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19,598
추천수 :
42
글자수 :
450,893

작성
17.02.18 21:36
조회
200
추천
0
글자
10쪽

영광의 역사가 시작된다.

DUMMY

그날밤 투고와 아만, 그리고 아카론의 멘티스들은 불편한 속마음을 애써 감춘채 일찍 잠을 청하고 있었다. 여느때 같았으면 바라쿠타 병사들의 비아냥거림이 들렸게지만 오늘만큼은 누구하나 입을 열지 않고 조용했다. 밤만 되면 항상 들려오는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밤이었다. 노예들의 숙소 한켠엔 낮의 소란으로 몸을 상한 시디그와 바라쿠타 병사가 나란히 누워있었다. 그들의 몸에는 낮에 의사가 붙이고 간 약초가 상처를 덮고 있었고 조금은 쓴 풀내음이 방안에 가득차 시디그의 상처난 코를 자극했다. 두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숨소리와 풀벌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어색하고 긴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바라쿠타의 병사는 아주 가끔 들릴듯 말듯한 신음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시디그는 낮의 소란으로 옆 병사의 이름이 제크라는것을 알았지만 입안에서 맴도는 그 이름을 해가 넘어가도록 입밖에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덧 달이 기울자 옅은 달빛이 시디그의 얼굴에 쏟아졌다. 그리고 그의 눈이 반짝이며 빛나고 그의 숨소리가 부드럽게 잦아들고 있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 문득 입을 열었다.

"나는 동쪽 대륙 셀렌이란 곳에서 태어났어."

"....."

시디그는 제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맘처럼 쉽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계속 천정을 향해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척의 배가 들어오는 곳이지. 아마 알바다나만큼 클껄. 우리 아버지는 배를 만드는 목수였어. 솜씨가 좋았지."

"....."

"아버진 가끔 날 배에 태워주곤 했었어. 배에 타본적 있나? 진짜 큰 배는 낙타 백마리도 거뜬히 실을수 있다구. 한번은 온가족이 배에 올랐어. 그래봐야 세명 뿐이었지만. 꽤나 긴 항해였지."

"......"

"그거 아나?. 남쪽바다가 시커멓다는거. 왠지 알아? 남쪽바다가 가장 깊기 때문이야."

"....."

"깊은 바다는 파도도 잔잔하다구. 단 하루, 고래가 잠에서 깨는 날을 빼곤 말이야."

"....."

시디그의 이야기는 잠시 멈춰졌다. 그것은 제크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는지 확인하려던 것 때문이 아니였다. 그는 차마 다음 이야기를 입밖에 낼 수가 없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그 날 반쯤 부러진 돛대에 올라가 바람에 뒤엉킨 밧줄을 잘라내던 아버지가 부러지는 돛과 함께 바다로 빠지고, 그 후 홀로 남겨진 어머니가 매일밤 폭행과 겁탈에 시달리다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것을..... 한동한 시디그의 불편한 숨소리가 계속됐다.

"배에 오를땐 세 사람이었는데 땅을 밝은 건 나 혼자였어. 나는 알바다나에서 아버지처럼 목수가 됐지. 하지만 배는 만들지 않았어...배는...정말이지 싫었다구."

"....."

"그런데 내 주인이 그만 상선 조선소에 날 팔아버렸지 뭐야. 배를 만들기 싫어 도망쳤어. 노예 사냥꾼에게 붙잡힐뻔 했지만 간신히 도망쳤지. 근데 만오레 사막이 그렇게 넓을줄은 몰랐어. 이곳 저곳 떠돌다 하갈리스에게 붙잡혔는데 하갈리스는 멘티스도 받아주더라구. 그런데 말이야.....정말로 난.... 멘티스는 조금도 괴롭히지 않았어."

"....."

"...... 미안하다."

"......"

시디그는 끝내 아무말도 없는 제크에게 굳이 대답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는 알지 못했다. 속삭이듯 말했던 그의 이야기가 차가운 벽을 타고 많은 멘티스의 귓가에 전해 졌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록 그들의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이 밤새 차가운 바닥을 젹셨다는 것을.


"나리지언과 바로안을 제압하는 것은 쉽지만 샤몬은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슈말의 저택이 놓인 마른땅에서 한층 더 잘 날카로워진 동작으로 검을 휘두르던 병사들의 기함소리가 잠깐의 휴식과 함께 멈추자 카루온의 방에 찾아온 헤르반이 대화에 문득 끼어들며 말했다. 그의 옆에는 한결 친해진듯 투고와 아만이 함께 서있었다.

"저도 그것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헌데 페루스라는 자가 그렇게 대단한 자입니까?"

카루온의 물음에 헤르반이 대답했다.

"페루스는 어린 나이지만 이포니아와 더불어 루아즈의 3대검사라 불립니다. 저 또한 그에게 미치지 못합니다."

"투고는 얼마 전 그자와 겨뤄보지 않았습니까? 어찌 생각합니까?"

"상당한 실력입니다. 헤르반은 모르겠으나 저와 아만은 결코 페루스에게 미치지 못합니다. 그에 대한 소문은 과장이 아닙니다."

카루온의 물음에 투고는 헤르반을 높이여 그의 겸손을 빛나게해주었다.

"흠···.."

"하지만 크게 걱정하실 일은 아닙니다. 샤몬의 세력은 사실상 루아즈에 있고 이곳 주칸에는 그의 동생인 토리에가 머물며 영지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시시때때로 샤몬과 페루스가 주칸에 오지만 그들이 머무는 곳은 대개 루아즈이니 저희의 기습공격을 막아내진 못할 것입니다. 다만 루아즈가 회군하여 역습해올것을 대비하셔야합니다. 주칸은 성벽이 낮고 많은 곳이 허물어져 있기때문에 현재로선 사방 어느곳이라도 침입이 가능합니다. 주칸을 점령한뒤 빠르게 성벽을 보수하고 방어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루온의 고심이 깊었으나 니언의 한마디에 그는 걱정을 조금 덜수 있었다.

"활은 얼마나 준비 됐지 카잔?"

"다행이 네그라스에서 150여개를 어렵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병사들에게 나눠 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병사들 중에 제대로 된 궁수가 없는 것이 큰일입니다."

카루온의 지시로 활을 사들이는 임무를 맡았던 카잔은 씁쓸한듯 대답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수 없습니다. 헤르반, 그대가 병사들에게 궁술을 가르쳐 주십시오. 전쟁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루아즈가 프로렌스를 공격하는 그때가 우리에게 둘도 없는 기회입니다. 반드시 모든 준비를 그전에 마쳐야 합니다."

"네, 카루온님"


사신이 처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쿠르카왕은 크게 진노했다. 그는 예정된 출병일을 앞당겨 서둘러 출병을 명령했고 루아즈는 이미 시작된 마크란의 징집을 더욱 서둘렀다. 전쟁을 앞두고 한달에 한번씩 소집되던 루아즈의 마크란은 흐트러짐 없이 빠르게 군대의 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아누크의 군사제도에서 마크란은 가장 낮은 계급에 속한다. 16세에서 40세까지의 평민들로 이루어진 마크란은 전시에 왕의 명령으로 착출되는데 이는 아누크인들에게 영광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들을 착출하는 것은 카로와나의 임무로 평상시에 상비군으로서 도시를 방어하는 그들은 전시에 마크란을 이끄는 상급병사의 지위를 가졌는데 카로와나 1명이 2~3명의 평민병 마크란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기에 전시가 되면 아누크 도시의 군대는 순식간에 3배에 가까운 숫자로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착출된 마크란은 자신을 착출한 카로와나의 소속과 지휘에 따르며 그들의 지휘체계는 카로와나에 의해 끊임없이 관리되기에 전시에도 혼돈될 염려가 없었다.

카로와나는 왕에게 속한 군대로 항상 무장을 하며 도시를 지키는데 그들의 규모는 도시의 경제력과 인구수에 비례했다. 따라서 프로렌스와 루아즈 같은 중소도시엔 1000여명의 카로와나가 있었지만 마세르의 카로와나는 1만에 가까웠다. 이들 카로와나의 총 지휘관이 카로안이라 불리며 그 밑으로 우나프, 라메타, 마지막으로 마크란의 지휘체계가 기본적인 아누크 군사제도 였다. 이중 마크란과 하급 카로와나로 이루어진 100명의 병사를 상급 카로와나인 라메타가 이끌고, 다시 라메타 5명을 단 한명의 우나프가 통솔하게 되는데 이 우나프가 이끄는 505명의 병사들는 아누크 군사제도의 핵심이라 할수 있었다.


마크란의 징집이 시작된지 3일 만에 루아즈 원정군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쿠르카왕이 직접 참전하는 이번 원정군의 규모는 지금껏 치뤄진 6번의 루프전쟁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였다. 카로와나 1500, 마크란2500, 용병1200 총 5200의 대군이었다. 이번이 첫 출전인 이포니아와 페루스는 각각 1군과 2군을 지휘하는 우나프로 선발되었다. 이포니아는 용병으로 출전을 결심한 카라자스를 카로와나로 배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카라자스는 용병으로 남기를 원했고 그는 결국 제 1용병대인 라차타용병대 밑으로 배치되었다.

용병대는 2개로 나뉘었는데 각각 600명 규모의 용병들로 이루어졌다. 제1용병대는 마세르 출신의 라차타가 이끌며 제2용병대는 리칼출신의 그로트가 이끌었다. 용병대는 전투가 벌어지면 대개 최전방에서 활약하게되었는데 위험이 큰만큼 보수도 상당했고 용병대의 자질도 카로와나보단 위에 있었다.

원정군이 모든 준비를 마치자 쿠르카왕은 황금빛 털을 가진 말위에 올라 출전을 명했다. 왕의 앞엔 카로안인 데카에와 수십명의 카로와나가 호위하였고 뒤에는 5명의 우나프와 2명의 용병대장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정군과 용병대가 뒤를 따랐다. 도시의 성문을 나서기까지 원정군은 귀족과 백성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그들 모두는 이번 전쟁에서 루아즈가 프로렌스를 꺽고 승리할것이란 것을 의심치 않았다. 루아즈의 출병과 함께 프로렌스의 첩자들은 빠르게 이 소식을 본국에 전했다.

드디어 프로렌스와 루아즈의 7번째 전쟁이 시작된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붉은모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티트하리 황제 17.08.13 194 0 18쪽
50 타르누스 용병대2 17.07.30 258 0 19쪽
49 타르누스 용병대 17.07.23 166 0 9쪽
48 외전3 - 붉은눈의 아누크2 17.07.16 149 0 17쪽
47 외전2 - 붉은눈의 아누크 17.07.09 194 0 13쪽
46 외전1 - 카라자스 17.07.08 193 0 9쪽
45 승자가 없는 싸움. 17.07.02 219 0 15쪽
44 전투는 끝나지 않는다... 17.07.02 208 0 9쪽
43 진격 또 진격 17.06.25 211 0 11쪽
42 죽음의 길 17.06.18 205 0 11쪽
41 니안의 작전 17.06.11 339 0 13쪽
40 네그라스 연합군 침공 2 17.06.04 199 0 11쪽
39 네그라스 연합군 침공 17.05.28 268 0 16쪽
38 새로운 인연 17.05.21 199 0 13쪽
37 계속되는 전쟁 17.05.14 202 0 10쪽
36 하나로 뭉친 주칸 17.05.14 177 0 21쪽
35 떠나는자 17.05.07 167 0 14쪽
34 두번째 주칸전투 17.04.30 158 0 14쪽
33 계속되는 전쟁 17.04.30 151 0 11쪽
32 모욕적인 패배 2 17.04.23 259 0 16쪽
31 모욕적인 패배 17.04.16 157 0 10쪽
30 루아즈 침공 17.04.09 163 0 15쪽
29 전설의 프로렌스용병 17.04.01 133 0 15쪽
28 첫번째 전투 17.03.25 113 0 16쪽
27 프로렌스의 반역자 17.03.19 219 0 15쪽
26 돌아온 헤르반 17.03.11 251 0 14쪽
25 주칸의 피난민 17.03.05 210 0 18쪽
24 주칸전투2 17.02.26 154 1 16쪽
23 주칸전투 17.02.25 260 0 18쪽
» 영광의 역사가 시작된다. 17.02.18 201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