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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님의 서재입니다.

백신 맞고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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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ael
작품등록일 :
2022.01.15 12:24
최근연재일 :
2022.09.29 23:3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8,874
추천수 :
117
글자수 :
157,566

작성
22.02.03 00:48
조회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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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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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1. 남들은 몰라야 하는 선행

DUMMY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봤던 영화들 중에 초능력과 관련된 영화들을 되뇌어 보았다.


당장 기억나는 초능력으로는 염력을 사용하고, 시간을 다루고, 공간이동을 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거나 조종하고,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 밖에도 초능력의 종류는 다양했다.


“나는··· 염력이랑 독심술···”


원래의 나였다면 영화는 영화로 그쳤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달랐다.


영화처럼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거나 용기를 가진 건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현재진행형이자 영화 속 주인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지. 염력이라 하기에 난 공기를 다루는데··· 다른 거 아닌가??”


베란다에서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겼던 나는 전두엽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염력을 어떻게 쓰는건지 알아야 비교를 하던지 할텐데.”


이마를 만지작대며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구경했다.


문득 얼마 전에 길에 떨어져 있던 쓰레기들을 정리하다가 한 여학생이 그 모습을 봤었던 때가 떠올랐다.


“그 때 진짜 심장 쫄깃해지면서 웃겼었는데.”


오늘만큼은 골목이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오늘은 능력을 쓸 일이 딱히 없겠다고 생각한 순간, 한 할머니가 햇빛가리개 모자를 쓰고 빈 유모차를 밀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약간 경사가 진 골목이라 어르신들이 다닐 때 보면 조금 버거워하시는 모습을 종종 봐왔다.


‘음··· 뒤에서 살짝 밀어드릴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그 때 봄바람이 몰아쳤다.


“아이구!”


할머니의 외마디와 함께 봄바람은 할머니의 피부를 보호해주고 있던 모자를 날려버렸다.


‘어··· 저러다가···’


모자가 할머니의 뒤쪽으로 날아올랐다.


할머니도 모자가 날아간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나와 할머니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모자는 결국 할머니의 손이 절대 닿을 수 없는 곳에 걸려버렸다.


‘아··· 나무에 걸릴 수도 있겠더라 그래···’


모자는 성인 남자가 뛰면 닿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이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모자의 주인은 할머니였다.


누가 도와주지 않는 한, 모자는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보였다.


“아이구··· 며느리가 사준 건데···”


할머니가 너무 아쉬워하며 하는 혼잣말이 얼핏 들려왔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도와줄 만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 같았다.


나도 같이 위에서 좌우를 살피며 오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봤다.


조금 전까지 오가던 사람들이 지금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구··· 가서 말해야겠네···”


할머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음을 옮겼다.


내가 그 모습을 못 봤다면 말이 달랐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입장에서 할머니를 그냥 보내 드릴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길에 할머니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할머니의 뒤를 집중했다.


조금 전에는 바람이 할머니의 앞에서 불어오며 모자를 날려버렸다.


이번에는 내가 할머니의 뒤에서 바람을 일으켜서 모자가 자연스레 떨어지고 이어서 할머니 근처까지 날아가도록 해볼 생각이었다.


바람을 일으켜 본 적이 없었기에 집중을 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잘못하면 ‘바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흉기’가 될 수도 있었다.


최대한 공기를 응집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천천히 이동시킨다는 느낌으로 컨트롤해보았다.


손끝으로 할머니의 뒤에 있던 공기들을 할머니에게로 보냈다.


할머니의 백발이 내가 컨트롤하는 공기의 방향에 맞게 휘날렸다.


할머니는 묵묵히 걷기만 할 뿐이었다.


“오케이··· 이제 모자를 걷어서···”


공기를 계속해서 할머니에게 보내면서 나무에 걸려있던 모자를 공중으로 띄웠다.


그리고 얼른 할머니의 근처까지 모자를 날려보냈다.


“이제 최대한 자연스럽게···”


할머니에게 보내던 공기를 조금 더 많이 보내며 모자를 할머니의 오른쪽에 떨어뜨렸다.


[툭!]


“아이구!”


힘없이 걷던 할머니는 바닥에 떨어진 모자를 보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무릎을 짚으며 모자를 주워 본 할머니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할머니의 모자가 걸려있던 나무를 확인했다.


나무엔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래~ 아유, 아유.”


할머니가 모자를 탈탈 턴 후, 머리에 꾹 쓰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무서워하시거나 놀라진 않으셨네.”


난 베란다 난간에 팔을 얹고 할머니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역시··· 내 능력은 염력이라 하기엔 매치가 안 되는 것 같단 말이지.”


그리고 고개를 내밀어 골목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어···?!’


2m 정도 아래에 까만 무언가가 건물에서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


아랫집에서 베란다에 뭘 걸쳐 놓은 것만 같았다.


보면 볼수록 사람의 머리로 보였다.


‘설마···’


내가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며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랫집에 사는 여자가 고개를 내밀어 올려다본 것이다.


‘망했다···’


눈이 마주쳤지만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읽을 정신도 없었다.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은 많이 해봤지만 들켰을 때는 어떻게 대처할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저··· 저기···”


고작 한 마디 밖에 못 했는데 여자가 집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는 장면이 종종 나오곤 한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방금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


“망했다··· 아··· 진짜···”


조금 전, 할머니가 놀라지 않으셨을까 걱정할 처지가 아니었다.


나부터 진정시켜야 했다.


지나가는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고개를 내밀어 인사하다가 아랫집 사람이랑 눈이 마주친 상황이었다면 그냥 웃고 넘어갔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올려다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마 아랫집 여자는 내가 했던 행동과 말을 다 보고 들었다는 의미로 올려다봤을 것이다.


눈이 마주쳤을 때 당황하지 말고 상황파악부터 빨리 해서 그 사람의 생각을 읽었어야 했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올려다본 것인지를 알아냈어야 했다.


“아오··· 그럼 방법은 하나 뿐인데.”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아랫집에 직접 찾아가서 얼굴을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최소한 생각이라도 읽어볼 요량으로.


대충 남방 하나만 걸치고 현관을 나섰다.


‘근데 뭐라고 운을 띄우지···?! 일단 윗집이라 하고···’


대뜸 내가 한 짓들이랑 말 하는 걸 들었냐고 물어보기도 이상했다.


‘하··· 미치겠네··· 일단 문부터 열게 해서 생각부터 읽어보자.’


302호.


아랫집 현관 앞에 도착하자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어떻게 이야기할 지 생각해본 후 벨을 눌렀다.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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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 호기심 22.02.18 67 0 9쪽
34 33. 등산 22.02.17 73 0 10쪽
33 32. 붙임성 22.02.15 70 0 9쪽
32 31. 먹잇감 22.02.14 89 0 10쪽
31 30. 그린 라이트? 22.02.12 84 1 10쪽
30 29. 음란 세포 22.02.11 93 1 10쪽
29 28. 산책 22.02.11 84 1 10쪽
28 27. 납치의 이유 22.02.08 103 1 9쪽
27 26. 마술 22.02.06 101 1 9쪽
26 25. 그녀의 연락처 +1 22.02.05 138 1 9쪽
25 24. 친구의 연애 22.02.05 121 1 9쪽
24 23. 능력의 순기능 22.02.04 143 1 9쪽
23 22. 302호 여자 22.02.03 142 1 7쪽
» 21. 남들은 몰라야 하는 선행 +1 22.02.03 155 1 7쪽
21 20. 재회 22.02.01 16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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