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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님의 서재입니다.

백신 맞고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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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작품등록일 :
2022.01.15 12:24
최근연재일 :
2022.09.29 23:3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8,865
추천수 :
117
글자수 :
157,566

작성
22.02.03 23:47
조회
141
추천
1
글자
7쪽

22. 302호 여자

DUMMY

[띵동~]


벨을 누르고 집안에서 들릴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였다.


“······”


잠시 기다려봤지만 벨을 누른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오지 않았다.


“뭐야··· 일부러 없는 척 하는건가?!”


다시 한 번 벨을 눌렀다.


[띵동~]


몇 초간 기다려봤지만 역시나 조용했다.


이번엔 문을 두드려서 불러보려고 오른손을 들었다.


- 누구세요?


생각치 못한 순간에 들려온 목소리 덕에 사래가 들릴 뻔했다.


“아!! 저, 저 윗집인데요. 402호요.”


- 그런데요?


“그···”


생각보다 조금 전의 상황을 목격한 여자의 목소리 치고는 차분하게 들렸다.


“다른 게 아니라요. 저··· 꼭 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 ······


여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졌다.


밀당이라도 하듯이 한참 뜸을 들인 후 여자가 말했다.


- 지금도 잘 들리니까 거기서 말씀하세요.


“어···”


1차 시도는 허무하게 실패했다.


이번에는 호기심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제가 마술사가 꿈이라서 연습 중이었거든요···”


내가 말하고도 어이가 없는 핑계였다.


아마 찬영이 옆에서 들었다면 5년 정도 더 살 수 있을만큼 욕을 했을 것이다.


- 그··· 그런데요?


여자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차분했던 목소리가 살짝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어··· 조금 전에 제가 베란다에서 연습하고 있던 걸 보신 거 같은데···”


그 다음에 뭐라고 말을 이어야 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무리 호기심 넘치는 사람이라도 내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라고 홍보해도 절대 열어보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 어떡하지, 진짜.’


다음 멘트를 생각하던 그 때 여자의 말 한 마디에 2차 시도도 실패했다.


- 알겠어요. 비밀로 하면 되는 거죠?


나 스스로에게 너무 답답했다.


‘이게 아닌데···’


내가 이 정도로 말주변이 없었는 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진작에 알았다면 집에 있던 콜라라도 들고 내려왔을 것이다.


억지로 생각해내는 게 힘들었던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이 사람이 어디에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아무도 믿어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네. 그럼 저야 감사하죠. 그···”


- 네. 그럼 들어가세요.


여자는 단두대 마냥, 사람 말을 확 끊어버렸다.


“아, 아니. 저 간단하게 보여드릴 마술이 있는데요.”


- 네?!


목소리에서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어이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진짜 간단하게 하나만 보여드리고 갈게요. 한 번 보시고 어설프지 않은 지 봐주시면··· 안 될까요···??”


- 하···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여자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 알겠어요. 으···음!!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리고 드디어 문이 열렸다.


[끽.]


“······??”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찾아와 문 좀 열어 보라고 한다면 안전고리를 걸고 문을 열어볼 것이다.


당연히 내 앞에 있는 문도 안전고리가 걸린 채 열렸다.


그런데 안전고리 중간 부분이 축 늘어질 정도로 정말 조금만 열렸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틈으로 신발장만 살짝 보였다.


문틈을 통해 이리저리 나와 대화를 나누던 사람을 찾았다.


‘어디 있는거야?!’


그 때 갑자기 안에 있던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우···!!”


순간적으로 욕을 뱉을 뻔했다.


302호 여자는 후드를 덮어쓰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거기에다 문틈도 좁았던 탓에 오른쪽 눈만 보였다.


“저··· 안녕하세요!!”


나도 모르게 인사를 꾸벅했다.


여자는 큰 눈으로 나를 아래에서 위로 훑어봤다.


“어떤··· 마술인데요?”


“아, 뭐냐면요···”


드디어 302호 여자와 눈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난 바로 눈빛에 집중했다.


한 쪽 눈만으로도 느낌과 이미지가 떠올랐다.


의심··· 경계··· 약간의 호기심··· 백수··· 만만함···


그 외에도 내가 어떤 짓을 할지 온갖 범죄적인 요소들을 떠올리며 여차하면 경찰에 신고하려는 생각까지 보였다.


그리고 희미하게 조금 전에 내가 한 짓들에 대한 느낌도 있었다.


거의 다 안 좋은 이미지들 뿐이었다.


‘사람을 뭘로 보고···’


기분은 별로였지만, 그보다 희미한 부분들을 뚜렷하게 만들어야 했다.


“일단··· 보여 드리기 전에요. 조금 전에 베란다에서 제가 했던 말이나 마술··· 기억나세요??”


여자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내가 궁금했던 부분이 뚜렷해졌다.


신기함··· 놀라움··· 기상이변··· 착각··· 의심··· 마술··· 염력···


‘역시···’


“어떤··· 마술이었는데요···??”


나한테 말과 표정으로는 모르겠다고 표현하고 있었지만, 눈빛을 통해서 거짓말임을 알았다.


베란다에서 나를 올려다봤을 때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순간만큼은 놀라고 당황스럽다가 내 말을 듣고서 무서운 감정을 많이 느낀 듯했다.


어느 정도 인정을 하면서 해명도 해야 했다.


대충 염력을 컨셉으로 한 마술을 연습하던 도중에 할머니도 도와드릴 겸 해본 거라고 얘기했다.


“아··· 염력··· 마술···”


302호 여자는 혼자 중얼거리듯 말하며 다시 한 번 내 전신을 훑어봤다.


‘왜 자꾸 훑어 보는거야?!’


다시 눈이 마주쳤을 때였다.


나에 대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취준생처럼 보이는데 취업 준비는 안 하고 말도 안 되는 마술 연습이라··· 그런데 의외로 잘 하는 것 같아서 신기한··· 칭찬과 흉이 융합된 그런 이미지였다.


다행히 초능력에 관한 이미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네. 아무도 모르게 해본다고 한 건데 마침 보신 것 같아서 평가를 듣고 싶었어요.”


최대한 어수룩한 척 연기를 했다.


“뭐···”


여자의 눈빛에서 지금까지 다른 이미지가 떠올랐다.


마술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느껴지면서 내가 능력을 쓸 때마다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아,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뭐··· 제가 마술 같은 걸 좋아해서 그러는데··· 연습하실 때 한 번씩 초대해주세요. 제가 보고 어떤지 얘기해줄게요.”


설마가 사람 잡는 순간이었다.


‘더 망한 느낌이네, 이거···’


그리고 눈빛에서 나에 대한 호감도 느껴졌다.


"저기요??"


"아, 네!!"


여자는 나를 부르더니 갑자기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이번에는 안전고리 없이 문이 활짝 열렸다.


"이름이 뭐에요??"


"저... 이진우요."


"혹시 그거 아세요??"


갑자기 훅 들어오는 바람에 집중력이 흐려졌다.


"어떤...??"


"마스크 안 쓰고 오신 거."


"네?! 아!!!"


어쩐지 평소보다 얼굴이 시원하고 말하기가 수월하다 싶었다.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깜빡한 것이다.


마스크 미착용으로 누가 사진을 찍거나 CCTV 영상을 제보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라 조심했어야 했다.


"죄송합니다!!"


난 얼른 손으로 입과 코를 틀어 막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내 이름은 안 물어보고 가네. 먼저 말해줄 걸 그랬나??"


302호 여자는 웃으며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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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302호 여자 22.02.03 142 1 7쪽
22 21. 남들은 몰라야 하는 선행 +1 22.02.03 154 1 7쪽
21 20. 재회 22.02.01 16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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