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이 세계를 지배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조휘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4
최근연재일 :
2022.06.19 14:0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58,729
추천수 :
4,747
글자수 :
299,158

작성
22.05.11 10:38
조회
6,951
추천
182
글자
12쪽

1장. 귀환한 신선

DUMMY

1장. 귀환한 신선


쿵!

버스가 덜컹거리는 충격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난 입가에 묻은 침을 슬쩍 닦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낡은 군용 버스가 비포장도로를 난폭하게 달려갔다.

쳇, 바퀴가 돌부리에라도 걸렸나 보군.

낡고 냄새나는 군용 버스에 적막감이 돌았다.

운전병과 선탑자를 빼면 승객은 나를 포함해 셋이었다.

그중 앞자리에 앉은 둘은 휴가 가는 일병과 상병이었다.

난 뺀질거리는 인상의 상병보단 일병 쪽에 더 관심이 갔다.

백일 휴가 가는 일병이라······,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옛 기억에 몸서리를 친 난 차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왠지 우울해 보이는 얼굴이 차창 유리에 나타났다.

머리에 쓴 군모에는 예비군 개구리 마크가 선명했다.

난 조금 전, 파주 제1포병여단에서 막 전역한 예비군이었다.

이젠 이 지긋지긋한 파주에 다시 올 일 없단 얘기다.

아마도.

그나저나 정말 제대하는 건가······.

입대한 남자 대부분은 오늘을 손꼽아 기다릴 거다.

“흐음.”

얕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등을 깊숙이 묻었다.

난 불행히도 그 대부분에 속하지 못했다.

우리 집은 전역이 두려워질 만큼 가난했다.

난 2남 2녀를 둔 집에 둘째면서 장남이었다.

위로 취업한 누나가 있고.

밑으론 고등학생인 남동생과 초등학생인 막내 여동생이 있었다.

겉으로 봐선 꽤 다복한 집 같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부모님이 돌아가셨단 점이 문제였다.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셨고.

고생해가며 네 남매를 키우던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아프시고 나서 우리 집은 풍비박산 났다.

병상에 오래 누워계셔서 돈이 계속 들어갔다.

건강보험이 있어도 사보험이 없으면 병원비가 감당 안 된다.

처음엔 집을 담보로 1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다.

나중엔 2금융권, 마지막엔 대부업체까지 찾아갔지만.

그런 노력에도 어머닌 끝내 우리 곁을 떠나셨다.

우린 망연자실했다.

1년이 지났음에도 그때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물어보면 괜찮다고 하지만 다들 속이 말이 아니었다.

더 불행한 일은 슬픔을 추스를 시간이 없단 점이었다.

어머니가 떠난 자리에 남은 빚덩이가 목을 조여왔다.

난 앞으로 갚아야 할 빚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제일 문젠 돈이었다.

빌어먹을 돈 같으니라고!

돈이 많은 부자들은 이런 걱정 없이 살겠지?

그들도 모아둔 재산을 지키기 위해.

아니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테지만.

내가 보기엔 행복한 고민일 뿐이었다.

우린 생존 그 자체를 걱정해야 하니.

앞에 놓인 불안한 미래를 떠올리는 순간.

눈앞이 아득해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탄 버스가 절벽으로 곧장 돌진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진짜 절벽으로 돌진했으면 좋겠단 생각까지 하였다.

그럼 모든 게 편해질 테니.

암담한 미래에 한숨이 절로 나올 때.

선탑한 김 중사가 갑자기 하늘을 가리켰다.

“저, 저게 뭐냐?”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김 중사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는데.

맙소사!

버스와 300미터쯤 떨어진 공중이었다.

동공이 피처럼 시뻘건 눈동자가 둥둥 떠 있었다.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팔뚝에 소름이 좌르륵 돋으며 정신이 멍해졌다.

크기가 작으면 이렇게 놀라진 않았을지 모른다.

불행히 크기마저 엄청났다.

엄청나게 거대한 거인이 하늘에 구멍을 찢은 듯했다.

그리고 그 구멍 속으로 시뻘건 눈동자를 들이댄 것 같았다.

먹잇감을 물색하는 악마 사냥꾼처럼.

젠장, 내 예상이 맞았나 본데.

주변을 훑던 눈동자가 갑자기 버스로 시선을 돌렸다.

“으아악!”

얼굴이 하얗게 질린 운전병이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끼이익!

굉음을 내며 회전하던 버스가 뒷바퀴를 논두렁에 처박았다.

버스 안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가장 먼저 김 중사가 버스 문을 열고 달려 나갔고.

그 뒤를 운전병, 휴가 가던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따라갔다.

“씨팔.”

나도 급히 안전띠를 풀고 버스 출입구로 허둥지둥 달려갔다.

아, 너무 늦었나?

문 앞에 발을 딛기 무섭게.

번쩍!

온 세상이 갑자기 피처럼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몸이 둥실 뜨더니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돼에에!”

뒤늦게 소리쳐 보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내 몸을 삼킨 눈동자가 일그러지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

부대로 도망치던 오 일병이 갑자기 멈춰 섰다.

갑자기 사위가 쥐 죽은 듯 조용해져 있었다.

혹시 하는 생각에 오 일병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어?”

아무리 둘러봐도 시뻘건 눈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논을 뒤덮은 벼는 바람이 불 때마다 출렁거렸다.

그저 붉은 눈동자만 사라졌을 뿐이었다.

“뭐, 뭐지?”

오 일병이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버스로 돌아가는 순간.

본부포대 아저씨가 사라져 보이지 않는단 사실을 깨달았다.

5분 전만 해도 실연당한 남자처럼 개폼 잡고 앉아있었는데.

“어, 어디 갔지? 설, 설마 눈동자에 먹혔나?”

김 중사와 운전병, 조 상병도 버스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들도 눈동자가 사라졌단 사실을 알아낸 모양이었다.

그들이 50미터쯤 왔을 때였다.

갑자기 세 명 전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멈춰 섰다.

흠칫한 오 일병이 고개를 들었더니.

붉은 눈동자가 있던 곳에 푸른 눈동자가 새로 나타났다.

생김새, 크기, 모두 똑같았다.

다만, 붉은색이 아니라, 심연 같은 짙은 파란색이었다.

하늘에 구멍을 낸 거인의 양쪽 눈이 다른 색인가?

오드아이처럼?

“어, 어!”

오 일병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쏴아아!

푸른 눈동자 속에서 섬광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악!”

섬광을 마주하는 순간.

오 일병은 눈동자가 얼어붙는 통증을 느꼈다.

섬광 같은 빛을 보면 눈알이 타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왜 얼어붙는 거 같지?

오 일병은 당황해 얼른 눈을 감았다.

다행히 고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오 일병이 눈가를 비비며 눈을 떴을 땐.

섬광을 쏟아내던 푸른 눈동자가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이번엔 뭔가를 놔두고 사라졌다.

보이지 않던 본부포대 아저씨가 버스에 서 있었다.

그는 통로에 서서 멀뚱거리며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버스란 수단을 처음 보는 촌놈 같았다.

“눈, 눈동자에 잡아먹힌 게 아니었어?”

말 그대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사람이었다.

오 일병으로선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법했다.

본부포대 아저씨는 기억 속 모습과 달라진 점이 없었다.

A급 치곤 왠지 낡아 보이는 군복.

사회인처럼 긴 머리카락.

그 두 가지 정도를 빼면 정말 달라진 점이 요만큼도 없었다.

얼떨결에 버스에 다시 탄 오 일병이 황당해하며 물었다.

“아, 아저씨, 괜찮아요? 다친 덴 없어요?”

본부포대 아저씨가 깊게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보다시피.”

오 일병이 호들갑을 떨었다.

“아저씨도 눈동자 봤죠? 붉은 놈하고 푸른 놈.”

본부포대 아저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였을까요? 외계인? 괴생명체? 아니면 공군 신무기?”

본부포대 아저씨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 일병은 자기만 너무 흥분한듯해 약간 무안해졌다.

두 사람은 그로부터 10분쯤 어색한 자세로 서 있었다.

다행히 세 번째 눈동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제야 안심한 김 중사와 운전병, 조 상병이 돌아왔다.

김 중사가 버스 안을 살펴보며 물었다.

“다들 괜찮냐? 어디 다친 데 없어?”

운전병과 오 일병은 쓴웃음을 지었다.

부하를 버리고 가장 먼저 도망친 놈이 할 말은 아니지.

자기도 아는 모양이었다.

김 중사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시발, 아직도 가슴이 콩닥거리네. 근데 대체 그 눈동잔 뭐냐?”

“모르겠습니다. 외계인 같은 게 아닐까요?”

운전병의 말에 조 상병이 바로 쏘아 붙었다.

“얌마, 외계인은 무슨? 걍 우리가 헛걸 본 거지.”

듣고만 있던 오 일병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우리 다섯이 동시에 헛것을 봤단 말입니까?”

조 상병이 오 일병을 야리며 고개를 돌렸다.

“아, 난 모르겠다. 수송관님은 어떻게 할 겁니까?”

김 중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대로 보고하면 우리만 미친놈 취급받지 않을까?”

조 상병이 바로 동의했다.

“그럴 가능성이 크죠. 우리 말을 누가 믿겠어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상부 제출용으로 보고서만 수십 장은 써야 할 겁니다.”

김 중사가 말이 없는 본부포대 아저씨 쪽을 보았다.

“야, 신영준, 넌 어떻게 할 거냐?”

“······.”

“우리야 아직 군에 매인 몸이지만 넌 다르잖아.”

“······.”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걍 조용히 넘어가자.”

“······.”

김 중사가 답답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네가 사회에 나가서 이번 일을 인터넷 같은 곳에 올렸다고 생각해봐라. 아마 신문기자고 방송국이고 죄다 달라붙어서 생지랄을 할 텐데 넌 그걸 혼자서 감당할 자신이 있냐?”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하던 신영준이 한참 만에야 입을 뗐다.

“조용한 게 좋죠.”

이젠 조용히 묻길 원하는 쪽이 세 명으로 늘었다.

결국, 민주주의에선 다수가 장땡이다.

다들 이번 일을 묻어두기로 했다.

물론, 정말 묻힐지는 전혀 다른 문제지만.

그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논두렁에 빠진 버스를 어떻게 옮기는가였다.

버스를 살펴본 김 중사가 군홧발로 뒷바퀴를 뻥 찼다.

“어쩐지 아침에 일어나기 싫더라니! 일진 한 번 드럽게 사납네! 박 일병아, 넌 버스를 여다 처박을 생각을 어떻게 했냐? 야수교에서 헤어졌다는 애인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냐?”

운전병이 목을 움츠렸다.

“그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안 그랬다간 그 이상한 눈동자와 충돌했을 테니까요. 그나마 이 정도라서 다행 아닙니까?”

“대가리 좀 컸다고 말대꾸는 아주 꼬박꼬박하는구나. 에잇,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두 돈 반 불러 꺼내야지, 뭐 어쩌겠냐.”

운전병은 시동을 걸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지만.

뒷바퀴만 윙윙 헛돌 뿐, 논두렁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이런 시바랄.”

욕을 한 김 중사가 핸드폰을 꺼냈다.

포대에 보고하고 두 돈 반을 부를 모양이었다.

오 일병이 그런 김 중사를 보며 한숨 쉴 때.

신영준이 버스 뒤로 돌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 하려고 돌아가는 거지? 가 봐야 흙만 튀는데.”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

버스가 크레인으로 들어 올린 것처럼 쓱 올라왔다.

오 일병이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버스 뒤로 돌아간 신영준이 어느새 옆에 와있었다.

오 일병은 뭔가 이상해 신영준의 얼굴을 슬쩍 살폈다.

신영준은 버스엔 관심 없다는 듯 하늘만 보는 중이었다.

오 일병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긴 저 아저씨가 무슨 힘이 있어서 버스를 들어 올렸겠어.

잘 못 본 게 아니면, 우연의 일치겠지.

운전병은 김 중사가 뭔가 했겠거니 생각했고.

김 중사는 운전병이 뭔가 했을 거라 추측했다.

그렇게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채 버스는 다시 주행에 나섰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들 좀 전에 본 광경을 머릿속에서 되풀이하는 듯했다.

하긴 그 이상한 광경은 평생 잊지 못할 테지.

하늘에 구멍이 뚫리고 빨간 눈, 파란 눈이 번갈아 나오다니!

홍콩 할매가 고르라고 내민 휴지도 아니고.

어쨌든 버스는 논과 산을 지나 금촌으로 달려갔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조용하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선이 세계를 지배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 48장. 깡패를 소멸시키는 신선 +12 22.06.19 2,458 93 11쪽
47 47장. 깡패도 쓸데가 있는 신선 +1 22.06.18 2,133 85 12쪽
46 46장. 깡패를 싫어하는 신선 +4 22.06.17 2,146 76 11쪽
45 45장. 졸업식에 간 신선 +3 22.06.16 2,218 88 12쪽
44 44장. 수험생을 뒷바라지하는 신선 +3 22.06.15 2,322 103 16쪽
43 43장. 악마가 된 신선 +3 22.06.14 2,425 92 13쪽
42 42장. 두 번째 사업을 시작하는 신선 +3 22.06.13 2,596 108 16쪽
41 41장. 신제품을 출시하는 신선 +3 22.06.12 2,607 102 13쪽
40 40장. 계획이 다 있는 신선 +7 22.06.11 2,583 99 14쪽
39 39장. 담합을 상대하는 신선 +2 22.06.10 2,588 90 14쪽
38 38장. 이사를 돕는 신선 +3 22.06.09 2,608 90 13쪽
37 37장. 내기를 거는 신선 22.06.08 2,687 91 13쪽
36 36장. 손님을 초대한 신선 +2 22.06.07 2,787 96 16쪽
35 35장. 도핑을 권장하는 신선 +1 22.06.06 2,802 96 15쪽
34 34장. 월드컵을 보는 신선 +4 22.06.05 2,918 90 14쪽
33 33장. 그림을 그리는 신선 +2 22.06.04 2,942 93 13쪽
32 32장. 응징하는 신선 +4 22.06.03 2,940 81 12쪽
31 31장. 제안을 거절하는 신선 22.06.02 2,988 87 13쪽
30 30장. 운동회에 간 신선 22.06.01 3,026 97 14쪽
29 29장. 인테리어에 진심인 신선 +2 22.06.01 2,975 101 14쪽
28 28장. 이사하는 신선 +2 22.05.31 3,135 103 15쪽
27 27장. 문자를 보내는 신선 +1 22.05.30 3,166 92 13쪽
26 26장. 재벌을 상대하는 신선 +3 22.05.29 3,180 93 13쪽
25 25장. 기자가 된 신선 +3 22.05.28 3,232 103 14쪽
24 24장. 충격을 받은 신선 +3 22.05.27 3,296 93 13쪽
23 23장. 서울에 간 신선 +2 22.05.27 3,284 87 14쪽
22 22장. 집을 짓는 신선 22.05.26 3,315 97 14쪽
21 21장. 탈모인에게 신으로 추앙받는 신선 +5 22.05.25 3,348 97 12쪽
20 20장. 공장을 기부받은 신선 22.05.25 3,348 93 13쪽
19 19장. 용서가 없는 신선 +4 22.05.24 3,351 8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