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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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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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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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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외전1 - 카라자스

DUMMY

아누크력 1178년 -18년전


사막도시 프로렌스

도시 외곽의 마을을 덮친 모래폭풍이 잠잠해지자 사람들은 하나둘 도시의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저물어가는 태양과 함께 사라진 모래폭풍은 사막의 모래언덕을 가파르게 바꾸었고 도시의 곳곳에 모래를 쏟아내었다. 프로렌스 지방의 사람들은 숱하게 겪는 모래태풍에 이제는 어지간히 적응하여 적막했던 도시는 금방 활기를 되찾았다.

"이봐 주인장. 여기 술 한병 더!"

"저기 손님 죄송하지만 오늘은 술이 다떨어졌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주십시오"

"자네 오늘 너무 많이 마셨어. 술도 떨어졌으니 이제 그만 일어나세"

"뭐야 술이 없으면 당장 만들어서 가져와. 나 돈 많다고!!"

커다란 술동이를 벌써 2개나 비웠겄만 젊은 사내는 아직도 부족한지 연거푸 술집 주인을 향해 술을 가져오라고 고함을 질렀다. 같이 술을 마시던 남자는 오랜 친구가 또다시 실수룰 저지르지 않을지 걱정이었다. 술버릇이 고약한 친구는 이미 여러 번 사고를 쳤고 어린시절부터 친구사이가 아니였다면 그 역시 술주정하는 친구를 곁에 가까이 두지 않았을것이었다.

"이봐 주인장. 오늘 술값은 내일 치르겠네. "

"네, 알겠습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프로렌스의 카로와나이자 치안병사인 루틴은 몇번이나 이 가게에서 외상을 했지만 대개는 며칠 안에 계산을 치뤄왔기에 술집주인은 안심하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술집주인이 그를 깍듯이 대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루틴과 같은 카로와나는 프로렌스의 왕의 상비군에 소속되어있었는데 평시엔 왕성을 지키는 치안병사로 전시엔 일반 평민들을 착출해 병사를 선발하고 훈련시키는 하급전사로 그 임무가 상당했다. 따라서 카로와나는 엄밀히 따지면 평민이지만 나라의 녹을 받았으며 일반 평민에 비해 높은 지휘를 가지고 있었다. 루틴은 친구를 부축해서 술집을 나왔다. 그는 취하긴 했지만 걸음은 똑바로 옮길수 있었는지 루틴의 부축을 거부하고는 혼자 걸음을 옮겼다.

"이봐 카드린. 정신차려. 집에 어떻게 갈려고 그러나"

"이봐, 날 어떻게 보고···. 내가 이정도로 취할 것 같아? 걱정마 아직 멀쩡하다고."

"그래, 그럼 집에 조심히 가고 내일 보자구."

휘청거리는 친구를 보고 루틴은 조금 걱정이 됐으나 한두번 겪는 일도 아니고 의레 집을 잘 찾아갔던 친구였기에 그는 짧게 인사를 하며 친구를 배웅했다. 이제 곧 성안의 치안관리를 위해 이전 병사와 교대 근무를 서야했던 루틴이기에 서둘러 걸음을 옮겨야했다.

루틴 같은 부대 소속인 카로와나 카드린은 프로렌스에서도 유명한 주정뱅이었다. 그는 상비군 가운데서도 제법 뛰어난 검술을 가진 전사였으나 술에 취하면 한낱 술 주정뱅이에 불과했다. 평상시에도 과격한 성격의 그는 술에 취하면 옆사람에게 시비를 걸거나 물건을 부수는등 난폭한 행동을 많이했다. 그런 그가 술집에 들어오면 대개는 주인장들이 여러가지 핑계로 테이블을 내주지 않지만 오늘은 친구인 루틴과 함께 동행했기에 주인은 흔쾌히 그들을 받아주었다. 카드린과 루틴은 프로렌스의 토박이로 어린시절부터 함께한 친구사이였다. 둘은 왕성의 상비군에 들어가기 위해 함께 오랜시간 검술을 함께 익히며 우정을 쌓았고, 지금은 형제보다 더 끈끈한 사이가 되었다. 카드린의 괴팍한 성격이 나타난 것은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게 된 이후지만 그가 술을 입에 댄 계기는 도박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프로렌스는 이웃도시 루아즈와 마찬가지로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오아시스를 끼고 발전한 도시로 평민들의 일부는 사막을 오가는 상인과 여행객들을 대상으로한 장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따라서 건전하지 못한 술집과 도박장이 많았고 카드린이 우연히 그곳에 발을 디딘것이었다. 2년전 왕성에 상비군에 같이 들어간 루틴과 카드린은 많은 친구들과 주변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샀지만 지금의 카드린은 상비군을 통해 얻어지는 수입의 전부를 도박에서 잃고는 이제 고리대금업자에게 돈까지 빌리는 상황이었다. 그는 이미 결혼하여 아이까지 얻었는데 집에 가져가는 돈은 한푼도 없었고, 그로인해 카드린은 그의 부인과 다투는 날이 많았다. 아니 다툰다기 보다는 카드린의 구타에 그의 부인이 폭행을 당하는것이 옳았다. 카드린의 부인은 예전에 술집의 여자였는데 꽤 예쁜 미모로 사내들에게 인기가 많은 여자였다. 카드린은 카로와나 된 직후 그녀에게 청혼하였고 여자는 그간 술집의 생활에 지쳤는지 그의 청혼을 쉽게 받아들였다. 두사람은 모아둔 돈으로 도시 외곽에 작은집을 마련했다. 그리고 곧 건강한 사내아이까지 얻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카드린은 아이가 태어난뒤 얼마되지 않아 도박에 빠지게 되었고, 그는 금새 자신의 전재산을 잃고말았다. 그는 잃어버린 돈을 되찾기 위해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렸으나 그마저도 모두 잃고, 소문이 퍼지자 이제는 상비군의 직책을 유지하는것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었고 쓰레기 취급을 받았지만 친구인 루틴에게 만큼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루틴도 그런 친구를 일찍 바로잡지 못한것에 일말의 죄책감을 갖고있던터라 예전 같진 않았지만 여전히 둘은 깊은 우정으로 묶여있었다.

집을 향해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던 카드린은 환하게 불이밝혀진 집에서 맛있는 음식냄새가 풍겨오는 것을 느끼고 뭔가에 이끌린 것처럼 발길을 옮겼다. 술집에서 막 나온 뒤라 그리 허기를 느끼지도 않았는데 그의 코를 스치는 맛있는 음식 냄새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이끌었다. 카드린이 집의 창문 넘어로 안을 들여다 보자 그곳은 어느 집의 부엌인듯했다. 안에는 어떤 여자가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스프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카드린을 유혹하는 것은 더 이상 음식냄새가 아니었다. 음식을 준비하는 여인은 그가 지금껏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지닌여자였다. 하얀피부에 아담하면서도 날씬한 몸매, 부드럽게 말린 머릿결. 주위를 둘러본 카드린은 자신이 멘티스의 거주지에 있음을 깨닫고 여자가 멘티스임을 확신했다. 그는 갑자기 대담해졌다. 술에 취했지만 그의 몸은 날렵했고 순식간에 집안으로 들어가 여자를 겁탈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반항했으나 카드린은 무력으로 여자를 제압한뒤 빠른 손놀림으로 여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여자의 옷은 너무도 쉽게 찢어졌고 어느새 카드린의 다리밑에서 여자의 나체가 드러나고 말았다. 여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채 카드린아 자신의 욕정을 뿜어내려는 찰라 그는 머리에 강한 통증을 느끼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뒤에는 여자의 남편인듯한 남자가 격한 표정으로 서있었고 카드린의 옆에는 커다란 돌이 놓여있었다. 카드린은 술기운과 함께 정신을 잃고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이튿날 도시외곽에 노예들이 거주하는 구역엔 왕성의 치안병들이 몰려들어 사건을 수습하고 있었다. 노예들에 의해 카드린은 그자리에서 즉사했고 범인들은 이미 도망친 뒤였다. 그자리에 있었던 루틴은 형제와 같은 친구의 주검을 바라보며 소리없는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그의 옆에 자신이 있었다면 이렇듯 비참하게 죽지 않았을거란 생각에 그는 말할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날 저녁 그는 카드린의 부인에게 친구이자 그녀의 남편인 카드린의 죽음을 전하는중 그녀의 냉담한 표정에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잠시 우울한 표정을 짓더니 너무도 쉽게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아무리 많은 남자의 손을 거친 여자라지만 그녀의 행동에 루틴은 잠시 화가 치미는 것을 애써 참으며 그녀를 위로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그날밤,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각에도 루틴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그의머릿속은 온통 친구 카드린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어렵사리 잠이들려는 찰라 그는 자신의 집 현관문에 맞고 떨어지는 둔탁한 돌맹이 소리를 듣고는 집밖으로 향한 문을 열었다. 우연하게도 달빛 한점 없는 어둠속에 사람의 인기척을 찾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하는 순간 그의 발밑에 어린 아이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 그는 흠짓놀라고 말았다. 아이는 카드린의 아이였다. 그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몹쓸 생각을 눈치채고는 아이를 방안에 두고 한참 그녀를 찾아 주변을 헤맸지만 결국 그는 맨발로 집에 돌아오고 말았다. 카라자스란 이름을 가진 카드린의 아이는 이제 막 기어다니며 아직 말도 못하는 어린아이였다. 루틴은 아이의 얼굴에서 친구인 카드린의 모습을 찾고는 그 아이를 직접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과감히 왕성 상비군 자리를 버리고 길거리에서 장사를 시작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얼마뒤 주변사람의 소개로 아름다운 여자와 만나 결혼을 했으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갔다. 그리고 카드린의 아이가 버려진뒤 2년이 되가는 무렵, 낮선 남자가 그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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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니안의 작전 17.06.11 339 0 13쪽
40 네그라스 연합군 침공 2 17.06.04 200 0 11쪽
39 네그라스 연합군 침공 17.05.28 26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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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돌아온 헤르반 17.03.11 251 0 14쪽
25 주칸의 피난민 17.03.05 210 0 18쪽
24 주칸전투2 17.02.26 155 1 16쪽
23 주칸전투 17.02.25 260 0 18쪽
22 영광의 역사가 시작된다. 17.02.18 20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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