게 놀릴지 고민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 속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신 맞고 초능력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39. 한 달 간의 행적(4) 22.09.29 25 0 8쪽
39 38. 한 달 간의 행적(3) 22.04.09 52 0 9쪽
38 37. 한 달 간의 행적(2) 22.04.08 55 0 10쪽
37 36. 한 달 간의 행적(1) 22.04.08 61 0 15쪽
36 35. 라면 22.02.21 75 0 10쪽
35 34. 호기심 22.02.18 67 0 9쪽
34 33. 등산 22.02.17 72 0 10쪽
33 32. 붙임성 22.02.15 69 0 9쪽
32 31. 먹잇감 22.02.14 88 0 10쪽
» 30. 그린 라이트? 22.02.12 84 1 10쪽
30 29. 음란 세포 22.02.11 92 1 10쪽
29 28. 산책 22.02.11 83 1 10쪽
28 27. 납치의 이유 22.02.08 102 1 9쪽
27 26. 마술 22.02.06 100 1 9쪽
26 25. 그녀의 연락처 +1 22.02.05 137 1 9쪽
25 24. 친구의 연애 22.02.05 120 1 9쪽
24 23. 능력의 순기능 22.02.04 142 1 9쪽
23 22. 302호 여자 22.02.03 141 1 7쪽
22 21. 남들은 몰라야 하는 선행 +1 22.02.03 154 1 7쪽
21 20. 재회 22.02.01 159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