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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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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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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2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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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첫번째 전투

DUMMY

루아즈의 원정대는 출병 이튿날 프로렌스의 땅에 들어섰다. 아직은 그 어떤 문명의 흔적도 찾을 수 없는 모래만 날리는 땅이었지만 분명 루아즈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쿠르카왕은 행군을 멈추고 군사를 잠시 쉬게했다. 뽀얗게 일었던 먼지가 가라앉고 병사들이 저마다 그늘을 만들어 휴식을 취할때 원정군을 따라나선 주만이 쿠르카왕을 찾아왔다. 그는 여전히 코누잔의 반역을 의심하는 대표적인 사람중의 하나로 쿠르카왕에게 만약을 대비하라 건의하고자 온것이었다.

"코누잔을 온전히 신뢰할 수 없습니다. 만약을 위해 반격할 준비를 해놓으셔야 합니다."

"물론이오. 카로안 역시 기습에 대비해야함을 잘 알고 있소."

"현명하십니다. 프로렌스는 수십개의 오아시스로 둘러싸여있고 주변에는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있어 매복하기 수월합니다. 외성 가까이에 막사를 구축하되 병사를 쉬게하지 마시고 적을 도발하십시오. 그리고 병력을 숲속에 숨긴뒤 적을 유인하십시오. 만약 약속대로 코누잔이 기습을 하면 후퇴하면서 반응을 살피고 적의 수와 동태를 살펴가며 공격하면 될것입니다."

"좋소, 카로안에게 가서 그대로 전해주시오."

쿠르카왕은 주만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잠깐의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행군을 시작한 루아즈 원정군은 해가 지기전 프로렌스 외성 5km 떨어진곳에 진지를 구축했다. 카로안의 명에따라 루아즈의 병사들은 수십명씩 짝을 이뤄 수풀 이곳 저곳에 몸을 숨겼다. 쿠르카왕은 기습에 대한 준비가 끝나자 수백의 병사만을 이끌고 프로렌스의 남쪽 성문으로 향했다. 그의 자신감은 무모하리 만큼 하늘 높이 치솟아있었다. 그는 카로안 데카에와 함께 프로렌스의 지형을 살피며 앞으로의 전투계획을 논의했다. 멀리 프로렌스의 성벽 위에선 아카네르와 안트슈메크가 그들의 모습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우리를 도발하고 있군."

"노여움을 거두십시오. 우리의 기습에 충분히 대비를 해놓았다는 증거입니다."

아카네르는 멀리 보이는 쿠르카왕을 쳐다보며 그가 짓고있을 표정을 생각해보았다.

'쿠르카, 언제까지 웃을수 있을것 같은가... '

그날 오후 해가 떨어지기 직전 아카네르는 하눕과 이디스를 불렀다.

"해가 떨어지면 성문을 열고 나가 적의 진지를 급습하라. 적은 분명 기습에 대비하고 있을테니 잠시 싸우는척하고 후퇴하라. 만약 적이 쫒아오지 않으면 다시 공격하고 후퇴하기를 서너차례 반복해라. 그래도 적이 쫒아오지 않거든 그냥 후퇴하라. 명심하거라. 결코 섣불리 공격하지말고 본대가 있는 곳까지 적들을 유인해야한다."

아카네르와 안트슈메크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선공을 선택했다. 반역자 코누잔이 루아즈와 맺은 계략을 그대로 따라주는 척하며 소수의 적군이라도 도모해볼 생각이었다. 첫전투인 만큼 카로안 안트슈메크도 직접 검을 들고 나섰다. 적을 기습하는 선봉에 하눕과 이디스 그리고 용병단이 투입됐고 매복에는 안트슈메크와 에판,아르페가 맡았다. 에판과 아르페는 꽤 오랫동안 안트슈메크를 모셔왔던 노련한 전사들이었기에 그들의 사기는 더없이 드높았다. 해가 지고 사막에 어둠이 찾아오자 프로렌스군은 조용히 성문을 빠져나갔다. 오아시스의 숲을 따라 병사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졌고 모래언덕과 숲을 이용해 병사들의 몸을 숨겼다. 사막의 밤하늘엔 푸른빛의 달이 모래언덕을 비추었고 바람을 따라 모래언덕의 모래들이 잘게 흩날리고 있었다. 기습에 투입된 용병단의 발로니테 일행은 선봉대 중에서도 기마대로 이루어진 최전방에 투입되었다. 적과 가장 먼저 맞부딪히게 될 위험한 위치였으나 발로니테는 오히려 흥분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나시크, 바라사. 내 곁에서 멀리 벗어나지마라."

"넷!"

발로니테는 공격을 눈앞에 두고도 여유로운듯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로 말했다. 그것은 나시크와 바라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닥쳐올지 모를 죽음이 코앞에 있었지만 세사람은 오로지 승리만을 생각하고있었다. 어느덧 달이 밤하늘 한가운데 떠올랐고 안트슈메크의 지시와 함께 선봉에 있던 하눕과 이디스가 드디어 공격 명령을 내렸다.

"공격!"

150여기의 기마대를 앞세운 선봉대가 일제히 출발하자 모래언덕에는 뽀얀 먼지가 일었다. 순식간에 루아즈의 진지에 도착한 선봉대는 아카네르의 예상이 틀림없음을 깨달았다. 별다른 전투없이 루아즈의 막사에 도달한 하눕은 후퇴하는 적을 바라보면서 적의 매복을 염려하여 다시 후퇴를 명령했다.

"후퇴하는것을 보니 우리를 유인하려는 수작인것 같습니다."

"역시, 코누잔 이놈, 우리를 기만하려하다니... 우리를 그리 쉽게 보았더냐."

쿠르카왕은 언덕에 자리잡은 본대의 깊숙한 곳에서 프로렌스의 간계를 간파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결코 적의 작전에 말려들어선 안됩니다. 병사를 뒤로 물려 적을 더 끌어들이십시오."

카로안 데카에의 말에 쿠르카 왕은 고개를 끄덕였고 루아즈의 병사들은 적이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공격하고 후퇴하기를 세차례나 반복했지만 오히려 적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고 하눕은 일이 틀어졌음을 깨달았다. 하눕은 적의 매복을 염려하여 돌아가고자 하였지만 이디스의 생각은 달랐다.

"아카네르님의 생각이 틀린것이다. 분명 적은 우리의 기습에 놀라 후퇴하는 것이야."

이디스는 이상하리만큼 강경했다. 하눕은 이디스의 뜻에 동조할수 없었지만 이디스는 쉽게 고집을 꺽지 않았고 그는 다시 한번 공격하기를 원했다. 하눕과 이디스는 한동안 입싸움을 벌였으나 하눕은 더이상 깊이 적진에 들어가는것은 위험하다 여겼다. 결국 하눕은 아카네르님의 명령을 거론하며 이디스를 저지했으나 이디스는 그에게 거세게 반발하며 재차 공격명령을 내렸다. 그는 내심 자신을 과소평가 하는듯한 하눕에게 치미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내가 공격할테니 너는 여기서 날 기다려라. 반드시 적을 사로잡아올 것이다."

이디스의 공격명령과 함께 재정비된 그의 군대가 공격을 시작했고 용병단이 그 뒤를 따랐다.

'반드시 적을 섬멸해 첫승리를 이루리라!'

하눕은 갑작스런 이디스의 돌발행동에 불편한 마음과 함께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는 부하를 시켜 본대에 이 사실을 전하고 만약을 대비해 속도를 늦춰 조심히 이디스를 뒤따랐다.

이디스의 선봉대는 순식간에 루아즈의 후미에 다달았다. 진지를 버리고 서둘러 후퇴하는 적군의 모습에는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디스는 후퇴하는 적을 뒤쫒으며 수십명의 적을 베었다. 그렇게 한참을 뒤쫒던 이디스의 눈앞에 낮은 바위언덕이 나타나더니 돌연 적군의 모습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디스는 일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후퇴 명령을 내렸으나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일순간 쏟아진 적군들 사이로 이디스와 용병대의 800여 군사는 적진의 한가운데 고립되고 말았다.

이디스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후회하며 통곡하듯 내뱉었다.

"아아 아카네르님...!!!"

상황은 암담했지만 병사들을 모조리 죽음으로 내몰수는 없는일이었다. 이디스는 후미에있던 용병대의 기마대를 선두로 하여 왔던길을 되돌아 가려했다.

"적을 모조리 죽여라!"

용맹한 프로렌스 용병대는 선두에서 길을 열기시작했다. 하지만 카로와나는 그렇지 못했다. 충분히 훈련되지 못한 그들은 겁을 집어먹고 당황하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채 도망치기 바빴다.

"루아즈의 전사들이여! 적을 쳐부숴라!"

천둥 같은 고함소리와 함께 루아즈의 매복된 병사들은 모래처럼 수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프로렌스군을 사정없이 짖밟기 시작했다. 후퇴하던 이디스의 병사들은 후미부터 와해되기 시작했다.

"라페리온님! 카로와나들의 속력이 뒤쳐지고있습니다!"

용병대의 선두에서 퇴각로를 열던 용병대장 라페리온의 등뒤에서 다급한 목소리의 타리그가 후미의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라페리온은 후미까지 신경쓸 여력이없었다. 이미 기마대의 앞에도 퇴각로를 겹겹이 둘러싸며 루아즈군의 포위가 두터워지고 있었다. 적의 수는 수천에 달했다. 라페리온은 카로와나를 돕기위해 되돌아간다면 전멸할 수 밖에 없음을 직감했다. 그는 차라리 용병대만이라도 포위를 벗어나 본대와 합류하는길을 택했다.

"기마대는 속도를 늦추지 마라. 결코 뒤쳐지지마라!"

라페리온의 용병대는 다시금 빠른 속도로 길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을 눈치챈 루아즈군은 그들을 쉽게 놓아주려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루아즈군의 포위가 기마대에 집중되며 그들은 더이상 퇴로를 열지 못했다. 라페리온은 담담히 죽음을 각오하며 부하들에게 외쳤다.

"적의 포위를 뚫고 길을 열어라!"

라페리온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을 향해 말을 달려오는 루아즈의 전사를 보았다. 분명 우나프로 보이는 그자는 긴 검을 들고 맹렬한 기세로 다가오고있었다. 라페리온의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물러설곳도 없었지만 다가오는 상대를 한번도 피해본적 없는 라페리온이었다.

"좋아! 오너라, 지옥을 보여주마!"

라페리온은 말의 옆구리를 박차며 검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라페리온은 모르고 있었다. 눈앞의 전사가 루아즈의 제 1검사라 불리며 위대한 전설로 기억될 남자라는 사실을...

루아즈의 우나프는 라페리온이 방어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라페리온님!"

라페리온의 뒤에서 그를 뒤따르던 타리그와 발로니테는 그의 목이 땅에 떨어지는것을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발로니테가 놀라움에 주춤하는 사이 타리그는 순식간에 말에서 뛰어내려 라페리온의 목을 주워들고 다시 말위에 올랐다. 그의 눈에선 흘러나왔고 그의 눈은 주인의 목숨을 앗아간 루아즈의 전사를 향해있었다.

"이놈! 죽여버릴테다!"

천둥같은 고함소리와 함께 루아즈의 우나프로 달려가는 그의 왼팔에는 아직 눈을 감지 못한 라페리온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하눕님, 이미 늦었습니다. 적의 포위가 두터워 길을 열수 없습니다. 자칫하면 저희도 포위당하고 맙니다!"

첨병의 말을 듣고 하눕은 암담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아! 모든것이 틀려버렸다. 이대로 돌아갈순 없다. 최대한 우리병사의 탈출로를 열어줘야한다."

하눕은 선발대를 구해내기 위해 다시 속력을 내었으나 곧 루아즈군의 한무리와 마주치고 말았다. 루아즈군을 이끄는 우나프는 곰처럼 거대한 몸집의 사내였다. 커다란 장검을 눕혀 거침없이 아군을 베어오는 적을 향해 하눕은 주저없이 돌진했다.


선발대의 절반이 궤멸됐을쯤 하눕이 보낸 병사는 아카네르의 본대에 이디스의 소식을 전했다. 소식을 들은 아카네르는 일이 그르쳤음을 깨닫고 하눕에게 본대로의 후퇴 명령을 내렸다. 이디스를 비롯한 용병단을 구해내려다 자친 전면전이 치뤄진다면 모든 병력을 잃게 될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트슈메크는 내키지 않았으나 아카네르의 의견을 옳게 여겼다. 전사로서의 자존심은 도시의 안위를 위해 버려야만 할때였다.

후퇴명령은 신속히 하눕에게 전해졌지만 하눕은 아카네르의 뜻대로 쉽사리 군사를 돌릴수 없었다. 하눕은 눈앞의 루아즈 우나프와 한바탕 전투를 벌이고있었다.

"꽤나 실력있는 자로군. 나는 루아즈의 우나프 아보로다. 항복한다면 목숨은 살려주마."

하눕보다 두뼘은 더 키가 커보이는 상대의 도발에 하눕은 콧웃음을 치며 기가찬듯 되벋아쳤다.

"오늘 네놈이 죽을 자리를 잘못 골랐구나. 헛소리 말고 내 검을 받아라."

하눕의 눈빛이 번쩍이며 그의 은빛 검날이 순식간에 적을 향해 파고들었다. 전에없이 빠른 검놀림이었다. 아보로라 불리는 우나프는 그제서야 상대가 자신보다 위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상대의 검이 자신의 목 앞에 다가온 뒤었다. 하눕은 손쉽게 상대의 목을 베어 떨어뜨리고는 그의 목을 검으로 찔러 하늘 높이 들어보였다. 루아즈의 카로와나와 마크란은 자신의 우나프가 죽자 동요되기 시작했고 하눕은 한동안 적의 진영을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하눕은 마음이 다급했다. 이대로 이디스와 용병단이 전멸한다면 프로렌스는 수적열세를 극복할수 없을것이 분명했다. 하눕은 자신의 라메타(우나프 지휘를 받는 상급의 카로와나)에게 지휘권을 위임한뒤 본대로의 후퇴를 명령한 다음 스스로 100여기의 기마병을 이끌고 적군속으로 뛰어들었다. 하눕은 곳곳에 파여진 땅굴을 지나치며 루아즈군의 치밀함에 혀를 내둘렀다. 아군은 수적으로도 열세였지만 작전상 완전한 패배였다. 하눕은 루아즈의 포위망을 이리저리 맴돌았지만 포위망 너머 아군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눕님 전방에 용병대의 기마대가 있습니다!"

병사의 외침과 함께 하눕과 그의 기마대는 말머리를 돌려 빠르게 전방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과연 프로렌스의 30여기의 용병기마대가 있었고 그 곳은 마치 지옥과 같은 모습이었다. 기마대가 지나온 길에는 셀수없이 많은 루아즈의 마크란과 카로와나의 시체가 땅위를 덮고 있었고 시체들은 본래 모습을 구별하기 힘들만큼 처참하게 잘리고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전투경험이 없던 하눕이었지만 꽤 많은 목숨을 거두었던 그였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살육의 현장은 그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였다. 하눕은 큰 소리로 아군을 향해 소리쳤다.

"프로렌스군은 들으라! 나는 우나프 하눕이다. 나와 함께 포위를 뚫고 후퇴한다."

"우나프님, 용병단의 라페리온님과 타리그 님이 전사했습니다. 용병대의 남은 병력은 저희가 전부입니다."

나시크는 우나프인 하눕에게로 다가가 패배의 소식을 전했다.

"이디스 우나프의 프로렌스군은 어찌됐는가?"

"후퇴 도중 좌우에서 적의 공격을 받고 용병대와 떨어져 나갔는데 그 후로 소식을 모릅니다."

하눕은 참담한 패배에 다시한번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한시가 급한 시각에 그런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이디스의 군대를 포기하고 즉각 후퇴 명령을 내렸다. 더이상 적진을 향해 들어가는것은 무모한 짓이였다. 그러자 나시크와 바라사는 거의 동시에 그를 향해 말했다.

"우나프님 용병대의 병력을 이끌어 주십시오. 적진에 아직 저희의 주인님이 계십니다."

"남은 병력이 또 있느냐?"

"아닙니다. 혼자서 적의 우나프를 막아서고 저희에게 시간을 벌어주셨습니다. 이제 돌아가 힘을 보태겠습니다."

하눕은 두사람의 이야기가 쉽게 납득되지않았다. 홀로 저 적진에서 무얼 할수 있단 말인가?

"포기해라. 죽음만 자초할 뿐이다."

"절대 죽을분이 아닙니다. 저희만이라도 돌아가겠습니다"

하눕은 망설였지만 상관에대한 그들의 충성심과 믿음은 죽음의 위협을 뛰어넘어 확고해 보였다.

"좋다. 나도 함께 가겠다."

두사람의 충성심을 높이 산 하눕은 어쩌면 이디스의 군대를 찾을지도 모를꺼라는 생각에 다시 적진으로 뛰어드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그는 뒤따르는 3명의 병사만 남기고 용병대를 포함한 모든 병력을 본대로 보낸뒤 나시크,바라사와 함께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방금 전 용병대와의 전투로 조금은 적의 포위가 옅어졌다고는하나 앞으로 나아갈 수록 모래처럼 많은 루아즈의 병사들이 꾸준히 증원되는것이 보였다. 하눕은 냉철하게 이디스의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는 더이상의 침투는 위험하다고 느꼈다. 하눕은 말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추고 나시크와 바라사를 향해 말했다.

"멈춰라. 더이상은 위험하다. 이만 돌아가자."

"이곳에서 멀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나시크는 하눕에게 간청하며 멈췄던 말을 다시 재촉했다.

"발로니테님!!"

나시크가 하눕의 명령에 주춤한 사이 주인을 향한 감격스러운 바라사의 외침이 들렸다. 하눕은 달려드는 서너명의 적군을 베다 돌연 검을 멈추었다. 그것은 그의 의지가 아니였다.

루아즈 병사들 사이에서 거침없이 창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검붉은빛의 전사, 그의 창끝에서 뿌려지는 적군의 피와 머리가 끝없이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하눕은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오는것을 느꼈다.

지옥같은 이 전장에서 수천의 병사와 홀로 맞써 싸운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피로물든 그의 모습은 적군뿐만 아니라 아군에게도 엄청난 위압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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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티트하리 황제 17.08.13 194 0 18쪽
50 타르누스 용병대2 17.07.30 258 0 19쪽
49 타르누스 용병대 17.07.23 166 0 9쪽
48 외전3 - 붉은눈의 아누크2 17.07.16 149 0 17쪽
47 외전2 - 붉은눈의 아누크 17.07.09 194 0 13쪽
46 외전1 - 카라자스 17.07.08 193 0 9쪽
45 승자가 없는 싸움. 17.07.02 219 0 15쪽
44 전투는 끝나지 않는다... 17.07.02 208 0 9쪽
43 진격 또 진격 17.06.25 212 0 11쪽
42 죽음의 길 17.06.18 206 0 11쪽
41 니안의 작전 17.06.11 339 0 13쪽
40 네그라스 연합군 침공 2 17.06.04 200 0 11쪽
39 네그라스 연합군 침공 17.05.28 268 0 16쪽
38 새로운 인연 17.05.21 199 0 13쪽
37 계속되는 전쟁 17.05.14 202 0 10쪽
36 하나로 뭉친 주칸 17.05.14 177 0 21쪽
35 떠나는자 17.05.07 167 0 14쪽
34 두번째 주칸전투 17.04.30 158 0 14쪽
33 계속되는 전쟁 17.04.30 152 0 11쪽
32 모욕적인 패배 2 17.04.23 260 0 16쪽
31 모욕적인 패배 17.04.16 157 0 10쪽
30 루아즈 침공 17.04.09 164 0 15쪽
29 전설의 프로렌스용병 17.04.01 133 0 15쪽
» 첫번째 전투 17.03.25 114 0 16쪽
27 프로렌스의 반역자 17.03.19 219 0 15쪽
26 돌아온 헤르반 17.03.11 251 0 14쪽
25 주칸의 피난민 17.03.05 210 0 18쪽
24 주칸전투2 17.02.26 155 1 16쪽
23 주칸전투 17.02.25 260 0 18쪽
22 영광의 역사가 시작된다. 17.02.18 20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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