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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이 세계를 지배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조휘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4
최근연재일 :
2022.06.19 14:0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58,724
추천수 :
4,747
글자수 :
299,158

작성
22.05.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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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
13쪽

27장. 문자를 보내는 신선

DUMMY

27장. 문자를 보내는 신선


“빌어먹을!”

한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던 서 실장이 노준호를 돌아보았다.

노준호는 빨갛게 부어오른 자기 주먹과 죽은 조현규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옆에 있는 소파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맙, 맙소사. 내,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서 실장이 급히 노준호를 일으켜 세웠다.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 부회장님은 회사로 가십시오. 저흰 이곳에서 부회장님 흔적을 지워놓고 따라가겠습니다.”

노준호가 떠밀려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윤, 윤승희는 어쩌고?”

“조용한 병원을 수배해 가둬두겠습니다.”

“난, 난 서 실장만 믿고 있겠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 실장 어깨를 몇 번 두드린 노준호가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문을 막 나서려 할 때였다.

“꺄아악!”

갑자기 비명을 지른 윤승희가 어디서 그런 괴력이 나왔는진 몰라도 자길 잡고 있던 팀원을 뿌리치더니 베란다로 달렸다.

“잡, 잡아!”

서 실장이 소리치고.

놀란 팀원이 급히 그녀를 쫓을 때.

윤승희는 창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던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쿵 소리가 들리며 자동차 경보음이 울렸다.

눈앞에서 펼쳐진 충격적인 광경에 모두 넋을 놓을 때.

그나마 냉정을 유지하던 서 실장이 가장 먼저 외쳤다.

“다 좃돼기 전에 일단 부회장님부터 빨리 밖으로 모셔!”

팀원이 혼이 나간 노준호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갈 때.

띠잉!

엘리베이터 문이 15층에서 열렸다.

물론, 팀원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게 아니었다.

즉,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이 있단 뜻이었다.

곧 엘리베이터 안에서 형사와 정복 경찰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두 조직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오간 것도 잠시.

눈치 빠른 베테랑 형사가 신분증을 꺼내며 경고했다.

“모두 그 자리서 꼼짝 마! 우린 경찰이다!”

경찰과 전략 3팀 간에 실랑이가 있었지만.

현장에 있던 직원 전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경찰이 생각보다 빨리 들이닥친 이유가 뒤늦게 밝혀졌는데.

놀랍게도 몇 분 전에 조현규가 조폭이 자길 죽이러 온다고 신고해 담당 경찰서 기동대가 부리나케 달려왔다고 한다.

지상과 지하 주차장엔 SP 그룹 전략 3팀 팀원들이 있었지만.

윤승희가 주차된 밴 위로 떨어지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경찰 기동대에 체포되었다.

이 사건으로 한국은 난리가 났다.

방송사들이 전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속보로 다뤘다.

인기 절정이던 여배우 의문사에 재계 순위 3위 대기업 부회장이 직접 저지른 살인사건이 더해졌으니 난리가 날만 했다.

***

SP 그룹 소유 리조트 VVIP 스위트룸에서 한 노인이 손녀뻘이나 다름없는 아가씨가 해주는 안마를 받으며 졸고 있었다.

노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심지어 수건이나, 가운으로 몸을 가리지도 않았지만.

어린 아가씬 입술만 깨물 뿐, 감히 뭐라 하지 못했다.

이 작고 못생긴 노인네가 SP 그룹 회장 노상만이기 때문이다.

“흐흐, 역시 젊음이 좋긴 좋구나.”

노상만은 실수인 척 손을 뻗어 아가씨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아가씨가 몇 번 싫은 내색을 비췄지만.

노상만은 그럴수록 더 노골적으로 나왔다.

아가씨가 없는 용기를 쥐어 짜내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하, 하지 마세요.”

“허허, 내 손녀 같아서 그래.”

결국, 아가씨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할 때.

똑똑똑!

누가 스위트룸 문을 거칠게 두들겼다.

“에잉, 썩을 놈들이 노인네 흥을 깨는구나.”

혀를 끌끌 차며 뭐라 중얼거린 노상만은 안마대에서 내려오더니 갑자기 아가씨 쪽으로 몸을 홱 돌리고 손을 내밀었다.

“아가야, 나에게 가운을 다오.”

아가씨는 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가운을 두 손으로 건넸다.

그 모습을 보며 클클 거린 노상만이 문을 열며 호통을 쳤다.

“내가 북한이 쳐들어온 게 아니면 방해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얼굴이 하얗게 질린 비서실장이 급히 다가와 속삭였다.

한참을 듣던 노상만이 갑자기 심장 쪽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으어어, 준, 준호가!”

그리고 노상만은 다신 깨어나지 못했다.

심근경색에 의한 급사라, 의사들도 손써볼 틈이 없었다.

***

난 근두운을 타고 노준호 등이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노준호는 넋이 나간 모습이었고.

서 실장 등은 표정이 복잡했다.

아마 빠져나갈 방법을 찾고 있겠지.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노준호에게 다 덮어씌우는 건데.

노준호가 가만 있을까?

흠, 절대 아니겠지.

결국, 서 실장 등에게 거액을 미끼로 딜을 넣으려나?

이내 흥미가 가신 난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조현규가 시윤을 음해하려고 작성한 찌라시가 든 USB였다.

난 USB를 살짝 움켜쥐었다가 놓았다.

그 즉시, USB가 먼지로 변해 공중으로 흩어졌다.

이제 돌아갈까.

근두운을 타고 증평으로 향하려는 순간.

문득 시윤이에게 꼭 연락하라던 누나 말이 떠올랐다.

흠, 어쩐다.

일단, 핸드폰을 꺼내 주소록을 불러냈다.

이모네 가족 폴더에 시윤이 전화번호가 있었다.

난 번호를 누르려다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일단,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해.

난 먼저 인터넷으로 들어갔다.

세상 무서울 게 전혀 없는 몸이지만.

시윤이에게 전화하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전화를 걸어서 뭐라고 해야 하지?

오랜만이라고?

아니면 그동안 잘 지냈냐고?

기자회견에서 말한 짝사랑 상대가 나 맞느냐고?

무심코 들어간 인터넷엔 온통 SP 그룹 회장 노상만이 그룹 소유 리조트에서 심장마비로 급사했다는 내용이 가득했다.

쯧쯧, 자식놈들 잘 못 둬서 천수도 못 누리고 갔구만.

처음엔 그저 윤승희의 악의로 시작된 일이었지.

근데 결과적으론 SP 그룹 오너가문 파멸로 끝났네.

회장은 죽고 부회장은 감방에 들어가서 언제 나올지 몰랐다.

법조계가 썩었어도 살인범을 풀어줄 정돈 아니겠지.

그렇다면 남은 건 저번 사건으로 맛이 간 노준우 뿐인 건가?

노준우는 노준성과 얽힌 사건으로 퇴출 직전이었다.

사촌 동생 노준성과 한 비밀스러운 술자리에서 회장과 형을 마음 놓고 씹었다가 들키는 바람에 눈 밖에 난 탓이었다.

근데 사람 일은 모른단 말이 맞네.

아버지와 큰형이 이리될 줄 누가 알았겠어.

노준호는 그나마 경영 귀재라 평가받던 아버지를 어느 정도 닮아 재계에서 SP 그룹을 연착륙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형과 달리 노준우는 아버지를 전혀 닮지 않았다.

노준우는 부모 잘 만나 호의호식하던 쓰레기에 가깝지.

어쨌든 SP도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네.

뉴스를 읽으며 고민하던 난 결국 다른 방법을 택했다.

겁쟁이들의 마지막 안식처.

바로 문자메시지였다.

***

시윤은 엄마 김주연과 작은 빌라에 살았다.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참이라, 자가는 아니었다.

병에서 막 회복한 김주연은 그동안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한 감정이 있던 큰딸을 위해 증평과 서울을 왕복하며 지냈다.

좁은 거실에 그녀와 엄마, 그리고 소속사에서 나온 한태준 실장과 로드매니저가 옹기종기 모여앉아 TV 뉴스를 시청했다.

처음엔 집이 아니라, 소속사에 모여 대책을 회의했다.

소속사 사장부터 말단 매니저까지 온갖 매체에서 연락받을 만큼, 시윤의 발언은 대중과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사무실 전화가 계속 울려 코드를 빼놓을 정도였다.

소속사 회의실에 사장, 이사를 비롯한 임원진과 당사자인 시윤, 그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김주연 등이 둘러앉았다.

대화 주제는 당연히 이번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였다.

의견이야 많았다.

그냥 잠잠해질 때까지 침묵하자는 의견.

이번 발언이 실수였단 메모를 작성해 언론사에 돌리잔 의견.

아예 생각을 전환해 노이즈마케팅으로 이용하잔 의견.

근데 1시간이 지나지 않아 회의 자체가 쓸모없어졌다.

더 핫뉴스란 매체에서 윤승희와 SP 그룹 부회장이 불륜관계였단 기사를 내보내는 바람에 포커스가 그쪽으로 옮겨갔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전화벨 소리가 점점 줄더니.

불과 10분이 지나기 전에 뚝 끊겼다.

메뚜기떼도 이것보단 느리겠다고 생각했다.

회의 결과는 바로 나왔다.

일단 조용히 지켜보잔 결론이었다.

윤승희에게는 미안하지만, 덕분에 수습할 길이 열린 셈이다.

할 일이 없어진 시윤은 엄마와 빌라로 돌아갔다.

근데 두 번째 폭로 기사가 나오며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질투에 눈이 먼 윤승희가 동양일보 J기자란 놈과 짜고 시윤과 박제성 스캔들을 조작하여 기사로 만들었다는 폭로였다.

시윤은 졸지에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즉시, 언론은 다시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고.

이에 놀란 한태준과 매니저가 빌라로 급히 찾아왔지만.

대책을 상의하려는 순간에 세 번째 폭로가 터져 나왔다.

이어서 윤승희가 자살, 노준호가 조현규를 살해하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 대한민국 전체가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선 대책이고 뭐고 없었다.

바짝 엎드려 강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게 최선이었다.

역대급 사건이 연달아 터진 터라, 이제 막 인기를 얻은 신인 여배우가 짝사랑 중이란 소식은 뉴스 축에도 끼지 못했다.

그들은 빌라 거실에 모여 TV 화면만 쳐다보았다.

TV에선 윤승희를 실은 구급차가 달리는 장면.

노준호 등이 체포되어 이송되는 장면 등이 반복해서 나왔다.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가릴 거 없이 전부 똑같았다.

그중 한 방송에서 VTN 입장을 취재해 발표했다.

“주연 여배우인 윤승희 씨가 사망한 관계로 VTN이 야심 차게 준비한 20주년 특별 기획 드라마 신데렐라맨 방영에 암초가 걸렸습니다. 이와 관련해 VTN를 취재한 기자에 따르면 아무래도 방송이 어렵지 않겠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뉴스가 끝나기 무섭게 한태준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아, 다 끝났어. 6개월짜리 프로젝트가 이렇게 날아가다니!”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본 당사자인 시윤은 손에 쥔 핸드폰 화면만 가끔 확인할 뿐, 뉴스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주연이 시윤의 어깨를 감싸며 위로했다.

“괜찮아, 시윤아. 이번 작품은 힘들어졌지만, 금방 다른 배역이 또 들어올 거야. 정 안 되면 다시 오디션부터 보면 되고.”

“미안해, 엄마.”

“그런 말 하지 마. 넌 미안한 일 한 적 없어.”

주연이 한태준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의할 때.

핸드폰 화면을 슬쩍 본 시윤이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그녀가 속상해 그러는 줄 알고 못 본 척했다.

방문을 걸어 잠근 시윤은 문자부터 확인했다.

-나야.

달랑 두 글자였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책 한 권으로 표현해도 모자랐다.

시윤은 입술을 깨물며 잠시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

=오랜만이네.

답장은 바로 왔다.

-그래, 정말 오랜만이네.

시윤의 손이 빨라졌다.

=영미 언니하고 영도, 유리도 다 잘 있지?

-그럼 다 잘 있지.

=다행이다.

-이모 건강은 어때?

=요즘은 나보다 더 건강하신 것 같아. 아 참, 아빠가 얼마 전에 용선 바이오 회사 설립자가 오빠라고 하던데 정말이야?

-별거 아니야. 오히려 고생은 이모부가 다 하고 계시지.

처음엔 문자를 보내는 것도, 받는 것도 어색했지만.

그들에겐 다행히 대화로 삼을 주제가 많았다.

가족, 건강, 사업,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한 추억까지.

오가는 문자가 늘수록 어색함은 사라졌다.

둘 다 신기해할 정도였다.

시윤이 한창 문자 보내는데 정신이 팔려있을 때.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며 주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윤아, VTN 편성 이사가 전화했어. 나와봐.”

“어, 금방 나갈게.”

시윤은 나가기 전에 용기를 내어 문자를 보냈다.

=······기자회견은 봤어?

-봤어.

=어떻게 생각해?

금방금방 답이 오던 문자가 갑자기 끊겼다.

시윤이 입술을 잘근 깨물며 급히 문자를 다시 보내려는 순간.

새 문자가 떴다.

-좀 전에 읽은 기사 댓글 중에 그런 얘기가 제법 있더라고. 대체 어떤 미친놈이기에 감히 이시윤 고백을 거절하느냐고.

=그래서?

-깨달았지. 내가 복에 겨워 멍청한 선택을 했다는 걸. 그리고 후회하고 있다는 걸. 넌 나한테 너무나 과분한 여자인데.

=그렇지 않아.

-난 오랫동안 생각했어. 만일, 네가 마지막으로 면회하러 왔던 날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런 바보 같은 말을 너에게 하지 않을 거라고. 내게 그런 자격이 있는진 모르지만.

=오빤 자격 있어.

-이다음 말은 널 직접 만나 하는 게 좋겠다.

=그래.

-들어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시윤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이 조금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초조한 표정으로 거실을 오가던 한태준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대박이야. 조금 전에 VTN 편성 이사가 전화했어.”

“들었어요.”

“놀라지 마.”

“뭔데 그러세요?”

“임원 회의 결과가 나왔는데 신데렐라맨을 국내 방영 안 하는 대신에 넷플릭스에 모든 판권을 넘기기로 했대.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던 넷플릭스도 고액에 판권을 사들이기로 했고.”

시윤의 커다란 눈이 더 커졌다.

“정말이요?”

“그래, 정말이야.”

“잘 되었네요. 정말로.”

“그렇지?”

딸보다 더 마음을 졸이던 주연도 시윤을 축하해 주었다.

좋아하는 엄마를 보며 팬들 사이에 프로즌 로즈라 불릴 만큼 표정이 많지 않은 시윤도 오랜만에 긴장을 풀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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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장. 깡패를 싫어하는 신선 +4 22.06.17 2,146 76 11쪽
45 45장. 졸업식에 간 신선 +3 22.06.16 2,218 88 12쪽
44 44장. 수험생을 뒷바라지하는 신선 +3 22.06.15 2,322 103 16쪽
43 43장. 악마가 된 신선 +3 22.06.14 2,425 92 13쪽
42 42장. 두 번째 사업을 시작하는 신선 +3 22.06.13 2,596 108 16쪽
41 41장. 신제품을 출시하는 신선 +3 22.06.12 2,607 10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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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장. 운동회에 간 신선 22.06.01 3,026 9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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