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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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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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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수 :
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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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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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네그라스 연합군 침공 2

DUMMY

헤르반은 적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함정을 돌아서 자신의 측면을 치기 전까지 적을 조금이라도 더 흔들어 놓을 속셈이었다. 겨우 사람 5~6명이 지나갈 만한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10배에 달하는 적의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다리를 건넌놈들만 죽인다!"

헤르반은 그림자처럼 자신의 뒤를 따르는 형제들에게 외쳤다.

무섭게 돌진하는 적을 앞에 두고 페루스는 담담히 검을 빼들고 맞섰다. 그의 등뒤에는 겨우 루아즈의 기마병 50여기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루아즈의 전사들이여. 물러서지 마라. 네그라스가 우리를 보고있다!"

헤르반은 그의 장검을 치켜들고 빠른 속도로 페루스를 향해 공격해 왔다. 페루스는 어렴풋이 헤르반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저놈이 우두머리군.'

페루스는 헤르반의 공격을 피하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상대는 그의 생각보다 강한 상대였다. 자신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적은 믿을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다시 공격해 왔다. 마치 처음의 공격은 실력을 떠보았던 것일 뿐이라는듯...

페루스는 노예인 멘티스중에 이토록 뛰어난 전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히 상상 할 수 없었다. 그의 공격은 빠르고 간결하며 힘이 넘쳤다. 그는 마치 프로렌스 전투에서 만났던 그 젊은 용병처럼 거침없이 당당했다. 페루스는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그의 검은 결코 상대의 몸에 닿지 못했다. 페루스가 이렇다할 힘을 못쓰는 사이 헤르반의 양옆을 따르던 투고 형제와 가이안, 이고르는 남은 루아즈의 병사를 차례로 쓰러뜨리고 있었다. 루아즈의 카로와나들은 명예로운 우나프의 뒤를 지키며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주칸의 전사들은 그들의 투지를 뛰어넘었다. 페루스는 자신의 좌우가 처참히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며 죽음을 각오했다. 최선을 다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한 루아즈의 승리가 페루스의 가슴을 울렸다. 그의 눈에서 덜쳐내지 못한 분노가 눈물로 흐르고 그의 검붉은 검 카에드라스가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헤르반은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적의 우나프가 지난번 전투에서 앗실리스를 제의했던 그 전사라는것을 결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눈앞의 죽음을 외면하듯 뒤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적을 보며 호기롭던 그때의 루아즈의 우나프를 떠올릴 뿐이였다. 헤르반은 검을 높이 쳐들고 온 힘을 향해 검을 내리 쳤다. 그의 말이 주인의 마음을 읽은듯 그의 검에 힘을 실어주었고 페루스는 검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그는 죽음을 직감했다.

'끝이다.'

막아낸다 해도 팔이 견디내지 못하리란걸 그는 알고있었다. 페루스는 마지막 온힘을 양손에 쏟아부었다. 그순간 페루스는 자신의 얼굴 옆으로 네그라스 기마병의 창이 비명을 지르듯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것을 볼수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페루스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목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걸...두 전사의 검이 부딪히려는 순간 헤르반의 검이 방향을 바꾸며 페루스를 스치듯 비껴가 그창을 쳐냈다. 그리고 네그라스의 기병은 뒤늦게 좁은 길을 건너오고 있었고 두개의 기마대가 멀리 함정을 돌아 헤르반의 기마병을 덮치려 하고 있었다. 페루스는 검을 고쳐 쥐었다. 그는 죽음의 강을 되돌아 다시한번 반격의 기회를 얻었다. 네그라스의 창을 쳐내며 아쉬운듯 페루스를 노려보던 헤르반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말머리를 돌려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미 계획대로 헤르반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터라 후퇴해도 아쉬울 것은 없었다. 페루스는 네그라스의 기병과 함께 아카론의 협곡까지 적을 쫒다가 적의 매복을 염려해 더이상 뒤쫒지 않았다. 한밤의 아카론 협곡은 제아무리 날쌘 기마병이라 해도 매복에 속수모책으로 당하고 말터였다. 주칸과 네그라스 연합의 첫 전투는 네그라스의 쓰라린 패배로 끝이났다. 네그라스는 기마병 500을 잃었고 보병 200과 보급품 상당량을 잃고 말았다. 또한 루투칸 칸주르이 부상당해 잠시 전투를 미룰수 밖에 없었다. 페루스는 급히 루아즈에서 의사를 부러 칸주르를 돌보게 하였으나 그의 부상이 심해 회복까진 오랜시간이 걸렸고 고민하던 칸주르는 자신의 동료인 네그라스 제 3 아누프 티메르에게 지휘권을 맡겼다. 티메르는 신중한 칸주르과 달리 과격하고 결단이 빠른 인물이었다. 그는 당장 전투를 재개하길 원했고 네그라스 기마병을 후미에, 나머지 연합군을 선두로 하여 아카론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페루스는 아카론이 식량이 떨어지길 기다리자 주장했으나 식량이 부족하기는 연합군도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루아즈에서 보내오는 보급품이 한계에 다다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그도 더는 티메르를 말리지 않았다. 이미 여러번 적에게 패배한 페루스로서는 다시한번 네그라스 연합군을 믿어 볼수밖에 다른방법이 없었다. 여전히 연합군은 5000의 대군이었고 최강의 네그라스군이였다.

기습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헤르반은 주칸군의 완벽한 영웅으로 떠올랐다. 적어도 병사들에 있어서 헤르반은 진정한 자신들의 왕이요 루투칸이었다. 헤르반은 주칸 전투에서의 부상을 완전히 회복한뒤 새로이 전투를 치를때마다 자신의 검력이 점점 늘어남을 느낄수 있었다. 끝없는 자신감이 그를 더 앞으로 앞으로 내몰았고 그는 어느새 전투의 최선봉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는 루투칸으로 변해있었다. 카루온은 전투에 나섰던 기마병을 칭찬하며 그들 스스로를 칭하던 바라쿠타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사용하도록 허락 하였다. 바라쿠타의 재력으로 만들어지고 헤르반이 훈련시켰던 노예들은 이제 각각이 뛰어난 전사로서 인정받았고 그 자부심이 하늘높이 치솟았다.


"이곳입니다. 협곡의 중간부터 여기까지 절벽위에서 공격을 퍼부어 적의 전진을 최대한 늦춰야만 합니다."

니안은 카루온과 지도부를 이끌고 협곡에 다다라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아카론의 바위산으로 들어서는 협곡은 누가 봐도 천혜의 요지. 한눈에보아도 더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였다.

"적은 숫자로도 연합군의 전진을 상당히 늦출수 있을것입니다."

"이곳에서 1차로 방어전을 치뤄야겠군요."

카루온의 말에 니안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전군을 배치할 수는 없습니다. 저곳으로 가는 길은 매우 좁아서 많은 군사가 한번에 이동할 수 없습니다. 만약 네그라스군이 협곡을 거의 통과할때 빠르게 후퇴하지 못한다면 연합군에게 포위당하기 쉽습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

니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죽음의 위협을 자처하는자가 있었다. 투고였다. 그리고 당연하듯 아만은 한발자국 앞으로 나와 투고의 옆에 나란히 섰다.

"저희도 이곳에서 적과 싸우겠습니다.

이어서 두사람의 옆에 또다른 두 사람이 나섰다. 바로 가이안과 아민투스 였다.

"아민투스의 활은 루아즈 제일입니다."

살며시 미소를 띤 가이안의 말엔 감출수 없는 당당함이 배어나왔다.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카루온은 알 수 없었으나 그들의 용기에 덜컥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위험에 처하기 전에 빠져나와야합니다. 그것이 더 많은 적을 죽이는것보다 중요합니다."

카루온은 언습하는 불안감을 애써 떨치며 그들의 안전을 재차 당부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아카론의 절벽에 돌과 통나무 그리고 화살이 옮겨졌다. 연합군을 상대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무기들이었지만 절벽위에 서서 협곡을 내려다 보는 4사람의 가슴은 그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그들은 전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동안 멈춰졌던 전투는 10일만에 다시 시작됐다. 네그라스군은 계획대로 연합군의 보병을 앞에 세우고 기병을 뒤에 배치한 뒤 적보다 앞선 전투력을 믿고 아카론 협곡으로 진군했다. 니안은 적들이 도망친 척 스페스로 떠난 주칸의 노예를 뒤쫒아 알다바나쪽으로 병력을 보내길 바랬으나 티메르는 오직 아카론에만 신경을 쓸 뿐이었다. 니안은 최후의 전투를 준비해야만 했다. 전투의 시작과 함께 길게 이어진 협곡 절벽 위에는 죽음을 무릅쓴 투고 형제와 가이안, 아민투스의 병사들이 진군하는 적을 공격했고 많은 네그라스군이 바위와 통나무에 깔려 죽었다. 하지만 티메르는 후퇴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최강의 네그라스군에게 2번의 패배는 용납될수 없었다. 티메르의 의지대로 연합군의 보병들은 골짜기를 메운 아군의 시체를 넘으며 서서히 아카론 협곡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최강의 군대라는 명성은 하급의 보병 카로와나에게도 결코 비켜가지 않는 자부심이었던 것이다. 전우의 시체가 쌓여갈수록 네그라스군의 투지는 불타올랐다. 꽤 많은 수의 병사가 죽었음에도 연합군의 숫자는 여전히 주칸군을 크게 압도했고 절벽위에서 적을 공격했던 주칸군은 적이 협곡 끝에 다달으자 고립될것을 우려하고 서둘러 후퇴를 감행했다. 하지만 그들은 네그라스군을 너무나 과소평가했다. 네그라스군은 서둘러 협곡을 빠져나온 뒤 절벽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아섰고 절벽위의 주칸군은 고립되어 전멸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이들을 이끌던 투고 형제와 가이안은 되돌아 가는 길이 막히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티메르는 병사를 둘로 나누어 바위산의 주칸 본대와 협곡의 매복군을 동시에 공격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보다 공격은 더디게 이루어졌다. 네그라스의 기마병은 가파른 바위산과 절벽에서 제 힘을 다하지 못했고 지형에 익숙치못한 탓에 카루온군의 기습과 후퇴에 끊임없이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세를 뒤엎을수는 없었다. 연합군은 점점 포위를 좁히고 있었고 미처 해가 지기도 전에 페루스는 루투칸 티메르와 함께 바위산의 아카론 본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헤르반, 투고형제는 아직입니까?"

"그렇습니다."

"..."

카루온은 더이상 묻지 않았다. 그의 침묵이 이미 그들의 죽음을 예상하는것만 같아 헤르반은 가슴이 아려왔다. 헤르반은 정면의 적을 뚫고 협곡의 아군을 구하고 싶었으나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본진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 왕자와 카잔을 두고 그들을 구하러 갈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카루온 왕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헤르반의 옆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적과 싸우고 있었다. 왕자는 전사라 칭할정도로 뛰어나진 않았으나 일개 카로와나는 상대할 만한 수준의 검술은 익히고 있었다. 왕자에 비하면 카잔은 그 모습이 매우 위태로운 처지였다. 왕자와 헤르반 뒤에서 검을 들고는 있으나 오히려 아군에 방해가 될정도로 그는 검술에 약했다. 하지만 그가 위험에 처할 일은 없었다. 그의 곁에는 카루온의 명령으로 이고르가 지키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쓰러지는 아군의 숫자가 늘어가고 주칸군은 점점 바위산의 꼭대기로 밀리기 시작했다. 카루온은 죽음을 두려워 하진 않았으나 수많은 목숨이 자신에 의해 위태로워진 것이 안타까웠다. 그는 스페스 구원군을 찾아 떠난 엔카나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지원군이 오지 않는다면 아마 아카론의 멘티스는 내일 아침해를 보지 못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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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전투는 끝나지 않는다... 17.07.02 208 0 9쪽
43 진격 또 진격 17.06.25 211 0 11쪽
42 죽음의 길 17.06.18 206 0 11쪽
41 니안의 작전 17.06.11 33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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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계속되는 전쟁 17.05.14 20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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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떠나는자 17.05.07 16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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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계속되는 전쟁 17.04.30 15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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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모욕적인 패배 17.04.16 15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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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돌아온 헤르반 17.03.11 251 0 14쪽
25 주칸의 피난민 17.03.05 210 0 18쪽
24 주칸전투2 17.02.26 155 1 16쪽
23 주칸전투 17.02.25 260 0 18쪽
22 영광의 역사가 시작된다. 17.02.18 20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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