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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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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0
추천수 :
42
글자수 :
450,893

작성
17.06.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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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죽음의 길

DUMMY

탈출한 적을 쫒던 페루스는 어두운 동굴 안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그는 마치 전투가 벌어진듯 쓰러져 있는 시체들을 보며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길 주저했다.

'분명 나보다 앞서 적과 전투를 치뤘을리가 없는데....'

페루스는 멘티스와 몇번의 전투를 치루며 적에게 뛰어난 세노테가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을 하고 있었다.

'비록 적의 숫자가 적지만 또 다시 함정에 빠진다면 승리할 수 없다.'

그는 즉각 신호를 보내 전진을 멈추었다. 그리고 재빨리 후퇴의 명령을 내렸다. 비좁은 동굴을 되돌아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그는 자신의 판단이 틀림 없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동굴에 들어선 티메르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동굴안의 시체를 보면서 앞서 추격한 페루스의 군사들이 적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뒤쫒고 있다고 여겼다. 적의 시체 앞에서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승리가 코앞에 있음을 장담하고 추격을 서둘렀다. 하지만 테메르는 곧 우왕좌왕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병사들 사이로 황당한 보고를 듣게 되었다.

"루투칸님, 동굴이..... 막혔습니다!!!"


"불을 붙여라!!!"

카루온의 명령에 햇불을 손에 든 주칸의 병사들은 일제히 동굴 입구에 불을 놓았다. 주칸병사들이 동굴 입구 주변에 흩어놓듯 쌓아두었던 나뭇가지는 어두운 밤에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고 네그라스 병사들은 그 누구도 그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바람을 탄 불은 노란 연기를 내며 타올랐다. 나뭇가지와 함께 섞인 아이샤 나뭇잎은 눈에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연기를 내뿜으며 바람을 타고 동굴안으로 흘러들어갔다.

니안은 동굴앞에서 타오르는 불을 보며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제 달이 떠오르고 전투는 멘티스에게로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었다. 아카론으로 진지를 옮긴 뒤 처음 지하의 호수를 둘러보았던 니안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동굴들을 직접 살펴보며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할수 있는 좋은 통로라 생각했다. 하지만 카루온은 그런 니안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이곳을 함정으로 이용해 적을 물리치는 것은 어떻습니까?"

니안은 카루온의 대범한 생각에 감탄했다. 그는 즉시 병사를 풀어 동굴의 깊이와 입구의 갯수, 그리고 바람의 흐름까지 모든걸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고심끝에 오늘의 전투를 계획한 것이었다. 그의 전략은 주칸 멘티스의 생사는 물론 왕자 카루온의 목숨까지도 담보로 삼아야 했다. 니안은 애써 눈물을 참았다. 주칸의 젊은 사내들의 목숨을 모두 잃었지만 역사는 오늘의 전투를 멘티스의 승리로 기억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해가 떠오를 때 아카론은 네그라스의 대군을 물리친 멘티스의 성지가 될것이었다.

불길이 커지자 이를 발견한 동굴 밖 네그라스의 잔류 병사들이 주칸의 병사들을 향해 공격해 왔다. 하지만 주칸의 병사들은 헤르반과 이고르를 앞세워 필사적으로 적을 제지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 이곳저곳에서 불길에 휩싸인 네그라스 병사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결 같이 앞을 보지 못한채 얼굴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이윽고 때가 되었다.

"검을 들어라. 바라쿠타의 전사들이여.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카루온의 외침이 아카론에 울려퍼지고 주칸의 300여 병사는 10배에 가까운 네그라스 군을 향해 최후의 전투를 시작했다.


"대단한 투지로군."

협곡의 절벽에서 어이없게도 지원군을 요청하는 전갈이 오자 연합군의 본대에선 반신반의 하며 새로운 부대를 투입했고 그들을 이끌고 온 새로운 우나프는 절벽 꼭대기에 올라서야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오는 길에 놓인 수많은 아군의 시체속에 간간히 보이는 적들의 시체, 적은 소수였지만 정예중의 정예였다.

"혹시 본대가 쫒는것은 가짜고 저놈들이 반란의 우두머리것이 아니냐?"

연합군의 새로운 우나프는 자신의 라메타에게 물었고 라메타는 대답이 없었다. 그가 할 말을 잃을 것은 당연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 적들을 섬멸하기 위해 남겨진 첫번째 부대(한명의 우나프는 505명을 이끈다)가 상대한 적들은 겨우 100명 남짓이었다. 그 중 지금 남아있는 아군은 50여명, 적들은 30여명 정도였다. 만약 새로이 자신들의 병력이 오지 않았다면 승패는 어째 됐을 것인지 라메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노예 100명이 하나의 부대를 막아냈다는 말인가!!'

라메타는 간담이 서늘해 졌다.

"세이카, 저들을 상대해 보겠는냐?"

"물론입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반사적으로 나오는 대답은 오랜시간 훈련된 전사로서의 대답일뿐, 세이카라는 이름의 라메타는 자신의 가슴이 천둥치듯 요동치고 있다는것을 애써 숨기고 있었다.

'이미 우나프 네르프님이 죽었다. 과연 내가 상대할 수 있을것인가?"

세이카가 붉은 검을 뽑을 들고 앞으로 나서자 그의 뒤를 따라 그에 속한 100명의 카로와나가 검을 빼들고 뒤를 이었다. 잠시 멈췄던 전투가 다시 시작되자 주칸의 전사들은 다시 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잠시 쉬었던 바위에는 여기저기 피가 떨어져 있었다.

"자, 마지막 전투로군."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가이안이 검을 들고 맨 앞으로 나섰다. 대등하게 줄어든 적의 숫자를 보며 잠시 희망을 가졌던 그들 앞에 또다시 나타난 적의 병력이 마치 사형선고와 같았지만 주칸의 병사들에겐 아쉬움이나 슬픔 따윈 없었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가이안은 검을 좌우로 흔들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는 여기저기 상처가 가득한 아만과 비교하면 그나마 덜했지만 그 역시 적지 않은 상처입었고 상처가 없는 사람은 단 한 명 아민투스 뿐이었다.

"아민투스, 나와 함께 해 줘서 고맙다."

가이안은 더이상 그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오랜 친구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아민투스는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다. 진작에 화살이 떨어진 그가 상처 하나 없는것은 오로지 가이안이 지켜준 덕분이었다. 아민투스는 가이안이 내민 오른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죽어서 다시 만나자."

두사람을 지켜보던 아만은 그 역시 마지막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는듯 잠시 뜸을 들이다 투고에게 다가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우리도... 다시 만나자...구."

투고는 말없이 아만의 어깨를 움켜 잡으며 그를 다독였다.

그런데 불쑥 가이안의 앞을 막는 자가 있었다. 그는 이미 투고와 아만에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시디그..."

"투고님, 제게 앗실리스의 기회를 주십시오."

"저들이 응해주지 않을것이다."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길이 좁아 한꺼번에 쳐들어 오지도 못할 것입니다. 루투칸은 맨 마지막까지 남아있어야 합니다."

잠시 망설이던 투고는 스치는듯한 가이안의 눈짓을 보았다. 어차피 정해진 끝을 향해 가는길, 남아있는 의지가 중요할 뿐 순서는 의미가 없었다. 그는 시디그가 나서는걸 허락했다. 시디그는 마지막 인사를 투고에게 남기며 돌아섰다. 화살로 단숨에 가슴을 꿰뚤을 만큼의 거리에 한명의 사내가 검을 들고 다가오자 라메타 세이카는 돌연 긴장감이 사라졌다.

'그런가... 적들도 두려워 하고 있군.'

세이카는 단숨에 평정을 되찾았다.

"적들은 지쳐있다. 하지만 단숨에 쓸어버리기엔 길이 좁다. 누가 저들의 도발에 응하겠는냐?"

"제가 나서보겠습니다."

세이카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전사가 자신의 라메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는 세이카가 아끼는 카로와나로 언제가 자신이 우나프가 되면 첫번째 라메타로 임명하리라 마음 먹었던 스켈이란 자였다.

"스켈, 너의 뒤에 내가 가겠다."

자신 휘하의 가장 뛰어난 카로와나를 보내는 세이카는 그를 대신할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는 자신의 부하에게 줄수 있는 가장 큰 용기를 주었다. 스켈이란 자가 검을 뽐아 들고 달려 나가자 시디그는 지지않고 적을 향해 달려 들었다. 시디그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양쪽의 전사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방어하며 싸우다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었다. 적의 실력을 알길이 없으나 분명 우나프 급은 아니란걸 쉽게 알수 있었다. 그는 죽더라도 공격을 멈추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캉!!"

첫번째 일격에 시디그의 검이 하늘로 솟아 올랐다. 진한 흑빛의 무딘 검이 저물어 가는 햇빛을 받아 잠시 반짝였다. 그리고 잠시 뒤,

"슈욱"

시디그의 등 뒤로 검붉은 검이 튀어나왔다. 그 순간 주칸 전사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시디그의 입에선 작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검을 빼라...."

"뭐라는 거냐 이 노예놈아?"

시디그는 한없이 몸이 무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힘을 짜냈다. 그는 양손으로 상대의 어깨를 깜싸고는 등뒤로 깍지를 꼈다. 등으로 빠져나온 검이 한뼘은 더 튀어나오며 날카로운 고통이 시드그를 덮쳤지만 신음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미소짓고 있었다.

"이미 늦었다. 흐흐흐"

시디그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 절벽으로 몸을 움직였다. 스켈은 당황했지만 이미 그가 빠져나오기엔 절벽이 너무 가까웠다. 시디그는 그대로 절벽으로 몸을 날렸다.

아끼던 부하가 허망하게 죽자 세이카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 남은 99명의 카로와나가 뒤따랐다.

"투고님, 제가 가겠습니다."

"그래, 제크.... 가거라. 우리도 곧 가겠다."

투고의 마지막 명령에 제크는 두 주먹을 모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시디그, 너다운 마지막이구나. 기다려라 나도 간다.'

제크는 남은 힘을 모두 짜내며 세이카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단 한번의 울림 뒤에 그의 목은 시디그를 따라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마치 죽음을 장난처럼 즐거워 하는듯한 적들의 연이은 도발에 세이카는 다시 업습해 오는 두려움 속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하지만 양쪽다 더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세이카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때 알수없는 울림이 세이카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대군, 1000 아니 2000은 넘을듯한 대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꽤 많은 전투와 훈련의 경험으로 그는 자신의 느낌이 틀라지 않다는걸 알고 있었다. 세이카는 잠시 고개를 돌려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는 저물어 가는 태양빛 아래 어두운 협곡으로 들어서는 검은 군대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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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전투는 끝나지 않는다... 17.07.02 208 0 9쪽
43 진격 또 진격 17.06.25 211 0 11쪽
» 죽음의 길 17.06.18 206 0 11쪽
41 니안의 작전 17.06.11 339 0 13쪽
40 네그라스 연합군 침공 2 17.06.04 199 0 11쪽
39 네그라스 연합군 침공 17.05.28 268 0 16쪽
38 새로운 인연 17.05.21 199 0 13쪽
37 계속되는 전쟁 17.05.14 20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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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떠나는자 17.05.07 16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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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모욕적인 패배 17.04.16 157 0 10쪽
30 루아즈 침공 17.04.09 163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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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프로렌스의 반역자 17.03.19 219 0 15쪽
26 돌아온 헤르반 17.03.11 25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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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주칸전투2 17.02.26 154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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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영광의 역사가 시작된다. 17.02.18 20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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