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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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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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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수 :
450,893

작성
17.02.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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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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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프로렌스의 새로운 우나프

DUMMY

아카네르의 집은 마치 도시외곽에 있는 허름한 평민의 집과 다름 없었다. 따로 응접실이라 할만한 것도 없었으며 그가 소유한 노예는 겨우 3명 뿐이었다. 카소에는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은밀한 비밀을 말하기엔 아카네르의 집이 너무 작고 허술했다. 입을 열길 주저하는 카소에의 심정을 헤아린 아카네르는 곁에있던 이디스와 하눕에게 망을 보라 명한 뒤 좀더 안쪽의 방으로 카소에를 안내했다. 카소에는 그제서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렇듯 가까이 대하긴 처음이군요. 한번 만나뵙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유감입니다. 어쩌다가 코누잔이 반역자가 된겁니까?"

"저도 당혹스럽습니다. 부친인 대행정관님도 아직 이 사실을 모르십니다. 여왕님의 정혼자가 되신후로 더없이 높은 지위를 얻었지만 코누잔의 욕심이 아직 채워지지 않은 탓이겠죠. 또 여왕님께선 코누잔을 탐탁치 않게 여기시지 않습니까? 정략으로 맺어진 두사람의 결합은 결국 오래가지는 못했을것입니다. 코누잔도 그것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구요."

"무슨 이유든 그것이 반역의 명분이 될수는 없습니다. 제가 기필코 그 자를 처단할것입니다. 당신의 형제라 해도 그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애석하지만 형제보다는 프로렌스의 안위가 우선이지요."

카소에는 매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탄식하듯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는 진심이 엿보이는듯 했다.

"그런데 반역을 입증할 물증이 있습니까?"

아카네르는 카소에의 품안에 첩자의 서신이 있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척 물어보았다.

"여기 루아즈에서 보낸 서신이있습니다. 코누잔의 이름이 적혀있으니 그도 부정하지 못할것입니다."

카소에가 품안에서 서신을 꺼내 아카네르에게 건냈다. 그 내용은 충분히 반역의 뜻을 담고있었다.

'루아즈의 왕 쿠르카가 코누잔, 그대의 깊은 충성심에 보답하여 이 검을 내리니 이 검으로 우리의 굳은 약속을 내게 보여다오.'

아카네르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애써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는 서신을 다시 카소에에게 건내며 물었다.

"이 서신을 어떻게 챙길수 있었습니까? 코누잔이 없애려 하지는 않았습니까?"

"운좋게도 코누잔이 집에 없을때 첩자가 다녀갔습니다. 그래서 제가 코누잔인체 거짓으로 속여 검과 서신을 받았고 코누잔에게는 제가 만든 가짜 서신을 전해주었습니다."

"그것 참 다행이군요. 검은 어디에 있습니까?"

"코누잔의 방에 보관되어있습니다. 걱정마십시오. 저는 언제든 그 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누잔은 언제 도모하실겁니까? 그리고, 그를 지휘관으로 내세운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그것은 프로렌스와 그대를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입니다. 전투 경험이 없는 코누잔이 기습의 선봉을 서고자 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공적을 바라는것은 아닐테니 아마도 쿠르카왕의 의심을 벗어나기 위한 계략일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치 프로렌스의 영웅인듯 전투의 선봉에 서서 우리 군사를 죽음으로 내몰테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대규모 전투가 일어나진 않을것입니다. 첫 전투는 분명 코누잔과 쿠르카왕이 서로의 믿음을 확인하기 위한 연극일테지요. 아마도 쿠르카가 내린 검은 코누잔이 딴 마음을 먹을것을 경계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하지만 코누잔은 결코 전투에 나서지 못합니다. 그 자리는 카소에 당신이 맡아주셔야 합니다."

"제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카소에님의 검술이 뛰어나다는것은 익히 들어 알고있습니다. 물론 학식과 전술이 뛰어난것도요. 전투에서 승리하여 추락한 가문의 명예를 다시 세우십시오. 전투에서 승리한다면 그대의 가문이 건재하도록 급진파가 힘을 보태겠습니다."

카소에는 자신이 부탁하고자 했던 코누잔의 자리를 아카네르가 먼저 요청해주자 뛸듯이 기뻤다.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이대로라면 코누잔의 자리 뿐만 아니라 프로렌스의 왕좌도 노릴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카소에는 아카네르의 요청을 사양했다. 염치없이 넙죽 그 자리를 맡는다면 의심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카네르 역시 고집을 꺽지 않았고 결국 두번이나 거절한뒤에야 카소에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아... 저를 그토록 믿어주시는 겁니까!"

카소에는 눈물을 흘리며 아카네르의 손을 잡고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루아즈가 출병하는날 코누잔의 죄를 물을 것입니다. 쿠르카왕의 검을 잘 간직하십시오. 루아즈를 기만한 뒤 단숨에 기세를 꺽어야 합니다."

"그대의 말을 들으니 이미 승리한것 같이 마음이 기쁩니다. 잘 알겠습니다.

카소에는 아카네르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하며 조용히 집을 빠져 나왔다. 곧 그의 모습은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카소에가 돌아간뒤 아카네르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작은 다락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불편한 자세로 웅크리고있던 여왕과 안트슈메크가 얼굴이 상기된채 숨어있었다. 두사람은 아카네르의 손을 잡으며 조심히 방안으로 나왔다. 아카네르의 예상은 적중했다. 아카네르는 오늘밤 카소에가 찾아올것을 알고 한발 앞서 여왕과 안트슈메크를 찾아가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고 함께 자리할것을 건의했었다. 놀라움과 함께 믿을수 없는 진실을 직접 듣기위해 여왕은 기꺼히 그의 청에 따랐고 이자리에 오게 된것이었다. 여왕은 평민과 다름없는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다. 아카네르는 여왕을 보며 잠시나마 장난기 많던 공주의 모습을 떠올렸다. 몇해 전만 해도 그는 여왕의 스승으로서 성밖을 궁금해하던 공주를 데리고 자주 외출을 하곤했다. 그때마다 두사람은 평민의 옷을 입고 온 도시를 여행하듯 헤집고 다녔고 두사람의 뒤엔 언제나 검을 손에 쥔채 뒤따르던 하눕이 있었다.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아카네르. 그 보다 제 마음을 진정시키기 힘들군요. 당신 말이 사실이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선왕께서 살아계셨다면 이런 참담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모든게 저희 귀족들의 잘못입니다. 마음을 바위처럼 단단히 하십시오. 이제 이 나라는 여왕님의 나라입니다."

"아카네르.... 그대가 곁에 있어주어 정말 다행이예요."

"저와 안트슈메크님은 여왕님의 충복입니다. 끝까지 여왕님의 곁을 지킬것입니다."

단호하고 굳센 아카네르의 말에 여왕은 믿음의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네르, 카소에를 믿어도 좋겠는가?"

안트슈메크는 카소에가 영 못미더운듯 물었다.

"그의 의심을 거두기 위해 일부러 코누잔의 자리를 부탁한 것입니다. 코누잔은 결코 혼자서 이런 일을 꾸밀 인물이 못됩니다. 분명 그의 계략은 모두 카소에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테니 카소에 역시 프로렌스의 왕좌를 넘볼것이 분명합니다. 코누잔과 함께 제거 해야합니다."

"자바루프가문이 몰락하는군.... 그렇다면 기습은 어찌할것인가?"

"루아즈가 출병하면 즉각 두사람을 제거하고 코누잔의 계획대로 기습을 해보지요. 하지만 루아즈도 완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을 테니 여의치 않으면 회군하여 수성하는게 좋을듯 합니다."

여왕과 안트슈메크는 빈틈없는 그의 계획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듣자하니 자네의 부하인 하눕이 상당한 검술을 지녔다던데 그를 이번 전쟁에 참가시켜도 좋은가? 우나프 자리에 마땅한 전사가 없네."

"물론입니다. 하눕과 함께 이디스도 출전시키시지요. 두사람 모두 크게 기뻐 할 것입니다."

아카네르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는 즉시 밖에있는 하눕과 이디스를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여왕과 안트슈메크 앞에선 두 사람은 처음으로 마주한 여왕을 보고는 고개를 숙인채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

"정말 늠름한 전사들이군요. 안트슈메크, 프로렌스의 카로와나를 맡기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입니다."

여왕의 말에 하눕과 이디스는 불쑥 고개를 들고는 놀라운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너희 두사람을 새로운 우나프로 임명할것이다. 나와 함께 프로렌스를 위해 그리고 여왕님을 위해 싸워다오."

안트슈메크의 말을 듣고 두사람은 감격에 어찌할바를 몰랐으나 하눕은 이내 진정하고 대답했다.

"우나프는 제 평생의 꿈이였지만 아카네르님의 곁을 떠날 순없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다시 아카네르님을 모실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저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아카네르님을 다시 모실 수 있게 해주십시오."

하눕과 이디스의 말에 여왕과 안트슈메크는 두사람의 뜻을 가상하게 여겼다. 여왕은 부드러운 웃음과 함께 아카네르의 얼굴을 보았다. 그에게 결정을 맡기려는 뜻에서였다. 아카네르는 감사의 목례를 한 뒤 대답했다.

"이제 너희는 더이상 나의 사람이 아니다. 프로렌스의 전사로 명예롭게 싸워라. 그것이 너희들이 가야할 길이다."

하눕과 이디스는 북받쳐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어린시절 고아로 거리를 떠돌던 하눕은 자신을 거두어 줬던 아카네르에게 커다란 은혜를 받았다. 끝내 그 빚을 다 갚지못할꺼라 여겨왔던 그는 끝까지 주인의 곁을 지켜드리겠노라 다짐했었다.

"저는 끝까지 주인님의 사람입니다. 다시 주인님을 모실 수 없다면 우나프도 제게는 의미가 없습니다."

하눕의 말에 아카네르는 그의 앞에서 그와 똑같이 한쪽 무릎을 꿇은채 말했다.

"하눕, 오랜시간 날 위해 애써 주었다. 너에게 내가 큰 빚을 지었구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주인님은 제 평생의 은인이십니다. 죽음으로도 다 갚지못할것입니다."

하눕은 아카네르보다 고작 8살 적었지만 그에게 있어 아카네르는 아버지처럼 커다란 존재였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하눕은 눈에서 계속 눈물을 쏟아냈다. 아카네르는 말없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언졌다.

"그의 뜻대로 하게 해주게 아카네르."

안트슈메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왕 역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고맙구나 하눕, 나 역시 니가 필요하다. 안트슈메크님을 도와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다오. 그리고 니가 원할때 언제든 네게 돌아오너라. 이디스 너 또한 마찬가지다."

하눕과 이디스는 한마음이 되어 그의 뜻에 따랐다. 뜨거운 사내들의 의리를 지켜보는 여왕의 가슴은 왠지모를 뭉클함과 안타까움에 한참동안 들떠올랐다. 그리고 그날밤 카소에는 프로렌스의 새로운 역사가 자신에게서 시작되려하고 있음을 상상하며 새벽 동이 틀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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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5 아히ㅡ
    작성일
    18.06.22 21:34
    No. 1

    카노에도 같이 숙청당하겠군요
    저번에는 코누잔만 당할거 같았는데
    역시나 안넘어가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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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돌아온 헤르반 17.03.11 251 0 14쪽
25 주칸의 피난민 17.03.05 210 0 18쪽
24 주칸전투2 17.02.26 156 1 16쪽
23 주칸전투 17.02.25 262 0 18쪽
22 영광의 역사가 시작된다. 17.02.18 20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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