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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19,608
추천수 :
42
글자수 :
450,893

작성
17.06.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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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진격 또 진격

DUMMY

"세이카에게 후퇴 신호를 보내라!!"

연합군의 우나프 비르투스는 협곡의 군대가 연합군이 아니라는것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자신의 라메타를 불러들였다. 적들의 숫자는 1500이 넘어 보였고 자칫 좁은 절벽 길에 고립된다면 전멸할 수 밖에 없었다. 세이카는 눈앞의 적들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그대로 자신의 우나프에게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주칸의 병사들은 다시 힘을 얻었다. 그들은 만신창이에 가까운 몸을 이끌고 세이카를 뛰쫒기 시작했다.

"넌 당장 본대에 연락해라. 적의 또다른 지원군이 있다고 말이다!!"

비루투스는 정찰병 하나를 본대로 보낸 뒤 곧바로 후퇴의 명령을 내렸다.

"회군한다. 회군하여 본대와 합류한다!!!"

비루투스의 명령에 연합군은 신속히 회군하여 좁은 절벽 길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들의 속도는 그들보다 훨씬 빨랐다. 비루투스의 군대가 절벽을 내려오자 마자 엔카나의 부대는 어느덧 코앞까지 들이닥치고 있었다.

"전군 대열을 갖춰라. 적의 전진을 저지하라!"

비루투스는 등뒤로 적을 맞을 수 없었기에 차라리 정명 승부를 택했다. 숫적으로 불리했지만 적보다 높은 곳에 있었기에 완전히 불리한 상황은 아니였다. 엔카나는 도망치던 적이 멈춰 대열을 갖추자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아직 절벽을 내려오고 있는 주칸의 병력이 보였다. 어둠속에서도 그의 눈이 반짝였다.

"속도를 늦추지 마라. 아누크군은 한놈도 살려두지 마라.!!!!"

엔카나의 목소리가 어두워지는 아카론에 울려퍼지며 잠시 뒤 아누크와 스페스의 병력이 엄청난 함성과 함께 뒤섞였다. 지금껏 수세에 몰렸던 주칸의 병사들과 달리 스페스의 지원군은 압도적인 승기로 비루투스군의 방어진을 뚫고 나갔고 순식간에 비루투스의 500여 군대는 2 무리로 나뉘고 말았다. 엔카나는 굳이 적의 우나프와 앗실리스를 하는 모험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는 적의 방어진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다가 다시 뒤돌아 우왕좌왕 하는 적들을 뒤에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엔카나의 뒤를 따라오던 쥬드란가의 우나프 에일로는 엔카나의 빈자리를 순식간에 채우며 엔카나와 협공하여 비루투스군을 정면에서 공격했다. 게다가 절벽에서 내려온 주칸의 병력이 측면에서 합류하자 비루투스는 도저히 감당할수 없는 적의 협공에 더이상 어떤 지시도 내릴 수 없었다. 그는 스스로 적의 검을 막아내기에 급급했고 탈출은 이미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본대에서 지원군을 보낼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비루투스는 한달여전 네그라스를 떠날때 성문 밖까지 배웅나왔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한때 네그라스의 우나프로 이름 떨쳤던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뒤를 이어 우나프에 오른 그를 무척 자랑스러워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아들에게 한가지를 부탁했다.

"우나프는 모든 전사들의 꿈이다. 넌 이제 꿈을 이뤘으니 이제 내가 바라는것은 오직 네가 무사하게 돌아오는 것이다."

비루투스는 무거운 투구를 벗어던졌다. 땀으로 가득찬 갑옷이 너무도 갑갑했지만 그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아버지, 꼭 살아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그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그의 목을 꿰뚫었고 그는 그대로 말 위에서 떨어졌다.


네그라스군의 후미는 난데없는 스페스군의 강력한 공격에 순식간에 무너져 내라가 시작했다. 특히 우루안에 의해 우나프로 임명된 엔카나는 그 활약이 눈부셨다. 그의 자질은 처음부터 주칸의 여러 전사들에게 의심 받았지만 그의 용맹함과 투지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것이었다. 그가 우나프가 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스페스에서 가장 뛰어난 우나프로 명성을 떨쳤고 오늘 그의 진명목이 스페스의 카로와나 모두에게 드러나고 있었다. 전장의 꽃 우나프. 이제 우나프의 뛰어난 검술과 용맹보다 우나프를 따르는 부대원들의 하나로 단결된 힘이 전투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것을 엔카나는 보여주고 있었다. 엔카나의 부대는 아카론에서 화려하게 불타올랐다.

뒤늦게 자신들의 우나프가 죽은걸 알아차린 아누크 군은 이미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후퇴 중이이었다. 투고형제와 가이안 일행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그들은 진심으로 엔카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들은 크고 작은 상처가 온몸에 가득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위태로워 보였지만 결고 검을 내려 놓으려 하지 않았다. 이미 아민투스의 등위엔 수십개의 화살이 다시 채워져 있었다. 짧은 재회를 마치고 엔카나와 에일로는 다시 아카론의 바위산을 오르며 후퇴하는 적을 뒤쫒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진격은 금새 네그라스 연합군의 반격에 멈춰졌다. 후퇴하던 비루투스은 순식간에 달려온 지원군 덕택에 다시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들을 끄던 우나프는 이미 죽어버렸기에 세이카는 남은 100여 병사의 새로운 우나프가 되었다. 티메르의 명을 받은 연합의 두 도시, 타마스와 에로크의 우나프는 각 도시를 대표하는 우나프 답게 그 위용이 대단했다. 그러나 아누크의 두 우나프 눈에 비친 멘티스의 병력 또한 만만치는 않았다. 그들은 분명 노예 반란군 따위로 볼 수 없었다. 완전히 갖추어진 무기와 잘 정돈된 병사들의 배치, 그리고 흔들림 없는 지휘관과 뒤따르는 병사들의 모습까지 자신들 네그라스의 카로와나와 다를것이 없었다.

"저들이 정말 노예들이란 말인가... 믿을 수 없군."

타마스의 우나프 하프론은 적의 모습에 감탄했다.

"오랜시간 훈련된 카로와나의 모습이군요. 오히려 잘됐지 않았습니까? 우리 에로크 카로와나가 고작 노예놈들과 싸울수는 없지요. 이제야 제대로 된 싸움이 되겠습니다."

에로크의 우나프 로투아는 하프론의 말에 대수롭지 않다는듯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하프론은 더 망설일것 없이 즉각 공격명령을 내렸다. 스페스 군의 2배에 달하는 네그라스 연합군은 바위산의 거친 산길을 무섭게 치고 내려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스페스군은 처음보는 우나크의 대군 앞에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전투다운 전투를 해본적 없는 스페스군이 사냥과 훈련만으로 단련된 전투력으로 네그라스의 강군을 상대하는데는 분명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스페스군은 물러서지 않았다. 네그라스 군대 저 너머에 그들의 왕자와 나테이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달려오는 적들을 바라보던 엔카나는 뒤돌아 오카스의 얼굴을 한번 쳐다본 뒤 눈에 보일듯 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마치 작별 인사와 같은 모습이었다.

"가자! 나의 전사들아!"

엔카나의 작은 체구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는 커다란 함성이 스페스군의 귀를 울리고 나팔소리와 함께 엔카나의 카로와나 500이 그들의 우나프를 뒤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르단의 우나프 에일로가 질 수 없다는듯 고함치며 엔카나를 뒤쫒았다.

"왕자님과 나테이님을 구하자!"

오카스는 적을 향해 달려가는 두 우나프와 그 뒤를 따르는 스페스의 카로와나를 바라보며 난생 처음 심장이 터질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결코 단순한 전투의 쾌감이 아니였다. 젊은 시절 아누크인으로 신분을 속인채 용병으로 수많은 전투에 참가했던 그는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도 단 한가지 목적을 위해 목숨을 이어갔었다. 그의 위대한 넬칸, 우루안이 그의 두손을 맞잡으며 말했던 부탁. 그것은 바로 아누크의 카로와나를 뛰어넘는 강한 멘티스의 군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일찍이 우루안 왕가의 우나프로서 다음 스페스 카로안으로 점쳐졌던 오카스는 우루안의 그 한마디에 스페스를 떠났고 내전중이던 카리아 연합의 도시 루라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 오카스는 스페스로 돌아와 카로안이 되었고 스페스의 카로와나와 마크란을 네그라스 카로와나와 같은 강군으로 훈련시켰다. 검, 창, 궁 그리고 기마술과 각종 전술에 이르기까지 아누크군대의 모든것을 익힌 그가 그것을 스페스의 멘티스에게 그대로 전하는데는 참으로 오랜시간이 걸렸다. 영광의 전투를 꿈꾸며 길고 긴 시간이 흘렀고 이제 오카스의 의지는 그와 그의 넬칸 우루안의 바람대로 이루어져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가라 스페스의 아들들아!! 카루온 왕자님을 구하라!!"

오카스는 엔카나와 에일로를 뒤를 이어 남은 전군을 진격시켰다. 때마침 주칸을 점령하고 온 멜리크도 전투에 합류하였고 이제 스페스 군은 수적으로 네그라스군과 대등하게 되었다.

"엔카나님 너무 앞서 나가면 좌우가 위태로워 집니다!"

스페스군의 선두를 이끄는 엔카나의 라메타 이카브는 자신의 우나프를 다그쳤다. 하지만 엔카나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조금만 더! 아까처럼 적의 중앙을 가른다! 이카브, 타바스와 함께 좌우를 부탁한다."

엔카나와 에일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적의 본진을 뚫고 들어갔다. 엔카나의 돌격은 거침없이 이루어졌고 뒤따르는 스페스군에게 강한 인상을 주며 사기를 높여주었다. 엔카나는 우루안 왕이 직접 임명한 최초의 우나프이자 오카스의 후계자였다. 한낱 마크란에 불과하던 그가 우나프로 임명된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겠지만 오카스 조차 한동안 넬칸의 뜻을 이해할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오카스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넬칸의 깊은 안목에 감탄하고 말았다. 작은 체구에 뛰어난 검술도 지니지 못했지만 엔카나는 지금 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의 행동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였으나 그를 따르는 라메타와 카로와나 그리고 마크란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두려워 하거나 불만을 가지는 자가 없었다. 엔카나는 몸으로 행동하는 지휘관이었다. 그저 자신의 뒤를 따르라는것이 그가 부하들에게 내리는 명령의 전부였다. 오카스는 엔카나가 이끄는 500여 병사들을 보며 자신의 우나프에 대한 그들의 절대적 충성을 볼 수 있었다. 우루안이 보았던 엔카나의 능력은 바로 그것이었다. 엔카나는 라메타 이카브와 타바스의 비호를 받으며 적의 중앙을 돌파하였고 에일로는 그가 열어준 길을 따라 주르단의 군사를 이끌고 왕자와 나테이 카잔을 구하기 위해 적을 통과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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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티트하리 황제 17.08.13 194 0 18쪽
50 타르누스 용병대2 17.07.30 258 0 19쪽
49 타르누스 용병대 17.07.23 166 0 9쪽
48 외전3 - 붉은눈의 아누크2 17.07.16 149 0 17쪽
47 외전2 - 붉은눈의 아누크 17.07.09 194 0 13쪽
46 외전1 - 카라자스 17.07.08 193 0 9쪽
45 승자가 없는 싸움. 17.07.02 219 0 15쪽
44 전투는 끝나지 않는다... 17.07.02 208 0 9쪽
» 진격 또 진격 17.06.25 212 0 11쪽
42 죽음의 길 17.06.18 206 0 11쪽
41 니안의 작전 17.06.11 339 0 13쪽
40 네그라스 연합군 침공 2 17.06.04 200 0 11쪽
39 네그라스 연합군 침공 17.05.28 268 0 16쪽
38 새로운 인연 17.05.21 199 0 13쪽
37 계속되는 전쟁 17.05.14 202 0 10쪽
36 하나로 뭉친 주칸 17.05.14 177 0 21쪽
35 떠나는자 17.05.07 167 0 14쪽
34 두번째 주칸전투 17.04.30 158 0 14쪽
33 계속되는 전쟁 17.04.30 151 0 11쪽
32 모욕적인 패배 2 17.04.23 260 0 16쪽
31 모욕적인 패배 17.04.16 157 0 10쪽
30 루아즈 침공 17.04.09 164 0 15쪽
29 전설의 프로렌스용병 17.04.01 133 0 15쪽
28 첫번째 전투 17.03.25 113 0 16쪽
27 프로렌스의 반역자 17.03.19 219 0 15쪽
26 돌아온 헤르반 17.03.11 251 0 14쪽
25 주칸의 피난민 17.03.05 210 0 18쪽
24 주칸전투2 17.02.26 155 1 16쪽
23 주칸전투 17.02.25 260 0 18쪽
22 영광의 역사가 시작된다. 17.02.18 20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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